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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대표님, 저는 이퓨레 코스메틱 부대표 임상아라고 합니다. 편하게 말 놓으세요. 어제 회사 주주총회에서 지오 그룹 최우빈 대표님이 수중의 75퍼센트 지분을 최서준 대표님께 양도한다고 발표하셨어요. 즉 어제부터 대표님은 우리 회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선정되셨어요. 최우빈 대표님께서 대표님 사진이랑 일부 자료들도 저한테 보내주셨어요. 앞으론 제가 대표님을 보좌하겠습니다.”

최서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알았어. 나 지금 바로 회사야. 무슨 일 있으면 임 대표한테 분부할게.”

부대표이사 사무실.

전화를 끊은 후 임상아는 곧장 비서를 불러와 명령했다.

“우리 회사 신임 대표 최서준 대표님이 지금 회사에 와 있어. 아마 비밀리에 방문하고 있을 거야. 당장 각 부서 담당자들한테 말해서 직원 단속 잘하라고 해. 가장 바람직한 업무 자세를 보여야 해. 미리 말하는데 누가 감히 최 대표님 눈에 나면 당장 해고당할 줄 알아!”

“알겠습니다, 대표님!”

비서도 식겁하며 재빨리 부대표의 명령을 전달했다.

회사 로비에서 도연우 일행은 최서준이 나오길 기다리며 기대에 찬 얼굴로 줄곧 희희덕거렸다.

이때 오민욱이 전화 한 통 받더니 갑자기 긴장감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민욱아?”

진아영이 궁금한 듯 물었다.

오민욱은 숨을 깊게 몰아쉬며 말했다.

“방금 팀장님한테 전화 왔는데 우리 회사 신임 대표 최 대표님이 이미 비밀리에 회사를 둘러보고 계신대. 우리더러 열심히 업무에 임하래. 만에 하나 경솔하게 굴면 바로 해고래.”

“뭐?”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도연우가 이해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민욱아, 우리 회사 대표님은 이씨 성 아니야?”

“지금은 아니래.”

오민욱이 고개를 내저었다.

“외삼촌이 그러는데 어제 급하게 주주총회를 열어서 원래 하던 이 대표가 퇴임하고 새로 온 최 대표가 대주주이자 대표직을 맡았대. 아직 소식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너무 급하게 결정된 일이다 보니 너희들한테 미처 얘기하지 못했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다들 얘기 그만하고 어서 각자 사무실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해. 최 대표님한테 약점 잡히지 말고.”

그들은 식겁하여 순순히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 시각 최서준은 이미 면접실에 들어왔고 그의 맞은편엔 정장 차림의 대머리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인사팀 매니저 정세훈은 한창 사무용 컴퓨터로 주식 투자를 하다가 누군가 들어오니 냉큼 마우스를 클릭해 화면을 전환한 후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최서준을 보자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자네가 바로 최서준이야?”

“네.”

최서준이 자리에 앉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세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평상시 다른 면접자들은 그를 보면 허리를 굽신대며 인사하기 바쁜데 이 녀석은 그의 허락도 없이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았으니 말이다.

그는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내 소개부터 할게. 난 오늘 자네의 면접관 정세훈이야. 자 그럼 첫 번째 질문, 자네 별자리가 뭔가?”

“염소자리에요.”

최서준이 대답했다.

정세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거 참 안 됐군. 내가 사자자리라서 우린 안 맞는 것 같아. 우리 회사 채용 규칙에 안 맞으니 자네는 탈락이야.”

말을 마친 후 본인도 못 참겠는지 웃음을 터트리며 야유에 찬 눈길로 최서준을 노려봤다.

‘자식, 너 같은 건 천만 가지 이유로 괴롭힐 수 있어. 그러게 누가 내 조카 민욱이를 건드리래?’

다만 최서준이 살짝 놀란 듯이 그에게 되물었다.

“이런 취향이실 줄은 몰랐네요.”

“무슨 취향?”

정세훈은 어리둥절해졌다.

“이해해요.”

최서준이 동정 어린 눈길로 말했다.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람 잘못 짚으셨어요. 난 여자만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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