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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최서준이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산 거 아니에요.”

“그럼?”

두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진아영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서준 씨 참 겸손하시네요.”

그녀는 문득 최서준이 들고 있는 봉투를 보더니 두 눈을 반짝거렸다.

“서준 씨 이 안에 현금 들어있죠? 부자들은 현금 쓰는 걸 제일 좋아한다던데 역시 듣던 대로네요.”

최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선뜻 앞으로 다가가 봉투를 가져와서 열어보았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안에 든 것은 돈이 아니라 빈 깡통이라 역겹고 악취가 풍겼다.

“방금 주운 쓰레기예요.”

최서준이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쓰레기를 주웠다고요?”

진아영은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네.”

최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뭐야?! 결국 쓰레기 주우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녀는 말하면서 휴지로 손을 미친 듯이 닦았다.

“진짜 기분 잡쳐. 그냥 거지잖아. 좋았다 말았네! 연우야, 너희 아빤 대체 왜 저런 녀석을 찜하셨대? 쓰레기나 줍는 촌놈을 네 약혼자로 정하다니 이게 말이 돼?”

그녀는 야유에 찬 눈길로 최서준을 째려보며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도연우도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 녀석이 진짜 여기 지내는 줄 알았는데 쓰레기 주우러 온 거라니...

젠장! 촌놈 때문에 그녀의 체면이 한없이 구겨졌다!

화가 난 도연우는 이 한마디만 내던졌다.

“가자 얼른.”

몇십 층에 달하는 이퓨레 그룹 빌딩 입구에서.

“여기서 일단 기다리고 있어. 내가 들어가서 얘기하고 올게.”

도연우는 최서준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곧장 진아영과 함께 로비로 들어갔다.

최서준은 회사 이름을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퓨레 코스메틱? 이건 최우빈이 그에게 양도한 회사인데?!

로비에서 다섯 명의 젊은 남녀가 함께 모여 수군거렸다.

“연우야, 걱정 마. 내가 이미 외삼촌한테 얘기했으니 그 자식 절대 면접 통과 못 해.”

가슴팍에 마케팅팀 매니저라는 명찰을 달고 베르사체 정장을 입은 오민욱이 차가운 미소를 날렸다.

“그때 가서 내가 기회 보며 따끔하게 그 녀석 혼내줄게. 더는 너한테 가까이 못 오게 말이야.”

“가자. 대체 어떤 촌놈이 감히 우리 연우를 넘보는지 가서 구경해.”

오선빈이 나쁜 마음을 품으며 말했다.

최서준은 도연우가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막 그녀에게 전화하려던 참인데 로비에서 그녀를 포함한 남자 셋, 여자 두 명이 이리로 걸어왔다.

“이쪽이 바로 내가 말한 최서준이야.”

도연우는 대충 소개했다.

“이봐요, 최서준 씨, 간땡이가 부었나 봐요? 감히 우리 연우를 넘보더니, 제발 거울 좀 쳐다보세요.”

오선빈이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

“내 말이, 눈치껏 연우한테서 떨어져 나가요.”

곽정원도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민욱은 최서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는데 워낙 촌놈이라 감히 그와 여자를 다툴 급이 안 된다.

“민욱아, 아까 나랑 연우 이 자식 픽업하러 갔을 때 아니 얘가 글쎄 뭐 하는지 알아?”

진아영이 유난을 떨었다.

“뭐 했는데?”

다들 궁금한 듯 물었다.

“쓰레기를 줍고 있더라고! 게다가 봉투 한가득 채워 넣었지 뭐야.”

“뭐?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하하!”

뭇사람들은 흠칫 놀라더니 배를 끌어안고 박장대소했다.

도연우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갈 심정이었다.

최서준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아무렇지 않은 척 도연우에게 물었다.

“면접 언제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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