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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애초에 최서준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진짜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는데 가소롭게도 그런 귀인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다니.

주씨 일가의 임원들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전부 나가서 찾아. 남양을 싹 다 뒤집어서라도 아까 그 신의를 찾아내. 못 찾으면 돌아올 생각 마!”

다음 날 아침 도현수가 또 전화 왔다.

“서준아, 지금 어디야? 연우가 오늘 너 데리고 회사 가서 면접 보겠다는데 주소 보내줘. 연우한테 너 데리러 가라고 할게.”

“네, 아저씨.”

최서준은 나인원 크라운 별장 주소를 도현수에게 보냈다.

도씨 일가 대문 입구.

흰색 벤츠 C260 세단 옆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연우야, 너 그 촌놈 약혼자 너무 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 우리 지금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아영아, 그만해. 나도 지금 미쳐버리겠단 말이야.”

도연우도 짜증스럽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빠도 참, 굳이 그 촌놈을 회사에 들여보내라더니 이젠 또 이렇게 한참이나 기다리게 해?’

두 사람이 한창 투덜거리고 있을 때 도현수가 전화 왔다.

“연우야, 서준이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있대. 지금 바로 서준이 데리러 가.”

도연우가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다 보니 옆에 있던 진아영도 엿듣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 자식이 나인원 크라운에 산다고?”

“그게 왜?”

도연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나인원은 남양의 최고급 별장 구역이야. 특히 나인원 크라운 별장은 남양에서 손꼽히는 별장이라 가격이 무려 천억이라고.”

진아영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연우야, 그 자식 촌놈이라며? 어떻게 나인원 크라운에 살아? 뻥 치는 거 아니야?”

도연우는 화들짝 놀랐다.

뭐라고?

가격이 무려 천억이라니?!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가자, 뻥인지 아닌지 가보면 알 거 아니야.”

최서준은 주소를 보낸 후 별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산정상의 경치를 감상했다.

풀숲에 버려진 빈 음료수병을 보더니 그는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

“누가 이렇게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

그는 음료수병을 주우러 갔다가 저 멀리 풀숲에 더 많은 쓰레기가 보였는데 대부분 빈 생수병이었다.

하도 많다 보니 그는 별장에 돌아가 쓰레기봉투를 찾아서 모든 쓰레기를 봉투에 담았는데 마침 한 봉투에 꽉 찼다.

이때 그의 뒤에서 요란한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한 여자가 감탄을 자아냈다.

“우와, 너무 예쁘다. 여기가 바로 나인원 크라운 별장이야? 진짜 너무 고급져. 역시 남양 최고급 별장다워. 연우야, 이런 곳에서 하룻밤 자면 여한이 없겠어.”

최서준은 고개 돌려 도연우와 그녀 옆의 젊은 여자를 바라봤다.

도연우도 그를 보더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너 데리러 오래.”

말을 마친 그녀는 고급스러운 별장을 보며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진짜 사람 잘못 봤나? 이 녀석이 정말 여기에 산다고?’

진아영은 그제야 최서준을 보면서 열정적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연우 절친이자 동료 진아영이에요.”

최서준은 허름한 옷차림에 잔뜩 어지럽혀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를 본 그녀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최서준도 손 내밀어 그녀와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최서준이에요.”

“서준 씨, 이 별장 서준 씨가 산 거예요?”

진아영이 손가락으로 최서준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도연우는 냉큼 최서준에게 시선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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