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화

사실 나는 머릿속으로 여러 번 상상해 봤다. 내가 죽은 걸 알았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어떨지 말이다.

[일말의 슬픔이라도 느낄까?]

하지만 엄마는 꽤 덤덤하게 전화를 끊더니 하던 일을 계속했다.

임준수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달려왔다.

“엄마, 전화를 받았는데 라희 죽었대요.”

“거짓말이야.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겠지.”

엄마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후진 딸이기에 죽었다는데도 안 믿는 거야.]

“정말이에요. 정말 죽었대요.”

오빠가 엄마의 손을 덥석 잡으며 하던 일을 멈추게 했다.

엄마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손을 파르르 떨었다. 나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준비를 마치고 문 앞까지 걸어 나오는데 더 당황한 표정의 언니를 마주쳤다.

“먼저 지하실로 내려가서 물건 좀 챙기고 올게요.”

엄마가 허둥지둥하는 언니의 손을 잡았다.

“거기는 뭐 하러 가?”

언니는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틀 전 지하실로 내려와 내 상태를 확인하려던 언니가 망가진 자물쇠를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 사람이 경찰서에 도착했지만 아빠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엄마는 경찰서로 오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 나를 죽도록 미워하던 임준수도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엄마, 설마 정말 라희겠어요?”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시체 검안실.

안은 지독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엄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헛구역질하며 앞으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엄마가 하얀 천을 거둬내고 그 사체가 나임을 확인하더니 경찰에게 어떻게 죽었는지 확인했다.

한 법의관이 나는 강간을 당해 아래가 찢어진 채로 두려움에 떨다가 숨이 멎었다고 말해줬다.

엄마는 벽을 짚어야만 겨우 제대로 설 수 있었다.

“엄마, 라희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요?”

언니가 코를 움켜쥐고는 겁에 질린 표정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