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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전화가 끊기자 임준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재수 없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나를 공포에 빠트렸다.

생일 전날, 나는 미친 듯이 하던 업무를 마감했다.

엄마가 전화해 집에 경사가 났다며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생일에 외할머니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외할머니가 남겨준 불상을 집에 흘리고 나온 게 생각났다.

집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언니, 그리고 신이한과 마주쳤다.

“라희야. 내일 우리 생일인데 같이 참석할 거지?”

“이한 씨와 나의 약혼식도 그날로 잡을 거니까 꼭 참석해.”

언니는 신이한의 품에 안긴 채 눈부시게 웃었다.

나는 그제야 엄마가 말한 경사가 언니의 약혼식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대꾸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라희야. 넌 내가 행복한게 거슬려?”

언니가 내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요청하는 게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요. 얼마나 행복한지 지켜볼게요.”

언니의 기분을 잡치게 하려고 한 말이었지만 목숨을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집을 샅샅이 뒤져봐도 불상이 보이지 않자 나는 너무 급한 나머지 눈물을 뚝뚝 떨궜다.

안 좋은 일이 몰래 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희야, 이거 찾아?”

언니가 내 목숨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

“지하실에 버렸을걸? 집에 둬도 자리만 차지하니까.”

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열어보니 안이 너무 어두웠다.

뒤에 서 있던 언니가 뭔지 모를 물건을 안으로 던져넣더니 나를 안으로 밀쳤다.

“내 약혼식에 참가하겠다고? 꿈 깨.”

“나는 평생 너랑 같이 생일 파티할 생각 없어.”

“여기서 기다려.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

언니가 자지러지게 웃더니 지하실 문을 잠갔다.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에 외할머니가 준 불상이 있다고 했던 게 떠올라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보일 듯 말 듯 한 불빛으로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뭔가에 걸려 넘어졌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두려움이 온몸을 덮쳤다. 나는 까마득한 어둠에 갇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정신이 흐릿해지는데 지하실 문이 다시 열렸다.

엄마였다.

‘엄마, 살려줘.’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말이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지하실 문 앞에 선 채 안을 힐끔 들여다보더니 손에 든 물건을 놓고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써 버텼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오는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꺼져 들어가는 목소리에 맞은편에 서 있던 사람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기 왜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네.”

“근데 생긴 게 꽤 괜찮은데? 오빠가 구해줄게. 걱정하지 마...”

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옷이 찢겨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내 몸이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그 사람은 아직도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뭐야. 죽었어?”

“에이. 뭐 했다고 벌써 죽어. 재수 없게.”

당황한 남자들이 내 시체를 포댓자루에 담았다. 너무 어두워서 그런지 생김새는 보이지 않았고 두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는 나의 머릿속에 콕 박혔다.

포댓자루가 작아 시체가 잘 담기지 않자 남자들은 발로 힘껏 걷어차며 억지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앞으로 도망갔다. 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참으로 사나웠다.

다시 몸을 돌리자 언니의 약혼식이었다.

파티장은 으리으리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로 맛있는 음식과 술이 보였다.

가족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하객들이 건넨 축복을 받았다. 그러다 가끔 내 생각이 나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곳은 내가 죽기 전에 봤던 허름한 집과는 천지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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