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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를 들은 신이한이 언니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서연아, 내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나는 가슴이 욱신거렸다. 나에게도 한 적이 있는 말이었다. 그때도 이렇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대학 시절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혀 바닥에 넘어졌는데 신이한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날 신이한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났고 나의 그림자로 꽉 차 있었다.

신이한은 넘어진 내가 걱정되었는지 내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었다.

“라희야. 내가 너 보호해 줄게. 내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하지만 언니를 만난 후 신이한이 약속했던 행복은 변질하고 말았다.

그날 두 사람이 아래층에서 열정적으로 키스하다 내게 들키자 신이한은 언니를 등 뒤로 감췄다.

나는 신이한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과 빨갛게 달아오른 입술을 보며 메슥거렸다.

가슴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이한에게로 다가가 왜 그랬는지 물었다.

“너 같은 사람과 할 말 없어. 역겨워.”

신이한이 나를 밀쳐내며 말조차 섞기 싫어했다.

“라희야, 우리 둘이야말로 진짜 사랑이야. 축복해 줄 거지?”

두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갈 때 언니가 웃으며 내게 물은 말이었다.

고통이 가슴에서 점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라희야. 난 정말 네가 너무 싫어. 넌 시골에서 돌아오지 말았어야 해. 그냥 시골에 있지 왜 왔어?”

“모든 사랑과 총애는 다 내 것이어야 해. 물론 신이한도 마찬가지야.”

“얼굴에 난 점을 봐봐. 더럽다는 생각 안 들어?”

언니가 나를 더럽다고 한다. 하긴, 나는 한번 더럽혀진 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죽을 때도 더럽게 죽었다…

파티 시간이 되자 언니는 눈물을 닦아내더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해주는 화장을 열심히 받았다.

옆에 서 있던 아빠가 언니의 손을 꼭 잡고 자책했다.

“아빠, 라희가 오지 않는다 해도 절대 탓할 생각 없어요. 난 그저 라희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못난 언니가 동생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봐요.”

언니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말이다.

내 앞에서는 차갑기만 하던 아빠는 언니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자책하지 마. 넌 항상 우리의 자랑이야.”

“내 눈에 띄기만 해봐. 바로 잡아다가 사과하게 할게.”

옆에 서 있던 엄마가 뿌듯한 눈빛으로 연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 알아서 죽게 내버려둬요.”

오빠가 중얼거렸다.

엄마가 오늘처럼 좋은 날 그런 불길한 말로 기분을 망치지 말라면서 오빠의 등짝을 내리쳤다.

이에 웃음이 터진 언니가 신이한의 팔을 잡고 무대로 향했다.

나는 억지로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섞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체험한 적 없는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미 홀대에 적응해서 그런지 마음은 아프지 않았다.

우아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두 사람은 반지를 주고받았다. 무대 아래서 이를 지켜보던 엄마가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까먹었을지 몰라도 잊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왜 라희는 안 보이지? 라희도 오늘 생일 아닌가?”

“준비한 케이크에는 이름이 적혀 있던데?”

“신이한이 라희 쫓아다녔다 그러던데 지금은 형부가 됐네.”

질타도 이따금 들렸다.

“좋은 사람은 아니라던데. 거짓말을 달고 사는 것도 모자라 성품도 글러 먹었대.”

“라희를 좋아하는 사람 없을걸?”

아빠, 엄마의 노력 끝에 나의 소문은 끝내 더러워지고 말았다.

집으로 올라온 이듬해에 외숙모가 아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소파에서 떨어졌는데 언니는 내가 소파에 밀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외숙모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나이도 어린 애가 왜 그렇게 못됐니?”

나는 계속 해명했지만 외숙모는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억지로 내게 잘못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나를 방에 가둔 채 일박이일을 꼬박 굶겼고 그렇게 나는 급성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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