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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이에 옆방에서 자고 있던 오빠와 언니가 잠에서 깼다.

“오빠, 라희는 골칫덩어리예요.”

“엄마가 뭐에 홀린 것 같아요. 아빠 말이 맞아요.”

언니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빠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입을 꾹 다물고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게 바로 내 가족이다. 나를 낳고 버린 사람들이니 죽어서도 충분히 나를 무덤에서 다시 꺼낼 수 있었다.

엄마도 더는 난리를 피우지 않고 조용해졌다. 엄마는 내 방으로 걸어가 모든 불을 다 켰다. 켜고 보니 확실히 예쁘긴 했다.

그렇게 한참 구경하던 엄마가 모든 불을 다 껐다. 확실히 너무 어두웠다.

“라희야. 어둠이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그날 내가 조금만 더 안으로 걸어갔다면 네가 죽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가 많이 미운 거지?”

“우리가 속죄했으면 좋겠지?”

...

동이 트자 아빠는 다급하게 시골로 내려가려 했다. 하루도 더 버티기 싫은 것 같았다.

엄마는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아침을 준비햇다.

“너무 쪽팔리는 일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는 말자고요.”

“밥 먹고 우리 네 식구가 다 같이 가는 건 어때요?”

언니가 테이블에 놓인 아침을 집어 들더니 말했다.

“엄마, 드디어 생각이 바뀐 거예요?”

오빠는 엄마에게 무덤을 옮기는 건 일도 아니니 상심하지 말라고 말했다.

굳어있던 아빠의 얼굴도 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자꾸 불안했다. 어제 엄마가 속죄하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어떻게 속죄하겠다는 거지?]

[엄마, 이런다고 내가 용서할 것 같아요? 천만에요.]

[엄마, 들려요?]

하지만 내 말에 대답하는 건 문이 닫히는 소리와 차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엄마는 이번에 조수석에 올라탔고 오빠가 운전대를 잡았다. 시골로 내려가는 내내 엄마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오빠는 딱딱한 분위기를 살짝 바꾸려고 감미로운 음악을 틀었다. 그러자 언니가 음악에 맞춰 흥얼대기 시작했다.

“마음 아픈 적은 있어?”

산길을 달리던 차가 커브와 가까워지자 엄마가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지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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