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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엄마는 나를 미워해.]

엄마는 사진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나는 너 미워한 적 없어.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어.”

“그냥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야.”

나는 가슴을 움켜쥔 채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고통을 덜려 했다.

나를 미워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오빠에게 모든 램프를 빠짐없이 다 옮기라고 하더니 사진을 조심스럽게 메고 온 가방에 넣었다.

[엄마, 지금 이러는 거 늦었다는 생각 안 들어?]

[난 이제 그 램프들 필요 없어. 아무리 비춰도 내 마음까지는 비치지 못하거든. 난 여전히 무섭더라.]

...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언니의 서재를 치워버리고 램프를 모두 안으로 옮겼다.

“아빠, 엄마 좀 봐봐요. 도대체 왜 저러는 거예요?”

“죽은 사람의 물건을 들이는 게 얼마나 불길한 일인데요.”

언니가 문 앞에 선 채 아빠의 팔을 꼭 잡았다.

“이미 죽은 사람의 물건을 남겨서는 뭐 해?”

“집에 두면 재수 없다고.”

잔뜩 화가 난 아빠가 램프를 들어 바닥에 던지려 했다.

“그대로 내려놔요. 건드리기만 해봐요.”

엄마가 갑자기 흥분하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오빠가 얼른 엄마를 부축했다.

엄마는 아빠 손에서 램프를 앗아오더니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 램프가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라희 유골을 전에 살던 시골에 묻을 건데 같이 갈 거예요?”

“죽어서라도 편안하게 해줘야죠.”

엄마가 차가운 눈빛으로 앞에 선 사람들을 훑어봤다.

“가야죠. 당연히 가야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었다. 언니도 엄마의 매서운 눈빛에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사람을 기념해서는 뭐 한다고.”

아빠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하긴. 죽었는데 기념해서는 뭐 해요.]

엄마는 이 일에 꽂힌 것 같았다. 나를 꼭 외할머니 곁에 묻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햇살도 온화했다.

나는 우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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