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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엄마라는 단어에 들어가는 대가가 너무 큰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제야 내가 왜 어둠을 무서워하는지, 병원에서 왜 같은 말만 반복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도 엄마는 내게 치료는커녕 머리 검은 짐승이라고 욕하기까지 했다.

홍영자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물었다.

“라희가 재수 없는 년이라고 욕했지? 근데 너희랑 십몇 년을 지내면서 고생한 사람이 누구야?”

“라희가 누굴 해치긴 했어?”

엄마는 울면서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말 외에는 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는 나에게 미안했고 할머니에게 더 미안했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뒤늦은 사과는 받기 싫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크게 앓았다. 종일 우울한 표정으로 내 사진만 붙들고 있었다.

언니의 생활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신이한은 내가 죽었다는 걸 알고 언니에게 왜 나를 지하실로 밀어 넣었는지 물었다.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사람은 이미 죽고 없는데 왜 이제 와서 지랄이냐고요.”

“나는 그 애가 너무 미워요. 돌아오지 말아야 했어요.”

신이한은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설마 그때 인성이 파탄 났다고 소문낸 것도 다 가짜야?”

언니가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걔 원래 그런 애예요. 7살에 몹쓸 짓을 당해도 싸요.”

“그냥 더러운 애라고 생각해요.”

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신이한이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정말 너무 소름 끼친다. 나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잖아. 넌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언니가 매달리자 신이한이 힘껏 얼굴을 후려갈겼다. 파혼은 물론이고 언니에게 선물했던 집까지 회수하겠다고 말했다.

언니는 모두가 받들던 공주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간 언니는 엄마를 찾아가 억울함을 쏟아냈다.

“엄마, 이한 씨가 나 때린 것도 모자라 파혼하겠대요.”

“라희가 죽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언젠가 다시 무릎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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