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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바이, 가족
하이, 바이, 가족
작가: 서하

제1화

아주 어릴 때 외할머니는 내게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외할머니가 나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여덟 살이 되어서야 나를 데리러 왔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가 임서연, 즉 나의 쌍둥이 언니를 다독이는 걸 지켜봤다.

언니는 나와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나는 왼쪽 눈 아래에 점 하나가 더 있었다.

“엄마, 쟤는 누구예요?”

“라희라고 시골에서 올라온 동생이야.”

불만스러운 질문과 냉랭한 대답에 나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골은 나의 대명사가 되었고 나와 가족들 간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했다. 오빠 임준수가 역겹다는 눈빛으로 내가 마치 이 집에 쳐들어온 침략자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노려봤다.

그때는 외할머니에게 엄마가 도대체 뭐가 좋으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생일 파티에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언니의 약혼식에서 손님 접대를 마친 엄마가 계속 내게 전화를 걸었다.

다섯 통째 걸자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엄마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라희야, 너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나 엄마야.”

임준수도 이 소리를 듣고 따라 나오더니 얼른 엄마의 팔을 부축했다.

“엄마,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요.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원래 서연이의 약혼식이에요. 그년과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서연이가 착해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건데 좋은 줄도 모르고 서연이 속상하게 하잖아요.”

엄마는 언니의 이름을 듣고 나서야 얼굴에 웃음이 살짝 번졌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임준수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서연이는 참 따듯한 애야. 둘 다 내 딸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지.”

“그때 쌍둥이를 낳다가 하마터면 대출혈로 죽을 뻔했어.”

“서연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양실조여서 태어나서도 몸이 약하고 병이 많았지. 의사들도 큰 희망을 걸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잘 버텨냈어.”

“의사도 기적이라고 하더라.”

나는 마음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이 말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었던 말이었다.

애초에 할머니만 아니었다면 나는 완전히 버려진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임준수는 그런 엄마를 위로하며 말했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너무 형편없이 자랐어요.”

“서연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여기로 데려올 거예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임준수와 같이 홀로 들어갔다.

“난 그저 서연이가 불쌍해서 그래.”

나는 언니가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정말 불쌍한 사람이라면 내가 지하실에 갇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기실로 날아와서야 나는 비로소 언니를 볼 수 있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린 채 입을 삐쭉 내밀고는 신이한의 품에 안겨 있었다.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있는 언니는 정말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바보예요. 그냥 생일 파티만 할 걸 왜 하필 오늘에 약혼식을 올리려 했을까요.”

“라희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걸 봐서는 내게 단단히 화가 난 거겠죠?”

“이한 씨가 라희의 전 남자 친구잖아요. 라희가 많이 좋아했었는데.”

신이한은 그런 언니가 마음 아팠는지 어깨를 다독여주다가 내 이름을 듣고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랑 같은 날에 태어났다는 자체가 틀렸어.”

“그런 여자가 나를 좋아한다니, 그저 역겨울 뿐이야.”

“약혼은 그 여자랑 더 아무 상관 없고.”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언니가 생일을 약혼식 날로 잡은 건 나를 민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라희는 내 동생이에요. 동생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고 싶어요.”

언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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