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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뒤로 시체가 어디 갔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거긴 너무 어두워서 영혼이 된 지금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저번처럼 나를 품에 꼭 안아주며 할머니 여기 있다고 다독여줬을까?

하지만 나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런 장면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내가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을 바랐지만 나는 늘 어둠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죽으면서까지도 어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세상에 더는 망설임 없이 나를 선택할 사람이 없었다. 그 말은 나는 영원히 편애받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애써 진정하려 했다.

[엄마, 나는 당신들이 너무 미워요.]

[당신들이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당신들을 버린 거예요.]

[당신들과 가족이 된 건 이번 생의 제일 큰 불행이었어요...]

...

오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나를 재수 없다고 연신 욕해댔다.

언니는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으로 아빠, 엄마를 위로했다.

“이제 어린애도 아닌데 라희가 왜 이런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우리 생일에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불길해요.”

화가 잔뜩 치밀어오른 아빠가 코웃음 쳤다.

“죽으면 차라리 잘된 거지 뭐.”

“양심 없는 년은 살아있어도 문제야.”

외할머니가 나를 데려간 후로 아빠의 사업도 점점 커졌고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자산도 몇 배로 불어났다.

아빠는 언니 덕분에 행운이 깃든 거라고 말했다. 엄마도 퇴원하고 언니와 오빠도 건강하니 집안에 핀 꽃도 전보다 더 흐드러져 보였다.

이런 이유로 아빠는 나를 더 미워하며 재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나는 아빠가 나를 볼 때마다 짓는 증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내가 가문에 안 좋은 영향이라도 끼칠까 봐 엄마에게 앞으로 나를 라희로 부르라고 하면서 호적도 일단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나는 집이 있었지만 집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언니와 오빠를 위해서라면 큰돈을 써가며 좋은 학교로 보내 엘리트 교육을 받게 했지만 나는 편입으로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했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가 시간에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해야 했다.

[아빠. 나 이제 죽었는데 그만 욕하면 안 될까? 아빠는 전혀 데미지가 없겠지만 나는 마음이 아픈데.]

[나 이제 아빠 딸 하기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그들과 생활하는 수밖에 없었다. 살아있을 때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죽어서도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귀신이 되어서도 결국 그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매일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언니와 오빠를 밥 먹으라고 불렀고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

언니가 애교에 능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다정했고 언니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엄마는 냉정하지 않았고 웃을 줄도 알았다. 그저 나를 보고 웃지 않을 뿐이었다.

이웃집 아줌마도 좋은 딸을 두었다고 복 받은 여자라며 칭찬할 정도였다.

“그래요. 우리 서연이는 정말 착해요. 라희가 성격이 괴팍해서 그렇지. 집에도 안 들어오는 거 봐봐요.”

“아이고, 딸 하나 잘못 두니까 이렇게 성가실 수가 없네요.”

엄마는 칭찬도 폄하도 서슴지 않았다.

내 소문은 가족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퍼져나간 것이었다. 이웃집 아줌마도 그 말에 그저 난감한 표정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웃집 아줌마와 인사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내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러자 평화롭던 분위기가 순간 깨져버렸다.

“이 핸드폰 주인의 가족인가요? 살인 사건에 연루된 범인을 잡았는데 그 사람 몸에서 이 핸드폰이 나왔어요.”

“범인이 사체 은폐 장소를 자백했으니 같이 사체 수령하러 가시죠.”

내 사체가 드디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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