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 제817화 나는 어떤 존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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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나는 어떤 존재이지?

가는 길에 고청민은 조수석에 앉은 심지안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다른 건 모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듯 기계적으로 핸들만 돌리며 운전했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성연신을 걱정하는 심지안의 얼굴이 확대된 사진처럼 번쩍거렸다.

그의 심장은 찢어지는 듯이 아팠다.

왜 그는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도 성연신보다 못한 걸까? 5년 동안이나 그녀에게 향한 마음은 그 어떤 보답도 받을 수 없단 말인가?

고청민은 이렇게 마음이 괴로운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노력한 일들은 반드시 보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전교 1등을 했고, 세움을 열심히 관리했더니 비즈니스가 나날이 발전했고, 또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심지안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다. 하루하루 그녀의 옆에 있어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 디저트를 챙겨주고, 또 그녀와 함께 회사를 관리하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심지안도 그를 좋아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심지안의 마음은 계속 성연신에게 향해 있었고 그녀는 단 한 번도 그에게 마음을 돌린 적이 없었다.

‘그럼 나는? 나는 어떤 존재이지?’

고청민은 별말 하지 않고 계속 운전했다.

깨끗하고 고운 손은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허공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여름밤이라 날씨는 춥지 않았고 오히려 온 하늘에 별빛이 쏟아졌다.

그가 다시 옆을 돌아보니 조수석은 텅 비어 있었다.

심지안은 어느새 벌써 차에서 내렸다.

백미러로 비친 그의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입가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딱지가 앉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지안은 그를 걱정하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고청민이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아이처럼 무고한 표정으로 씁쓸한 웃음을 짔더니 이내 어금니를 깨물고는 눈가가 빨개지며 사지도 부들부들 떨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부드러운 말과 움직임으로는 절대 여자의 마음을 뺏지 못한다, 반드시 단호하게 구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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