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청민은 실눈을 뜬 채 아무런 내색도 없이 눈앞에 있는 장현진을 살펴봤다."알려줘서 고마워요.""아니에요."고청민은 장현진을 보낸 뒤, 아래층 프런트 데스크를 찾아가 물었다. 성연신이 진짜로 왔다는 사실을 듣고 그는 경비원에게 심지안의 사무실로 가서 낯선 사람을 내보내라고 통지했다."그만 말해요. 난 고청민 씨를 믿어요. 그가 진짜로 비밀 조직과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도 난 그를 용서할 수 있어요."심지안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고청민은 안에서 흘러나오는 심지안의 확고한 말을 들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들어 문을 열었다.사무실 안에는 이곳을 찾은 경비원이 일제히 구석에 서서 머리를 움츠리고 등을 굽힌 채 혼이 난 상태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청민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성연신 씨,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했어요. 성연신 씨와 지안 씨는 이미 끝난 사이에요. 왜 자신에게 마지막 체면까지 남기지 않는 거죠?"성연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와 지안 씨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고청민 씨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고청민 씨가 했던 일들을 내가 모조리 파헤칠 거예요. 급해 마요."고청민은 틀림없이 한 가지 일에만 참여하지 않았을 거다. 마지막 카드는 남겨뒀다가 맨 마지막에 오픈해야 한다.홍지윤은 자신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 그녀가 알려준 사실은 너무 약했다.하지만 성연신은 그녀의 입을 열 방법이 있었다.책상 위에 놓여 있는 녹음기를 본 고청민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심지안에게 말했다."내가 들어봐도 돼요?"심지안이 멈칫하다가 대답했다."네."녹음기 안의 내용을 다 들은 고청민은 마음이 놓였다.아이에 관한 일이 아니라면 그는 웬만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하지만 심지안은 그보다 한발 빨랐다."예전 일은 다 지나간 일들이니 진짜든 가짜든 난 청민 씨에게 화를 내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나에게 숨기는 일이 없으면 돼요."그녀는 온화하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너그러운 누나처럼 마치 마음에
제경의 한 고급 양로원.고청민과 심지안은 책임자를 찾아갔다."안녕하세요. 전화로 연락드린 사람입니다.""고청민 씨 맞으시죠? 이쪽으로 오세요."담당자는 바로 그가 이곳에 온 의도를 깨닫고 두 사람을 양로원의 공공 휴게소로 데리고 갔다.책임자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갈색 재킷을 입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 찾는 사람입니다."심지안은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대략 6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거의 온 머리가 백발이었다. 그는 활력이 넘치고 상냥하며 자상해 보였지만 눈에는 총명함이 숨어있었다.고청민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저분은 예전에 황실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었어요.""지금은요?""몇 년 동안 나타나지 않은 거로 보아 지금은 아마 퇴직한 것 같아요.""얘기 나눠볼 수 있을까요?""그럼요."고청민이 책임자에게 말했다."저분을 불러줄 수 있을까요? 조용한 곳이 필요해요."바둑실.박만호가 책임자를 따라 들어왔다. 고청민과 심지안을 보는 그의 눈빛에 의심이 스쳐 지나갔다."그럼 얘기 나누세요. 전 이만 나가볼게요."책임자가 떠나가 박만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두 분은 누구시죠?""안녕하세요. 박만호 씨, 우린 세움 주얼리의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묻고 싶은 사실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고청민은 얼굴에 옅은 웃음을 띠며 친절하게 한 손을 내밀었지만, 박만호는 그를 흘겨보며 의자에 앉아 계속 그들을 경계했다."익숙한 분이 아니라서."심지안과 고청민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그의 태도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바로 어머니가 남긴 시계를 꺼내 바둑판에 올려놓았다."박만호 씨가 구매하신 시계가 맞나요?"시계를 본 박만호의 동공이 작아졌다. 그는 이내 고개를 들어 심지안을 쳐다봤다."당신 누구예요?"심지안이 차갑게 말했다."난 성민하의 딸이에요. 이 시계를 당신이 우리 어머니에게 준 게 맞나요?""아니요."박만호는 무의식적으로 부정했다. 그는 멈칫하더니 빠르게 말했다."잠깐만요
넥타이를 매고 있던 변요석은 누군가 급히 위층으로 뛰어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았다."변요석 씨, 급한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급하게 왔어요? 개한테 물렸어요?""진짜 개한테 물렸으면 좋겠네요."박만호가 머뭇거리며 물었다."부인분은 아직 집에 계시나요?""없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하세요."변요석이 말했다. 줄곧 시원시원했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오늘 나를 찾아온 사람이 나에게 이걸 줬어요."박만호는 시계를 변요석에게 보여줬다."내가 잘 살펴보았는데 분명히 요석 씨가 그때 구매했던 그 시계예요."구매 당시 변요석이 나타나지 않아 박만호가 자신의 이름을 등록해 시계를 구매했었다. 그래서 지금 심지안을 오해하게 했다.그러나 이것도 괜찮았다. 그는 한평생 독신으로 살아왔기에 두려운 것이 없었지만 변요석은 달랐다. 그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었고 그도 지금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었다.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이었다.변요석은 박만호의 손에 들려있는 시계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그녀의 딸이 맞아?""십중팔구예요.""걔한테는 뭐라고 말했어요?"박만호를 코를 만지작거렸다."요석 씨를 속이려 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걔한테는 이 시계의 주인이 바로 나라고 말했어요.""그랬더니 무슨 반응이었어요?""흥분하면서 어떠한 보상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성민하 씨가 몇 년 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서 생전에 잘 지내지 못하셨다고 했어요."변요석은 어두운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어요.""변요석 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진 거잖아요. 변요석 씨는 그녀를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었죠.""성민하의 딸아이의 자료를 내게 줘요."박만호는 뭔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변요석 씨 설마 그 생각을...""내가 그녀에게 빚진 거예요."
햇빛이 변요석의 얼굴을 비췄다. 성연신은 변요석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물었다."다른 것을 발견했나요?""아니에요. 저희 집안일이에요.""송준이 당신 딸과 만나기 시작했어요?""모르겠어요. 내가 요즘 다른 일로 좀 바빠요. 하지만 그녀에게 잘 알아듣게 말을 해뒀어요."변요석은 지금 바로 핸드폰 안의 자료를 열어보지 않았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성연신의 어깨를 두드렸다."전처를 포기하고 내 딸과 만나보는 게 어때요?"'비록 두 번째 결혼이지만, 이 녀석은 각 방면에서 모두 우수해.'두 사람이 진짜로 만난다고 해도 그의 딸도 손해 볼 게 없었다.성연신은 멈칫하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요석 삼촌도 아시다시피 내 마음속에는 그녀밖에 없어요."그의 말을 들은 변요석은 굳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성연신은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열어보니 핸드폰 화면에 짧지만, 감격스러운 말이 보였다.「성 대표님, 할아버지께서 깨어날 기미가 보입니다. 늦어도 내일이면 깨어날 것 같습니다.」리조트 주주들에게는 단톡방이 있었다. 다음날 다른 몇 명의 소액 주주들이 잇달아 그룹에서 탈퇴했다는 소식을 발견하고 그는 수상해하며 전화를 걸어 물었다."고 대표님, 죄송해요. 우리 주식을 성 대표님께 팔았어요. 그가 10배의 가격으로 인수를 한다고 해서 유혹을 거절할 수 없었어요. 청민 씨도 작게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우리를 이해해 주길 바라요."고청민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여러 차례 찾아와서 나에게 애걸복걸하기에 주식을 팔았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팔았다고요? 진짜 이익만 추구하는 장사꾼들이네요.""고 대표님 이렇게 안 좋게 말하지 마세요. 고 대표님은 자산도 많고 먹고 마시는 걱정이 없겠지만 우리는 달라요.""알겠어요. 당신들이 주동적으로 협력을 끝낸 이상 앞으로 성씨 가문과 관련된 어떤 일도 협력할 필요가 없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귀찮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심지안도 옆에서 대충 내용을 들었다.
자료 속의 여자아이는 어깨까지 오는 짧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늘씬한 몸매에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안나는 사진 속의 여자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남편이 젊었을 때 함께 했던 여자가 얼마나 예뻤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몇 살이에요? 시집은 갔어요?"변요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어떻게 성연신의 전처일 수가 있지? 심지안이 성민하의 딸이라니.'"여보?"안나가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변요석은 마치 목구멍에 메마른 솜이 걸린 것처럼 매우 괴로웠다."난 이 아이를 알고 있어요."안나가 멈칫하며 물었다."어떻게 알게 됐어요?"변요석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천천히 말해줄게요."성씨 가문의 대저택.성우주는 혼수상태에 빠져 침대에 누워 있는 성수광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아빠, 증조할아버지는 대체 언제 깨어날까요?"그는 증조할아버지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했다.성연신은 사람에게 사무용 책상을 방으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업무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늦어도 내일 깨어나신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내일에 깨어나요? 너무 늦어요..."성우주가 시무룩해하며 말했다."넌 내일 학교 가야지. 일찍 가서 자. 내일 학교 끝나고 돌아오며 할아버지께서 아마 깨어나 계실 거야."성우주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아빠 또 까먹으셨어요? 저 내일 학교 안 가잖아요. 선생님께서 내일 가정 방문 올 거예요."성연신이 하려던 일을 멈추고 말했다."잘됐네. 나도 낼 시간 있어.""하지만 선생님께서 가정 방문할 때 부모님 두 분 모두 계셔야 한다고 했어요."그는 머리를 들고 성우주를 쳐다봤다."우리 집은 특수한 상황이니 선생님보고 이해하시라고 해."임시연은 최근 나타나지 않았다. 성우주를 찾아오지도 않았기에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내일 가정
성연신이 나왔을 때 심지안은 마침 차를 주차했다.서로 눈이 마주쳤고 남자는 봉황처럼 생긴 눈동자로 심지안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두 사람은 머리 한 개 정도의 키 차이가 났다. 심지안도 5년 동안 갈고 닦은 게 있어서인지 기세 면에서 성연신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는 성연신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보러 왔어요. 그리고 리조트에 관해서도 물어볼 말이 있어요."그녀의 대답은 성연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매혹적으로 웃었다. 마치 목적을 달성한 여우 같았다."네, 안으로 들어와요."심지안은 거들먹거리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서백호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성우주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까만 눈동자에 빛이 가득했다."아빠, 고모는 내가 불러서 왔어요.""알고 있어. 어떤 보상을 원하지?"그는 진지하게 생각했다."난 나를 사랑하는 엄마를 갖고 싶어요."그는 용돈, 장난감 자동차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일하게 부족한 게 부드러운 엄마가 없는 거였다.성연신은 입술을 오므리고 큰 손으로 성우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있을 거야. 너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노력할게."심지안은 성수광의 침대 옆에서 30분가량 있었지만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성연신과 먼저 얘기를 나누려고 서재로 향했다. 그때 성우주가 방에서 뛰어나와 심지안의 앞을 가로막고는 불쌍하게 말했다."고모, 나 배고파요.""배고프면 가서 밥 먹어. 집에 도우미들도 많잖아.""전 고모가 해준 밥을 먹고 싶어요. 아빠가 그러는 데, 고모가 하는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했어요. 5성급 호텔 셰프보다 더 맛있게 한다고 하셨어요."성우주가 작은 얼굴로 솔직하게 칭찬했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안이 눈썹을 높이 치켜세웠다."그래? 그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닐 텐데.""입으로 말하지 않는 건 마음에 모두 담아 두었기
성연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더는 감출 수가 없게 되자 그는 헛기침해 댔다."말도 안 되는 소리. 난 단지 너의 위를 걱정하고 있는 것뿐이야."성우주는 결국은 어린아이였다. 그는 아버지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심지안에게 말했다."알겠어요. 난 그만 먹을게요. 고모 잘 자요. 전 이만 자러 갈게요."심지안은 몸을 뒤에 기댄 채 말했다."잘자. 할아버지께서 깨어나시면 알려줄게.""네."성우주는 짧은 다리를 뻗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심지안은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성연신을 흘겨보고는 천천히 성수광이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 계속 여기에 있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성연신도 움직이지 않고 차갑게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봤다.심지안이 방 안에 들어간 지 몇 초 지나자 성연신은 천천히 머리를 들고 절반 남아있는 토마토 달걀 국수를 쳐다봤다.이와 동시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그는 머뭇거리다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익숙한 맛이었다.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그가 오랫동안 바라던 거였다.수없이 많은 야근을 하고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인 중정원으로 돌아온 성연신은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차가운 방에서 자신에게 밥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던 그 소녀는 여전히 남아있었다.성연신은 빠른 속도로 면을 먹었지만, 그의 행동에는 우아함이 배어 있었다.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그는 국수를 다 먹었다.그는 손수건을 들고 입을 닦고 있을 때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심지안이 팔짱을 끼고 웃을락 말락 하며 말했다."연신 씨가 남은 밥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요. 희한한 일이네요."성연신은 눈을 파르르 떨며 입에 발린 거짓말을 했다."난 그냥 음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쯧쯧, 네 믿어 줄게요."심지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내가 해주는 밥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요. 내가 안 해주는 것도 아니고."그는 그윽한 눈으로 그녀
심지안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그를 훑어봤다.임시연도 능력이 있었다. 나타나지 않은 며칠 동안 다른 사람을 유혹하다니. 기자의 반응을 보아하니 변씨 성을 가진 이 사람은 부자가 아니면 높은 사람으로 추정됐다.말을 들은 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렸다."나도 보게 핸드폰 좀 가져와 봐요."심지안은 웃으며 대범하게 그에게 폰을 건네줬다.성연신은 동영상 속에 있는 남자를 보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그 모습을 본 심지안은 그가 질투하는 줄 알고 웃을락 말락 하며 말했다."불쾌해요?""지금 지안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데 분명히 말할게요. 난 임시연이 누구와 함께 있든 상관없어요.""네네네. 상관없겠죠."그는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맞장구를 치는 척했다.상연신은 이를 악물고 핸드폰 속 남자를 가리키며 말을 아끼던 습관을 버리고 말했다."이 사람은 황실의 왕자, 변석환이에요. 몇 년이 지나면 왕위 경쟁을 해야 해요. 이 사람 아버지와 나는 친구예요. 우린 업무상 밀접한 왕래가 있어요."심지안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복잡한 인물 관계를 파악하고는 갑자기 배를 잡고 웃었다.두 사람이 다시 만난 뒤 심지안이 성연신 앞에서 이렇게 진실하게 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표준적인 미인 얼굴형에 동그란 살구형 눈, 그리고 오뚝한 콧날. 특히 환하게 웃을 때는 온 대지가 환해지는 것 같았다.심지안은 성연신의 눈에 비친 부드러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충분히 웃은 뒤 허리를 곧게 펴고 일어났다."얼마나 좋아요? 앞으로 임시연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있잖아요."물론 결점도 있었다. 임시연과 변석환이 이렇게 빨리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면 둘은 분명히 접촉했을 것이다. 성연신에게 복수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지안 씨는 내가 잘되는 게 그렇게도 싫어요?""그럴 리가요. 그런 거 아니에요."심지안이 정색하며 거짓말을 했다.성연신은 그녀와 계속 논쟁하지 않고 메뉴를 써 내려갔다."내일 적어놓은 메뉴대로 요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