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미궁에 빠진 것 같았다. 희미한 안개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기분이었다.두 사람이 떠나려고 할 때, 한 여자가 학교에서 걸어 나와 두 사람을 막고 물었다.“혹시, 배청미랑 무슨 사이에요?”심지안은 그 사람을 보며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왜요? 무슨 일이죠?”“다른 뜻이 아니라... 저는 청미의 고등학교 친구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로 돌아와 선생님을 하고 있어요. 아까 이분이 사무실에 들어와 청미의 소식을 물어보는 걸 옆에서 들었어요.”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또 물었다.“두 분은 청미의 친구예요?”“네.”“혹시... 두 분도 청미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생각해요?”심지안과 진유진은 서로 마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앉아서 자세히 얘기할까요?”“네. 청미가 해외에서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봤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생긴 것도 조금 변하고 성격도 예전과 아예 다르니까... 이상하잖아요!”그제야 심지안은 자기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들의 앞에 나타난 배청미는 진짜 배청미가 아니었다.가기 전에 심지안은 배청미의 동창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오후에 성연신이 심지안을 데리고 병원에 재검사받으러 갔다. 검사보고를 보던 의사는 상태가 전보다 좋아졌지만 임산부라서 효과가 센 약을 쓰지 못해 예상한 상태에는 달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병원에서 나와 입구까지 왔을 때, 마침 정기 검진을 받으러 온 임시연을 마주하게 되었다.임시연은 오랫동안 성연신과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만나게 되자 마음 한구석이 찔려서 배를 안고 그에게로 걸어갔다.“여기서 검사받아?”성연신은 임시연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잊었구나, 연신아. 네가 예약해 준 산후 조리원이 이 부근이라서 마침 이곳으로 왔어. 지안 씨도 검진받으러 온 거야?”“전 먼저 차에 갈게요.”심지안은 임시연을 보고 싶지 않아 앞만 보고 두 사람을 지나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임시연은
병원.심지안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배청미가 이러는 건 나와 상관이 없어요…”“됐어요. 그만 말해요.”손남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할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도 지안 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배청미가 이렇게 됐는데도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지안 씨는 우리가 바보로 보여요?”심지안은 목구멍에 솜으로 꽉 막힌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하려고 할 때 이진우가 먼저 차갑게 말했다.“지안 씨가 나타난 후부터 지안 씨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다쳤어요. 성연신, 성연신 할아버지, 지금은 손남영의 약혼녀까지 다쳤어요. 다른 사람이 지안 씨를 해치려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누가 지안 씨를 해쳤나요? 오히려 그들이 피해자예요.”“하지만 난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사실만 얘기했어요. . .”“그럼 왜 매번 지안 씨는 다치지 않고, 다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에요?”심지안은 시종일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성연신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술은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는 너무 괴로웠다.겉으로 보이는 상처를 받지 않으면 무사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를 입을지언정 억울함과 모독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난 아니에요. 믿든 안 믿든 난 그녀를 밀지 않았어요. 그녀는 심연아예요. 우리를 속이러 온 것 같아요. 연아가 남연 씨에게 접근한 것도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환자가 깨어났습니다.”간호사가 나와서 말하자 손남영은 심지안의 말을 듣지 않고 재빨리 병실로 들어가 배청미의 상황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병실로 들어갔다.심지안은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정말 죄인이 된 것 같았다.성연신이 잘생긴 얼굴로 말했다.“왜 배청미와 함께 화장실에 갔었어요?”심지안은 그의 말을 순식간에 알아듣고는 멍하니 물었다.“연신 씨도 지금 날 의심하는 거예요?”“지안 씨는 청미 씨를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어요.”한발 물러서서 배청
손남영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억울하겠어.”심연아는 병원에 남아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손남영은 회사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차를 몰고 돌아갔다. 그는 컴퓨터를 가지고 다시 병원으로 와서 그녀의 옆을 지켰다. 심연아는 옆에 사람이 없을 때 한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심지안이 내 정체를 안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상대방이 답장을 보내왔다.「손남영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심연아가 대답했다.「다른 사람들은 저를 믿고 있어요. 」상대방에게서 다시 답장이 왔다.「긴장하지 말아요. 」성연신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병원에서 바로 성원 그룹으로 갔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거실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니 날이 밝아왔다. 그는 바로 차를 몰고 아침 회의하러 회사로 향했다.회의를 마치고 정욱은 아침밥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드세요.”성연신은 다크써클이 눈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심지안이 나를 찾지는 않았어?”정욱은 성연신의 휴대폰을 쳐다보며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네...”성연신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제 지안이가 나에게 손남영의 약혼녀가 심연아라고 말했어. 심연아는 지안이의 이복언니야.”“아... 그럴 리가요. 두 사람 완전히 다르게 생겼잖아요.”정욱도 손남영의 약혼녀를 본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르게 생겼다.“만약 성형했다면?”“너무 터무니없는 거 아니에요?”정욱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현재 성형 기술은 엄청 발전해 있었다. 이 점을 생각한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가능성 있어요.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성연신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감옥에 가서 은옥매의 피를 좀 뽑아와. 머리카락이나 손톱도 괜찮아. 아무거나 가져와.”“대표님, 은옥매와 손 대표님의 약혼녀 친자 검사를 하시려고요? 손 대표님께서 동의할까요?”“걔 동의가 왜 필요해?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밖을 쳐다봤다.“누가 왔어요?”시끌벅적한 밖의 소리에 부엌에서 밥을 짓던 도우미가 손을 닦고 밖으로 나가더니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아, 둘째 도련님!”“성여광?”“많은 사람이 왔네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여광이 사람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선두에는 성여광이 있었고 그는 심지안을 보더니 멱살을 거칠게 잡고 밖으로 끌었다.“뭐 하는 짓이에요!”심지안이 화를 내며 그를 힘껏 밀치려 했다.“지안 씨가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니까 당연히 경찰서에 보내야죠!”성여광은 예전처럼 주눅 들어 있지 않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그는 성연신이 오늘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 심지안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전 아니에요! 전 할아버지를 해치지 않았어요!”“모든 증거가 지안 씨를 가리키고 있기에 변명해도 소용없어요.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씨 가문의 어른들이에요. 우리는 지안 씨를 오랫동안 못마땅해했어요.”심지안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뭐 하시려는 거예요?”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한 노인이 걸어 나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두 가지 중에 선택해. 성씨 가문을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거나, 우리가 너를 경찰서로 데려가거나.”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삼촌, 무슨 소리예요? 풀어주면 어떡해요?”성여광이 급하게 말했다.노인의 얼굴에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쟤를 떠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성연신의 말이 맞아. 지금 경찰서에 보내도 기껏해야 용의자밖에 안 돼. 유력한 증거가 없으면 저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복수를 한다고 해도 중정원에서 사고 치면 안 돼. 너는 네 형도 생각해야지. 그는 성씨 가문의 하늘이야. 그에게 불똥이 튀면 안 돼.”성여광은 불쾌감을 감추고 노인의 말에 동의했다.심지안은 떠나려 했으니 당연히 첫 번째 제안을 선택했다.그녀는 간단하게 짐을 챙겼다. 성씨 가문의 친척들이 중정원의 경호원들 앞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사람을 찾아 처리해.”“알겠습니다...”두 시간 뒤.성연신은 중정원에 도착해서야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되었다.경호원들은 당시 심지안을 막지 않고 성여광을 내쫓내지도 않았다.어이가 없었다. 그녀를 돌려보냈으니 누구에게 죄를 묻는단 말인가?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성여광을 쳐다봤다.“꺼져.”성여광은 멈칫했다.‘형이 정말 심지안을 신경 쓰지 않는 건가?’“그럼 형, 전 가볼게요. 형도 이 일을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다 형을 위해서예요.”성여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빠가 곧 나오실 거에요. 아빠가 나오면 아빠와 함께 와서 사과할게요. 우리는 그래도 가족이잖아요.”성연신이 가볍게 비웃었다.“칩 투자가 실패했나 봐?”성여광의 낯빛이 변했다.“변고가 생겼어요.”그는 원래 본전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었으나 칩이 고장 나는 바람에 돈을 찾을 수 없었다.“그래.”성연신은 흥미 없다는 듯이 큰 손을 내저으며 빨리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성여광은 욕을 먹지 않아 기뻐하며 그를 막아섰던 경호원들에게 침을 뱉고 건들건들 떠났다.성연신은 무심한 표정을 거두고 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심지안이 지금 어디 있는지 찾았어?”“네, 찾았습니다. 지금 보안 호텔에 있습니다.”정욱이 아이패드로 검색하며 말했다.“심지안 씨가 매우 신중하게 이 호텔을 잡은 것 같습니다. 호텔 옆에 바로 경찰청이 있습니다.”“출발하자.”성연신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성연신이 심지안을 찾았을 때, 그녀는 진유진과 호텔에서 배달 음식을 먹으며 여유롭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심지안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저 안 돌아갈래요.”심지안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다시는 그 감옥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고청민의 도움 없이는 성연신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연신이 자신을 찾아
“우리 일에 이러쿵저러쿵하지 마세요.”성연신은 이 말을 던지고는 강제로 심지안을 끌고 떠났다.진유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는 거지?’차 안에서 둘은 서로 마주 보며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심지안은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무 평온했다.성연신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억울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앞 좌석에 앉아있던 정욱은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며 병풍처럼 조용히 있었다.차 안에 정적이 흐르고 고요해지자 성연신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내일모레면 배청미와 은옥매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올 거예요.”심지안이 휙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절 믿는 거예요?”“내가 언제 지안 씨를 안 믿는다고 말했었나요?”“줄곧 믿지 않았잖아요.”이 말에 성연신은 사레가 들렸고 얼굴색도 안 좋아졌다. 그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밤이 깊어지자 차는 천천히 금관성을 빠져나와 제경 방향으로 향했다.심지안은 밖의 광경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돌아가는 거 아니에요?”“맞아요. 장소를 바꾸는 것뿐이에요.”“어디로 가요?”“우리 신혼집이요.”이 말을 하는 성연신의 눈이 부드럽게 변했다.“구체적인 위치는 제경과 성남의 분계선 근처에 있어요. 집은 일찍이 다 지은 상태였고 최근 인테리어도 끝냈어요. 앞으로 우리는 그곳에서 생활할 거예요.”‘제경과 성남의 분계선 근처라…'이건 진유진이 그녀를 보러 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그쪽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쓸쓸하게 혼자였다.심지안의 눈빛이 서글퍼졌다. 마치 시들어가는 꽃처럼 그녀가 시들어가는 게 보였다.성연신은 심지안의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날 죽일 셈이에요?”성연신이 흠칫하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게 지안 씨를 죽이려 하는 건가요? 난 지안 씨의 맘속에서 그런 사람밖에 안 되나요?”정욱
“아니요… 난 진현수를 좋아하지 않아요.”그녀의 영롱한 두 눈 가득 눈물이 흘렀다. 너무 불쌍했다.“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내 옆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전 연신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심지안이 눈을 꼭 감았다. 두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흘렀다.이 말을 할 때 그녀는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머릿속에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성연신이 잘 대해줬던 것을 그녀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실망이 쌓이자 사랑도 사라지게 되었다.그녀는 지금 무사하게 아기를 낳아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성연신은 멘붕이 왔다. 그는 손바닥을 꼭 맞잡았다. 답답한 마음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그의 심장을 찔렀다.‘내가 사라져 준다면 그녀가 더 잘 살 수 있을까? 처음에는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여자가 나를 얻은 지금 이렇게 콧방귀를 낀다고?’성연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난처함이 발바닥으로부터 머리끝까지 몰려왔다.하지만 가슴 아픈 게 난처함보다 컸다.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들이 살코기를 갉아 먹는 느낌이었다.정욱은 백미러를 쳐다봤다. 성연신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화가 났나? 아니면 슬픈 건가?’그는 알 수가 없었다.“차 세워.”성연신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정욱은 바로 차를 멈췄다.‘대표님께서 심지안 씨를 차에서 내리게 하려는 건가?’그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고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었다. 더욱이 이곳은 한적한 곳이었기에 여기서 내린다면 틀림없이 택시를 잡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심지안 씨는 지금 임신 중이고 몸도 허약해서 이곳에서 내리면 안 될 텐데.’여기까지 생각한 정욱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화 푸시고 무슨 일 있으시면 집으로 가서 다시 얘기하시죠…”“너만 입 있어?”성연신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욱을 바라봤다. 정욱은 벌벌 떨며 뒷말을 삼켰다.“지안 씨를 장원에 데려다줘.”“네?”정욱은 미
이번에 심지안은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라고요?”“저번에 비밀 조직의 사람이 지안 씨의 목숨을 노렸던 사건도 다행히 무사하게 넘어갔지만 비밀 조직에는 홍지윤 말고도 몇백 명의 킬러가 있습니다. 송석훈 그 사람은 사이코패스입니다. 대표님의 어머니를 찾지 못했으니 대표님에게 보복할 게 분명합니다. 지안 씨는 대표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비밀 조직이 지안 씨에게 손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지안 씨에게 신경 쓰지 않는 척하고 임시연에 대한 태도를 바꾸셨습니다. 비밀 조직에 혼란을 주어 지안 씨를 보호하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최선을 다해 지안 씨에게 잘해주고 있습니다.”심지안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이제는 상관없어요.”성연신이 누구를 사랑하든지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정욱은 그녀의 담담한 반응에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안은 그가 말했던 신혼집에 도착했다.어둠 아래 장원은 엄청 커 보였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지만 심지안은 여전히 불안했다.낯선 환경 탓에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서움이 올라왔다.다행인 건 중정원에 있었던 도우미 몇 명도 그곳에 있었다.도우미들은 이미 이곳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녀에게 이곳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줬다.심지안은 그 들의 소개를 더 들을 마음이 없었다.“제 방은 어디 있어요?”“사모님, 여기는 사모님과 대표님의 신혼집인데 더 둘러보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어요?”“네.”“대표님께서 신경을 쓰셨는데 너무 존중해 주지 않는 거 아닌가요?”“그럼 이모님께서 존중해 주세요.”심지안은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아 아무 방문이나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서 누웠다.낯선 환경 탓인지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다.이때, 어렴풋이 말소리가 들려왔다.“체. 너무 오만한 것 같아. 언젠가 대표님이 사모님에 관한 관심이 사라졌을 때도 사모님이 저렇게 오만하게 나올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그만해,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