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몸을 일으켜 컵에 물을 따르며 백연에게 얘기했다.“사업을 하고 싶으면 해요.”성수광이 얘기했었다. 백연이 어떤 사람이든지, 성형찬이 바람을 피운 것은 사실이니 성씨 가문은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백연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 도우라고 했다.“그럼...”“사업을 해서 성과가 보이면, 앞으로 도와줄지 말지 생각해 보죠.”백연은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백연은 무표정한 성연신을 쳐다보며 자기가 어린 성연신을 얼마나 모질게 대했었던지를 떠올렸다.어린 성연신은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모든 사람을 차갑게 대했다. 백연도 그런 성연신에게 정을 붙이지 못했다.게다가 성수광이 성여광을 더 아껴줬으면 해서 항상 몰래 성연신을 괴롭혔다.하지만 성수광은 항상 성연신을 더욱 아꼈다.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성수광이 이유도 없이 성연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성연신은 항상 성여광보다 좋은 성과를 내보였다.그녀는 처음부터 줄을 잘못 탔다.백연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지나간 20여 년을 돌아보다가 그제야 깨달았다.성여광은 심지안을 경찰서에 데려가지 못하자 그대로 병원을 떠났다.그러면서 백연을 원망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병실은 조용해졌다.성연신은 심지안의 손을 꽉 잡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송씨 가문이 성여광 쪽에 소식을 흘린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지안 씨를 의심해서 그렇게 얘기한 건 아니에요.”성형찬은 이미 버려졌으니 성여광을 이용하려는 것이다.시선을 내린 심지안은 가볍게 얘기했다.“괜찮아요.”어차피 심지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운전기사한테 지안 씨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가서 쉬어요. 할아버지 쪽은 제가 지키고 있을게요.”“아니요. 전 쉬고 싶지 않아요.”성수광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잠이 올 리가 없었다.성연신은 화장기 없이 깨끗한 심지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깨끗한 얼굴에는 보송보송한 솜털까지 잘 보였다.그런 심지안을 쳐다보는 성연신의 시
“네, 알겠습니다!”밤을 새운 두 사람은 중정원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오후까지 잔 심지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깨어난 심지안은 샤워가운을 들고 화장실로 가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니 몸의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었다.바디워시를 짜고 있을 때, 갑자기 성연신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말소리를 들어보니 산후조리원을 예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안은 고개를 숙여 부풀어 오른 배를 보며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샤워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성연신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 서서 성연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어느 산후조리원에 가고 싶은지 네가 알아서 해. 어, 정욱한테 얘기해. 난 오늘 같이 가줄 수 없어. 너 혼자 가. 그래. 끊어.”성연신은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누구와 통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주변의 임산부는 두 사람뿐이었다. 심지안이 아니면 임시연이다.심지안은 밤을 새운 탓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인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조금 실망스러웠다. 심지어는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성연신은 요즘 들어 임시연에게 잘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산후조리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미 차갑게 식은 심장은 더 이상 아프지도 않았다. 돌아가서 더 자려고 생각한 심지안이 침대에 눕자마자 성연신이 바로 들어왔다.이불을 머리끝까지 쓴 심지안은 무시하기로 했다.성연신은 그런 심지안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깼으면 내려가서 밥부터 먹고 다시 자요.”“배 안 고파요.”“배고프지 않아도 먹어야 해요. 고집부리지 마요.”심지안은 이불을 홱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보며 물었다.“내가 밥을 안 먹겠다는 게 고집부리는 거예요?”임신해서 심지안은 살이 쪘다. 그 덕분에 얼굴에도 살이 올라 포동포동한 게, 아무리 화를 내도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성연신의 마음은 바로 흐물흐물 풀어졌다. 그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굶으면 몸에도 좋지 않잖아요.”심지안은 이제 성연신을
성연신은 시선을 내려 심지안을 쳐다보았다. 심지안의 눈동자는 예전처럼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주 예뻤다.“알겠어요.”심지안은 살짝 의아해졌다. 성연신의 통쾌함이 미심쩍었다.“오늘 저녁에는 지안 씨가 요리해 줘요.”잘 생각해 보면, 성연신은 몇 개월 동안 심지안이 해준 요리를 먹지 못했다. 지금은 전혀 식욕이 없었다. 그가 밥을 먹는 것은 그냥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였다. 심지안은 결국 성연신을 보며 눈을 흘겼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게 확실하다.일부러 허리를 짚은 심지안이 얘기했다.“임신해서 오래 서 있지 못하겠어요.”“그럼 짧게 서 있어요. 대충 두 가지 요리만 하면 돼요.”심지안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성연신은 마음 약해지지 않았다. 요리를 하는데 길어봤자 한 시간이 든다. 임산부는 오래 누워있어도 좋지 않다. 일어나서 적당한 운동도 해야 한다.“그래요.”심지안은 이를 꽉 물고 대답했다. 속으로는 성연신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그렇게 먹고 쓰레기통에나 처박혀버리던가!’그것도 모르고 성연신은 그저 만족스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면서 얘기했다.“착하네요.”“얼른 가서 배청미의 정보나 알아봐요!”심지안은 빨리 성연신을 재촉했다. 왜 배청미가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알아봐야 했다.누가 시킨 건가?하지만 손남영의 집안은 금관성의 부동산 업계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 손남영과 사귀는 사람이니 돈이 모자라지는 않을 텐데.게다가 이유 모를 익숙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니...성연신은 침실에서 나와 서재로 걸어갔다. 사람을 시켜 배청미를 조사하기 전에 그는 먼저 손남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연락하려고 했는데, 어르신은 어떻게 됐어요? 고비를 넘겼대요?”“잠시는 괜찮아. 하지만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깨어난다고요?”손남영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식물인간이 된 거예요?”성연신이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더니 얘기했다.“응.”손남영도 그를
심지안은 그런 성연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흥하고 코웃음을 친 심지안은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자기절로 만든 음식이니 성연신만 먹게 할 수 없다.심지안은 배불리 먹었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음식은 성연신의 배속으로 들어갔다.“배청미의 자료예요. 봤는데 큰 문제는 없어요.”심지안은 테이블에 놓인 자료를 보고 조용해졌다.그리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료를 확인했다.배청미. 25살.해외에서 4년간 유학하다가 올해 귀국하여 한림그룹 재무팀에 면접을 보고 입사.아버지는 슈퍼를 운영 중이고 어머니는 가정주부. 그 뒤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의 사진이 일일이 붙어있었다. 성연신의 말처럼,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냥 일반인 같았다.하지만 심지안은 여자의 시선으로, 배청미의 얼굴이 유학을 다녀온 후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챘다.심지안은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라 흥분해서 테이블을 내려쳤다.“고미연 씨의 사진 좀 보여줘요.”성연신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심지안의 생각을 읽어냈다. 그리고 차가워진 목소리로 물었다.“배청미가 고미연을 따라 성형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네!”심지안은 배청미의 고등학생 시절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이 코를 봐요. 어제 봤을 때랑은 조금 다르지 않아요? 어제 봤을 때, 배청미의 콧볼은 살짝 작았어요. 사진의 배청미는 더 자연스럽게 예뻐요.”지금의 배청미는 예전과 80% 정도 닮아있었다.심지안이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관찰하니 확실히 달랐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뭘 알 수 있는 건 아니다.“여자는 원래 꾸미는 데 관심이 많잖아요. 이런 변화는 흔한 거예요.”“그러니까 고미연과 배청미의 사진을 좀 더 보여달라고요. 포토샵을 하지 않은 거로요.”몇 년 만에 사람이 조금 변할 수는 있다. 더 예뻐지고 꾸미고 화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가 변한 건 성형을 했다는 뜻이다.“성형외과 의사를 찾아서 물어봐요.”만약 성형을 했다면, 그것도 손남영의 첫사랑을 따라 성형을 한 것이라면 매우
“똑똑, 자기야, 안에 있어? 차를 끓여 왔는데...”손남영은 성연신이 보낸 사진을 꺼버리고 입을 열었다.“들어와.”배청미는 차를 가져와 손남영 앞에 놓으며 슬픈 얼굴로 얘기했다.“자기야, 사실 아직 자기한테 얘기하지 않은 일이 있어.”“뭔데?”손남영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아까 밖에서 성 대표님이랑 통화하는 거 다 들었어. 방해가 될까 봐 들어오지 않았는데...”그 말을 들은 손남영은 난감해졌다.“그게, 내 얘기 좀 들어봐. 나쁜 마음으로 한 얘기는 아닌데, 네가 내 친구 중 한 명이랑 너무 닮아서...”“첫사랑이야?”“어떻게 알았어?”손남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전에 얘기한 적 없을 텐데.”“짐작했어.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라 하던지. 게다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잖아. 모를 수가 없지.”배청미는 손남영의 목에 팔을 두르며 애교를 부렸다.“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 지금 여자 친구는 나니까.”“당연하지. 지금 내 마음속에는 너 하나뿐이야.”손남영이 그렇게 얘기하며 배청미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무슨 일을 나한테 숨긴 거야?”“나... 고등학교 3학년 때, 트럭에 치인 적이 있어서 두 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 몸은 괜찮았지만 얼굴에 흉터가 크게 남았어... 해외로 유학하러 갔을 때, 얼굴 때문에 많이 비웃음 받았어.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돈을 모아 성형했어. 내 코, 눈, 턱... 다 성형한 거야.”그렇게 얘기한 배청미는 청초하게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 그것때문에 싫어할까 봐...”“내가 널 정말 사랑하는 걸 알잖아...”손남영은 우는 여자한테 마음이 약했다. 게다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얼른 그녀를 달래주었다. 성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성연신도 배청미가 차 사고로 성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심지안은 믿지 않았다.사랑에 빠진 남자는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한다.심지안은
심지안은 미궁에 빠진 것 같았다. 희미한 안개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기분이었다.두 사람이 떠나려고 할 때, 한 여자가 학교에서 걸어 나와 두 사람을 막고 물었다.“혹시, 배청미랑 무슨 사이에요?”심지안은 그 사람을 보며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왜요? 무슨 일이죠?”“다른 뜻이 아니라... 저는 청미의 고등학교 친구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로 돌아와 선생님을 하고 있어요. 아까 이분이 사무실에 들어와 청미의 소식을 물어보는 걸 옆에서 들었어요.”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또 물었다.“두 분은 청미의 친구예요?”“네.”“혹시... 두 분도 청미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생각해요?”심지안과 진유진은 서로 마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앉아서 자세히 얘기할까요?”“네. 청미가 해외에서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봤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생긴 것도 조금 변하고 성격도 예전과 아예 다르니까... 이상하잖아요!”그제야 심지안은 자기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들의 앞에 나타난 배청미는 진짜 배청미가 아니었다.가기 전에 심지안은 배청미의 동창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오후에 성연신이 심지안을 데리고 병원에 재검사받으러 갔다. 검사보고를 보던 의사는 상태가 전보다 좋아졌지만 임산부라서 효과가 센 약을 쓰지 못해 예상한 상태에는 달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병원에서 나와 입구까지 왔을 때, 마침 정기 검진을 받으러 온 임시연을 마주하게 되었다.임시연은 오랫동안 성연신과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만나게 되자 마음 한구석이 찔려서 배를 안고 그에게로 걸어갔다.“여기서 검사받아?”성연신은 임시연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잊었구나, 연신아. 네가 예약해 준 산후 조리원이 이 부근이라서 마침 이곳으로 왔어. 지안 씨도 검진받으러 온 거야?”“전 먼저 차에 갈게요.”심지안은 임시연을 보고 싶지 않아 앞만 보고 두 사람을 지나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임시연은
병원.심지안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배청미가 이러는 건 나와 상관이 없어요…”“됐어요. 그만 말해요.”손남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할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도 지안 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배청미가 이렇게 됐는데도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지안 씨는 우리가 바보로 보여요?”심지안은 목구멍에 솜으로 꽉 막힌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하려고 할 때 이진우가 먼저 차갑게 말했다.“지안 씨가 나타난 후부터 지안 씨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다쳤어요. 성연신, 성연신 할아버지, 지금은 손남영의 약혼녀까지 다쳤어요. 다른 사람이 지안 씨를 해치려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누가 지안 씨를 해쳤나요? 오히려 그들이 피해자예요.”“하지만 난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사실만 얘기했어요. . .”“그럼 왜 매번 지안 씨는 다치지 않고, 다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에요?”심지안은 시종일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성연신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술은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는 너무 괴로웠다.겉으로 보이는 상처를 받지 않으면 무사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를 입을지언정 억울함과 모독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난 아니에요. 믿든 안 믿든 난 그녀를 밀지 않았어요. 그녀는 심연아예요. 우리를 속이러 온 것 같아요. 연아가 남연 씨에게 접근한 것도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환자가 깨어났습니다.”간호사가 나와서 말하자 손남영은 심지안의 말을 듣지 않고 재빨리 병실로 들어가 배청미의 상황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병실로 들어갔다.심지안은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정말 죄인이 된 것 같았다.성연신이 잘생긴 얼굴로 말했다.“왜 배청미와 함께 화장실에 갔었어요?”심지안은 그의 말을 순식간에 알아듣고는 멍하니 물었다.“연신 씨도 지금 날 의심하는 거예요?”“지안 씨는 청미 씨를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어요.”한발 물러서서 배청
손남영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억울하겠어.”심연아는 병원에 남아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손남영은 회사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차를 몰고 돌아갔다. 그는 컴퓨터를 가지고 다시 병원으로 와서 그녀의 옆을 지켰다. 심연아는 옆에 사람이 없을 때 한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심지안이 내 정체를 안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상대방이 답장을 보내왔다.「손남영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심연아가 대답했다.「다른 사람들은 저를 믿고 있어요. 」상대방에게서 다시 답장이 왔다.「긴장하지 말아요. 」성연신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병원에서 바로 성원 그룹으로 갔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거실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니 날이 밝아왔다. 그는 바로 차를 몰고 아침 회의하러 회사로 향했다.회의를 마치고 정욱은 아침밥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드세요.”성연신은 다크써클이 눈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심지안이 나를 찾지는 않았어?”정욱은 성연신의 휴대폰을 쳐다보며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네...”성연신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제 지안이가 나에게 손남영의 약혼녀가 심연아라고 말했어. 심연아는 지안이의 이복언니야.”“아... 그럴 리가요. 두 사람 완전히 다르게 생겼잖아요.”정욱도 손남영의 약혼녀를 본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르게 생겼다.“만약 성형했다면?”“너무 터무니없는 거 아니에요?”정욱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현재 성형 기술은 엄청 발전해 있었다. 이 점을 생각한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가능성 있어요.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성연신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감옥에 가서 은옥매의 피를 좀 뽑아와. 머리카락이나 손톱도 괜찮아. 아무거나 가져와.”“대표님, 은옥매와 손 대표님의 약혼녀 친자 검사를 하시려고요? 손 대표님께서 동의할까요?”“걔 동의가 왜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