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일어나보니 세 사람은 모두 떠났다.거대한 방에는 심지안, 한 사람만이 남았다.전과 같이 그녀의 자유를 구속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심지안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었다. 다만 보디가드가 반드시 따라붙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심지안은 성연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이제는 핸드폰을 쓸 수 있으니 진유진은 심지안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대화를 조금 나눴다.“내가 놀러 갈까? 어차피 휴가라서 할 일도 없어.”심지안은 잠깐 멈칫하더니 물었다.“중정원에 오게?”“응. 너 혼자서 심심하잖아. 밖에서 만나면 보디가드들이 많이 따라붙을 거고.”한번 나가는 데 이렇게 많은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다니면 모르는 사람이 보고 조직 보스의 애인이라도 되는 줄 알 것이다. “그래. 와.”심지안은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았다. 성연신은 잠시 오지 않을 것이다.40분 후, 진유진이 많은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심지안을 보며 턱을 치켜들고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과자 좀 샀어. 임산부가 먹어도 된대.”심지안은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차올라 진유진을 꽉 껴안고 얘기했다.“역시 네가 최고야.”“으이구, 됐어. 안 속아. 이거 들고 있는 내 팔이 다 아파.”“내려놔도 괜찮아.”심지안은 그녀를 감시하는 가정부에게 얘기했다.“이걸 2층에 있는 제 방으로 가져가 주세요.”가정부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저 짐을 들고 작게 중얼거렸다.“난 집안일을 하러 온 거지 이런 일을 하러 온 게 아닌데...”“그럼 맡은 일만 해요. 보디가드처럼 저를 하루 종일 감시해도 월급은 안 오를 테니까요.”“...”중얼거리는 것까지 보아내다니. 게다가 바로 말대꾸까지 하다니.도대체 성 대표님이 왜 이런 여자를 마음에 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유진이 와주어서, 심지안의 기분은 많이 나아졌다.두 사람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동창들의 얘기부터 회사 상사까지, 모두 두 사람의 화
진유진은 굳어버린 채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뭐라고요?”갑자기 성연신이 이렇게 착하게 나온다니.“장홍수의 작품이 마음에 들면 다 가져가요. 여기에서는 자리만 차지하는 것들이라.”그러더니 뒤에 있는 정욱에게 얘기했다.“도와서 옮겨줘.”정욱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하실로 가서 옮겨주었다.성연신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놀라서 굳어버린 진유진을 보다가 얘기했다.“저번 주, 병원에서는 내가 충동적이었어요.”진유진은 성연신이 사과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각상을 몰래 가져다려던 것이 들통나서 성연신과 대들 용기도 없었다.“네... 알겠어요...”성연신은 침실 쪽을 바라보더니 얘기했다.“시간이 되면 지안 씨를 보러 자주 와줘요. 혼자 이곳에서 머무르면 답답할 테니까.”진유진은 그 얘기가 싫었다.“그럼 놓아주면 되잖아요.”“지금은 안 돼요.”비밀 조직은 위험한 사람들이었다. 성연신이 한눈을 팔면 언제든지 심지안을 공격해 올 수도 있다. “나중에는 놓아줄 거예요?”진유진이 비웃듯이 얘기했다.“나중에도 안 돼요.”성연신의 목소리에는 고집스러움이 묻어있었다.진유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말을 아꼈다. 쳇, 하고 코웃음을 치고 정욱을 찾으러 갔다. 그리고 작은 조각상을 돌려주며 얘기했다.“전 쓰레기가 주는 물건은 안 받아요!”조각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성연신이 그녀를 업신여기게 할 수는 없었다.정욱은 사람만큼 큰 조각 두 개를 겨우 옮겨 나왔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진유진을 보고 바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제발 가져가요. 내가 어떻게 꺼낸 건데. 이미 충분히 힘들어요.”진유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정욱이 진유진을 끌고 사라졌다. ...샤워를 마친 성연신은 가정부가 한약을 데워서 가려는 것을 보고 얘기했다.“이리 줘요.”“제가 할게요. 아가씨가 한약만 보면 진정하시지 못해서, 성 대표님이 가시면 더욱 안 좋을 수 있어요.”“괜찮습니다.”가정부는 굳게 닫힌 침실의 문을 보며 어쩔 수 없이 한약을 성연신에
심지안은 이상한 표정으로 성연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성연신은 그녀가 감동한 줄 알고 얘기했다.“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 브랜드에 투자했어요. 선진 그룹 바로 옆에 개업했을 거예요.”그와 동시에 심지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진유진이 보낸 것이었다.「미친, 내가 뭘 봤는지 알아? 성연신이 너를 위해 프렌차이즈를 열었어. 이름도 S&S라고, 네 성에서 따온 거야.」“...”성연신은 가볍게 기침하고 얘기했다.“이건 그쪽 브랜드에서 감사의 의미로 적은 겁니다.”“연신 씨, 이렇게 힘 빼지 말아요.”성연신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왜요?”“전 연신 씨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심지안은 꾹 눌러뒀던 말을 꺼냈다. 차가운 눈은 이미 빛을 잃어 고요한 늪 같았다.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심지안은 이제 성연신을 믿을 수 없었다.결혼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일이다. 결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별로 좋지 않았다.그렇다면 2년 후, 10년 후는 더욱 힘들 것이다.서로의 콩깍지가 벗겨지면 심지안에게 어떤 일이 들이닥칠지, 상상하기도 무서웠다.인생은 길다. 심지안은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성연신의 입꼬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성연신은 심지안과 진현수의 일도 받아들였고 그녀의 아이도 받아들였다.심지안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그런데 왜 심지안은 여전히 불만스러워하는 것일까.“당신이 잘해준 건, 나에게 입힌 상처의 1%나 될까 말까예요.”병 주고 약 주고.심지안은 이미 지쳤다.성연신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가슴 아파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럼 지안 씨는요? 나한테 상처 준 적이 없어요? 우리는 다 서로에게 상처를 줬어요. 왜 서로를 용서할 수 없는 거예요?”심지안은 고개를 쳐들고 소리를 질렀다.“나는 잘못한 거 없어요! 항상 당신이 나한테 잘못한 거죠!”성연신의 시선은 심지안의 동그란 배에
성연신은 시선을 내려 심지안의 눈시울이 토끼처럼 붉어진 것을 발견했다. 물기에 젖은 눈동자와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은 어떤 남자도 당해내지 못하고 심지안을 위로해 줄 것이다. “왜 울어요.”성연신은 마음이 아파 재빨리 심지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성연신이 심지안을 괴롭힌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우는 것인지.“손대지 마요.”심지안은 성연신의 손을 밀어내고 눈물을 훔치며 성연신을 무시해 버렸다.성연신도 어쩔 수 없었다. 커다란 손으로 심지안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를 전했다.어느 정도 진정이 된 심지안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졸음이 몰려왔다.눈을 감자 바로 잠이 쏟아졌다.성연신은 떠나지 않고 심지안을 안고 잠에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철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홍지윤이 죽어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성연신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사람 몇 명을 데리고 홍지윤을 끌고 부두로 와요. 이따가 도착할 테니.”안철수가 머뭇거리며 얘기했다.“정말 물고기 밥으로 던져줄 건가요? 비실비실해서 물고기 밥이 될 수 있겠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물고기가 뼈를 씹어먹을 것도 아니고...”“쓸데없는 말이 많네요.”“알겠습니다. 이따가 봬요.”전화를 끊은 성연신은 송준의 연락처를 찾아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그리고 바로 차에 탔다.송준은 문자를 받은 후 바로 송석훈을 찾아가 물은 후 대답을 받았다. 송준은 한참이나 멍하니 있으며 송석훈이 보내온 문자를 보고도 믿지 못했다.부두로 향하는 길. 송준은 임시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홍지윤을 구해오라고 했는데 왜 계속 가만히 있어요?!”임시연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홍지윤이 어디 갇혀있는지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구해요. 성연신이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연신이 앞에서 잔머리 굴리는 게 쉽지 않아요.”“쓸모없는 사람.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임시연이 성연신을 유혹한 지 오래되었지만 임신은 결국 심지안이 했다.“그렇
홍지윤을 본 송준은 놀랐다. 홍지윤은 다리 하나가 부러져 있었고 얼굴은 흙빛에,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원래도 마른 몸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살가죽이 뼈에 붙을 만큼 살이 빠져있었다.홍지윤은 송준을 보고 표정이 약간 환해졌다.송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홍지윤을 바라보지 못했다.안철수가 의자를 가져와 성연신 옆에 놓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성연신은 저승사자 같은 차가운 얼굴로 도도하게 송준을 내려보고 있었는데 권력자의 포스는 여전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패딩을 입은 안철수는 몸집이 더욱 거대해졌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송준을 보며 물었다.“돈은? 4천억을 가져오라고 했을 텐데.”“아버지가 홍지윤을 너한테 넘기기로 했어. 쓸모없는 사람이니 이제 비밀 조직에서도 큰 가치가 없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지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홱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해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 없어! 송석훈 님이 나를 버릴 리 없어!”송준은 홍지윤을 무시하며 성연신을 보고 얘기했다.“치워버려.”“앞으로 송석훈이 너한테 똑같은 말을 할 것 같지 않아?”웃을락 말락 하는 성연신은 이런 결과를 예상한 듯했다.송준은 여전히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그럴 리 없어. 난 아들이야. 홍지윤과는 달라.”“네가 무슨 친아들도 아니고.”“죽일 거야, 말 거야? 내가 도와줘?”송준은 짜증스레 얘기했다. 이 짜증은 홍지윤에 대한 죄책감과 이해할 수 없는 매정한 선택을 한 송석훈한테서 비롯된 것이었다.송석훈이 잔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홍지윤은 비밀 조직에서 10년을 일했다.10년 동안 같이 산다면, 키우던 개한테도 감정이 생길 것이다.성연신은 나른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썹을 까딱였다.“안철수 씨.”“네.”안철수는 고양이를 들어 올리듯이 홍지윤의 멱살을 잡고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홍지윤의 아래에는 차갑고 깊은 바닷물이었다.묶여있지 않고, 다리가 부러지지 않아도 이
“성 대표님, 이렇게 해서 이 여자가 우리한테 고마워할까요?”성연신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의 홍지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고마워할 필요까지는 없어. 송석훈을 원망하게 만들면 돼.”홍지윤은 비밀 조직의 핵심 인원으로서 많은 일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성연신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파낼 예정이었다. 홍지윤을 죽여봤자 괜히 손만 더럽히는 꼴이 될 거니까....심지안은 깊게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하늘이 어두컴컴해진 후였다.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옆을 더듬거렸다.그 어떤 온기도 없이 차가웠다.보아하니 성연신은 일찍이 떠난 모양이었다.내려가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서백호가 들어왔다.“가서 이 제비집을 끓여요. 그리고 내려가서 어르신의 카디건을 가져와요.”서백호는 두 가정부에게 일을 시키고 손을 저으며 빨리 행동하라고 눈치를 줬다.가정부는 서백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빠릿빠릿 행동했다.심지안은 부엌으로 가서 수저를 들고 오더니 얘기했다.“제비집을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같이 식사하고 가세요.”“난 오늘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찾아온 건 긴히 할 말이 있어서예요.”“제비집을 주시러 온 게 아니에요?”숟가락을 들고 있던 심지안은 그대로 굳어버려 국을 흘리고 말았다.서백호는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가정부가 멀리 떠난 것을 본 서백호는 다시 심지안을 바라보며 얘기했다.“내일 점심, 차 한 대가 지안 씨를 데리러 올 거예요. 차를 타고 와요. 만날 사람이 있어요.”심지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누구요?”“만나면 알 거예요.”서백호는 부드럽게 웃으며 얘기했다.“지안 씨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요.”“보고 싶은 사람...”심지안은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데...”엄마. 그리고 할아버지.심지안을 잘 대해주던 두 사람은 이제 세상을 떠났다.서백호는 작게 웃으면서 믿음직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가보면 알아요. 지금은 많이 말할 수 없어요.”“연신 씨가 저를 막으면
김민수는 한참이나 침묵을 지켰다. 전화가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임시연은 마음이 복잡해서 다시 입을 열었다.“민수 씨, 민수야? 듣고 있어?”“무슨 일이죠.”“너랑 얘기 좀 나누고 싶어서 그러는데, 우리 좀 만날까?”대답을 들은 임시연은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나를 만나서 한 번 더 죽이려고요?”“아니... 그건 오해야... 만나서 제대로 해명하게 해줘. 나도 어쩔 수 없었어...”임시연이 울먹이면서 불쌍한 척 얘기했다.“성연신의 침대에 기어 올라간 것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거예요?”“그래...”임시연의 울먹임은 더욱 커졌다.“제발... 이렇게 날 수치스럽게 만들지 마... 모든 일은 내가 만나서 해명할게.”“생각 좀 해볼게요.”임시연은 살짝 짜증이 났다. 예전의 김민수는 제발 한 번만 만나달라고 매달려서 구애하던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성을 붙잡은 임시연은 앞으로 남은 날이 많다고 생각하며 화를 억눌렀다.작은 일에 흔들리면 큰일을 망칠 수 있다.김민수의 존재는 가장 큰 우환이다. 김민수가 임시연을 까밝히는 순간, 임시연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그래. 그럼 천천히 생각하고 나서 다시 연락해.”...동지가 지나자 날은 더욱 추워졌다.밤에는 눈이 내렸는데 그 세상에 밖은 눈으로 뒤덮여 버렸다. 아침, 성연신은 심지안을 데리고 쇼핑몰에 가서 겨울에 입을 임산부의 옷을 골랐다.쇼핑몰에서 주차장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길가에서 탕후루를 파는 것을 본 심지안은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성연신은 심지안의 뜻을 알아차리고 바로 물었다.“어느 탕후루가 먹고 싶은 거예요? 오리지널? 아니면 딸기요?”“오리지널이요.”“두 개 주세요.”심지안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보며 얘기했다.“난 하나만 먹을 건데요?”“냉장고에 넣어두고 오후에 더 먹어요.”오랜 시간 동거하다 보니 성연신은 심지안의 습성을 잘 알았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일부러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었다.오리지널 산사 탕후루를 다 먹고 나니 이가 시릴 정도였다.성연신은 친절하게 보온병은 건네주었다. 보온병의 물을 반 정도 마시고 나서야 심지안은 입안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중정원에 돌아온 후, 성연신은 얼마 있지 않고 바로 회사로 갔다.심지안은 낮잠을 자지 않고 1층 소파에 앉아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벽에 걸린 시계의 시침이 1을 가리키자, 서백호가 찾아왔다.환한 표정의 심지안이 바로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백호 아저씨!”서백호는 심지안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러자 심지안이 바로 따라갔다.마당으로 나갔지만 보디가드들은 심지안을 막지 않았다. 심지안은 마음 편히 서백호의 차에 앉았다. 옆의 서백호는 심지안을 위해 문을 닫아주면서 얘기했다.“나는 가지 않을 겁니다. 사람이 많으면 눈에 띄기 쉬우니까요. 그곳에서 가서 2번 방을 찾아가면 됩니다.”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고 창밖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두 손을 꽉 쥔 심지안의 마음은 떨리고 긴장되었다.심지안의 예상이 십중팔구 맞을 것이다.할아버지는 살아있다....이름이 무릉도원인 한 식당.이곳은 비밀스러운 곳이었다. 모든 룸은 따로 된 마당이 있었다. 물론 벽 하나만 사이 두고 있지만 서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어젯밤에 눈이 내렸기에 직원들은 티테이블을 마당에 내왔다. 그 옆에 난로까지 두니, 차를 마시면서 설경을 즐기는 것이 별미였다.임시연은 새하얀 눈밭에 서서 김민수의 팔짱을 끼려고 했지만 김민수는 차갑게 피하면서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나한테 손대지 마요.”김민수가 차갑게 밀어냈다.임시연은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랑 연신이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네 애를 임신하고 성연신을 찾아갔겠어? 난 그냥 우리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던 것뿐이야.”“사실은 그냥 성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