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아저씨, 제발 도와주세요. 연신 씨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심지안은 울먹임을 겨우 참으며 억울한 말투로 얘기했다.정말 요즘 견디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서백호는 옆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심지안의 말을 듣고 있는 성수광을 흘깃 보다가 물었다.“도련님과 화해하지 않았어요?”“아니요. 절 전혀 믿지 않아요. 이젠 믿어달라고 하는 것도 지쳐요.”두 사람의 사랑은 사막의 신기루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신기루를 쫓아 들어가 보면 두 사람은 항상 싸우고 서로 의심했다. 이제는 너무 지쳤다. 이런 사랑이라면 그냥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헤어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서백호는 어떡해야 할지 몰라 성수광에게 입 모양으로 물었다.“어떻게 할까요?”“지안이에게 그 아이가 다른 자식의 아이인지 물어봐.”서백호는 입을 딱 벌린 채 질문을 하지 못했다.성수광은 혀를 쯧, 하고 찼다. 나이가 몇 개인데 이런 질문도 부끄러워하다니.1분 정도 침묵하던 서백호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솔직하게 얘기해 줘요. 배 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입니까.”성수광은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뭐 얼마나 대단한 말을 하려고 시간을 끌었나 했더니 거기서 거기였다. “연신 씨의 애라고 하면 믿어줄 건가요.”심지안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서백호는 성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니 성연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하지만 서백호는 웃어른이니, 심지안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질문에 대답해 줬다.그리고 심지안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믿어줄 거란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랬다.서백호는 성수광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나는 지안이를 믿는다고, 내가 그놈이랑 잘 얘기해 보겠다고 전해줘.”“지안 씨, 저는 지안 씨를 믿어요. 제가 곧 그놈... 아니, 도련님이랑 얘기해 볼 테니 곧 오해를 풀 수 있을 거예요.”“백호 아저씨, 제가 오늘 연락한 건 연신 씨와 화해하게 해달라는 말이 아니에요.”심지안은 결심한
성수광은 심지안의 목소리에서 원망을 느끼고 손을 저었다.“더 자극하지 말고 일단 알겠다고 해.”서백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기에 대고 얘기했다.“도련님을 설득해 볼게요.”심지안은 조금의 희망을 잡은 듯했다.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백호 아저씨, 고마워요. 그럼 저는 더 방해하지 않을게요.”...전화를 마친 서백호는 머리 아프다는 듯 성수광을 쳐다보았다.“어르신, 어떻게 할까요. 두 사람, 이번에는 정말 헤어질 것 같은데요.”심지안 배 속의 아이가 정말 성연신의 아이라면, 성연신이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들이다.성수광도 무거운 마음으로 얘기했다.“두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안이의 아이야. 화해를 시키려고 해도 일단은 그 애가 누구 애인지 알아봐야 해.”“지안 씨의 태도를 보면 유전자 검사를 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성수광은 찻잔을 들고 마시지 않은 채 어지러워진 바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성수광이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안 서백호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한쪽으로 물러났다.“나랑 지안이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어르신, 만약 다른 사람한테 발각되시면... 귀신이라도 본 줄 알 겁니다. 신중하셔야죠.”성수광도 어쩔 수 없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그놈의 손자도 손 봐줘야지. 손자며느리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서백호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몸도 성치 않으시잖아요...”얼핏 보기에는 송씨 가문의 수에서 벗어난 것 같지만 사실 독이 몸 곳곳에 퍼져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매일 약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요하게는 심장이 가장 안 좋았다.“조금이면 돼. 그저 터놓고 대화 좀 하는 건데, 내가 죽기라도 하겠어?”성수광은 잔소리하는 서백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얼른 가서 기회를 잡아.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서백호는 성수광을 이길 수 없어 그의 말을 따랐다....다른 한편, 진유진은 심지안이 낙태 수술을 하지 않은게 고청민 덕분이라고 생각했다.케이크 두 개를 만들어
“미약하긴요. 이건 지안이를 살린 거나 다름없어요. 지안이가 성연신한테서부터 자유로워지면 고마워할 거예요.”진유진이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고청민은 약간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집에서 휴식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직 자유롭지 못한 거예요?”“저도 잘 모르겠어요. 성연신이 중정원으로 데려갔다고 하던데, 일단 지안이와 아이는 무사해요.”하지만 진유진은 한약의 일을 모르고 있었다. 심지안은 진유진이 걱정할까 봐 성연신이 그녀에게 한약을 먹인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고청민은 심지안의 상황이 눈에 훤했다.“그러니까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갇혀있다는 거죠? 예전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네요.”“비슷해요. 그래도 병원보다 나을 거예요. 저한테 전화도 했거든요.”“뭐로 전화한 거예요? 핸드폰이에요?”“아니요, 중정원의 집 전화기로요.”고청민은 그제야 이해하고 중정원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대화를 끝내기 위해 아무 핑계나 대었다.“고청민 씨, 지안이를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하지만 배 속의 아이한테 잘해줘야 해요. 편견을 가지지 말고요.”진유진은 스스로 그 말을 하면서 조금 미안하다고 생각했다.심지안은 예쁘게 생기고 본인의 회사도 있으며 애가 딸린 이혼녀다. 하지만 세움처럼 큰 기업을 가진 고청민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게 났다.그래도 감정이라는 것은 쌍방이 원하는 것이 아닌가.고청민은 잠시 굳었다가 대답했다.“오해에요. 전 지안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거짓말하지 마요! 난 알아봤다고요!”처음 고청민을 만났을 때부터, 진유진은 알 수 있었다.진유진은 고청민이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청민은 이미 끊겨버린 전화기에서 나는 기계음을 듣다가 시계를 쳐다보았다.오후 네 시.성연신은 아직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있을 것이다.고청민은 진유진이 남겨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누굴 찾으시는 거죠?”전화를 받은 사람은 중년 여성이었다.고청민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
요즘 금융 업계의 한 사람이 김슬비와 썸을 타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 교류회에는 김슬비도 와있었다.김슬비는 임시연의 손을 잡고 흥분해서 얘기했다.“축하해! 곧 성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겠네!”임시연은 작게 웃고 얘기했다.“아직 일러. 심지안이 꺼지지 않았거든.”“...바람을 피우고도 성연신에게 빌붙으려고 해? 정말 낯짝도 두껍네!”김슬비는 눈을 굴리다가 임시연을 잡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심지안이 누구랑 바람피운 거래? 성연신보다 돈도 많고 잘생겼어?”“넌 모르는 사람이야.”“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면 성연신보다 돈이 많은 건 아니겠네. 조심해. 심지안이 후회라도 한다면...”임시연의 눈에 이상한 기색이 어렸다.“내가 알아서 할게.”“아, 맞다. 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리미티드 차량을 선물했었잖아. 유명한 연예인도 살 자격이 안 되는데. 나중에 그 차를 끌고 나와서 나 드라이브 시켜주면 안 돼?”“그건 내 차가 아니라서 연신이한테 얘기할 수 없어.”“그럼 너도 성연신한테 한정판인 차를 제작해달라고 해!”“하지만 한 사람은 한 번밖에 사지 못해.”“그래, 그러니까 비싼 거야! 만약 성연신이 네게 차를 제작해 준다면 심지안은 이미 잊고 이제는 너를 더욱 사랑한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임시연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여러 비즈니스 업계의 큰손 사이에서 대화 중인 성연신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조각상처럼 잘생겼고 차가웠다.“어때? 성연신 마음속에서 네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지 않아?”김슬비가 성연신을 보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속으로는 자기도 제작된 스포츠카를 얻어 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이런 비싼 물건을 그대로 심지안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임시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얘기했다.“네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차를 바꿀 때가 된 것 같아.”...심지안은 인터넷의 글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성연신과 임시연이 같이 교류회에 나온 모습을 보게 되었다.얼굴에 감정
심지안은 성연신을 흔들어 깨웠다.“가면을 쓴 여자예요!”성연신은 진작에 발견했다. 담담하게 얘기했다.“진정해요.”그들의 보디가드들은 뒤의 차량에 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그들은 바로 차에서 내려 비밀 조직의 사람들과 싸우기 시작했다.홍지윤은 팔짱을 끼고 차갑게 웃었다.이윽고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까보다 두 배는 많은 사람들이었다.성연신의 보디가드들은 일당백은 하는 사람들이지만 무기를 든 사람들을, 그것도 세 배나 많은 인원을 상대해야 했으니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미간을 찌푸린 성연신이 과감하게 운전석에 앉았다.“안전벨트 매요.”“알아요.”성연신은 빠르게 도로 위를 질주했다. 홍지윤도 그 뒤를 바싹 쫓았다.케이크 점에서 나온 정욱은 멍을 때렸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안철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홍지윤을 떨쳐내기 위해 성연신은 차를 몰고 산길을 올랐다.안전벨트를 꽉 쥔 심지안은 긴장해서 손에 땀이 가득했다.홍지윤은 시야에서 두 사람이 점점 사라지자 운전 중인 부하를 욕했다. 그리고 봉고차 창문으로 상반신을 꺼내 성연신의 차를 향해 표창을 던져 타이어를 망가뜨리려고 했다.그들의 목표는 성연신이 아니라 심지안이었다.임시연에게 후환이 없게, 임시연이 성씨 가문 안주인이 되려면 심지안이 없어야 한다.임시연의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성연신이 임시연에 대한 태도가 점점 변하고 있으니 나중에 성연신과 다시 하나 낳아도 괜찮았다.지금 상황에서 심지안 배 속의 아이를 남겨두는 것은 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이 아이를 없애서 유전자 검사를 할 기회도 없게 해야 한다.다행인 것은, 성연신의 차는 개조된 차여서 표창도 뚫을 수 없다는 것이다.심지안이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두 사람 앞에 절벽이 나타났다.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심지안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그럼 우리는 어떡해요?”성연신은 차가운 표정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물러날 길이 없다면 맞서야 한다.핸들
성연신은 차가 조금씩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동공이 살짝 떨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심지안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려움에 질려 여린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배를 그러안고 보호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연신은 마음이 아팠다. 그 순간, 심장이 아팠다.죽을 위기에도 그 아이를 지키고 있다니.성연신은 핸들을 꽉 잡았다. 손가락부터 점점 손이 하얗게 질려갔다. 머릿속에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면이 떠올랐다. “저기요, 혹시 전화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핸드폰이 배터리가 없어서...”“저도 솔로거든요.”“그렇게 자신만만해하지 말아요. 당신이 먼저 나를 사랑할 수도 있잖아요!”“유혹하는 거라고요!”끝이다. 그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핸들을 놓고 좌석에 기댔다.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성연신은 단지 심지안이 무사하길 바랐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었다.심지안은 아이를 지키고, 성연신은 그런 심지안을 지키고.성연신은 결심을 내리고 명령하듯 얘기했다.“내려요, 당장.”“싫어요. 내가 내리면 연신 씨가 죽을지도 몰라요.”생각이 복잡해진 심지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움직이지 말고 구조대가 오길 기다려요. 차가 이대로 움직이지만 않으면 우리 둘 다 괜찮을 거예요.”“순진하네요. 차가 나간 정도는 우리가 위험할 정도가 아니에요.”심지안의 동공이 바르르 떨렸다. 더 심각한 결과가 떠올랐다. “길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길이 끊어졌어요.”성연신이 길게 숨을 들이쉬고 어두운 눈으로 얘기했다.“더 시간 끌면 둘 다 같이 죽는 거예요.”심지안은 굳어버렸다. 예쁜 얼굴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 드러났다.“내가 차에서 내리면 연신 씨는요?”“나도 뛰어내릴 거예요.”“그럴 시간이 돼요?”“해봐야 알죠.”차가 중심을 잃고 떨어지기 전에 뛰어내려야 한다. 하지만 심지안이 내리면 차는 바로 중심을 잃을 것이다.심지안은 커다란 돌덩이가 심장을 짓누르고 있는 기분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성연신의 말은 확
성연신의 손은 땀과 피로 끈적거렸다. 아무렇게나 피를 옷에 닦은 성연신이 핸들을 꽉 잡고 물었다.“날 믿어요?”그건 성연신도 생각해 본 방법이었지만 성공할 확률이 너무 낮았다.그러다가 길이 갈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후과는 상상하기 어려웠다.혼자라면 모험해 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이니 고민되었다.“믿어요.”심지안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얘기했다.“후진해요. 희망이 있다면 모두 시도해 봐야죠.”성연신은 앞을 바라보면서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얘기했다.“무서우면 눈 감아요.”심지안은 두 손으로 배를 꼭 끌어안고 가빠진 호흡으로 눈을 떴다. 앞의 길을 똑바로 보려고 했지만 차가 흔들리자마자 갑작스러운 무중력감이 밀려와 놀란 심지안은 또 눈을 꼭 감았다. 큰 소리가 들렸다. 길이 또 무너졌고 흙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성연신은 차에 시동을 걸고 핸들을 꺾은 후 후진을 했다.아래의 길은 계속해서 부서지고 있었고 떨어지는 흙모래가 사방으로 튀어 흙먼지가 일었다.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었다.성연신은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차를 조종했다.다행인 것은 땅이 꺼져내려 가기 전에 차가 안전한 곳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이 너무 좁은 탓에 차가 암벽과 부딪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꺼져버렸다.고개를 들어 주변을 본 심지안이 한숨을 돌리고 기뻐하며 물었다.“안전해진 거예요?”성연신의 미간은 겨우 펴지려고 하다가 다시 찌푸려졌다. 백미러에서 뭔가를 본 성연신이 빠르게 안전벨트를 풀고 뒷좌석으로 와 심지안을 보호 하듯 자기 품으로 안았다.심지안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뒤를 쳐다보았다.홍지윤이 산기슭에 서서 돌덩이를 던지고 있었다....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느새 피어오른 안개가 눈 앞을 가릴 정도였다.심지안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구급차 위였다.빗물이 구급차의 창문을 규칙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심지안의 심장박동 소리처럼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다. 산소마스크를 벗은 심지안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정욱은 의사와 병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 고개를 돌려 심지안에게 말했다.“갈비뼈 하나가 골절되었고 등에 큰 상처가 났지만 큰 문제는 없대요. 2주 정도면 거의 회복할 수 있다고 하네요.”성연신의 체질로는 아마 더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심지안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별일 없으면 됐어요.”“우리가 오면서 가면 쓴 여자를 봤어요.”정욱이 갑작스럽게 말했다.“그 여자는 도망갔나요?”“산으로 달아났어요. 안철수가 사람을 시켜 산을 수색 중이에요.”그 산은 크지 않았다. 더욱이 비가 내린 뒤라 산지가 미끄러워 걷기 힘들었다.겨울이 다가와 일반인들은 하루도 산에서 견디기 힘들었다. 가면을 쓴 여자도 기껏해야 2, 3일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심지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안철수는 보광 중신 직원이에요? 아니면 성원 그룹 직원인가요?”심지안은 예전에 이 사람을 만난 기억도 이 사람에 대한 인상도 없었다.“둘 다 아니에요.”“그럼. . .”“저도 잘 모르겠어요.”정욱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저는 성 대표님의 업무상의 일을 빼고는 다른 것들은 잘 몰라요.”심지안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럼 정욱 씨가 여기 남아서 성연신 씨 옆에 있어 줘요. 전 이만 가볼게요.”“성 대표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시려고요?”정욱이 놀라서 물었다.“연신 씨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잖아요. 제가 의사도 아닌데 남아 있어도 쓸모가 없죠.”“하지만 성 대표님은 지안 씨를 구하다가 다치신 거잖아요.”정욱은 담담한 심지안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보통 여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을 보호하는 남자에게 다들 감동하지 않나?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들이 펑펑 울던데?’“성연신 씨가 없었다면 저는 오늘 같은 일을 겪을 필요 없었어요.”심지안이 차분하게 분석했다.정욱은 멍하니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인 것 같네요.”심지안은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이렇게 떠나기 좋은 기회에 그녀가 왜 멍청하게 성연신이 깨어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