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임시연의 옆으로 걸어갔다.임시연은 조금도 거짓이 없이 부드럽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제가 수영할 줄 몰라서. 너무 흥분해서 물속에서 실수로 잡아당겼는데 괜찮죠?”“안 괜찮아요.”“네… 그럼 심지안 씨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한 대 때리면 괜찮을 것 같아요.”임시연이 분노를 억누르며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심지안은 팔을 들어 그녀를 내리쳤다.“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내리쳤고 임시연은 맞은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다.“심지안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성연신이 화를 내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공공장소에서 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내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사람까지 때리다니.’심지안은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시연 씨를 때렸어요. 못 봤어요? 다시 한번 더 때려서 보여줄까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말 똑바로 해요.”“지안 씨가 말을 잘하길 원한다면 성연신 씨도 태도를 바꿔 말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고청민이 적당한 타이밍에 입을 여는 모습이 신사적이었다.성연신은 방금 도착하여 고청민을 보지 못했었다. 그는 고청민을 보고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이건 우리 일이에요. 청민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말을 해요? 심지안 씨를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연이어 세 가지 문제를 내던지면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들지 몰라도 고청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귀여운 덧니를 드러냈다.“우리 일이라고요? 헤어진 거 아니에요?”성연신은 너무 화가 났다. 그는 손을 뻗어 심지안의 귀를 잡고 말했다.“벌써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네?”헤어진 지 3일도 되지 않았는데 고청민이 그들이 헤어진 걸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 둘이 약속도 잡은 것 같았다.‘이 여자 진짜 빠르네.’심지안은 잡힌 귀가 아파 남자의 큰 손을 때렸다.“이거 놔요!”성연신은 그녀의 하얀 귀가 빨개진 것을 보고는 가슴 아파 그녀를 놓아줬다.“연신아, 심지안 씨에게 너무 뭐라 하
고청민은 성연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지안을 쫓아갔다.가기 전에 그는 임시연을 보며 눈빛으로 경고했다.임시연은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성연신은 고청민과 심지안이 나란히 떠나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옆에 있는 손잡이를 몇 번 거세게 내리쳤고 손바닥이 모두 까졌다.임시연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일부러 자상한 척 말했다.“빨리 심지안 씨를 쫓아가 봐. 난 괜찮아.”“괜찮다고?”성연신은 그녀의 속셈을 눈치채고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나에게 이 연극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연기한 거 아니야?”“어떻게 그렇게 나를 생각할 수 있어… 나도 고청민이 올 줄 몰랐어.”임시연은 너무 억울했다. 그녀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이번 만남은 정말 의외였다.“됐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연신아, 나 병원에 가보고 싶어. 내가 차를 몰고 오지 않아서 그러는데 연신이 네가 날 데려다줄 수 있을까?”그녀는 그가 동의하지 않을까 봐 한 마디 덧붙였다.“아주 가까워. 근처에 바로 병원이 있어.”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불편한 거야?”“응.”임시연은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머뭇거렸다.“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너에게 말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무슨 일인데?”“심지안 씨에 관한 일이야. 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나도 확실하지 않아.”“따라와.”차 안. 성연신은 아주 빨리 차를 몰았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쳐 15분 정도에 병원에 도착했다.그는 곁눈질로 임시연을 쳐다보며 마치 낯선 사람을 쳐다보듯이 쳐다봤다.“말해봐. 무슨 일이야?”임시연이 입을 열었다.“오늘 수영장에서 심지안 씨를 봤을 때 조금 이상했어.”그는 의심하는 눈초리로 물었다.“어디가 이상했어?”“나도 내가 잘 못 봤는지 모르겠어…”임시연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말끝을 흐렸다.“빨리 말해. 뜸 들이지 말고.”“알았어.”그녀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머리를
심씨 가문의 저택.심지안은 세탁 완료된 옷을 세탁기에서 꺼내 베란다에 하나하나 널어놓고 있었다.따뜻한 빛이 그녀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심지안은 현모양처처럼 집안일을 하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보다 매우 아름답고 화목했다.성연신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빠르게 뛰었다. 이런 장면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그는 얼른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사과를 씻어 먹으려던 심지안은 성연신이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란 마음에 바로 사과를 버리고 2층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지금 입은 이 잠옷은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이다.“멈춰요.”성연신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심지안은 그런 성연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지만 다리가 긴 성연신은 몇 걸음 만에 심지안의 손목을 잡고 바로 그녀의 배에 자기의 손을 갖다 댔다. 어두워진 그의 눈 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그러더니 기뻐하면서 확신에 찬 어투로 얘기했다.“정말 임신했어요?”심지안은 성연신이 어떻게 눈치챘는지 몰랐다. 속으로는 매우 놀랐지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 부인했다.“아니요. 그저 어젯밤에 많이 먹었을 뿐이에요!”“언제의 일이에요? 몇 개월인데요? 왜 일부러 나한테 숨겼어요?”성연신은 아니라고 잡아떼는 심지안을 믿지 않고 바로 물었다.대답하고 싶지 않았던 심지안은 고개를 숙여 발만 쳐다보았다.“말 좀 해요.”성연신은 심지안의 턱을 잡아 올려 눈을 맞추었다.힘은 딱 좋은 정도였다. 아프지도 않지만 벗어날 수도 없을 만큼의 힘이다.“우린 이미 헤어졌어요. 내가 왜 알려줘야 해요?”심지안은 심통이 나서 짜증을 내면서 얘기했다.“게다가 연신 씨 아이라는 보장도 없잖아요.”“지안 씨, 우리 제대로 얘기해요, 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고 힘주어 얘기했다.그 어떤 남자도 이런 모욕적인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말이 애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더욱 원하지 않는다. “연신 씨나 제대로 얘기해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해요.”성연신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토론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니 아예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심지안의 손을 끌어서 소파에 앉혔다.“아까 한 말, 진심이에요?”“뭐요?”“임시연의 아이와 지안 씨 중에 하나만 고르라는 거요.”심지안은 검은 성연신의 눈을 마주 보고 힘주어 대답했다.“네.”“왜요?”“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 돼요.”적어도 시도는 해봤지만 정말 참을 수 없었다.성연신과 심지안이 사귀기 전에 있었던 아이라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메스껍지 않을 것이다.하필이면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성연신의 실수로 생긴 아이라니.그날 밤이 실수였다면, 실수로 임신한 아이를 왜 책임져야 하는가.심지안은 이해되지 않았다. 성연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예수가 와도 참지 못할 것 같았다.성연신은 심지안이 이렇게 강경한 태도로 나올 줄 몰랐기에 심장이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내 조금 화를 내며 물었다.“나를 떠나는 게 그렇게 쉬워요?”“어쩔 수 없어요. 연신 씨가 이기적으로 자기 생각만 하니까요. 내가 내 생각을 해야죠.”성연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얻게 할 수는 없다.눈을 지그시 감은 성연신은 화제를 돌렸다.“내일 같이 병원으로 가서 검사받아요.”“필요 없어요.”“무조건 검사 받아요. 나는 아직 아이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잖아요.”심지안은 성연신의 고집을 이길 수 없었다.“난 자러 들어갈래요. 이만 가요.”“난 아이의 아빠예요. 같이 갈 거예요!”“연신 씨, 정말 창피한 줄도 모르겠어요?!”“아내랑 아이를 다 잃게 생겼는데 창피한 게 중요해요?”성연신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우아한 얼굴이지만 이럴 때만큼은 뻔뻔하기 짝이 없다.심지안의 입가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나를 놓아주겠다고 했잖아요. 이제 며칠이 지났다고 후회하는 거예요?”“놓아준다고 했지 다신 찾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어요.”“...마음대로 해요. 난 이만 자러 갈 거니까 따라오지 말아요. 내 침대에는 두 사람이
점심에 고연희와 만나고 오후에는 수영장까지 가다니. 참 바쁜 몸이었다....차 열쇠를 갖고 온 심지안은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성연신을 발견했다.영문을 모르겠기에 심지안은 바로 물었다.“왜요?”“테이블 위의 사탕, 누가 준 거예요?”“고청민 씨요.”“그 사람이 주는 물건 받지 말아요. 좋은 마음이 아니에요.”“그래요. 그럼 연신 씨도 임시연의 아이를 갖지 말아요.”이미 까밝혀진 마당에, 심지안은 막 나가기로 했다.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할 거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운전해요.”성연신은 더 얘기해봐야 소용 없다고 생각하고 화제를 끝냈다.심지안은 기분이 나빠 확 욕설을 읊조렸다.“바람둥이.”“...”심지안은 집중해서 열심히 운전했다. 어떤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했다.그 모습을 보며 성연신은 드디어 위험한 장롱면허에서 벗어난 심지안이 기특하고 뿌듯했다.갑자기 앞의 차량이 멈춰 섰다.성연신이 급하게 얘기했다.“브레이크 밟아요.”“아.”심지안은 매우 담담했다.이윽고 성연신은 상반신이 앞으로 밀려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만약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면 성연신은 바로 앞의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을 것이다.하지만 옆의 심지안은 두 손으로 핸들을 꼭 쥔 채 자랑스러운 듯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어때요? 내 운전 실력, 많이 늘었죠?”“...아마도 그런 것 같네요.”성연신은 심지안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심지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해져서는 심씨 저택부터 목적지까지 한 시간 동안 운전했다.병원에 도착한 성연신은 메스꺼움을 참고 심지안과 함께 병원으로 들어섰다.10분만 더 앉아있었더라면 바로 토가 나왔을 것이다.성연신은 심지안과 함께 순서를 기다리며 정욱에게 와서 운전을 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다시는 심지안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검사를 다 하고 의사에게 찾아가니 의사의 대답은 저번과 같았다. 이젠 거의 다 안정되었으
성연신은 머리가 아팠다.“시연이가 지안 씨에 관한 얘기를 해주겠다고 해서 데려다준 거예요.”“내 얘기요?”“지안 씨가 임신했다는 거요.”바로 표정이 굳어버린 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임시연을 보며 물었다.“내가 임신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수영장에서 물에 빠졌을 때, 배가 나온 걸 봤어요.”“그래요?”심지안은 차갑게 웃었다.“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은 물 안에서 눈을 잘 뜨지 못하는데...”임시연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얘기했다.“전 수영을 못해요. 연신이도 알아요. 지안 씨를 속이려는 게 아니에요.”“확실히 시연이는 수영을 못해요.”성연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사실인 거다.전에도 임시연은 수영과 관련된 일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실수로 배에서 떨어져 익사할 뻔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심지안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의도 다분하게 얘기했다.“아, 네, 네. 연신 씨가 가장 잘 알겠죠.”심지안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임시연의 편에 서다니.남자에게 전 여친은 꽤 강력한 추억인 모양이었다.성연신은 할 수 없었다. 지금의 심지안은 마치 건드리기만 해도 털을 쭈뼛 세우는 예민한 고양이 같이 심심하면 화를 내고 있었다. 심지안은 더 이상 성연신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그대로 걸어갔다.성연신은 그런 심지안을 따라가며 외쳤다.“너무 빨리 걷지 마요.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야죠!”“괜찮아요. 당신 같은 아빠가 있는 애는 꼭 건강할 거예요.”“네?”“4개월 전에도 아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잖아요. 이후에도 필요 없어요.”그렇게 말하는 심지안의 눈은 또 붉어졌다. 꽉 쥔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그런 심지안을 보면서 성연신은 손을 들어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다.하지만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려놓았다.요즘 심지안은 툭하면 눈물을 흘렸다.그러나 심지안은 평소에 자주 우는 사람이 아니었다.혹시 정말로 성연신이 잘못한 걸까.모든 재산을 두 사람의 아이 명의로 돌려도 용서받을 수 없는 걸까.성연신은 길게 한숨을 쉬더
두피가 뜯겨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임시연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얘기했다.“고청민, 당신이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난 비밀 조직의 사람을 시켜서 당신을 죽이게 할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청민의 손바닥이 임시연의 뺨을 내리갈겼다. 여자와 남자의 힘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다.어제 심지안이 때린 뺨은 아프긴 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고청민이 때린 뺨은 임시연의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 얼굴은 불에 덴 듯이 뜨거웠고 피부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임시연은 화가 나서 몸을 바르르 떨었고 얼굴은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져 있었다. “감히... 날 때려?!”임시연의 분노는 이제 극한에 달했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바로 달려들어 고청민을 때리려고 했다.고청민은 당황하지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시기를 잘 잡은 후 그녀의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또 뺨을 날렸다.뺨 두 대를 맞은 임시연은 반항할 힘을 잃었다. 얼굴은 팅팅 부어올랐다.고청민은 천천히 우아하게 임시연을 떼어냈다. 부드럽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지안 씨를 괴롭힐 생각은 하지 마요. 당신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심지안은 그저 부모도 없는 고아일 뿐이지 않은가! 뒤를 책임져주는 가문도 없고 회사도 그저 조그마한 기업인데!도대체 그런 심지안이 뭐가 잘 나서 임시연은 손 댈 수도 없다는 것인지, 임시연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묻고 싶었다.하지만 맞은 뺨이 너무 아파 입을 벌리는 것도 어려웠다....오후 세 시.성연신은 오지석의 집으로 왔다. 오지석은 휴가 중이라 바로 나와 성연신을 맞이했다.“무슨 일로 또 나를 찾아온 거야? 뭘 빌리려고?”“아니, 빌리려는 게 아니라 줄 게 있어서 그래.”오지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뭔데?”성연신은 바로 얘기하지 않고 안쪽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네 아내는?”“침실에 있어. 왜? 집에 큰일이라도 생긴 거야?”“
오지석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준수하게 생긴 얼굴은 지금 살짝 멍청해 보였다. 놀란 오지석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이렇게 빨리 임신했다고?”낙태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한 달이었나 두 달이었나.그런데 또다시 임신했다고?성연신은 몰랐으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심지안은 여자로서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건가?어떻게 해도 몸 건강이 최우선인데.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빨리야.”오지석은 다시 물었다.“너 몰라? 지금이 임신 몇 개월인데?”“4개월이야.”그러면 이해가 되었다.수년간의 형사 경력의 오지석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있었다.심지안은 낙태하지 않고 바로 성연신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린 모양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정말 담도 크지.이런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너 뭘 알고 있는 거야?”성연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상위 포식자의 차가운 기운을 담은 시선은 예리하게 오지석을 쳐다보았다. 성수련도 옆에서 재촉했다.“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해요. 왜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거예요?”오지석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동정의 시선으로 성연신을 보며 얘기했다.“지안 씨 배 속의 아이가 네 아이가 아닐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심장까지 덜컹 내려앉았다.놀란 성수련의 표정도 확 바뀌어 오지석을 비난했다.“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요! 연신 씨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아인데요?!”“일단 계속 얘기해 봐.”성연신이 얘기했다.오지석은 전에 심지안이 임신한 사실을 숨겨달라고 한 사실부터 모든 이야기를 다 얘기해주었다.“내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확실히 한 적은 없는 거지?”“그건 없어.”“그럼 내 아이가 확실해. 나는 지안 씨를 믿어.”성연신의 말투는 무겁지는 않았지만 나름 진중했다.심지안이 자기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성연신은 굳게 믿었다.예전처럼 그녀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신은 이제 열심히 심지안을 사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