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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기도

아무리 돈에 눈이 먼 장학수라 할지언정 진성태의 꼴을 보자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죽은 지 고작 3시간밖에 안 되었는데, 딸의 죽음을 이용해서 돈을 벌기 급급한 모습이라니, 이런 아버지가 있다는 자체가 너무 비참하군요.”

진용택이 맞받아쳤다.

“당신이 뭘 알아? 죽은 사람은 부활할 수 없는 법, 살아서 집에 도움이 안 되었으니 죽음으로 힘을 보낼 수 있다면 저승에 가서도 영광으로 생각할 거야.”

“호랑이도 제 새끼는 이뻐한다고, 가족은 더더욱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 네 일거수일투족을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기억해. 이름이 거창하면 뭐 해? 매번 이름값도 못 하는데, 지은 죄가 너무 커서 업보를 치른 탓에 그렇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진용택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진성태가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입만 살면 뭐 해? 당신도 사랑하는 아내가 감옥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겠지?”

성연신은 꼿꼿이 서서 턱을 살짝 치켜든 채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물론이죠.”

진성태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조건을 제시하려던 찰나, 성연신이 대뜸 화두를 바꿨다.

“이번 사건에 개입한 사람을 찾아낸다면 한 놈도 봐주지 않을 테니까 무사히 넘어가길 기도나 하세요.”

진성태의 표정이 돌변하더니 말투도 차갑게 변했다.

“지금 겁을 줘도 아무 소용 없어. 굴복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아니면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체면 잃을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

그의 예상이 맞는다면 심지안은 성연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사로잡은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진용택도 맞장구를 치더니 자신만만하게 조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진씨 집안에서는 감히 성연신에게 이런 어조로 말을 걸 엄두조차 못 냈을 테지만, 지금은 사업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성연신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경찰서에서 용의자를 구해낼 정도는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성연신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장학수는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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