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툭하면 사람 죽이는 걸로 일을 해결할 생각 하지 말아요. 피를 봐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그 말에 임시연은 말문이 막혔다.‘피비린내 나는 일을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하나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뭐가 있어?’“성원 그룹과 보광 중신에 관련된 협력사들은 건드리지 말아요. 앞으로 내가 인수할 때 두 회사가 난장판이 된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그도 그지만 아마 남하영도 그걸 보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알았어요... 만약 고청민이 이걸 가지고 날 협박하면 어떡하죠?”“적보다는 친구가 나은 법이죠.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당신을 알고 있을 거예요.”“알아요. 성씨 가문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망하는 걸 보고 싶은 거잖아요.”전화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평생 성씨 가문을 증오하고 있었다. ...일주일 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수광은 조심스럽게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에는 왜 본가로 오지 않냐고 물었다.심지안은 고개를 들어 커피를 끓이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낮게 물었다.“어떡해요?”성연신은 손수건에 손을 닦으며 대답했다.“오후에 간다고 말씀드려요.”“할아버지, 저희 오후에 갈게요.”“그래. 뭐 먹고 싶은 게 있느냐? 셰프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게.”“다 좋아요. 전 뭐든 잘 먹어요.”전화를 끊고 심지안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봤어요?”“네.”성연신은 고개를 들며 말을 이어갔다.“나 혼자 본가에 갔다 올게요. 지안 씨는 여기 있어요.”그 말에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불안한 예감이 몰려왔다.“나랑 같이 안 가고요?”“네,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지안 씨 안 데리고 가는 건 지안 씨를 위해서예요.”그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까 지안 씨는 걱정하지 말아요.”소용돌이에 말려드는 사람이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
성형찬은 화가 잔뜩 나서 얼굴이 어두워졌고 백연 또한 달갑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정말 이대로 성연신한테 쫓겨나게 되는 건가?’“당장 여광이를 불러. 집안에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이놈은 밖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으니.”백연은 성여광에게 전화를 걸었고 뜻밖에도 그에게서 엄청난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어머니, 칩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4000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었다고요.”그 말에 백연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우리 아들 대단해. 역시 우리 아들이야.”한편, 옆에 있던 성형찬이 핸드폰을 빼앗으면 입을 열었다.“당장 돌아와. 성연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백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여보, 4000억은 성연신한테 아무것도 아니야.”“바보 아니야? 이 돈이 있으면 많을 일을 할 수 있어. 굳이 성연신과 억지로 맞설 필요는 없잖아.”기분이 안 좋았던 성형찬은 백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안은 라이브 방송을 다 보고 나서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회사 일로 바쁜 것인지 성연신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성수광의 상황이 걱정되었던 그녀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왔고 병원에서 서백호를 보게 되었다. “아저씨, 할아버지는요?”서백호는 안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병실에 계세요.”“들어가 봐도 될까요?”“저기... 어르신께서 당분간은 도련님과 지안 씨를 보고 싶지 않으시대요.”그 말에 심지안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망했어. 이걸 어쩌지? 연신 씨와 할아버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건가?’“사실 연신 씨가 아무리 독한 말을 해도 그건 그냥 말일 뿐이에요. 늘 마음속으로 할아버지 생각하고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화가 풀리시면 그때 다시 연신 씨랑 같이 올게요.”서백호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심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심하게 싸운 거예요?”서백호는 그녀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다행히 정욱이 제때 나타나 경비원들에게 기자들을 쫓아내라고 했고 그녀를 데리고 무사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기자들 아마 오늘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따가 나갈 때 뒷문으로 나가요.”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알았어요. 연신 씨는 오늘 많이 바쁜가요?”그녀의 물음에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임원진들과 회의 중입니다. 성형찬을 이사회에서 내쫓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우리 보광의 명예에 좋지 않다면서요.”“안 좋은 건 사실이에요.”솔직하게 대답하는 심지안을 정욱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지안 씨가 이리 착한 분인 줄은 몰랐네. 평소에 백연이 그렇게 지안 씨를 괴롭혔는데 마음에 두지도 않고.’“내쫓는 건 되지만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필요는 없었어요.”성형찬의 가족은 감사할 줄 모르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다. 성연신에게 빌붙어 잘 먹고 잘살고 있으면서도 성연신에 대해 고마운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가족은 없어도 그만이었다....그러나 정욱의 생각이 틀렸다. 갑자기 심지안은 뭔가 생각이 떠올랐고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남들이 다 알게 일을 떠벌였다고...”‘그래, 연신 씨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성형찬의 일가를 내쫓은 건 일도 아니야. 굳이 이렇게 큰 소동을 벌이는 건 분명 일부러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 거야... 그럼,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도 일부러 그런 척하는 건가?’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사무실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고 때마침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성연신, 너무한 거 아니야? 성여광을 이사회에서 내쫓았으면 된 거잖아. 꼭 이렇게 둘째 삼촌까지 쫓아내야겠어?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거야.”“둘째 삼촌의 편을 들러 온 겁니까?”“당연하지.”“그래요... 난 잃어버린 5%의 순이익 때문에 화가 나서 이리 달려온 줄 알았습니다.”“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업을 하다 보면 그럴 일도 있는 거니까.”“당신의 딸을 삼촌에게 보낸 것도 포함되나요?”문밖에
순식간에 사무실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심지안은 계속 반박하는 성연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였다. 무의식중에 그녀는 문득 알 것만 같았다. 진성태가 한 말은 사실이라는 걸. “정욱, 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이 사람 끌고 나가!”성연신은 안색이 극히 어두워졌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목적에 달성한 진성태는 정욱이 말하기도 전에 차갑게 웃음을 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던 정욱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성연신은 심지안의 손을 끌어당겼고 심지안은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성연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다 지나간 일이니까 붙잡고 늘어지지 말아요.”“하지만 임시연 씨는 아직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어요. 그 여자는 지난 과거 아니라고요.”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임시연이 못마땅했다. 고청민의 말이 맞았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일인데 왜 하필 제삼자가 자꾸만 나타나는 건지?“아이만 낳으면 임시연도 과거일 뿐이에요.”심지안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럼 임시연 씨의 아이도 과거가 되는 건가요?”“우리 약속한 거 아니었어요? 우리 두 사람 문제에 아이까지 끌어들이지 말자고.”“임시연 씨가 낳은 아이를 보면서 내가 임시연 씨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그 말을 듣고 성연신은 고뇌에 빠졌다.‘만약 그날 지안 씨와 함께 제경으로 광고 촬영을 하러 갔었다면 이런 복잡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그는 담배를 꺼내 피웠고 연기가 피어올라 그의 잘생긴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하여 그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갑자기 그녀는 마음속으로 혐오감을 느꼈다.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임시연이 나타나기만 하면 그녀는 이 아이의 존재를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평생 성연신의 곁에 남아 그가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다. 그러나 그녀는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성연신을 받아들일 수는
미간을 찌푸리던 성연신은 천천히 인상을 펴고는 국화차 한잔을 단숨에 들이마셨다. “어느 쪽으로 나갔어?”정욱은 뒷문의 소방 통로를 가리켰고 성연신은 이내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갔다.그 모습에 정욱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어차피 달래줄 것을 처음부터 기분 맞춰줄 거지...’뒷문으로 걸어갔지만 심지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심지안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성 대표님.”부드러우면서도 한껏 들뜬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진희수가 그의 앞에 서 있었고 흰 티셔츠에 플리츠 스커트 차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아주 청순해 보였다. “네가 여기 웬일이야?’진희수는 옷자락을 움켜쥐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대표님 찾아왔었죠?”“응, 방금 갔어.”“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아빠 대신 사과드릴게요.”진희수는 허리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다시는 이곳에 와서 소란 피우게 하지 마.”성연신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진희수는 입술을 깨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볼일 남았어?”성연신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대표님... 전 성형찬 씨의 내연녀 아니에요. 아빠가 헛소리 하는 거에예요.”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갑자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세운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성형찬 씨의 내연녀가 되는 걸 거부했기 때문에 절 회사에서 자른 거예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대표님,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그녀의 모습에 성연신은 흠칫했다. “3년 전, 성원 그룹의 연말 파티에서 전 술에 취했었고 그날 성형찬 씨가 절 부축해서 호텔까지 갔어요. 그가 샤워하는 틈을 타서 뛰쳐나온 거예요. 대표님께서 본 것과 사실은 전혀 달라요.”“내가 믿을 것 같아?”성연신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둘째 삼촌이 왜 굳이 너네 아버지한테 순이익을 5%나 더 줬겠
심지안은 눈을 감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진희수 씨 아버지가 금방 다녀가고 바로 진희수 씨가 왔네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끝도 없이.”깜짝 놀란 진희수는 잔뜩 겁에 질려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전 그냥 해명하러 왔어요. 별다른 뜻은 없어요.”“해명하러 온 건지 아니면 연신 씨한테 꼬리 치려 온 건지 그건 그쪽이 더 잘 알겠죠.”‘유부님과 어울리는 여자가 좋은 여자일 수가 있겠어?’한편, 옆에 있던 성연신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못되게 해요?”“마음 아파요?”심지안은 조롱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심지안 씨.”성연신은 화도 났고 난감하기도 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심지안이라는 여자 하나뿐인데 심지안은 자꾸만 의심하고 있다. “저 때문에 두 사람 싸우지 말아요. 그만 가볼게요.”진희수는 다급히 말했다. “그럼 가봐요. 말만 하지 말고. 설마 동정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니죠?”심지안은 팔짱을 낀 채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진희수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안녕히 계세요.”성연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짧게 대답했다. 진희수가 떠난 뒤 성연신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심지안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젠 만족해요?”심지안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니요!”“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지금 뭐라고 했어요?”분노가 극에 달한 그녀는 오히려 웃음이 났다.“내 남편과 다른 여자가 안고 있었어요. 아내로서 그 여자한테 말 몇 마디 못 해요?”“안은 적 없어요. 그냥 부축한 것뿐이라고요. 지안 씨가 예민한 거라고요.”성연신은 아직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저 심지안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락 비닐봉지가 타이트해서 심지안은 손바닥이 아팠다. 마음이 약한 그녀는 밖에서 화를 풀고는 하루 종일 밥도 먹지 못하고 일한 성연신이 걱정되
성연신은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너한테 변호 맡아달라고 찾아왔어?”장학수와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성씨 가문의 사람들은 성연신이 사업하러 해외에 나간 뒤로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나 되게 비싸.”장학수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성여광이 그 사람 찾아갔어. 변호사 업계에서는 늘 나한테 뒤처진 그 사람 말이야.”변호사 업계에서 장학수가 1위라면 진용택은 영원히 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성연신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피식 웃었다.“진용택?”“응, 그 사람 맞아.”“오늘 그 아버지가 여기 와서 소란 피우고 갔어.”장학수는 그제야 눈치챘다.“그 집 사람들하고 너네 삼촌 아는 사이야? 한통속이냐고?”“응.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지.”장학수는 물을 따라다가 벌컥벌컥 들이마셨다.“그럼 넌 어떡할 건데?”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하찮게 물었다.“너 해결 못 해?”“당연히 해결하지. 어르신께서 불만이 있으실까 두려운 거야.”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손자랑 아들이 싸움이 나면 성수광의 입장이 제일 곤란해질 것이다. “삼촌이 무슨 명목으로 날 고소한 거야?”“불효자인 네가 집안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했어.”성연신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이번 재판 기대된다.”“남들한테 손가락질받아도 좋아?”장학수를 혀를 찼다.“성씨 가문은 제경에서 최고의 가문이야. 이런 이유 때문에 법정에 서는 건 난감한 일이잖아.”보통 사람들도 체면을 중시하는 요즘 세월에 최고의 가문에서는 더더욱 명예를 중요시할 것이다. “시간 될 때 숙모한테 가봐.”“왜? 너네 숙모한테 삼촌 막아달라고 할 거야?”성연신의 얼굴에는 악랄한 미소가 번졌다.“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아내로서 알 권리는 있어야지. 안 그래?”그 말에 장학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누구랑 바람이 났는데?”그 당시 성형찬과 백연은 혼전임
“지금 날 욕하고 있는 거예요?”침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훤칠한 모습의 남자가 어울리지 않게 손에 국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 왔어요?”“한 시간 전에요.”“귀신이에요? 인기척도 없이.”그 말에 성연신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자고 있길래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 예전에는 이렇게 푹 자는 모습 본 것 같지 않은데.”“오늘은 좀 피곤해서 그래요.”성연신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 회사 일 때문에 심지안을 소홀히 대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화까지 나게 만들었으니...“저녁 만들었는데, 나와서 좀 먹어요.”배가 고팠던 심지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가 테이블에 앉자 성연신은 음식들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반찬 4개 그리고 국까지 음식들은 맛과 모양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냄새만 맡아도 맛있을 것 같았다.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젓가락을 들고 동파육 한 점을 집었다. 육질은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아 맛있었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먹었다.옛말에 남자의 마음을 붙잡으려면 그 남자의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 성연신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천천히 먹어요. 누가 빼앗아 먹지 않으니까.”말을 하면서 그는 국 한 그릇을 떠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심지안은 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신이 그의 시중을 들었는데 지금 그가 자신의 시중을 들고 있으니 이상하기만 했다.그 생각이 떠오른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이상할 게 뭐가 있어. 이상해도 적응해야지. 난 평생 시중만 들고 싶지 않다고.’배불리 먹고 난 뒤 심지안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성연신도 그녀의 옆에 누웠다. 그의 행동에 그녀는 안색이 변하였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내려가요. 우리 집에서 지내도 된다고 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