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과 성수광이 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지안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성연신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었다.밖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성연신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그였다. 성연신이 정말 성수광을 관심하지 않는다면 성원 그룹을 관리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성수광이 성연신에 대한 마음도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면 성연신은 무조건 속상할 것이다.“중정원으로 가요.”성연신은 눈을 떴다. 실핏줄이 터진 눈은 붉어져 있었는데 불과 몇 시간 전과 비교해 보면 사람이 많이 허약해진 것 같았다. 심지안은 마음이 아파서 성연신을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그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얘기했다.“어디에 가든지 내가 같이 있어 줄게요.”성연신도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영원히 내 곁에 함께 해줄 수 있어요?”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당연하죠. 같이 있어 줄게요. 영원히.”지금은 임시연이 생각도 나지 않을 때였다. 그저 성연신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다.성연신이 그랬던 것처럼,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해주고 싶었다.오레오와 원이는 다 본가 저택에 있었기에 중정원은 매우 조용했다.성연신은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들고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말이다. 심지안은 그가 조사하고 있는 일이 비밀 조직이나 남하영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따뜻한 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식재료는 꽤 많아서 며칠 먹고 살 수 있었다.심지안은 오늘 직접 요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요리를 하지 않아서 조금 서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성연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요리 수업을 들었던 것을 떠올리니 조금 우습기도 했다.그녀는 강우석과 3년이나 사귀면서 결혼하지 않았는데 성연신과는 한번 만나고 바로 결혼하지 않았던가. 인연이라는 건 정말로 신기했다.저녁, 성연신은 침대에서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퇴원을 한 뒤, 성연신은 필사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의 비아냥거림 속에서 그룹의 일들을 처리했다.점차 성연신은 성원 그룹을 잘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강대해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다 해외로 나가 창업을 할 것을 결심했다. 성연신의 그 결정에 성형찬 일가는 매우 흡족해했다. 성연신은 성씨 가문의 성연신이 아닌 그냥 성연신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그는 사업에 성공하여 비즈니스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할아버지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급히 성연신의 결혼을 재촉하기도 했다.성연신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 사람이 할아버지라면 한 발짝 물러설 수 있었다.바로 그때, 심지안이 나타났다.그녀는 마치 태양과도 같아 심심하기만 하던 성연신의 인생을 따뜻하게 비춰주었다.비록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일도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말이다.그러나 성연신은 심지안과 함께 있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추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리를 식혀주었다. 깊어진 눈의 성연신이 다 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던졌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돌아섰다....한 저녁, 비가 갑자기 크게 내렸다. 천둥소리는 요란했고 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밤을 비췄다.오늘은 장 의사가 당직을 할 차례였다. 장 의사는 동료와 교대를 한 후 기숙사로 돌아가 쉬려고 했다캄캄한 길을 걷는데, 문득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장 의사는 다른 동료인 줄 알고 인사를 하기 위해 돌아섰다. 하지만 갑자기 차가운 비수가 목에 닿았다.“소리 내지 마. 당신의 아내와 아이, 모두 내 손에 있어. 반항이라도 하면 영원히 그들을 못 볼 줄 알아.””안 돼요! 제 가족들은 해치지 마세요. 돈은 원하는 대로 다 드리겠습니다!”장 의사는 상대가 단순한 강도인 줄 알았다.“돈은 필요 없어.”“그럼 뭘 원하시나요?”“당신, 성수광의 주치의 맞지? 앞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그에게 약을 처방해 줬으면 좋겠어.”“안 됩니다! 당신은 의사 자격증도 없으시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심지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청민 씨가 잘못 본 거 아니에요?”“아니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병원 주차장에 세워진 성 대표님을 차를 봤어요.”고청민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성 대표님이 아무 말 없었어요?”“아니요...”그녀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고청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지안 씨, 슬퍼하지 말아요. 어쩌면 성 대표님께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요. 기회를 봐서 두 사람 얘기 잘 나눠봐요. 내가 만약 여자 친구가 있다면 절대 이런 일을 만들지 않을 거예요. 여자 친구가 매일 의심 속에서 지내는 걸 지켜볼 수 없어요. 난 여자 친구한테 잘 대해줄 거예요. 다른 여자를 질투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의외로 발생하는 일은 어쩔 도리가 없죠. 둘만의 사랑이 아니라 자꾸 제삼자가 나타난다면 매우 답답할 것 같아요...”고청민의 마지막 한마디에 심지안의 마음은 아팠다. 그녀는 의심스럽고 억울하고 실망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수천 마디의 말이 목구멍까지 꽉 차 있었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한 시간 전, 분명 회사로 간다던 성연신은 왜 갑자기 임시연과 병원에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다. ‘설마 임시연과 함께 산부인과 검사를 받으러 갔다는 걸 내가 알면 화낼까 봐 그런 건가?’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배를 쓰다듬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 갈 거예요? 마침 그 부근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려던 참이었어요. 내가 데려다줄게요.”고청민은 친절하게 물었다.“가요.”혼자 제멋대로 추측하는 것보다 그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고청민은 흰색 마이바흐를 서두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전했다. 심지안은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생각할수록 성연신이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서야 남하영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지금 임시연을 상대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
심지안은 목구멍에 솜뭉치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선생님께 인정받았더니 결국은 성연신이 미리 선생님에게 좋은 점수를 주라고 부탁한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 기획안은 그녀가 오랫동안 열심히 해낸 것이었다.‘연신 씨는 내 능력을 그렇게도 믿지 않는 건가?’한편, 그녀의 표정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던 고청민은 미리 준비해 둔 회사 홍보 전단지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프랑스에 등록한 회사가 있는데요. 지안 씨 회사의 업무와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관심 있으면 합작해도 좋고요. 선진그룹은 지안 씨가 제안하지 않는다면 합병할 수도 있어요.”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프랑스에 회사를 설립할 생각을 했어요?”“프랑스를 좋아해서요. 나한테 실력을 키우라는 할아버지의 뜻도 있으셨고요.”“근데 왜 날 선택한 거예요?”고청민은 머리를 긁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양 볼에 보조개가 보일 듯 말듯 했다. “지안 씨는 프랑스어 잘하잖아요. 똑똑하기도 하고. 지안 씨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안 씨는 훌륭한 사람이고 게다가 우리 세움의 엠버서더이잖아요. 지안 씨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심지안은 눈시울이 붉혀졌고 눈빛이 흔들렸다.“칭찬해 줘서 고마워요.”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 ‘고청민조차도 내 능력을 믿고 이렇게 날 격려하는데...’얼마 후,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하였다.차에서 내리기 전, 고청민은 사탕 한 봉지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맑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달달한 음식이 지안 씨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길 바라요.”심지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병원으로 들어간 그녀는 곧장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었다. “임시연 씨요? 오늘 아침에 병원으로 실려 왔어요. 3층 오른쪽 5번 병실에 계시거든요. 바로 가시면 돼요.”“네, 감사합니다.”“그 환자분 나 알아요. 같이 온 남자가 엄청 잘생겼던데요
심지안의 마음은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만 허튼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가서 얘기해요.”성연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병실을 나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임시연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있는 힘껏 베개를 내리쳤다. 심지안 배 속의 아이가 필요하지 않는다면 마음 같아서는 심지안이 차에 치여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젯밤 핸드폰을 충전하는 걸 깜빡했어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간병인한테서 전화가 왔고 병원에 와서 전화하려고 하니까 배터리가 다 된 거예요.”심지안은 그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확인했고 확실히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성연신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물었다.“왜 정욱 씨를 보내지 않았어요?”“정욱은 지금 휴가 중이에요. 휴가 기간에도 정욱이한테 일을 시킬 수는 없잖아요.”그는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안 되죠.”흠칫하던 그녀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성연신 곁에서 그를 모시고 있는 정욱은 업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처럼 며칠 휴가 냈는데 이기적일 수는 없다.성연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아무도 없는 구석에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질투해요?”속마음을 들켜버린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요,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뭔데요?”“한림그룹의 새 프로젝트 당신도 참여했어요?”“맞아요.”“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물음에 성연신은 솔직하게 대답했다.“한림그룹에서 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 두 사람은 화해하지 않은 상태였고 난 당신과 계속 연락하고 싶었어요.”그 말을 듣고 심지안은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내가 오해한 거였구나.’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에 신경이 쓰인다. 사랑은 모래 한 알조차도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빈틈이 없어야 하는 거다. 그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런 꼼수까지 부린 거예요?”“꼼수가 아니라 당신이 그리워서예요.”성
송석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툭하면 사람 죽이는 걸로 일을 해결할 생각 하지 말아요. 피를 봐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그 말에 임시연은 말문이 막혔다.‘피비린내 나는 일을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하나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뭐가 있어?’“성원 그룹과 보광 중신에 관련된 협력사들은 건드리지 말아요. 앞으로 내가 인수할 때 두 회사가 난장판이 된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그도 그지만 아마 남하영도 그걸 보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알았어요... 만약 고청민이 이걸 가지고 날 협박하면 어떡하죠?”“적보다는 친구가 나은 법이죠.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당신을 알고 있을 거예요.”“알아요. 성씨 가문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망하는 걸 보고 싶은 거잖아요.”전화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평생 성씨 가문을 증오하고 있었다. ...일주일 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수광은 조심스럽게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에는 왜 본가로 오지 않냐고 물었다.심지안은 고개를 들어 커피를 끓이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낮게 물었다.“어떡해요?”성연신은 손수건에 손을 닦으며 대답했다.“오후에 간다고 말씀드려요.”“할아버지, 저희 오후에 갈게요.”“그래. 뭐 먹고 싶은 게 있느냐? 셰프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게.”“다 좋아요. 전 뭐든 잘 먹어요.”전화를 끊고 심지안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봤어요?”“네.”성연신은 고개를 들며 말을 이어갔다.“나 혼자 본가에 갔다 올게요. 지안 씨는 여기 있어요.”그 말에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불안한 예감이 몰려왔다.“나랑 같이 안 가고요?”“네,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지안 씨 안 데리고 가는 건 지안 씨를 위해서예요.”그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까 지안 씨는 걱정하지 말아요.”소용돌이에 말려드는 사람이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
성형찬은 화가 잔뜩 나서 얼굴이 어두워졌고 백연 또한 달갑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정말 이대로 성연신한테 쫓겨나게 되는 건가?’“당장 여광이를 불러. 집안에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이놈은 밖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으니.”백연은 성여광에게 전화를 걸었고 뜻밖에도 그에게서 엄청난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어머니, 칩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4000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었다고요.”그 말에 백연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우리 아들 대단해. 역시 우리 아들이야.”한편, 옆에 있던 성형찬이 핸드폰을 빼앗으면 입을 열었다.“당장 돌아와. 성연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백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여보, 4000억은 성연신한테 아무것도 아니야.”“바보 아니야? 이 돈이 있으면 많을 일을 할 수 있어. 굳이 성연신과 억지로 맞설 필요는 없잖아.”기분이 안 좋았던 성형찬은 백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안은 라이브 방송을 다 보고 나서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회사 일로 바쁜 것인지 성연신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성수광의 상황이 걱정되었던 그녀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왔고 병원에서 서백호를 보게 되었다. “아저씨, 할아버지는요?”서백호는 안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병실에 계세요.”“들어가 봐도 될까요?”“저기... 어르신께서 당분간은 도련님과 지안 씨를 보고 싶지 않으시대요.”그 말에 심지안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망했어. 이걸 어쩌지? 연신 씨와 할아버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건가?’“사실 연신 씨가 아무리 독한 말을 해도 그건 그냥 말일 뿐이에요. 늘 마음속으로 할아버지 생각하고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화가 풀리시면 그때 다시 연신 씨랑 같이 올게요.”서백호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심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심하게 싸운 거예요?”서백호는 그녀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다행히 정욱이 제때 나타나 경비원들에게 기자들을 쫓아내라고 했고 그녀를 데리고 무사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기자들 아마 오늘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따가 나갈 때 뒷문으로 나가요.”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알았어요. 연신 씨는 오늘 많이 바쁜가요?”그녀의 물음에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임원진들과 회의 중입니다. 성형찬을 이사회에서 내쫓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우리 보광의 명예에 좋지 않다면서요.”“안 좋은 건 사실이에요.”솔직하게 대답하는 심지안을 정욱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지안 씨가 이리 착한 분인 줄은 몰랐네. 평소에 백연이 그렇게 지안 씨를 괴롭혔는데 마음에 두지도 않고.’“내쫓는 건 되지만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필요는 없었어요.”성형찬의 가족은 감사할 줄 모르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다. 성연신에게 빌붙어 잘 먹고 잘살고 있으면서도 성연신에 대해 고마운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가족은 없어도 그만이었다....그러나 정욱의 생각이 틀렸다. 갑자기 심지안은 뭔가 생각이 떠올랐고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남들이 다 알게 일을 떠벌였다고...”‘그래, 연신 씨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성형찬의 일가를 내쫓은 건 일도 아니야. 굳이 이렇게 큰 소동을 벌이는 건 분명 일부러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 거야... 그럼,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도 일부러 그런 척하는 건가?’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사무실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고 때마침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성연신, 너무한 거 아니야? 성여광을 이사회에서 내쫓았으면 된 거잖아. 꼭 이렇게 둘째 삼촌까지 쫓아내야겠어?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거야.”“둘째 삼촌의 편을 들러 온 겁니까?”“당연하지.”“그래요... 난 잃어버린 5%의 순이익 때문에 화가 나서 이리 달려온 줄 알았습니다.”“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업을 하다 보면 그럴 일도 있는 거니까.”“당신의 딸을 삼촌에게 보낸 것도 포함되나요?”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