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8화 송준

작가: 나리
심지안은 성연신과 시선을 맞추고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성수광은 가면을 쓴 여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저 의심스레 그들을 보며 궁금해했다.

“왜, 두 사람 아는 거라도 있어? 그러면 말이라도 해.”

“아니에요.”

성연신이 서백호를 향해 얘기했다.

“할아버님을 모시고 휴식하세요.”

서백호는 그렇게 했다. 성수광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저 부부간의 비밀인 줄 알았다.

심지안과 성연신은 같이 방에 들어갔고 임시연은 혼자 그곳에 남아 식은땀만 줄줄 흘리다가 길게 한숨을 뱉었다.

홍지윤은 너무 일 처리를 대충 했다. 목격자가 있으면 그대로 죽여버리지, 왜 살려둬서는.

...

“내일 토지 경매가 있어요. 금호 그룹의 송준도 온다고 하니 내가 직접 가보려고요.”

심지안은 그제야 알았다.

“송준이 비밀 조직과 한패인가요?”

성연신은 그저 심지안을 쳐다보았다.

심지안은 의아해하며 얼굴을 만졌다.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요, 그저 이제는 당신을 바보라고 못할 것 같아서요.”

성연신의 차가운 눈에는 심지안을 향한 사랑이 가득했다.

“이렇게 총명한데.”

비밀 조직과 금호 그룹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심지안은 추측해냈다.

역시 성연신의 여자였다.

심지안은 입을 삐죽였다.

“뭐래요, 난 원래 총명했어요. 저도 내일 나가요.”

“네? 안 무서워요?”

“그 사람들이 나를 계속 해치려고 드는데, 나는 나갈 용기조차 없으면 너무 찌질해 보이잖아요.”

“찌질해도 괜찮아요.”

성연신은 심지안의 볼을 만지며 얘기했다.

“내가 지켜줄 거니까요.”

심지안은 열심히 얘기했다.

“혼자서 만나볼 게요. 연신 씨는 가끔 도와주면 돼요.”

“내 아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성연신의 입꼬리가 말아졌다. 잘생긴 그의 눈은 심지안을 향한 편애가 가득했다.

점심에 병원에서, 임시연은 본가 저택에 가서 오레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심지안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동의했다. 그리고 성연신도 그걸 알았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이러는 모습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글거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89화 송석훈

    심지안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뒤늦게 알아채고 얼굴을 붉혔다.이 남자는 요새 머릿속이 온통 그런 일밖에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성연신은 그저 장난으로 놀리는 것이었다. 훤히 밝은 대낮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날이 추워져 심지안 긴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널찍한 옷이 그녀의 몸매를 가려주었다.심지안은 임신한 것이 크게 알리지도 않았고 입덧도 많이 하지 않았다.샤워를 할 때, 나체 상태에서는 배가 조금 나온 것이 알리지만 옷을 입으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지금 성연신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지만 그가 발견하지 못할 정도다.성연신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었지만 품에 따스하고 포근한 여자를 안고 있으니 마치 천연 수면제를 곁에 둔 기분이었고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화원에서 서백호는 고용인에게 당부했다.“어르신의 약이 곧 떨어지니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장 의사를 찾아 약을 가져와.”“네.”대답한 고용인의 시선은 가만히 서 있는 임시연에게로 향했다. 서백호도 임시연을 보고 불쾌한 어투로 얘기했다.“무슨 일이죠? 임시연 아가씨에게 차를 준비해 드리지 않았던가요?”임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백호가 얘기했다.“이런, 죄송합니다. 본가 쪽에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서요. 제가 일이 너무 많아 소홀했습니다. 고용인들도 눈치가 빠르지 못했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찾아 보내 드리겠습니다.”임시연은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백호가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니 떠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그저 억지로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감사합니다.”서백호는 운전기사를 불러 임시연을 저택 정문까지 바래다주었다. 뒷짐을 쥐고 떠나는 임시연을 보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성씨 저택에 눌어붙을 생각일지도 모른다.차에 앉은 임시연은 백미러로 서백호를 보면서 머리를 굴렸다.월요일에 약을 가지러 간다...그렇다면 약에 손을 써서 성수광을 해치워 버려도 된다!오후, 성연신은 전화벨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0화 평온한 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 일은 네 엄마의 탓이야. 네 아빠가 돌아가기 전에 너랑 한 통화 내용이 기억 안 나냐? 과거는 내려놓고 미래를 잘 살라고. 그 일 때문에 네 가정을 망치지 말라고 말이야.”성연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에 빠져 대학생 때에 성연신을 낳았다.하지만 좋은 날은 길게 가지 못했다. 성연신 어머니의 약혼자라고 하는 남자가 등장해 억지로 성연신의 어머니를 데려갔다. 성연신의 어머니는 성연신의 아버지를 떠난 후 우울증으로 홀로 생을 마감하셨다.그 소식을 안 성연신의 아버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성수광이 봤을 때, 성연신의 어머니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성연신 아버지에게 달라붙은 사람이었다.그러니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은 정해진 결말이었다.“내 어머니가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그런 혼인 때문에 한평생 묶여 살아야 하나요?!”성연신은 성수광의 말에 폭발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왜 함께하지 못하는 것인가! “네 아빠와 약속했다. 이 일은 여기까지라고.”송석훈의 세력은 매우 광범위했다. 그는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어둠의 세계에도 손을 뻗은 사람이었다.만약 억지로 그와 싸우려 든다면 힘들 것이다. 성연신에게 보광 중신이라는 패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둘이 싸운다면 쌍방의 손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몇 년 전에도 송석훈은 일부러 자신의 단서를 이리저리 흘리고 다녔지만 성수광은 무시했다.성연신은 눈을 감고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상관하지 마세요.”“지금 생활을 소중히 여기고 지안이를 생각해 줘. 평범한 삶이 가장 좋은 거니까.”성연신의 눈이 번뜩였다. 머리가 아파져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만 줄 겁니다. 계속해서 일을 벌인다면 그때는 꼭 제대로 갚아줄 거예요.”성수광은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성수광에게는 아들이 둘이었다. 큰아들은 그가 고른 후계자로서 총명하고 성격도 좋았다. 하지만 하필 사랑이라는 관문에서 쓰러져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1화 2만 원도 아니고 2000억

    송준. 송석훈.모두 송씨 가문 사람들이다.송준과 송석훈은 20살 정도 차이가 나니 송준은 송석훈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또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심지안은 잠깐 굳어서 다시 쳐다보았다. 첫 줄의 오른쪽에는 보광 중신이 쓰여 있었고 왼쪽에는 금호 그룹이 적혀 있었다.경매는 십 분 뒤에 시작된다.송준은 옆의 사람들을 물리고 성연신에게로 걸어갔다. 사악한 미소를 지은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성 대표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성연신은 송준이 뻗은 손을 보며 차갑게 그를 훑고 물었다.“무슨 일이죠?”송준의 표정은 조금 굳어버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고 눈을 예쁘게 접었다.“성 대표님은 어느 땅을 사실 건가요?”“아직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심지안의 옆의 성연신을 흘깃 쳐다보았다. 너무 적대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었다.토지 경매는 다른 경매와 달리 수량이 적고 경쟁이 치열했다.가끔 토지 경매의 땅도 몇 개밖에 없기에 사전에 땅을 잘 봐두고 집을 지으면 얼마에 팔 수 있겠는지도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그러니 성연신은 그저 알려주기 싫다는 뜻이었다.송준은 가볍게 웃더니 심지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어딘가 모르게 괴이했다.“사모님이 참 예쁘세요.”그 말을 들은 성연신의 태도는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래서요?”“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예쁘시다고요.”“한 번만 더 내 여자를 쳐다보면 그때는 눈알을 파내서 개 밥그릇에 던져버릴 겁니다.”성연신의 시선은 칼보다 예리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송준이 말을 하려던 찰나 사회자가 올라와 경매를 시작한다고 얘기했다.송준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 화제를 돌렸다.“경매가 끝나고 가지 마세요. 할 말이 있거든요.”성연신은 그를 무시했다. 자신의 기분이 심지안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어 말하지 못했다.하지만 심지안은 이 모든 것을 다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심지안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송준 씨랑 아는 사이에요?”“몰라요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2화 살아있는 성연신의 어머니

    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그런 말이 있잖아요.”“뭐요?”“총명한 사람은 제 꾀에 넘어간다고.”심지안은 여전히 확신하지 못했다.“정말 자신 있어요?”이런 일은 간단해 보였지만 사실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했다. 상대방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성연신은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보면 알 거예요.”심지안은 자신만만한 그를 보며 기다렸다.“더 경매에 참여하실 분 없으신가요?”사회자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세 번 호가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2000억, 2000억, 2...”“2200억.”송준이 일어나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도발적인 표정으로 성연신을 쳐다보았다.성연신은 우아하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양보해 드리죠.”송준이 이를 뿌득뿌득 갈고 손가락을 꽉 쥐었다가 폈다. 관절에서 뚜둑 소리가 났는데 듣기만 해도 아팠다.비서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힘썼다.“송 대표님, 괜찮아요. 우리는 이미 우리가 사려던 땅을 샀습니다. 이 땅은 그저 실험용으로 쓰죠.”이때 사회자가 낙찰을 했다.“2200억에 낙찰되었습니다!”송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무엇을 떠올리고 다시 스산하게 웃었다.급하지 않았다. 경매가 끝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다.그리고 성연신이 나서서 마지막 남은 땅을 샀다. 그건 학교 부근의 땅이었다. 아까 그가 경매에 참여한 것은 그저 미끼였던 것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송준이 천천히 걸어와 얘기했다.“자리를 바꿔서 얘기해 볼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성연신은 차갑게 대답했다.송준은 웃더니 좋지 않은 말투로 얘기했다.“요즘 사진 한 장을 주웠는데 눈에 익더라고요. 아는 사람이 맞는지 한번 봐주실래요?”비서가 사진을 성연신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시선이 사진에 닿은 순간, 동공이 커지고 낯빛이 파리하게 질렸다. 사진 속의 여자는 성연신의 어머니였다. 기억 속의 인상과 많이 달라졌다.30대에 돌아가신 분이 사진에서는 40대로 보였고 포토샵이 아니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3화 둘 중 하나를 골라

    송준은 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모양인지 심지안을 가리키며 얘기했다.“이 여자는 성수광 어르신이 일부러 너를 감시하기 위해 붙여놓은 여자일지도 몰라.”심지안은 화가 나서 바르르 떨었다.“헛소리하지 마요!”심지안과 성연신이 처음 만났을 때, 성수광이 결혼하라고 재촉했었으니 의심할 수도 있었다. 송준은 위험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이 여자를 나에게 주면 남하영의 행방을 알 수 있어. 둘 중 하나를 골라.”“이 새끼가!”성연신은 화가 끝까지 치밀어올라 발로 송준의 가슴을 차버렸다. 두 사람을 한데 엉켜서 싸우기 시작했고 끼어들기도 쉽지 않았다.심지안은 싸움을 말리는 게 아니라 성연신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송준 같은 사람은 더 맞아야 한다.심지안은 아무 물건이나 들고 송준에게 던졌다. 송준은 성연신과 비슷한 실력으로 싸우고 있었는데 심지안이 끼어드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성연신은 송준을 깔고 앉아 그의 뺨을 여러 번 쳤다. 송석훈에게 맞은 것을 빼면, 송준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맞은 것이었다. 애써 벗어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결국 송준의 비서가 경비원을 불러와 겨우 싸움을 말릴 수 있었다. 경비원은 두 사람을 보며 둘 중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물었다.“구급차를 부를까요?”“꺼져!”송준은 얼굴이 푸르게 멍이 들어서 성연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여자가 어머니보다 중요한 가봐? 넌 남은 생에 남하영의 행방을 영원히 알지 못할 거야.”성연신은 화를 쏟아내고 이성을 찾았다.“내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놈이 나대기는.”송석훈의 변태 같은 소유욕을 생각하면, 그의 어머니는 아마 송석훈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송준과 송석훈은 다 같은 자식들이다. 송준은 일부러 이 소식을 성연신에게 흘리고 성연신 어머니의 행방은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서였다. 혹은 성연신의 어머니가 사라졌고 송석훈이 여전히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성연신은 그의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4화 열몇 살의 소년

    성연신과 성수광이 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지안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성연신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었다.밖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성연신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그였다. 성연신이 정말 성수광을 관심하지 않는다면 성원 그룹을 관리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성수광이 성연신에 대한 마음도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면 성연신은 무조건 속상할 것이다.“중정원으로 가요.”성연신은 눈을 떴다. 실핏줄이 터진 눈은 붉어져 있었는데 불과 몇 시간 전과 비교해 보면 사람이 많이 허약해진 것 같았다. 심지안은 마음이 아파서 성연신을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그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얘기했다.“어디에 가든지 내가 같이 있어 줄게요.”성연신도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영원히 내 곁에 함께 해줄 수 있어요?”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당연하죠. 같이 있어 줄게요. 영원히.”지금은 임시연이 생각도 나지 않을 때였다. 그저 성연신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다.성연신이 그랬던 것처럼,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해주고 싶었다.오레오와 원이는 다 본가 저택에 있었기에 중정원은 매우 조용했다.성연신은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들고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말이다. 심지안은 그가 조사하고 있는 일이 비밀 조직이나 남하영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따뜻한 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식재료는 꽤 많아서 며칠 먹고 살 수 있었다.심지안은 오늘 직접 요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요리를 하지 않아서 조금 서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성연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요리 수업을 들었던 것을 떠올리니 조금 우습기도 했다.그녀는 강우석과 3년이나 사귀면서 결혼하지 않았는데 성연신과는 한번 만나고 바로 결혼하지 않았던가. 인연이라는 건 정말로 신기했다.저녁, 성연신은 침대에서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5화 약을 바꾸다

    퇴원을 한 뒤, 성연신은 필사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의 비아냥거림 속에서 그룹의 일들을 처리했다.점차 성연신은 성원 그룹을 잘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강대해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다 해외로 나가 창업을 할 것을 결심했다. 성연신의 그 결정에 성형찬 일가는 매우 흡족해했다. 성연신은 성씨 가문의 성연신이 아닌 그냥 성연신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그는 사업에 성공하여 비즈니스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할아버지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급히 성연신의 결혼을 재촉하기도 했다.성연신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 사람이 할아버지라면 한 발짝 물러설 수 있었다.바로 그때, 심지안이 나타났다.그녀는 마치 태양과도 같아 심심하기만 하던 성연신의 인생을 따뜻하게 비춰주었다.비록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일도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말이다.그러나 성연신은 심지안과 함께 있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추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리를 식혀주었다. 깊어진 눈의 성연신이 다 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던졌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돌아섰다....한 저녁, 비가 갑자기 크게 내렸다. 천둥소리는 요란했고 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밤을 비췄다.오늘은 장 의사가 당직을 할 차례였다. 장 의사는 동료와 교대를 한 후 기숙사로 돌아가 쉬려고 했다캄캄한 길을 걷는데, 문득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장 의사는 다른 동료인 줄 알고 인사를 하기 위해 돌아섰다. 하지만 갑자기 차가운 비수가 목에 닿았다.“소리 내지 마. 당신의 아내와 아이, 모두 내 손에 있어. 반항이라도 하면 영원히 그들을 못 볼 줄 알아.””안 돼요! 제 가족들은 해치지 마세요. 돈은 원하는 대로 다 드리겠습니다!”장 의사는 상대가 단순한 강도인 줄 알았다.“돈은 필요 없어.”“그럼 뭘 원하시나요?”“당신, 성수광의 주치의 맞지? 앞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그에게 약을 처방해 줬으면 좋겠어.”“안 됩니다! 당신은 의사 자격증도 없으시면서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496화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심지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청민 씨가 잘못 본 거 아니에요?”“아니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병원 주차장에 세워진 성 대표님을 차를 봤어요.”고청민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성 대표님이 아무 말 없었어요?”“아니요...”그녀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고청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지안 씨, 슬퍼하지 말아요. 어쩌면 성 대표님께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요. 기회를 봐서 두 사람 얘기 잘 나눠봐요. 내가 만약 여자 친구가 있다면 절대 이런 일을 만들지 않을 거예요. 여자 친구가 매일 의심 속에서 지내는 걸 지켜볼 수 없어요. 난 여자 친구한테 잘 대해줄 거예요. 다른 여자를 질투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의외로 발생하는 일은 어쩔 도리가 없죠. 둘만의 사랑이 아니라 자꾸 제삼자가 나타난다면 매우 답답할 것 같아요...”고청민의 마지막 한마디에 심지안의 마음은 아팠다. 그녀는 의심스럽고 억울하고 실망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수천 마디의 말이 목구멍까지 꽉 차 있었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한 시간 전, 분명 회사로 간다던 성연신은 왜 갑자기 임시연과 병원에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다. ‘설마 임시연과 함께 산부인과 검사를 받으러 갔다는 걸 내가 알면 화낼까 봐 그런 건가?’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배를 쓰다듬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 갈 거예요? 마침 그 부근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려던 참이었어요. 내가 데려다줄게요.”고청민은 친절하게 물었다.“가요.”혼자 제멋대로 추측하는 것보다 그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고청민은 흰색 마이바흐를 서두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전했다. 심지안은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생각할수록 성연신이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서야 남하영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지금 임시연을 상대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

최신 챕터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31화 성청민

    흥분을 가라앉힌 후, 심지안은 자신이 5년 전 해외에서 살았던 작은 별장과 흡사한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외부 경관이 달라 의아해하며 말했다.“5년 전과 똑같은 별장을 지었어요?”고청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다가 기침을 몇 번 하며 대답했다.“맞아요. 거의 차이가 없죠?”심지안은 방 안의 모든 물건을 둘러보며 고청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조금 부드러워졌고, 마치 그를 가족으로 생각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어떻게 하지원을 설득했어요?”그녀는 고청민이 하지원을 이용하여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못했다.“한마디 했더니 바로 승낙했어요.”고청민은 미소를 지었다.하지원은 이처럼 온 마음을 다해 고청민을 따랐다.심지안은 복잡한 마음으로 물었다.“하지원 씨에게 미안하지 않아요?”고청민은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보상해 줄 거예요.”‘보상? 어떻게 보상할 건데? 여자의 청춘을 어떻게 보상할 건데...’심지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하지원에게는 그저 사랑이었으니까...“밤새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프죠? 지안 씨가 좋아하는 비빔면을 준비해 뒀어요. 게살 비빔면이요.”고청민은 웃으며 심지안에게 말했다.“지안 씨가 분명 좋아할 거예요.”심지안은 배가 고파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식탁에 다가가기 전, 그녀는 게살 비빔면의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고청민은 게살 비빔면을 그녀 앞에 놓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먹어요. 제철 대게는 정말 맛있거든요.”심지안은 망설임 없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의 말대로 정말 맛있었다. 커다란 게살이 면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를 더했다.고청민의 뜨거운 시선에 심지안은 불편해하며 말했다.“청민 씨도 먹어요. 나만 보지 말고...”고청민은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들어 면을 집어 먹으려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기침이 그를 멈추게 했다.연달아 몇 번의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점차 그의 가냘프고 쇠약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기침이 점점 심해지자 그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30화 미친놈,지안 씨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집에 돌아온 후, 성연신은 성우주를 재우고 나서 긴급한 회사 업무를 처리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이미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성연신은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고청민의 상황을 물어볼까 했지만, 숙면을 방해할까 봐 포기했다.다음 날 아침, 성연신은 일찍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었다. 그는 심지안이 오늘 세움의 신제품 출시 준비로 일찍 출근할 거로 생각하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려 했다.이때 손이 미끄러져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주어 보니 액정이 나가 있었다.갑작스러운 실수에 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깨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불안감이 스며들었다.성연신은 다른 휴대폰으로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부재중으로 받지 않았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성씨 가문으로 출발했다.성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성동철은 막 깨어나서 정원에서 산책 중이었다.성연신으로부터 두 사람이 지난밤 함께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성동철은 고청민이 출발 직전에 했던 말이 떠올라 이마를 찡그렸다.‘그 녀석이 설마...’성연신은 성동철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물었다.“어르신, 혹시 지안 씨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어디죠?”“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크네.”성연신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무슨 말씀입니까?”성동철은 고청민이 출발 전에 했던 특별한 부탁을 성연신에게 말해주고, 동시에 고청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연신은 주먹을 꽉 쥐고 심지안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한참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다.“지안 씨, 어디에 있어요?”“성연신 대표님, 접니다.”고청민의 평온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성연신의 신경을 자극했다.성연신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자식아, 지안 씨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우리는 해외에 있어요.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고청민은 계속해서 말했다.“지안 씨를 며칠만 빌리는 셈이에요. 너무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테니, 흥분하지 마세요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9화 아쉬움

    “네. 할아버지, 그러니 제발 막지 말아 주세요.”“지금 나와 상의하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 거구나!”“할아버지, 용서해 주세요.”성동철은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한순간에 십 년은 늙은 것처럼 보였고, 무력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한참 후에야 그는 천천히 말했다.“해외 전문가와 이미 연락을 취했으니, 너는 안심하고 치료에 전념해라.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청민은 그의 고집을 읽고 눈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갑자기 젖어 들었다.사실, 그도 할아버지와 몇 년 더 함께하고 싶었다.집에 돌아오니, 성동철이 연락한 해외 전문가로부터 답변이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신의라 불리는 의사가 이미 고청민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들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청민은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성동철을 안심시키며 주제를 돌렸다.“할아버지, 해외로 며칠 다녀오고 싶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못 갔어요.”“안 돼. 네 몸 상태로는 그렇게 멀리 갈 수 없어!”성동철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아직 민채린의 스승에게 도움을 청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러나 고청민은 말했다.“민채린이 해외에 있어요. 그녀가 옆에 있으면 할아버지도 안심하실 거예요.”“민채린?”성동철의 얼굴에 희미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그렇다면 민채린의 스승에게 직접 찾아갈 수 있는 거니?”“제 병에 대해 이미 채린이의 스승님께 여쭤봤어요.”“결과는 어땠니?”“스승님께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알려 주셨어요. 하지만 정말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래요.”성동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을 느꼈다.결국,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래. 가고 싶다면 가도 좋아. 다른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네 몸에도 좋을 거다.”게다가 민채린이 옆에 있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속히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오늘 바로 떠나려고 해요.”“이렇게 갑자기?”“그냥 즉흥적으로 생각한 거예요. 가고 싶을 때 가야죠.”고청민은 말하며 눈치를 보지 않았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8화 하지원에게 적합한 심장

    30분 후, 성동철과 고청민이 병실에서 나왔다. 성동철은 걱정스럽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의사가 병원에 며칠 더 있으라 했잖니? 왜 말을 안 들어? 적어도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 치료 시간을 늦출 수도 있다고...”고청민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햇살처럼 부드러워 보였다.“괜찮아요. 집에 있는 의료 장비로도 충분해요.”성동철은 한숨을 쉬며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집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집에 있으면 이 녀석을 더 볼 수 있잖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고...’성동철은 운전기사에게 차를 병원 앞에 대라고 지시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병원 입구의 벤치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했다.“지안이 여기 앉아 있지 않았니? 어디 갔지?”고청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고운 속눈썹은 한껏 아래로 드리워 있었다. 눈에 감춰진 복잡한 감정이 보이지 않게 덮여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원이도 보이지 않네. 네가 전화를 걸어 연락해 봐.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성동철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청민에게 말하며,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계속 부재중이었다.고청민은 하지원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바로 말했다.“지원이 오빠가 찾으러 왔어요. 아마도 지안 씨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간 것 같아요. 저희 먼저 집에 가죠.”성동철은 방금 의사가 자신에게 따로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빨리 집에 가서 외국의 의료 전문가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 우리라도 먼저 가자.”‘성연신이 지안이를 데려갔을 수도 있어. 어쨌든 지안이는 다 큰 어른이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넓은 승용차 안에서, 고청민이 갑자기 성동철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죽으면 제 심장을 지원이에게 주세요.”어차피 죽으면 남겨둘 이유가 없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덕을 쌓는 일일 것이다.성동철은 얼굴빛이 변하며 호통쳤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7화 날 원망하지 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심지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바칠 수 있는 것은 아니야.”심지안은 사랑의 위대함에 감탄했지만, 그런 희생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하지원은 심지안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난 인간미가 있고, 지안 씨는 없으니까요. 임시연이 당신 앞에서 죽었을 때, 살아있던 한 생명이 죽었는데도 지안 씨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무관심했잖아요.”심지안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금까지의 무심한 태도를 거두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하지원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맞아요. 임시연은 내 아이를 훔치고, 내 남자를 빼앗고, 내 결혼을 망쳤어요. 게다가 여러 번 나를 죽이려고 했었죠. 이번에 죽은 사람이 임시연이 아니었다면, 다음번에 죽을 사람은 나일 수도 있어요. 지금 임시연이 죽어서 폭죽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니까, 자기 일 아니라고 그런 쉬운 소리 하지 마세요!”처음에는 임시연의 죽음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곧 심지안은 깨달았다. 임시연의 죽음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녀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임시연은 살아서 더 많은 사람을 해치려 했기에 어쩌면 이렇게 죽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원은 심지안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고, 잠시 말을 잃었다.“지원 씨는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에요. 날 냉정하다고 생각해도 좋아요.”심지안은 하지원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하지원도 불쌍한 사람일 뿐이었다. 심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들어가려 했다. 한 발을 내딛자, 하지원이 다시 말을 걸었다.“정말로 청민 선배를 도와줄 생각이 없는 거예요? 사람 하나 구한다고 생각해 줘요... 평생 고마워할게요.”심지안은 잠시 멈칫했지만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그건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도덕적 강요에요.”심지안은 친구로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6화 잘 살아가기만 하면 돼

    성동철은 깜짝 놀라 지팡이도 잊은 채 급히 움직였다. 카펫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휘청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집사는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남은 하인들은 손님들을 휴식 공간으로 안내했다. 연회 내내 활기찼던 분위기가 갑자기 혼란스럽고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심지안은 찡그린 얼굴로 성동철의 뒤를 따라 고청민의 방으로 들어갔다.커튼은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못하게 꽉 닫혀 있었지만, 문을 열자 짙은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하인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전원 스위치를 켜자, 방 안은 갑자기 밝아졌다.우드톤 가구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옷들도 정리되어 소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심지안은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고청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심지안은 약간 열려 있는 화장실 문을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때, 하지원이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에 있어요.”성동철은 떨리는 손으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에는 붉은 핏자국이 가득했다.고청민은 욕조 안에 누워 있었다. 옷은 물에 젖어 축축하게 몸에 붙어 있었고, 두 손은 욕조 가장자리에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머리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어 원래 창백한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였다.고청민은 말라비틀어진 채 생기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성동철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손가락을 고청민의 코 밑에 대어 보았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며 하인들에게 소리쳤다.“구급차가 일찍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 빨리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하인들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고청민을 욕조에서 꺼냈다.심지안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겁에 질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혼이 나간 하지원을 바라보았다.“청민 씨...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린 건가요?”이 상황이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것 같았지만, 하지원은 그 말을 입 밖에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5화 남겨진 이들의 그리움

    심지안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말 좀 해봐요. 정말 시연 씨가 죽길 바란 거예요? 시연 씨가 죽으면 속 시원할 것 같았냐고요!”변석환은 심지안에게 소리쳤다. 울부짖는 변석환의 두 눈은 심하게 충혈되어 무섭게 보였다. 그리고 그의 큰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변요석과 성연신이 먼저 달려왔다. 성연신은 심지안을 보호하며 변석환을 몇 걸음 뒤로 밀어냈다. 성연신의 행동은 냉담하면서도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지안 씨 앞에서 임시연 그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마. 다시 한번 실수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하하하! 살인범을 감싸고 도는 건가요?”변석환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시연 씨의 죽음에는 당신과 심지안 씨도 책임이 있어요.”“퍽!”변요석은 변석환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정신 차려. 임시연은 원래 죽어 마땅한 여자야! 더 이상 나를 창피하게 만들지 마!”변석환은 변요석을 바라보며, 맞은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원래 죽어야 했고... 맞아... 나를 속이고 이용했어... 죽어 마땅한 여자야...”하지만 변석환은 스스로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 없었다.임시연이 죄를 지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변석환은 여전히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변요석은 주변에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의식하며 분노를 억누르고 변석환에게 경고했다.“지금 당장 성씨 가문을 떠나. 네가 정신 차리고 지안 씨에게 사과할 준비가 되면... 그때 돌아와.”변석환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비틀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사람들 사이로 문득 익숙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았다.변석환은 그 그림자를 쫓아갔지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변석환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고, 그제야 그것이 자신의 착각임을 깨달았다.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임시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4화 우리 아이는 엄마를 잃었어요

    자책하는 심지안을 보는 성연신은 가슴이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임시연의 죽음은 지안 씨와 아무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혼자 그런 생각 하지 마요.”심지안도, 성연신도, 그 누구도 임시연이 거기서 뛰어내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것이다.임시연이 심지안 앞에서 그리고 성원 그룹에서 죽은 건 심지안과 성연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제가 잘못되어 죽는다 해도 살아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편하진 않을 테니까 그걸 노리고 뛰어내렸던 것 같다.성연신도 놀라긴 했지만 직접 본 게 아니니 그리 큰 충격은 받지 않았는데 문제는 심지안이었다.물론 임시연도 죽을 줄은 모르고 뛰어내렸겠지. 그냥 크게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감옥에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뛰어내린 걸 텐데 이렇게 죽어버려서 심지안만 힘들어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공허한 눈으로 성연신을 보며 웃어보려 했지만 표정이 잔뜩 굳어있어서 웃는 게 우는 것보다 더 이상했다.“당신 말이 맞아요. 임시연은 천벌 받아서 죽은 건데 내가 기뻐하는 게 맞죠.”“그래요, 안 뛰어내렸어도 경찰한테 잡혀서 자유롭진 못했을 거예요.”성연신은 심지안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지안 씨더러 임시연 잡아놓으라고 한 거잖아요. 귀신이 되어도 날 찾아올 거니까 지안 씨는 아무 걱정 하지 마요.”그때 오지석이 사실은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오려 했지만 임시연이 미리 눈치를 채고 송준에게 도움을 청할까 봐 성연신이 말렸었는데 임시연이 이렇게 극단적인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심지안을 절대 혼자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알겠어요.”긴장이 풀렸는지 심지안이 눈을 살짝 감으며 말했다.“나 아까 제대로 못 쉬어서 좀 잘래요.”“그래요, 내가 옆에 있을게요.”“네, 할아버지랑 우주한테는 나 병원에 있단 말 하지 마요.”“네.”가족들이 괜히 걱정할까 봐 신신당부를 하고서야 심지안은 침대에 누웠다.제 앞에 앉아있는 듬직한 성연신을 보니 안심이 되는지 그렇게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한편 성연신은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3화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렇게 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누구는 임시연을 구하겠다고 1층으로 달려 내려가고 누구는 창가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아직 살아있어요!"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심지안은 사람들의 인영이 환영처럼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도 어지럽고 귀에 까지 이명이 들려 온 세상이 흐릿하게 보였다.임시연이 뛰어내리는 결말을 예상해본적은 없었는데, 3층이 아주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낮은 층수도 아니었다.조금 정신을 차린 심지안은 사람들의 질책이 담긴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저들끼리 수군대며 심지안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사모님도 너무 하시지, 어떻게 사람을 뛰어내릴 때까지 몰아붙여? 저러면 밤에 악몽 안 꾸나?""그리고 왜 자꾸 연다빈 씨한테 임시연이라고 하는 거야? 너무 간 거 아니야?""다빈 씨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사모님이 살인자 되는 거야?""다빈 씨가 귀신 돼서 사모님한테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있던 심지안은 이마에 힘을 주며 소리질렀다."내가 몰아붙인 거 아니고 본인이 뛰어내린 거야. 나랑 상관 없다고."심지안의 호통에 수군거림은 사라졌지만 그녀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매정했다.다들 "연다빈"에게 일이 생기면 심지안 책임으로 돌릴 준비가 되어있는 듯 싶었다.심지안은 애써 심호흡을 하며 현기증을 이겨내려 했다. 그리고 구급차를 부르려고 뒤를 돌 때 마침 이곳으로 뛰어오는 성연신과 오지석을 발견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성연신이 빠르게 다가와 심지안의 어깨를 잡으며 주드럽게 다독였다."괜찮아, 내가 왔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속눈썹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던 심지안은 마침 다가오는 성연신을 보고 무슨 말이 라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시간이 조금 흘러 심지안이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흰 벽과 소독약 냄새, 그리고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성원 그룹 직원 자살 사건은 임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