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성연신의 반응을 보려고 했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임시연은 어딨습니까?”“안에서 검사받고 있어. 팔을 다친 모양이야.”“물건이 떨어진 게 우연입니까, 인위적인 원인입니까?”서백호가 다가와 대답했다.“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주변의 CCTV를 찾아보고 목격자를 찾아보니 한 일꾼이 의심됩니다. 인위적인 사고일 수도 있어요.”심지안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라리 우연인 사고였으면 했다.“그 일꾼은 찾았어요?”“사람을 시켜 찾고 있습니다.”서백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시연은 의사의 부축을 받고 나왔다. 그녀의 팔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다.“다행히 비켜 맞아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골절도 없고요. 아이스팩으로 얼음찜질을 해주면 됩니다.”임시연은 하얀 긴 원피스를 입고 또 하얗고 청순가련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정말 국민 첫사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표정이 어두워진 심지안은 시선을 내려 감정을 감추려고 했다.성연신은 바로 물었다.“네가 왜 을지로에 있어.”임시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살짝 억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욱 씨가 나와 사모님께 통지하고 난 후, 우리는 각자 알아서 갈 길을 갔어. 내가 을지로에 간 건 이곳에 연주회가 있어서야.”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연주회의 입장권을 꺼냈다. 성연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마치 금방 싸운 커플 같았다. 여자가 남자를 원망하고 있는 듯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심지안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임시연이 특별한 얘기를 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이상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싫었다.성연신은 그녀 손에 있는 연주회 입장권을 보고 형식적으로 대답했다.“잘 쉬어. 치료비는 성씨 가문에서 다 내줄 테니까.”임시연은 목이 막혀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나...”“정욱.”성연신이 임시연의 말을 끊었다.“성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백호 아저씨를 도와 그 일꾼을 찾아.”“알
성연신은 들어가다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심지안을 향해 손을 저었다.“이리 와요.”예쁜 심지안의 눈은 별을 담은 것처럼 반짝였다. 몇 걸음 달려간 심지안은 손을 성연신에게 주었다.성연신이 심지안을 기다릴 사이에, 임시연은 혼자 앞으로 걸어가게 되었다.이곳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어느 문으로 가야 화원에 가는지도 몰랐다.조금 어색해진 그녀였지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물었다.“오레오는 어디 있어? 연신아, 날 데리고 가줄래?”다른 사람이 입을 열기 전에 정욱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임시연은 겨우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얘기했다.“고마워요, 부탁해요.”정욱은 이상하게 임시연을 쳐다보았다. 성연신이 없을 때 임시연의 말투는 절대 이렇지 않았다.임시연이 떠나자마자 서백호가 돌아왔다.“일꾼을 찾았습니다. 바로 옆에 대기시켜 놨어요.”서백호는 잠시 멈칫하다가 또 얘기했다.“백연 님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봤습니다.”성연신은 귀찮아서 대답했다.“백연을 먼저 보내고 일꾼을 들여보내요.”“아버님, 제 편을 들어주셔야죠!”백연의 목소리가 먼저 저택을 울렸다.일부러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얘기하는 백연을 보면 정말 하늘이 무너진 줄로 알 것이다. 성수광은 귀를 가볍게 긁으며 성연신과 똑같이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나 아직 안 죽었다. 제사 지내는 것처럼 울지 마.”들어온 백연은 성연신을 보고 굳어버리더니 더욱 크게 울었다.“성씨 가문의 리조트가 개업해서 응원도 할 겸 갔더니 방을 남겨주지도 않고 사람을 시켜서 저를 쫓아냈어요! 이게 가족끼리 할 짓입니까?! 아버님, 여광이 일로 제게 화를 내면 안 되죠. 게다가 여광이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아요. 이제 집도 다시 찾아왔으니 피해 본 것은 없어요. 그래도 용서를 해줘야죠!”성연신은 차갑게 웃으며 사실을 또박또박 말해주었다.“사업을 응원하러 갔다면서 첫째, 돈은 하나도 내지 않고 둘째, 일부러 프런트의 직원을 난감하게 만들어서 리조트에 좋
백연의 소리는 매우 커서 화원에 있던 임시연까지 대화의 내용을 듣게 되었다. 백연이 떠나는 것을 들은 후에야 임시연은 화원에서 나왔다.성연신은 가볍게 임시연을 훑고 얘기했다.“백호 아저씨, 일꾼을 데려오세요.”임시연이 의아해했다.“무슨 일꾼?”“철통을 일부러 던진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요.”심지안이 임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임시연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발이 바닥에 붙은 듯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하지만 그 한순간일 뿐이었고 임시연은 빠르게 진정했다.홍지윤이 직접 나섰든지 아니면 사람을 시켰든지, 임시연은 나선 적이 없었다. 이 일을 아는 사람은 홍지윤 외에 없었다.임시연은 그저 마침 지나가던 행인이자 피해자였다.일꾼을 찾아온다고 해도 임시연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평소 같은 표정을 한 임시연이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일꾼이라면 배상금을 받지 말고 그냥 풀어줘요. 저는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이 힘든 것은 못 보거든요.”심지안은 시선을 돌리고 입꼬리를 올렸다. 무슨 부처님 행세도 아니고. 그렇게 착하면 왜 굳이 와서 심지안과 성연신을 빼앗으려고 들겠는가.“돈을 배상하는 건 다른 문제야. 중요한 건 저 일꾼이 철통을 던진 것인지,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아보는 거야. 불쌍하다고 풀어주기에 세상에는 저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이 더 많아. 그럴 거면 자선 기금회를 만드는 게 나아.”성연신은 넓은 소파에 앉아 임시연의 말을 바로 반박했다.“네가 무슨 성모 마리아도 아니고.”임시연은 화가 나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수많은 고용인 앞에서 면박을 주다니, 앞으로 어떻게 이 저택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실수도 있었다. 성연신은 약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심지안은 턱을 괴고 성연신을 향해 긍정의 시선을 보냈다. 이런 태도만 유지하면 되는데. 성수광도 꽤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이진우를 불러 같이 밥이나 한 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일꾼은 서백호를 따라 들어왔다.
심지안은 성연신과 시선을 맞추고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성수광은 가면을 쓴 여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저 의심스레 그들을 보며 궁금해했다.“왜, 두 사람 아는 거라도 있어? 그러면 말이라도 해.”“아니에요.”성연신이 서백호를 향해 얘기했다.“할아버님을 모시고 휴식하세요.”서백호는 그렇게 했다. 성수광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저 부부간의 비밀인 줄 알았다.심지안과 성연신은 같이 방에 들어갔고 임시연은 혼자 그곳에 남아 식은땀만 줄줄 흘리다가 길게 한숨을 뱉었다.홍지윤은 너무 일 처리를 대충 했다. 목격자가 있으면 그대로 죽여버리지, 왜 살려둬서는....“내일 토지 경매가 있어요. 금호 그룹의 송준도 온다고 하니 내가 직접 가보려고요.”심지안은 그제야 알았다. “송준이 비밀 조직과 한패인가요?”성연신은 그저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심지안은 의아해하며 얼굴을 만졌다.“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아니요, 그저 이제는 당신을 바보라고 못할 것 같아서요.”성연신의 차가운 눈에는 심지안을 향한 사랑이 가득했다.“이렇게 총명한데.”비밀 조직과 금호 그룹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심지안은 추측해냈다.역시 성연신의 여자였다.심지안은 입을 삐죽였다.“뭐래요, 난 원래 총명했어요. 저도 내일 나가요.”“네? 안 무서워요?”“그 사람들이 나를 계속 해치려고 드는데, 나는 나갈 용기조차 없으면 너무 찌질해 보이잖아요.”“찌질해도 괜찮아요.”성연신은 심지안의 볼을 만지며 얘기했다.“내가 지켜줄 거니까요.”심지안은 열심히 얘기했다.“혼자서 만나볼 게요. 연신 씨는 가끔 도와주면 돼요.”“내 아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성연신의 입꼬리가 말아졌다. 잘생긴 그의 눈은 심지안을 향한 편애가 가득했다.점심에 병원에서, 임시연은 본가 저택에 가서 오레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심지안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동의했다. 그리고 성연신도 그걸 알았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이러는 모습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글거려
심지안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뒤늦게 알아채고 얼굴을 붉혔다.이 남자는 요새 머릿속이 온통 그런 일밖에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성연신은 그저 장난으로 놀리는 것이었다. 훤히 밝은 대낮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날이 추워져 심지안 긴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널찍한 옷이 그녀의 몸매를 가려주었다.심지안은 임신한 것이 크게 알리지도 않았고 입덧도 많이 하지 않았다.샤워를 할 때, 나체 상태에서는 배가 조금 나온 것이 알리지만 옷을 입으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지금 성연신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지만 그가 발견하지 못할 정도다.성연신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었지만 품에 따스하고 포근한 여자를 안고 있으니 마치 천연 수면제를 곁에 둔 기분이었고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화원에서 서백호는 고용인에게 당부했다.“어르신의 약이 곧 떨어지니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장 의사를 찾아 약을 가져와.”“네.”대답한 고용인의 시선은 가만히 서 있는 임시연에게로 향했다. 서백호도 임시연을 보고 불쾌한 어투로 얘기했다.“무슨 일이죠? 임시연 아가씨에게 차를 준비해 드리지 않았던가요?”임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백호가 얘기했다.“이런, 죄송합니다. 본가 쪽에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서요. 제가 일이 너무 많아 소홀했습니다. 고용인들도 눈치가 빠르지 못했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찾아 보내 드리겠습니다.”임시연은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백호가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니 떠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그저 억지로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감사합니다.”서백호는 운전기사를 불러 임시연을 저택 정문까지 바래다주었다. 뒷짐을 쥐고 떠나는 임시연을 보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성씨 저택에 눌어붙을 생각일지도 모른다.차에 앉은 임시연은 백미러로 서백호를 보면서 머리를 굴렸다.월요일에 약을 가지러 간다...그렇다면 약에 손을 써서 성수광을 해치워 버려도 된다!오후, 성연신은 전화벨
“이 일은 네 엄마의 탓이야. 네 아빠가 돌아가기 전에 너랑 한 통화 내용이 기억 안 나냐? 과거는 내려놓고 미래를 잘 살라고. 그 일 때문에 네 가정을 망치지 말라고 말이야.”성연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에 빠져 대학생 때에 성연신을 낳았다.하지만 좋은 날은 길게 가지 못했다. 성연신 어머니의 약혼자라고 하는 남자가 등장해 억지로 성연신의 어머니를 데려갔다. 성연신의 어머니는 성연신의 아버지를 떠난 후 우울증으로 홀로 생을 마감하셨다.그 소식을 안 성연신의 아버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성수광이 봤을 때, 성연신의 어머니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성연신 아버지에게 달라붙은 사람이었다.그러니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은 정해진 결말이었다.“내 어머니가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그런 혼인 때문에 한평생 묶여 살아야 하나요?!”성연신은 성수광의 말에 폭발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왜 함께하지 못하는 것인가! “네 아빠와 약속했다. 이 일은 여기까지라고.”송석훈의 세력은 매우 광범위했다. 그는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어둠의 세계에도 손을 뻗은 사람이었다.만약 억지로 그와 싸우려 든다면 힘들 것이다. 성연신에게 보광 중신이라는 패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둘이 싸운다면 쌍방의 손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몇 년 전에도 송석훈은 일부러 자신의 단서를 이리저리 흘리고 다녔지만 성수광은 무시했다.성연신은 눈을 감고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상관하지 마세요.”“지금 생활을 소중히 여기고 지안이를 생각해 줘. 평범한 삶이 가장 좋은 거니까.”성연신의 눈이 번뜩였다. 머리가 아파져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만 줄 겁니다. 계속해서 일을 벌인다면 그때는 꼭 제대로 갚아줄 거예요.”성수광은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성수광에게는 아들이 둘이었다. 큰아들은 그가 고른 후계자로서 총명하고 성격도 좋았다. 하지만 하필 사랑이라는 관문에서 쓰러져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다.
송준. 송석훈.모두 송씨 가문 사람들이다.송준과 송석훈은 20살 정도 차이가 나니 송준은 송석훈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또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심지안은 잠깐 굳어서 다시 쳐다보았다. 첫 줄의 오른쪽에는 보광 중신이 쓰여 있었고 왼쪽에는 금호 그룹이 적혀 있었다.경매는 십 분 뒤에 시작된다.송준은 옆의 사람들을 물리고 성연신에게로 걸어갔다. 사악한 미소를 지은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성 대표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성연신은 송준이 뻗은 손을 보며 차갑게 그를 훑고 물었다.“무슨 일이죠?”송준의 표정은 조금 굳어버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고 눈을 예쁘게 접었다.“성 대표님은 어느 땅을 사실 건가요?”“아직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심지안의 옆의 성연신을 흘깃 쳐다보았다. 너무 적대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었다.토지 경매는 다른 경매와 달리 수량이 적고 경쟁이 치열했다.가끔 토지 경매의 땅도 몇 개밖에 없기에 사전에 땅을 잘 봐두고 집을 지으면 얼마에 팔 수 있겠는지도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그러니 성연신은 그저 알려주기 싫다는 뜻이었다.송준은 가볍게 웃더니 심지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어딘가 모르게 괴이했다.“사모님이 참 예쁘세요.”그 말을 들은 성연신의 태도는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래서요?”“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예쁘시다고요.”“한 번만 더 내 여자를 쳐다보면 그때는 눈알을 파내서 개 밥그릇에 던져버릴 겁니다.”성연신의 시선은 칼보다 예리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송준이 말을 하려던 찰나 사회자가 올라와 경매를 시작한다고 얘기했다.송준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 화제를 돌렸다.“경매가 끝나고 가지 마세요. 할 말이 있거든요.”성연신은 그를 무시했다. 자신의 기분이 심지안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어 말하지 못했다.하지만 심지안은 이 모든 것을 다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심지안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송준 씨랑 아는 사이에요?”“몰라요
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그런 말이 있잖아요.”“뭐요?”“총명한 사람은 제 꾀에 넘어간다고.”심지안은 여전히 확신하지 못했다.“정말 자신 있어요?”이런 일은 간단해 보였지만 사실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했다. 상대방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성연신은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보면 알 거예요.”심지안은 자신만만한 그를 보며 기다렸다.“더 경매에 참여하실 분 없으신가요?”사회자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세 번 호가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2000억, 2000억, 2...”“2200억.”송준이 일어나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도발적인 표정으로 성연신을 쳐다보았다.성연신은 우아하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양보해 드리죠.”송준이 이를 뿌득뿌득 갈고 손가락을 꽉 쥐었다가 폈다. 관절에서 뚜둑 소리가 났는데 듣기만 해도 아팠다.비서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힘썼다.“송 대표님, 괜찮아요. 우리는 이미 우리가 사려던 땅을 샀습니다. 이 땅은 그저 실험용으로 쓰죠.”이때 사회자가 낙찰을 했다.“2200억에 낙찰되었습니다!”송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무엇을 떠올리고 다시 스산하게 웃었다.급하지 않았다. 경매가 끝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다.그리고 성연신이 나서서 마지막 남은 땅을 샀다. 그건 학교 부근의 땅이었다. 아까 그가 경매에 참여한 것은 그저 미끼였던 것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송준이 천천히 걸어와 얘기했다.“자리를 바꿔서 얘기해 볼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성연신은 차갑게 대답했다.송준은 웃더니 좋지 않은 말투로 얘기했다.“요즘 사진 한 장을 주웠는데 눈에 익더라고요. 아는 사람이 맞는지 한번 봐주실래요?”비서가 사진을 성연신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시선이 사진에 닿은 순간, 동공이 커지고 낯빛이 파리하게 질렸다. 사진 속의 여자는 성연신의 어머니였다. 기억 속의 인상과 많이 달라졌다.30대에 돌아가신 분이 사진에서는 40대로 보였고 포토샵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