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키스는 다다미에서 침대까지 이어졌다. 방 안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심지안은 몸이 나른해진 채 성연신을 밀어냈다. “오늘 어디 갔었어요?”“오지석이랑 성남시에 다녀왔어요. 당신 사진 올린 사람 찾았고 사진도 지웠어요.”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 누구예요?”“가면을 쓴 여자와 한패였어요. 하지만 밑에 있는 사람이라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심지안은 입술을 오므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나한테 화났으면서 왜 날 도와준 거예요?”“화난 건 화난 거고 도와주는 거랑 상관없는데.”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근데 난 왜 여기 가두어 둔 거예요?”“당신을 여기에 가둔 건 당신이 잘못을 반성하길 바라서였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왜 제일 먼저 나한테 말하지 않아요? 난 지안 씨 남자예요. 당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의무가 있고 당신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요.”성연신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날 속인 것도 모자라 오지석에게도 날 속이라고 하다니. 심지안 씨, 당신 진짜 대단한 재주가 있네요.”심지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 때문에 화난 거예요? 내가 진현수 씨랑 같이 사진이 찍혀서 화난 게 아니라?”“당신 생각에는 그래 보여요?”자신의 여자가 속옷만 입은 채 다른 남자와 껴안고 있는 걸 보았는데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음 같아서는 그 가면을 쓴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 후, 방 안은 조용해졌다.심지안은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가 화난 이유를 알게 된 그녀는 오해가 풀리자 먼저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다음에는 꼭 당신한테 제일 먼저 말할게요.”“다음은 없어요!”성연신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진현수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니까. “노력해 볼게요. 하지만 가면을 쓴 여자가 또다시 날 괴롭힐지도 몰라요.”그녀는 가면을 쓴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왜 자신을 노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말을 듣고 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새로 경호
진유진은 눈을 흘기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난 앞으로 전업주부가 될 마음이 없어요. 우리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차승원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이가 들어도 난 싫어하지 않을 거니까. 여자들이라면 다 그렇게 되겠죠. 늙으면 못생겨지는 거 아닌가요?”심지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이 자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자상하지 않아요?” 차승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떤 남자가 어리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건 가정에 충성해서 그런 거예요.” “필요 없어요. 저 한 달에 4백만 원 이상 벌거든요. 연말에 배당금까지 나오면 연봉이 1억 가까이 돼요. 일 포기 할 생각 없어요. 남자가 날 먹여 살릴 일도 없고요. 차승원 씨, 여기까지만 얘기해요.”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진유진은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만약 엄마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두 집안끼리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그에게 사람이 되는 법부터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바로 이때,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고 차승원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일단 저녁부터 먹어요. 진유진 씨가 일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진유진 씨 월급으로 가사도우미를 불러야 할 거예요. 우리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아이를 돌봐줄 수 없어요.”“그럼 당신 월급은 어떻게 쓸 건데요?”“당연히 우리 부모님께 효도해야죠.”그 말에 진유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아이를 키우는 데 다 내 월급을 사용한단 말이에요?”‘이런 인간한테 아이는 무슨? 꿈이나 깨!’차승원은 턱을 치켜들고는 오만하게 굴었다.“난 학교 선생님이에요. 나중에 퇴직하면 퇴직금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요. 온 가족이 모두 나한테 의지해야 해요.”“180만 원으로 아이 하나 키우지 못하는데 나중은 무슨? 그리고 퇴직하고 몇 년 더 살 것 같아요? 그렇게 따지면 내 친구가 그쪽 40년 동안 먹여 살려야 하는
정욱은 코를 만지며 대답했다.“네.”...“유진 씨가 자꾸만 대표님한테 나쁜 남자라고 해서 불만이 많았어요.”심지안은 이해가 안 됐다. 불만이 많았다던 사람이 진유진을 난처하게 만들기는커녕 그녀를 도와줬으니 말이다. 성연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한 두 시간쯤 늦는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녀는 기다리는 동안 진유진과 함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에 가보기로 했고 얼마 안 돼서 고청민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고 눈빛을 반짝거렸다.“마침 볼일이 있었는데 잘됐네요.”고청민은 깨끗하고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봄바람처럼 잔잔한 웃음을 짓고 있어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말해요.”심지안은 진지하게 일의 자초지종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 주얼리들은 엄마가 나한테 남겨주신 거예요. 나한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에요. 당신이 날 도와 찾아줬으면 해요.”고청민은 눈빛을 반짝거리더니 청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매달 정기적으로 수거하는 주얼리가 너무 많아요. 전부 다 한데 보관해 두거든요. 전당포 이름 말고 주얼리 사진 갖고 있어요?”“아니요. 하지만 그릴 수 있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있거든요.”“그래요. 그럼 그려서 줘요. 직원들한테 찾아보라고 할게요.”“청민 씨, 정말 고마워요!”심지안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고 얼굴에는 기쁨과 기대로 가득 찼다. 반면, 고청민은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아쉽지만 주얼리는 찾을 수 없을 거예요.’적어도 지금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심지안이 성씨 가문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땐 생각해 볼 것이다. “여기 며칠 동안 있을 거예요. 내 방에 펜과 종이가 있으니까 시간 되면 와서 그려요. 인상이 있는 물건인지 한번 확인해 보죠.”심지안은 잠시 머뭇거렸다.‘남녀가 둘이 호텔 방에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그녀의 생각을 눈치챈 고청민이 한마디 내뱉었다.“경호원도 있어요.”“그래요. 정욱 씨, 유
옆의 심지안은 구경거리를 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성연신은 리조트가 표면상으로는 보광 중신과 세움 주얼리의 공동 사업이지만 투자 금액을 보면 세움 주얼리에서 투자한 것이 더욱 많다고 했다. 백연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성연신에게 먹칠하는 것과 같았다.백연은 고청민을 보고 마른기침을 했다. 밖에서 체면이 깎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목을 빼 들고 얘기했다.“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 두 개밖에 없다니. 왜 몇 개 더 만들지 않았대?!”“이건 우리의 일입니다. 만약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면 주식을 사는 게 빠를 겁니다.”백연에게 주식을 살 돈은 없었다. 표정을 굳힌 백연이 얘기했다.“의견 하나 제출하는 것도 안 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배우려는 마음이 없다니까. 어른들 말을 들을 생각이 하나도 없어보여.”“누구신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제가 왜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합니까?”고청민은 날카로운 말투로 얘기했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심지안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고 화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오가는 사람이 많아지자 임시연은 점점 부끄러워졌다. 게다가 고청민과는 껄끄러운 사이었기에 임시연은 낮은 소리로 백연에게 얘기했다.“카운터에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휴게실에서 조금 기다려 보라고 하네요. 연신이가 걱정하겠어요. 괜히 트러블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괜히 먼저 고발이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백연이 차갑게 심지안을 바라보며 임시연과 함께 휴게실로 갔다.심지안은 백연의 시선을 마주하며 억울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그냥 구경을 한 것도 죄인가? 심지안은 고청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그러다 고청민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쓸데없는 강박증이 도져서 저 흰 머리카락을 뽑고 싶었다.고청민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요?”“흰머리가 있어서요.”“그럼 뽑아줘요.”그렇게 얘기하며 고청민은 심지안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성연신은 일
성연신은 심지안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고청민을 훑어보았다.그 무거운 기운이 그들을 내리누르는 기분이었다.고청민의 피부는 매우 하얗고 기품과 몸짓은 다 우아했다.“여성은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존중해 주고 보호해 줘야 하는 게 아닙니까?”성연신의 표정은 마치 눈 내리는 날처럼 차가웠다. 고청민의 화려한 입담에 넘어갈 그가 아니었다. 심지안은 이렇게 어색한 상황 속에서 화가 났지만 그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심지안 뿐만이 아니라 고청민도 어색해질 것이다.심지안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약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저 배고파요, 나가서 같이 밥부터 먹어요.”성연신은 심지안을 흘깃 쳐다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얼어붙어 있었다.심지안은 조금 겁이 났지만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다행인 것은 성연신이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본 고청민의 얼굴에는 온화함이 점점 사라졌다.심지안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보아하니 그의 계획을 앞당겨야 할 것 같았다. ...심지안과 성연신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진유진이 선을 보고 있을 때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지금 와서 배가 고팠다.음식이 올라오자 심지안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성연신은 심지안을 바라보며 화가 나기는커녕 웃음이 나왔다.‘밥은 잘 먹네.’테이블에는 채소볶음이 있었는데 꽤 맛있는 모양인지 심지안은 많이 먹었다.그리고 심지안이 또 그 채소볶음을 짚으려고 할 때, 성연신은 갑자기 그 음식을 자기 앞에 놓았다.음식에 손이 닿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냥 다른 음식을 먹었다.성연신이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보디가드는 어디 있어요?”심지안은 잠시 멈칫한 채 반응하지 못했다.“방에 지안 씨랑 고청민 씨 빼고 보디가드 한 명 더 있지 않아요?”“있었는데, 일이 있다고 나갔어요.”성연신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하필 마침 성연신이 왔을 때 보디가드가 사라지다니. 심지안은 성연신을 보면서 천천히 젓가락을
성연신은 겨우 침착하고 채소볶음을 다시 앞으로 밀어주었다.“배불러요.”성연신은 눈썹을 까딱였다.“그러면 돌아가서 잘 거예요, 아니면 산책이라도 할 거예요?”“열 시가 넘었어요. 씻고 누우면 열한 시예요. 돌아가서 잘래요.”내일 아침 일찍 나가 놀아도 늦지 않았다.“네.”자갈이 가득 놓인 작은 길 위에는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가로등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는 점점 늘어졌다.“맞다, 백연 씨가 임시연 씨를 데리고 이곳에 온 거 알아요?”심지안이 갑자기 생각나서 성연신에세 물었다. 성연신은 귀찮아하며 대답했다.“지금 당장 떠나라고 할게요.”심지안은 확실히 그 두 사람이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내일 얘기해 봐요.”“그럼 내일로 할게요.”기분 좋은 날,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그리고 자갈이 가득 깔린 길의 모퉁이에서 임시연이 걸어 나왔다.주먹을 꽉 쥔 그녀의 얼굴에는 악독한 표정이었다. 심지안이 착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다.뒤에서 몰라 성연신에게 고발하고 그를 이용하다니.임시연은 제자리에 서서 고민했다. 내일이면 바로 이곳에서 쫓겨날지도 몰랐다.이런 일을, 임시연은 막을 수 없었다. 백연은 아직 성연신과 싸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눈을 대굴대굴 굴리던 임시연에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백연이 얘기하기를, 성수광은 매주 금요일마다 습관처럼 친구들과 모인다고 한다. 임시연은 홍지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었다.성연신에게 다가갈 방법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이번에야말로 성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할 것이다.홍지윤이 S에게 묻고 다시 결정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통쾌히 승낙했다.임시연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안 물어봐도 돼요?”“괜찮아요. 성수광 씨는 항상 당신이 성씨 가문에 시집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인데 그냥 죽여버리는 것도 좋죠. 남겨두면 앞으로 곤란해질 거예요.”임시연이 나지막
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성연신은 그저 존재만으로도, 그 잘생긴 얼굴로 그녀를 기쁘게 해줬다.미모만 있다면 다른 부분에서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 성연신은 잠시 흠칫하더니 소매를 걷고 정욱 옆에 앉았다.“내가 할게.”정욱과 심지안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 고귀한 남자가 이곳에서 새우를 까고 있다니, 어색했다.성연신은 남에게 새우를 까주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꽤 빠르게 까주었다. 첫 번째 새우는 모습이 처참했지만 두 번째 새우는 꽤 나아졌고 세 번째 새우는 완벽한 예술품 같았다.진유진은 제자를 가르치듯 미소를 지었다. 성연신에 대한 호감도가 살짝 올랐다.보아하니 심지안을 향한 마음은 진심인 것 같았다.심지안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릇에 놓인 새우들을 보고 노란 지폐 두 장을 꺼내며 얘기했다.“팁이에요!”성연신은 눈썹을 까딱거리다가 손을 뻗어 그 돈을 받았다.“감사합니다, 하지만 조금 적네요. 한 마리 당 20만 원이거든요.”표정이 굳어버린 심지안이 얘기했다.“차라리 가서 강도질해요!”“글쎄, 은행에 있는 돈이 다 내 거인데, 굳이 그럴 필요는...”“...”역시 부자의 삶은 부러웠다.“저기, 안녕하세요. 저도 새우를 까달라고 하고 싶은데 가격이 어떻게 되죠?”옆 테이블의 여자가 걸어와 부끄러워하며 성연신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게 뻔했다.정욱이 막아 나서며 얘기했디.“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놀란 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다른 서비스라면 더욱 좋아요.”“???”성연신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으로 보이나?심지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죄송해요. 이미 제 사람이라서.”표정이 변한 여자는 심지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젊고 예뻤으며 입은 옷은 브랜드를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우라가 우아했다. 게다가 이런 최상의 남자를 산 여자라면 돈이 모자란 것도 아닐 것이다.여자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진유진은 크게 소리
심지안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성연신의 반응을 보려고 했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임시연은 어딨습니까?”“안에서 검사받고 있어. 팔을 다친 모양이야.”“물건이 떨어진 게 우연입니까, 인위적인 원인입니까?”서백호가 다가와 대답했다.“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주변의 CCTV를 찾아보고 목격자를 찾아보니 한 일꾼이 의심됩니다. 인위적인 사고일 수도 있어요.”심지안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라리 우연인 사고였으면 했다.“그 일꾼은 찾았어요?”“사람을 시켜 찾고 있습니다.”서백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시연은 의사의 부축을 받고 나왔다. 그녀의 팔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다.“다행히 비켜 맞아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골절도 없고요. 아이스팩으로 얼음찜질을 해주면 됩니다.”임시연은 하얀 긴 원피스를 입고 또 하얗고 청순가련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정말 국민 첫사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표정이 어두워진 심지안은 시선을 내려 감정을 감추려고 했다.성연신은 바로 물었다.“네가 왜 을지로에 있어.”임시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살짝 억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욱 씨가 나와 사모님께 통지하고 난 후, 우리는 각자 알아서 갈 길을 갔어. 내가 을지로에 간 건 이곳에 연주회가 있어서야.”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연주회의 입장권을 꺼냈다. 성연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마치 금방 싸운 커플 같았다. 여자가 남자를 원망하고 있는 듯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심지안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임시연이 특별한 얘기를 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이상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싫었다.성연신은 그녀 손에 있는 연주회 입장권을 보고 형식적으로 대답했다.“잘 쉬어. 치료비는 성씨 가문에서 다 내줄 테니까.”임시연은 목이 막혀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나...”“정욱.”성연신이 임시연의 말을 끊었다.“성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백호 아저씨를 도와 그 일꾼을 찾아.”“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