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비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그럼 잘 생각해 봐.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임시연은 심호흡한 뒤 말을 하고는 자리를 뜨려 했다.“잠깐. 네티즌들한테 돈 주고 심지안 그 여자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라고 하는 건 어때?”그 말에 임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건 일도 아니야.”만약 심지안이 그런 일에 무너질 만큼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애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세움의 이미지는 조금 영향을 받고 있어. 만약 글로벌 엠버서더인 심지안이 또다시 나쁜 행동을 한다면 세움은 아마도 심지안을 버릴지도 몰라.”그 말에 임시연은 눈빛을 반짝거렸다.“그럼 한번 해봐.”그러나 단순히 네티즌들만 찾아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분명 고청민은 심지안을 지킬 거니까. 그러나 이번 기회에 그 사진들을 퍼뜨릴 수 있다면...솔직히 임시연은 고청민의 목적이 뭔지 잘 알지 못하였고 고청민의 손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심지안은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걸어 나왔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유진은 이내 그녀에게로 달려갔다.“어때? 별 이상 없지?”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난 최루탄 가스를 흡입하지 않았어.”“네가 똑똑해서 제때 입과 코를 막은 게 다행이야. 인터넷 검색해 보니까 최루탄의 위해가 생각보다 크더라. 증상이 가벼운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하지만 심한 사람들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했어.”진유진은 생각하면 할수록 등골이 오싹해져 가슴을 쳤다. “걱정하지 마. 이틀이 지났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으니까.”사실 오늘 그녀는 병원에 올 계획이 없었지만 고민 끝에 한 번 와서 검사해 보기로 했다. 어찌 됐든 배 속의 작은 생명은 연약하고 검사하면 마음이 놓이니까. 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정말 계속 말 안 할 거야?”하루가 다르게 배가 커지는 걸 어떻게 속일 수가 있겠는가?“이젠 가을이라 여름보다 옷을 두껍게 입으니 한두 달은 숨기는 데 문제없을
다시 가공했을 거라는 말에 심지안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그건 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긴 혼수였다...옆에 있던 진유진이 입을 열었다.“고청민 씨한테 물어봐. 아줌마가 남기신 주얼리들은 좋은 것들이니까 재가공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그렇게 생각할 수밖에.”오늘 진유진은 회사에 연차를 냈다. 며칠 있으면 그녀의 생일이었다. 진유진이 마음에 들어 하는 가방이 하나 있었는데 마침 성연신이 그녀에게 준 가방들 사이에 그 모델이 있었다.하여 심지안은 진유진에게 그 가방을 생일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가방을 가지러 선진 그룹의 창고로 갔다. 창고에 쌓여있는 명품 가방들을 보면서 진유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 물건들을 이리 놔둘 수 있어?”심지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중고로 내놓은 것도 있어. 안 그러면 지금보다 더 많을 거야.”“세상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돈 자랑하는 사람들 보면 한 대 때리고 싶더라!”“마음껏 골라. 가지고 싶은 것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아.”그 말에 진유진은 이내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방금 한 말 취소할게. 지안이 넌 내 인생 최고의 친구야.”심지안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피식 웃었다.선진 그룹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가을 시즌은 업무가 적어서 이틀 넘게 업무를 보지 않아도 두 시간이면 다 처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일을 다 마칠 때까지도 진유진은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처녀 자리의 사람들은 선택 장애가 있다는 게 정확한 말인 것 같다. 심지안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바로 그때, 한 게시물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심지안 그 여자는 도대체 무슨 배경이 있는 걸까?」게시물을 클릭하자 세 가지 일이 적혀있었다. 첫 번째는 그녀가 임시연의 사랑을 빼앗아 갔다고 했고 두 번째는 성수광이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의 편을 들었다고 했으며 세 번째는 고청민이 대중 앞에서 인질을 교
진현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이미 신고했어요. 지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생각 좀 해봐야겠어요.”진현수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정 힘들면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같이 있어 줄게요.”그와 통화할 여유가 없었던 심지안은 링크를 받은 뒤 이내 오지석에게 연락했다. 오지석은 그녀의 얘기를 듣고 한동안 침묵했다.“인터넷에 퍼진 건 조사하기가 힘들어요. 사이버 수사대에 최대한 이 사진들 국내로 퍼지지 않게 부탁해 놓을게요.”그 말을 들고 그녀의 창백했던 얼굴이 조금은 혈색이 돌았다.“고마워요.”“근데요. 연신이와는 어떻게 됐어요?”“아무 일 없어요...”“주제넘은 건 알지만 이런 얘기는 미리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연신이와 재결합할 생각이라면 지안 씨 배 속의 아이에 대해 꼭 연신이한테 말해야 해요. 누구의 아이인지, 지금 그 사람과 연락하고는 있는 건지 다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할 거예요.”그 사실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건 성연신의 몫이다. 하지만 그의 친척으로서 오지석은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지석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아이는 성연신의 아이였고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말에 오지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도대체 진실이 뭔데요?”“난 연신씨한테 미안한 짓 한 적 없어요.”“알아요.”‘연신이와 헤어진 후에 생긴 아이니 연신이한테 미안한 일은 아니지. 다만 속도가 빨랐을 뿐...’전화기 맞은편에서 정적이 흐르더니 잠시 후 오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어요. 이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요. 사진에 대해서는 신경 쓸게요. 새로운 소식이 있게 되면 연락드리죠.”일깨워 주기만 하면 될 것을 굳이 사람 난처하게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래도 주제넘게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에 심지안은 짧게 대답했다.“네, 수고하세요.”한편, 진유진은 가방을 다 고르고 나서 심지안과 잠깐 같이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한 시간 후, 성연신
그 말을 들으며 심지안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그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가 화를 낼까 봐 걱정되었다. 예전에 진현수와 아무 일이 없었을 때도 성연신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만 보고도 화를 벌컥 냈었다. 지금은 그런 차마 눈에 담기조차 힘든 사진이 떠돌고 있으니... 만약 성연신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녀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심지안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겠어요. 우리 빨리 출발해요.”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성연신은 그녀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했다.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보면 그녀의 손은 유난히 작아 보였고 차갑기만 했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따뜻한 기운을 그녀에게 전해줬다. 성연신이 예약한 곳은 금관성에서 최고의 웨딩스레스 샵이었다. 웨딩드레스 샵의 매니저는 오늘 그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손님들의 예약을 전부 뒤로 미루었다. 샵의 모든 직원이 두 사람을 위해 복무하였다. 성연신은 일찌감치 웨딩드레스를 구입해 프랑스에서 가져왔다. 웨딩드레스는 깔끔한 하얀 색이었고 끝부분은 셀 수 없이 많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었다. 네크라인은 일자로 되어있어 쇄골이 훤히 드러나고 간결하면서 화려해 보였다. 맞춤 제작한 웨딩드레스는 심지안의 몸에 딱 맞았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웨딩드레스의 자락이 휘날리어 성연신의 마음을 흔들었다.사랑하는 여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직접 보는 기분이 이런 건 줄 몰랐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 여자는 내 여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잘 어울리네요.”심지안도 마음에 들었는지 그를 향해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거렸다.“눈썰미가 좋네요.”저녁 8시가 다 되어서 거의 한 세트 촬영이 끝났다. “지금 바닷가에 가서 사진 찍으면 예쁠 거예요. 가실 거예요?”“아니요.”웨딩드레스
성연신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일부러 당신을 모욕하고 있는데 내가 못 믿을 게 뭐가 있겠어요?”심지안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인터넷 게시물은 이미 사람들 시켜서 삭제했어요.”“그 얘기였어요...”“그렇지 않으면요? 나한테 말하지 않은 일 또 있는 거예요?”그의 얼굴이 차갑게 변하였고 심지안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성연신은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그녀는 왠지 모르게 진실을 덮으려 할수록 그에게 들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미련한 여자가 우물쭈물하는 걸 보니 분명 말하고 싶지 않는 것이야. 요즘 내가 너무 잘해줬나? 또 날 속이려 하네...’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물어볼 시간은 많으니까. 두 사람은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본가로 가서 성수광과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쇼핑몰을 지나더 중, 심지안은 어떤 가게에 새로 나온 전통 과자를 좋아한다는 성수광의 말이 떠올랐다. 성연신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두 사람은 쇼핑몰로 들어갔다.가게 안은 사람들을 붐비었고 줄을 서야 했다. 성연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트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줄 서고 있어요. 난 뭐 좀 사 올게요.”“네.”심지안이 전통 과자를 다 살 때까지 성연신은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안은 마트로 그를 찾으러 갔다. 성연신은 카운터 앞 진열대에서 큰 사이즈 콘돔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마트 직원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며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저런 걸 사면서 왜 저렇게 떳떳한 거야? 그리고 지금은 쓸모도 없는데!’마트 직원은 계산을 마친 뒤 콘돔을 성연신에게 건네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쪽 와이프는 참 복이 많네요.”뜻밖에도 성연신은 그 말에 대꾸했다. “그러게요.”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심지안은 그를 잡아당기며
눈빛이 흔들리던 심지안은 이내 화제를 돌렸다.“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과자 사 왔어요.”“역시 지안이가 제일 효심이 깊어. 저놈은 여태껏 나한테 과자를 사줘 본 적이 없어!”“과자를 사드린 적은 없지만 성원그룹 몇조에 달하는 문제를 제가 해결해 드렸잖아요.”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가 위층에서 내려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성수광은 수염을 만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효도와 사업은 별개의 문제야! 그러니까 똑같이 취급하지 마.”“그래요? 그럼 이제부터 성원그룹의 일은 신경 쓰지 말고 할아버지께 과자만 사드리면 되겠어요?”네이비색 실크 잠옷을 입은 그는 평소의 도도한 모습과는 달리 조금 친근해 보였다. “그 입 다물어. 저놈은 아주 그냥 듣기 싫은 소리만 골라서 한다니까.” 심지안은 성수광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주며 입을 열었다.“누구나 잘하는 게 있는 거예요. 연신 씨처럼 똑똑하고 사업에 재능이 있는 사람한테 과자를 사 오라고 하는 건 좀 그래요. 이런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전 쇼핑몰 돌아다니고 물건 사는 거 좋아해요.”“우리 손자며느리는 어쩜 이리 말도 이쁘게 할까? 네놈은 독벌처럼 쏘아대기만 하고. 참 마음에 안 들어.”성수광은 심지안의 칭찬을 하면서 성연신을 꾸짖는 걸 잊지 않았다. 성연신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전복죽 한 그릇을 심지안에게 담아주었다.“몸에 좋은 거니 많이 먹어요.”“알았어요.”심지안은 조금씩 먹다가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서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꼭 다물었다. “할아버지, 먼저 드세요. 저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성수광은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성연신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너희들이 재결합하면 네 아버지 유서 너한테 건네줄게.”성연신은 고개를 들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바로 주셔도 돼요. 우리 두 사람 어차피 재결합할 거니까요.”“재결합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성수광도 물러서지 않았다. 성연신은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재결합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고 유서 안
화장실에서 한참 토한 심지안은 이젠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남자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거칠고 무서워 보였다.“사진 봤어요!”멍하니 서 있던 심지안은 문득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게 되었다.“내 말 좀 들어봐요. 나랑 진현수 씨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당신한테 정말 실망이에요.”성연신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오늘 내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몇 번이나 기회를 줬었는데. 나한테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죠.”‘이 여자한테 난 그토록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 혼자 묵묵히 책임질지언정, 오지석에게 도움을 청할지언정, 나한테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다니.’그 말에 심지안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뜻을 오해한 그녀는 이내 진지하게 변명했다.“그날 진현수 씨와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입고 있던 옷은 어쩔 수 없이 벗겨진 거고요. 믿지 못하겠으면 지금 바로 진현수 씨한테 전화해서 확인해 봐요.”“그만 해요!”성연신은 이를 악문 채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이런 사진들을 보고도 화를 안 낼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 또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러나 우습게도 분노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그는 차마 볼 수 없는 이런 사진들이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해서 심지안한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힐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믿지 않을까 봐 끊임없이 변명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는 마음이 아팠다. “연신 씨...”심지안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침실로 가요.”성연신은 심호흡을 하고는 단호하게 말했고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우리 그냥 여기서 얘기하면 안 돼요?”그는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녀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여기 있어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갔다 와서 다시 얘기해요.”말을 마친 성연신
문을 두드리던 심지안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가 천천히 내려갔다.“얼마 정도 걸린대요?”“한 시간 정도요.”“알았어요.”심지안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마침 방문 밖은 뒤뜰에 있는 정원이었다. 본가로 온 원이와 오레오가 함께 신나게 놀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임시연이 오레오를 중정원에 맡긴 후부터 일부러 트집을 잡고 평소에 오레오한테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임시연의 행동들을 보면 오레오를 중정원에 맡긴 것도 임시연의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성남시에서 금관성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위. 홍지윤은 승합차에 앉아 전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공손한 태도로 보고하고 있었다. 10분 후, 통화가 끝나자마자 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사람이 앞쪽의 차 번호판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누님, 저 차 저거 시연이 누나의 일을 망친 그놈 차 아니에요?”홍지윤은 고개를 내밀며 앞쪽을 쳐다보았다. 이진우의 차 유리는 바깥에서 차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홍지윤은 차 번호판을 몇 번이나 확인해 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진우 차 맞네.”만약 이진우가 성연신한테 얘기하지 않았다면 성연신은 진작에 임시연한테 넘어왔을 것이다. 그럼 지금처럼 애써 일을 꾸밀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누님, 저놈 혼내줄까요?”“이 낡은 승합차로 그게 가능해?”“튜닝한 거라서 충돌해도 끄떡없어요.”“고속도로 지나면 그때 손대.”“알았어요.”한편, 이진우는 백미러를 통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승합차를 발견하고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그러자 승합차도 따라서 속도를 줄였다.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든 이진우는 오른쪽 오솔길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승합차가 그 뒤를 따라왔다. 이진우가 성연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뒤에 누가 따라오고 있어. 어떡하지?”성연신은 눈을 뜨고 뒤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홍지윤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여우 가면이 특히 눈에 띄었다. “내가 운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