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덩치에 두려움을 느낀 심지안은 낮은 목소리로 성연신을 타일렀다.“감정적으로 이러지 말아요. 상대편에 사람이 많으니 우리가 불리할 거예요.”성연신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의 말은 아예 쓸모가 없는 듯했다. 당황한 그녀는 한 손으로 배를 감싸고 한 손으로 가방에 있는 방어용 스프레이를 몰래 꺼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했다.미국인은 서툰 한국말로 윽박질렀다.“죽고 싶어?”“그 집에 관을 들여보내라고 한 사람이 누구야?”성연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골든 가든은 유명한 부자 동네였고 최고의 학군으로 손꼽히는 동네라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폭등하였고 돈 있는 사람이라도 쉽게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다.그러나 이 미국인은 집을 산 자금의 출처도 불분명했고 집을 묘지로 쓰려고 했기 때문에 극도로 악랄한 사람이었다. “내가 내 집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데 당신이랑 뭔 상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연신은 그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얻어맞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선 미국인은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고 그는 화를 벌컥 내며 옆에 있는 의자를 부숴버렸다. 심지안은 무의식적으로 성연신을 끌고 뒤로 물러섰다. 이때, 갑자기 신현아가 나타나서 미국인의 가슴을 향해 발차기를 했다. 미국인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손에 있던 의자를 빼앗아 그의 몸을 향해 세게 내려쳤다. 이내 미국인은 신현아에게 제압당하였고 신현아는 미국인을 끌고 성연신의 앞으로 왔다. 신현아의 싸움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던 심지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누가 시킨 거야?”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미국인을 노려보며 그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방금까지 오만하기 그지없던 미국인은 지금 겁에 잔뜩 질린 모습이었다.“누군가 나한테 돈을 줬어요. 이 집을 사라고. 그 관들도 다 그 사람이 시킨 거예요... 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요.”“난 몰라요. 다들 누님이라고 불
병원에 도착해 보니 임시연은 작은 병실에 홀로 있었다. 병실은 비록 작았지만 있을 건 다 있어서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성수광이 임시연을 가뒀을 뿐 그녀를 학대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임시연은 성연신을 발견하고 홍지윤이 백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알게 되었을 거라는 걸 짐작했다. “연신아, 나 여기 갇혀 있을 수 없어. 내 병을 치료하는 약은 제2병원밖에 없다고. 나 좀 살려줘.”옆에 있던 심지안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깜빡였고 왠지 모르게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 진짜 대단한 분이야.’그녀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성수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가 여기서 널 내보내 줄게.”임시연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개인 병원이고 약과 의료 장비가 제한되어 있어 제2병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임시연은 그의 말을 듣고 이내 침대에서 내려와 성연신의 뒤를 따라나섰다. 마침 그녀가 심지안을 발견 하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지안 씨도 왔네요.”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빈정거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성 대표님, 어르신께서 절대 임시연 씨를 병원에서 내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마십시오.”소식을 들은 병원 원장은 황급히 달려와서 그들을 막아섰다. “시연이는 혈액암을 앓고 있어요. 여기서 치료할 수 있겠어요?”“치료는 불가능합니다. 임시연 씨 병원 차트 봤습니다. 지금은 몸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 당분간은 항암치료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르신께서 앞으로 여기 산부인과에서 검사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성 대표님, 이해해 주십시오.”“산부인과 검사는 여기 와서 할 거예요. 그러나 사람은 오늘 데리고 가야겠어요. 할아버지께서 못마땅하시면 날 찾아오라고 해요.”성연신은 말을 마치고는 임시연은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어쩔 수 없었던 병원 원장은 즉시 성수광에게 보고했다. 병원을 나서며 임시연은 심지안을 쳐다보며 성연신을 향해 입을 열었
거짓말에 꽤 익숙했던 그녀는 이번에는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노려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알았어요. 당신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이것 좀 놓고 얘기해요. 아파요.”성연신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턱을 놔주기는커녕 더 세게 잡았다. 아래턱에서 전해진 통증을 느낀 심지안은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나 정말 아파요. 자꾸 이러면... 우웁!”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그의 키스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고 거칠게만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입안을 빈틈없이 헤집고 다니며 그녀를 집어삼킬 듯했다. 심지안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아 그를 피했고 그때마다 그는 더 미친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강력한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당겼고 그녀가 피하지 못하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심지안은 감히 피하지 못하고 그의 키스에 반응했다. 그녀의 반응을 느낀 성연신은 그제야 조금 부드러워졌다. 심지안은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쌌고 점점 더 키스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점점 그의 키스는 더 부드러워졌고 그가 달콤한 그녀의 입술을 맛보았다. 심지안은 그제야 숨 쉴 틈이 생겼지만 그의 뜨거운 욕망에 포위되어 호흡조차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허리춤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가볍게 그녀의 옷 속으로 파고들어 그녀의 섬세한 피부를 어루만졌다. “우읍... 하지 말아요.”심지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단호하게 거절했다. 성연신은 그제야 행동을 멈추었다. 길가에 세워진 차 안에서의 섹스는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대며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나 속이지 말아요.”심지안은 가슴이 아팠다.“네.”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회사로 돌아가서 직원들과 회의하고 일에 전념했다. 퇴근할 때까지 계속 바빴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고 오후에 진현수에
성연신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성동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성민하라고 하는데, 아십니까?”성동철은 고개를 젓고 바로 대답했다.“모른다.”성연신의 눈에 실망감이 언뜻 내비쳤다. 그리고 얼른 화제를 돌려 이 일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한 시간 후, 성연신은 성동철의 저택에서 떠났다.입구까지 걸어 나오자 저택으로 돌아온 고청민과 만나게 되었다.고청민은 급한 걸음으로 뛰어 들어왔는데 표정은 평소와 달리 매우 긴박해 보였다. 성연신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본 고청민은 갑자기 심장이 조여들었다. “성연신 씨가 여기까지 걸음 하시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성연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청민의 콧잔등 위에 작게 맺힌 땀방울을 보며 웃을락 말락 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어른들이 하는 얘기니 어린이는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급하게 왔나 봐요?”“성연신 씨가 할아버지께 제가 지안 씨를 유혹한다고 고자질을 할까 봐 걱정되어서요.”“제 여자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성연신은 자신만만한 말투로 얘기했다.고청민은 작게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글쎄요,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나요.”“흠.”성연신이 말꼬리를 늘리며 입술을 끌어올렸다.“친구라는 이름으로 지안 씨에게 접근하고 본인 마음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골을 넣을 수 있을까요.”‘고작 너 같은 게?’고청민은 화를 내지 않고 순진한 눈을 반짝이며 얘기했다.“글쎄요, 지켜보면 알죠.”고청민은 보광 중신의 대표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제 자식처럼 키우는 장면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아주 재밌는 장면이 될 것이다.성연신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고청민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차를 몰고 멀리 떠나버렸다.고청민이 걸어 들어가 고용인에게 물었다.“성연신 씨와 할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별거 없었습니다. 성연신 님이 인테리어를 바꾸려는데 와서 저택을 참고하겠다고 하셨어요.’고청민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할아버지 방에 들어갔어요
“참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당연히 알려줘야지! 네가 그 사람의 애를 임신했다고!”“연신 씨가 이 아이를 갖겠다고 해도, 나한테 낳으라고 해도, 나는 내 아이랑 임시연의 애가 같은 아빠를 두고 있는 것을 용납 못 해.”진유진은 입을 삐죽였다.“임시연이 알아서 애를 키우게 하면 안 되는 거야?”“애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너도 아무 잘못이 없어.”진유진은 심지안을 안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내가 너랑 같이 네 아이의 엄마가 되어줄게. 같이 잘 키워줄 자신 있어. 하지만 난 네가 안쓰러워. 너처럼 착한 애가 어릴 때는 심전웅과 은옥매의 괴롭힘을 받고 그 두 사람이 드디어 죗값을 치르게 되니까 이제는 임시연이 나타나고. 하늘도 무심하지.”심지안은 진유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인생사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나한테는 네가 있잖아. 그리고 예전보다 더욱 잘살고 있는걸.”성연신과의 감정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것뿐이었다.“아직도 성연신 씨를 좋아해?”심지안은 솔직히 얘기했다.“바로 잊는 게 쉽지는 않지.”“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인데?”“두 달 정도 더 기다려 보려고. 임시연이 유전자 검사를 해서 연신 씨의 애가 맞는다고 하면 난 연신 씨와 완전히 갈라설 거야.”진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확실하게 끊어낼 수 있어?”“어쩔 수 없잖아. 다들 건드리면 안 되는 선이라는 게 있는 거야.”“그럼 성연신 씨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심지안은 시선을 내리깔았다.“모르겠어...”받아들일 수 없었으면 좋겠다가도 또 그가 받아들였으면 했다.“진현수 씨를 고려해 보는 건 어때? 그 사람도 나쁘지 않아.”“노력해 봤어.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일부러 밀어붙여도 안 되는 거더라.”“그래, 네 선택을 존중할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네 편이 되어줄게. 만약 나중에 네가 파산하게 되더라도 내가 책임지고 널 먹여 살릴 테니까 넌 집에서 아이만 열심히 키우면 돼. 아빠가 없는 게 뭔 대수라고. 내가 영원히 널 응원해 줄게
진유진의 눈이 밝게 빛났다.“원해!”“내가 카톡을 보내놓을게. 아무 핑계라도 대서 추가하면 돼.”“응!”두 사람의 대화 소리는 매우 낮았기에 고청민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는 그저 아침을 심지안에게 주고 바뀐 집안의 비싼 가구들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성연신이 고청민도 한남 더힐에 사는 것을 안다면 새 가구를 사주지 않았을 것이다.“먼저 드세요. 저는 오전에 수업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심지안은 갑자기 진유진을 앞으로 밀며 얘기했다.“너, 너도 출근해야 하잖아. 둘이 같이 나가.”“그, 그래!”진유진은 입속의 만두를 재빨리 삼키고 어색하게 고청민을 쳐다보았다. “같이 가요. 방향도 같은데.”“그래요.”두 사람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진유진은 애써 화제를 찾았다.“대학원 몇 학년이에요?”“전...”“요즘 취직이 어렵잖아요. 대학원생이면 나중에 취직하기 쉽겠네요?”“네, 하지만 저희 전공이 그렇게 인기 많은 전공은 아니라, 취직에는 크게 도움이 없을 거예요.”진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그러면 왜 대학원에 들어간 거예요?”“흥미가 있거든요.”진유진은 감정이 복잡해졌다. 흥미 때문에 대학원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니... 설마 재벌 2세는 아니겠지?진유진과 고청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헤어졌다. 그리고 그때 심지안이 마침 고청민의 카톡을 진유진에게 보내주었다.진유진이 먼저 물었다.「설마 재벌 2세야?」「맞아. 세움 주얼리의 상속자야. 그러니까 꼭 잡아!」「...갑자기 싫어졌어. 같은 급의 사람이 아니잖아. 추가 안 할래.」사실 고청민에게 한눈에 반할 정도로 빠진 것은 아니다. 그냥 잘생겼으니 조금 썸이라도 타고 싶었다.하지만 세움의 후계자라니. 진유진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사람이었다. 일단 두 사람의 급이 맞지도 않은 데다가 진유진은 부잣집에 시집갈 생각도 없었다.부잣집에 시집간다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이니까.‘잠깐만.’진유진은 뭐가 갑자기 생각나서 빨리 심지안에게 문자를 보냈다
“맞아, 그러니까 이 장난감으로 벌을 주는 거야!”오정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난감은 방귀 폭탄이었는데 냄새가 고약한 장난감이었다.오정연은 빠르게 정원으로 달려와 방귀 폭탄 세 개를 임시연에게 던져버렸다.임시연이 의아해하며 그 장난감을 바라볼 때, 포장지가 빠르게 부풀어 오르더니 ‘펑’ 소리와 함께 포장지가 터졌다. 하수구 같은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고 임시연은 마치 하수구에서 건져 올린 쥐가 된 기분이었다.“하하하, 냄새난대요, 더럽대요!”오정연이 임시연을 놀리기 시작했다.고연희는 점잖은 척하는 임시연이 꼴 보기 싫었다. 어차피 연기를 하는 거면서 굳이 진짜 부잣집 아가씨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니까. 지금 임시연의 이미지는 완전 바닥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녀를 본다면 코를 막고 도망칠 정도였다.그 모습을 본 고연희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같이 코를 막고 얘기했다.“임시연, 너한테서 악취가 진동하는데, 도대체 몇 개월이나 샤워를 안 한 거야?!”“고연희, 난 지금 성씨 집안의 애를 임신했어. 그런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임시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죽일 듯이 고연희를 노려보았다.이곳이 성씨 저택이 아니었다면, 임시연은 바로 고연희의 뺨을 갈길 것이다.“네가 나를 모함한 것은 너무한 게 아니야?!”고연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야!”웅웅.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고요함을 깨부쉈다.고연희는 의자 위에 놓인 외투를 바라보았다. 진동 소리는 거기서 울려 퍼진 것이었다.임시연은 빠르게 외투에서 핸드폰을 꺼냈다.그러자 고연희가 소리쳤다.“연신 오빠 핸드폰에 손대지 마!”임시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혹시 중요한 일이면 어떡하려고?”말을 마친 임시연이 고개를 숙여 핸드폰 위에 뜬 ‘심지안’, 세 글자를 확인했다.고연희도 그것을 보고 바로 핸드폰을 뺏으려고 했다.“받지 마! 지안 씨가 네 목소리르 들으면 분명 기분이 나빠질 거야!”임시연은 더 환
“결혼식을 올리자고요. 결혼. 다시는 지안 씨를 슬프게 만들지 않을게요.”다른 여자가 있는 건 심지안에게도 있어야 한다. 성연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아주 성대하고 로맨틱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심지안은 갑자기 마음이 떨렸다.“우리가 결혼할 거라고요?”“물론 지금은 서로 시간을 갖는 기간이긴 하지만, 저는 확신해요, 우리는 다시 함께할 거라고. 그리고 화해를 하면 결혼을 해야죠. 처음에 했던 가짜 결혼은 없던 걸로 해요. 제대로 결혼식을 올려요.”심지안은 그 말을 들으며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모든 여자들은 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심지안도 마찬가지다.“알겠어요. 그렇게 해요.”성연신이 하는 대로 따를 생각이다. 나중에 헤어지게 되더라도, 한 번쯤은 그의 신부가 되고 싶었다....임시연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나오자마자 성연신과 심지안이 웨딩 사진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서 주민등록증을 구겨버리고 싶은 생각이었다.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임시연이 나타났다.“연신아, 나 주민등록증 챙겼어. 이제 가자.”성연신은 그녀를 보고 악취를 맡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할아버지께서 매번 검사를 꼬박 받으라고 하셨어. 그리고 유전자 검사는 할아버지가 지정한 병원에서 하도록... 그리고 다른 일도...”임시연은 애써 웃으며 얘기했다.“웃어른으로서 얘기해 주시는 것이 많았어.”임시연은 무엇을 암시하듯 얘기했지만 성연신은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노인네 성격을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응, 알아.”“오빠!”정원 입구에 서 있던 오정연은 작은 팔을 흔들며 성연신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고연희도 있었다.서백호가 내려와서 임시연을 부를 때, 두 사람은 서백호에게 한 소리를 들을까 봐 도망쳐 나왔었다.임시연은 오정연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찾고 모르는 척 물었다.“연신아, 네 여동생이야?”“응.”임시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