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급히 손을 저으며 얘기했다.“아니에요, 택시 곧 잡을 수 있을 거예요.”그녀는 가격을 또 두 배로 올렸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록 택시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급한 마음에 앱도 여러 번 바꾸어 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성수광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이미 시간도 늦었고 저택도 외곽 쪽에 있으니 택시가 잡히지 않는 것도 어쩌면 정상이야. 택시가 잡힌다고 해도 택시 기사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얼마나 위험해.”심지안은 갑자기 두려움에 몸을 흠칫 떨었다. 머릿속에는 늦은 밤 택시 기사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들에 관한 뉴스 기사들이 떠올랐다.결국 그녀는 저택에 남기로 했다.성연신과 같은 층이긴 하나 같은 방은 아니다. 심지안은 자신의 방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진현수에게 문자를 보냈다.늦은 시각이어서 진현수가 자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는 바로 영상통화를 걸어왔다.“지안 씨, 왜 영상 통화를 거는데 받지 않아요? 회사 일이 많이 바쁜가요?”“아니요... 저 지금 밖이에요. 할아버지의 생신 연회에 왔어요.”“그렇군요. 제 다리가 다 나으면 다음에는 같이 가요.”심지안은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진현수와 같이 성씨 가문에 온다고?호랑이 굴에 직접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통화가 끝나기 전에, 그녀는 성연신이 한 말이 생각났다.진현수가 정말 그녀를 속인 것일까. “지안 씨, 피곤하면 먼저 쉬어요. 잘 자요.”진현수는 그녀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부드럽게 배려해 주었다.“그래요, 잘 자요.”묻기는 해야겠지만 그 전에 상황을 먼저 잘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CCTV 카메라를 조회하기만 하면 그날의 교통사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안은 진현수의 차량 번호를 기억하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요즘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았다.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리고 전에 팔았던 액세서리들도 다시 찾아와야 한다.내일 돌아가면 이 두 사건을 동시에 처
성연신은 가슴 깊은 곳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치대고 싸우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 감정들을 분출할 곳이 필요했다. 사실 그가 오늘 마신 술도 성수광이 손을 써둔 결과였다.하지만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사이도 없었다. 지금 머릿속은 온통 심지안과 고청민이 손을 잡던 모습이었다.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진현수와 헤어지겠다고 얘기했으면서 돌아서서 고청민과 붙어먹다니. 남자가 없으면 살지 못하나?강렬한 질투심이 마지막 이성의 끈까지 끊어버렸다. 성연신은 깊은 눈으로 심지안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입술을 덮쳐버렸다.하지만 심지안도 가만히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짝.그녀는 바로 온 힘을 다해 성연신의 뺨을 때렸다. 뺨을 맞은 그의 얼굴이 돌아갔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 잘생긴 그의 얼굴에 심지안의 손자국이 그대로 났다. 게다가 이마에 있는 상처도 낫지 않은 듯했다.뺨을 맞아 붉어진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불쌍해 보였다.심지안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얼얼함이 그대로 손에 전해졌다. 그녀도 이 정도로 세게 때릴 생각은 아니었다.그저 경고를 주려고 했던 것뿐이다. 성연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겨울의 한기를 가득 담은 그의 눈이 화를 잔뜩 담은 시선으로 심지안을 쳐다보았는데 정말 무서웠다.심지안은 놀라서 몸을 살짝 떨었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려고 했다.성연신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품에 가두었다.하지만 평소처럼 부드럽지 않고 차갑게 그녀를 침대에 던져버렸다. 심지안은 오장육부가 다 아픈 것 같았다.놀란 그녀는 겨우 일어나 기어서 도망가려고 했다.하지만 성연신이 몸으로 그녀를 깔아버렸다.온몸에 흔적이 가득한 심지안을 본 그는 마음이 아파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그녀를 씻기고 정성스레 닦아주었다.심지안은 눈을 꼭 감은 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다시 침대로 돌아온 성연신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
서백호는 순간 말문이 막혀 생각했다.“지안 아가씨 말은 맞아요. 어르신께서는 잠시 임시연을 막을 수 있겠지만 한평생 막지는 못하겠죠. 그렇다면 아가씨는요? 도련님께 전혀 마음이 없나요?”굳은 심지안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없어요.”성연신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괜히 성연신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이건 벌집을 들쑤시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녀가 성씨 가문에서 나온 후, 성수광한테 따로 인사를 드린 적이 없었다.성수광이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다.회사로 돌아온 심지안은 바로 교통사고에 대한 기록을 훑어보았다. 진현수의 차량 번호를 기억한 그녀는 CCTV 속 차들을 보며 어느덧 진현수의 차량을 발견했다. 그리고 바로 피가 차갑게 식었다.그날 그들과 부딪힌 차는 기름을 운송하는 차가 아닌, 그냥 보통 자가용이었다. 믿을 수 없던 그녀는 교통청에 가서 다시 조회를 신청했다.결과는 똑같았다. 심지안은 속이 불편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현수같이 그녀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 왜 그녀를 속인 걸까.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심지안은 이미 그와 결혼할지 말지 고민하던 참이었다.그의 친절함을, 심지안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그날 밤 또 잠에 들지 못했다. 피곤해서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었다.회사에 돌아오니 프런트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찾아와 현재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심지안은 성연신인줄 알았지만 프런트의 직원이 말을 보탰다.“40대의 남자였는데 엄청 무섭게 생기셨어요. 엔터테인먼트 사장이라고 들었는데...”남진영이다!그런데 그가 왜 이곳에...혹시 또 심연아의 일로 온 것일까?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심연아를 보지 못했다.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긴장해서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녀는 남진영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심연아를 양딸이라고 공개하더니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것처럼 굴었다. 도대체 왜?이상했다.
스피커 폰을 켜지 않았기에 임시연은 그저 몸을 기울여 몇 개 중요한 단어만 들었다.“심지안... 경찰... 변호사...”아마도 심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연신아, 무슨 일 있어?”성연신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하지만... 아직 의사 선생님 말씀도 안 끝났는데... 우리 아기의 건강이 걱정되지 않아?”그의 시선이 평평한 그녀의 배에 닿았다.“문제가 생기면 정욱에게 연락해.”말을 마친 그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임시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이혼까지 한 마당에, 계속해서 그녀와 성연신을 뺐다니. 겉과 속이 다른 여우 같으니라고!...경찰서.심지안은 조사실에 들어왔다. 상황은 간단했다. 조빈이 그녀의 의견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람들에게 야근을 시켰다.안전 장비들도 새로 사야 했지만 다시 사지 않고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한 명은 안전띠의 문제로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공사장에 자주 가서 확인해 보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인데...그녀는 대다수의 정력을 회사에 쏟아부었다. 공사장은 잘 가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인명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 이때, 피해자의 가족이 왔다. 순해 보이는 중년 여성은 이미 눈이 퉁퉁 부었는데, 옆에는 일곱, 여덟 살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여자는 심지안을 보더니 원망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을 터뜨리며 심지안을 때리고 또 욕했다.경찰이 제때 말려서 다행히 심지안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심지안은 죄책감에 마음이 편하지 않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무슨 요구든지 다 얘기해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 배상해드리겠습니다...”“내 남편 살려내! 사람 목숨이 배상할 수 있는 거야!?”그녀는 죄책깜에 고개를 떨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죄송합니다...”쌍방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심지안은 잠시 구류되었다.
“당연하지! 나한테 손을 대지 못해서 안달이던데! 그러다 날 덮치는 데 성공하지 못하니까 바로 나를 감옥에 가둔 거야!’심연아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내뱉었다. 모든 남자가 심지안을 아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안과 성연신이 헤어지게 되면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심지안부터 찢어 죽일 생각이었다. 심지안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지금 이곳에 앉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심연아의 얼굴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심연아는 여전히 이런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깊이 숨을 들이쉰 심지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거짓말 그만 해. 연신 씨 취향이 그렇게 저급하지 않아.”“너 무슨 뜻이야? 지금 나 대신 그 남자를 믿는다는 거야?”심연아는 바로 고함을 질렀고 경찰이 이를 바로 제지했다.오지석은 힐긋 심연아를 한번 보고는 재촉했다.“심연아랑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연신이가 도착했대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켜 떠났다. 심연아는 여전히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곳을 나가서 그녀의 것들을 모두 되찾으리라 생각했다....조사실.의자에 앉은 남자는 기다란 다리를 아무렇게 꼬았다.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끈 남자가 여유롭게 얘기했다.“나가고 싶어요?”심지안은 눈을 번쩍 떴다.“네!”“내가 데리고 나가줬으면 좋겠어요?”“네.”그녀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무슨 요구라도 있어요?”오지석이 성연신을 봐서 심지안에게 잘해주고 있다는 것을, 심지안은 잘 알고 있었다. 성연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변호사를 선임할 기회도 없을지도 몰랐다. 심연아를 만난다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성연신의 얼굴에 있던 손자국은 이미 사라졌다. 그의 표정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는데 검고 깊은 눈동자는 살짝 피곤함이 엿보였다.“요구 없습니다.”심지안은 그저 성연신을 쳐다보며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한
심지안이 성연신과 함께 경찰서를 나서기도 전에, 진현수가 전화를 걸어왔다.성연신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핸드폰을 쳐다보며 팔짱을 낀 채 얘기했다.“받아요.”심지안이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받고 싶지 않아요.”“그럼 내가 도와주죠.”그는 핸드폰을 빼앗아 수신 버튼과 함께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지안 씨,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거예요? 혹시 성연신이 또 협박하는 거예요?”심지안은 성연신이 화를 낼까 봐 뒤꿈치를 들고 힘 있는 그의 팔을 붙잡고 핸드폰을 향해 얘기했다.“연신 씨랑은 상관없어요. 제 의견이에요. 사고가 난 그날, 우리와 부딪힌 차는 기름 운송 차량이 아니었어요. 현수 씨가 후유증이 생길 것을 알면서 절 구한 것도 아니었고요. 난 거짓말이 제일 싫어요.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말을 마친 후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다시 가져왔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성연신은 작게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역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네요.”심지안은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화제를 돌렸다.“장학수 씨는 어떻게 피해자 가족들과 얘기할 거래요?”“알아서 처리하겠죠.”심지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상대가 합의해 주지 않는다면...”“변호사가 가장 중요한 게 전문성과 교류 능력입니다. 합의를 볼 능력도 안 되면 변호사 일을 못 하죠.”“장학수 씨한테 얘기해줘요. 저 돈 있으니까 배상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다고...”지금 심지안이 할 수 있는 것은 금전상의 도움밖에 없었다.다른 것도 필요하다면 최대한 힘을 보탤 것이다.성연신은 그녀를 흘깃 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에서. 심지안은 차량이 성씨 저택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서 물었다.“지금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유서를 가져오라고요?!”“그렇지 않으면요?”성연신은 당연하다는 듯 얘기했다.“알겠어요.”그녀는 일단 가서 성수광의 반응을 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성씨 가문의 모든 것
고청민은 주머니에서 박하사탕을 꺼내더니 두 알을 입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는 순진무구한 잔인함으로 의문을 던졌다. 마치 교수님께 질문하는 대학생 같았다. “임시연이 여자친구라고요? 그럼 임시연과 성연신은 무슨 사이죠?”김민수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고통으로 인해 얼굴은 이미 구겨졌다.“저도 몰라요. 모른다고요.”그는 왜 갑자기 죽을 뻔했는지 몰랐고 임시연이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 이유도 몰랐다. 그녀와 성연신의 일에 대해서도 하나도 몰랐다. “임시연이 임신했어요.”“이건 저도 알아요!”김민수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앞으로의 행복한 삶에 대한 기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고청민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요?”김민수는 그가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단언했다.“제가 남자친구인데 임신했다는 건 제가 더 잘 알죠!”“확실히 김민수 씨 아이예요?”“당연하죠. 우리는 한 달 내내 붙어있었어요.”매일 붙어있었고 몇 번 잠자리를 가지니 임신이 되었다. 하지만 임시연이 그와 헤어지면서 아이를 지우겠다고 했고 그 후에는 임시연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청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청순한 얼굴로 나이에 맞지 않게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답은 다 나왔고 진실은 눈앞에 있다.남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라니. 김민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불안함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 여자친구와 아는 사이예요?”“글쎄요.”“어떻게 임신했다는 걸 안...”“내가 임시연을 모르면서 임신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한 거죠?”“네...”“난 임시연을 모르지만 성연신은 알거든요.”고청민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날카로운 말을 뱉어냈다.“얼마 후, 임시연은 당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 성씨 가무에 시집가겠죠. 그럼 당신은 그저 구석에 숨어서 죽은 듯이 살아야 해요. 나타나기만 하면 임시연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당신을 죽이려고 할 테니까.”김민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현실을 부정하며 고개를 젓자 머리카락에서 물이 튀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성수광은 화가 난 듯 소매를 걷었다. 임시연만 생각하면 기분이 확 나빠졌다.“그럴 일은 절대 없다! 그 여자는 절대로 우리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없어!”...남자는 느긋하게 시선을 들어 빈손으로 돌아온 여자를 쳐다보고 계속해서 서류를 봤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할아버지가 안 주신대요.”“계속 달라고 해봐요.”“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연신 씨가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유서를 주겠대요.”서류를 훑던 성연신의 손이 잠시 굳어버렸다. 그리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저는 이 일을 완수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심지안은 고개를 푹 떨구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다른 임무로 바꿔서 얘기해주면 안 돼요?”성연신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그녀가 어떻게 성수광에게서 유서를 가져온다는 말인가. 성연신은 더 이상 그녀를 난감하게 만들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뭐로 바꿀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네!”“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동안, 부르면 바로 와야 해요.”“...”성수광은 심지안은 붙잡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와 성연신 사이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해서 더는 질척거리지 않는 것이었다.성연신은 그녀를 선진 그룹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심지안은 머릿속이 복잡해 인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려서 갔다.성연신의 시선은 계속 심지안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그의 눈빛이 확 변했다.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은 그가 안전벨트를 풀고 얼른 차에서 내렸다.심지안은 주변의 상황을 신경 쓰지 못하고 몇 걸음 걸어 나갔다가 몰려오는 기자들한테 포위당했다.“어떻게 피해자 가족에게 배상할 겁니까? 직원들에게 안전 장비도 제대로 사주지 않는 사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당신은 건축법을 어겼으니 구류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나온 겁니까? 혹시 알면서도 법을 어긴 겁니까? 혹은 인맥을 사용하신 겁니까?”“인터넷에서 보니까 월급도 제대로 나눠주지 않았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