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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태연한 그 남자

그 말에 흠칫하던 그녀는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치미를 뗐다.

“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성수광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시치미를 떼는 것이냐? 늙은 이 할아버지를 속일 작정이냐?”

‘어쩐지 이놈이 갑자기 어디서 이리 예쁘고 착한 손주며느리를 찾아왔다 했네. 역시 내가 너무 순진했어. 이놈의 잔꾀에 넘어가다니.’

그의 호통에 심지안은 우물쭈물거렸다.

‘지금껏 잘 숨기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들통난 거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성수광은 화를 벌컥 내며 옆에 있는 성연신한테 호통했다.

“와이프를 잃게 생겼는데 넌 이리 태연하게 앉아있는 것이냐?”

성연신은 느긋하게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집고 한 손은 팔걸이에 올려둔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 속인 건 사실이지만 그 후에는 진짜였어요.”

그 말에 성수광은 눈을 부릅뜨고 심지안을 쳐다보았다.

“저놈이 한 말이 사실이냐?”

계약 결혼이긴 하지만 또 완전히 계약 관계는 아니었다.

“네, 할아버지. 진짜예요.”

성수광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화를 가라앉혔다.

“너희들도 참, 똑바로 말할 것이지. 난 저놈이 또 혼자가 된 줄 알았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지안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진 상태예요.”

그녀의 말에 성수광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꾹 눌러 삼켰다.

‘화내지 말자. 일단 이 일부터 해결하고 봐야지. 우리 착한 손주며느리를 이대로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야.’

심지안은 성수광의 반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성수광이 혹여라도 지난번처럼 정신을 잃고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

“나한테 또 숨기는 일이 더 있느냐? 어디 한번 다 털어놓거라.”

그녀는 담담하게 성연신을 쳐다보고는 성수광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전 없어요. 연신 씨는 잘 모르겠고요.”

그 순간 성수광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내 허벅지를 치며 따져 물었다.

“헤어진 이유가 저놈 때문이냐?”

성연신은 은근슬쩍 책임을 그녀에게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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