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긴 속눈썹이 그의 어두운 눈동자를 가리고 있었고 그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 “그 여자 때문에 이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해요.”‘몸도 깨끗하지 못한 주제에. 그녀가 나한테 와서 용서를 구한다면 내 곁에 돌아오는 건 허락할 수 있지만 난 절대 먼저 머리를 숙이지 않을 거야. 결코 예전처럼 그녀한테 관대하지 않을 것이고 성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도 그녀한테 내어줄 마음이 없다.’한편,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성수광은 이번에는 정말로 가슴을 움켜쥐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심지안은 피곤이 몰려와 바로 침대에 누웠고 깨어나 보니 벌써 이튿날 새벽이었다. 스케줄 표를 확인해 보니 오후에 진현수와 함께 병원에 가기로 약속했었다. 진료 시간을 오후로 예약했기 때문에 그녀는 오전에 특별히 진현수에게 약속 잊지 말라고 카톡을 보냈다. 오전에는 그리 바쁘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직원들 월급도 올려줬다. 오후 세 시, 그녀는 진현수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참, 요즘 사업은 잘돼요?”심지안은 무심하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흠칫하던 진현수는 어두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문제가 좀 생기긴 했지만 지금은 다 해결된 상황이에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보아하니 현수 씨는 연신 씨가 중간에서 손을 쓴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네. 차라리 잘 된 일이야.’...안경을 쓴 의사가 진현수의 피부 검사 결과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에요. 흉터를 옅어지게 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대략 얼마 정도 걸릴까요?”“글쎄요. 환자분이 협조하는 데 따라 회복 기간도 달라요.”“네, 치료받을게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약국에서 연고 한 봉지를 받아와 진현수에게 건네주었다.“박스 위에 사용법이 자세히 적혀 있으니까 매일 제때 바르는 거 잊지 말아요.”“흉터는 원래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게 돼요
홍교은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당신 같은 사람은 당연히 모르겠죠. 난 그 병원 부원장님이랑 아는 사이거든요. 이런 일쯤이야 알아보는 건 식은 죽 먹기예요.”그녀의 모습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임시연은 왜 성연신한테 거짓말을 한 것일까? 지금 그녀의 몸 상태로 임신은 그녀한테 큰 위험이 되는 것일 텐데. 그리고 성남시에는 뭐 하러 갔을까? 성남시에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바로 이때, 젊은 남녀가 그들의 옆으로 지나갔다. “내가 말했잖아, 임신 6개월 차 되면 아이 지우지 못한다고. 예단비 안 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아니야, 넌 어차피 나와 결혼할 거잖아. 예단비는 내가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꼭 줄게...”심지안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한편, 옆에 서 있던 진현수는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직원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였고 누군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말이다. 심지안은 이내 현장으로 달려갔고 다행히 그 사람은 많이 다치지 않아 병세는 이내 안정되어 몸조리만 잘하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상태였다. 심지안은 그 사람에게 보상금을 챙겨주었고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한 난 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심전웅이 전에 투자한 관광산업이었고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에 완공될 것이다. 심지안은 냉장고에서 콜라 한 병을 꺼내 마셨고 차가운 콜라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피로가 금세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TV를 켜고 소파에 편히 누워 모처럼 퇴근 후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잠시 후, 뉴스 하나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현재 성수광 어르신의 몸 상태는 어떠한가요?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째인데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더 안 좋아진 상태인가요?”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병원 원장은 기자들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남자는 그녀를 쳐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심지안 씨도 어르신 뵈러 온 거예요?”“네, 혼자 왔어요?”“네, 집안 어르신들은 다 바쁘셔서요.”“그럼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편하게 말해요.”“병실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 없으면 나한테 문자 해줄래요. 그때 들어가려고요.”고청민은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다른 사람이라는 게 성 대표님 말하는 거예요?”“네...”“알았어요. 들어가서 문자할게요.”“그냥 지안이라고 불러요. 나보다 어리면 누나라고 해도 좋고요. 다른 뜻은 없으니까 편하게 생각해요.”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아이스크림을 쥐고 있던 한 남자아이가 실수로 그의 옷에 아이스크림을 묻혔다. 남자아이는 이내 고청민을 향해 사과했다.“형, 미안해요. 빨리 괜찮다고 해요.”“괜찮아...”심지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티슈 한 장을 꺼내 고청민에게 건네주었다. “닦아요.”등 뒤에 아이스크림이 묻힌 탓에 고청민은 힘겹게 닦았다. 그 모습을 보고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내가 해줄게요.”그녀는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물티슈를 들고 아이스크림을 닦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의 부드러운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진영에게 며칠 동안 감금되어 있던 동안 그녀는 볼살이 많이 빠져 얼굴이 갸름해졌고 하얀 피부가 돋보여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동안 아무도 그에게 이렇게 가까이하지 않았던 터라 그는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다 됐어요. 한참 말려야 할 거예요. 아직은 젖은 상태예요.”“괜찮아요. 고마워요. 지안 씨.”심지안은 의자에 앉아 고청민의 문자를 기다렸다. 5분 뒤, 성연신이 안에 없다는 그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그녀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30분 뒤, 고청민이 병실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성수광은 허약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있었고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그의 상태가 저번보다 훨씬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심지안은 눈시울을 붉혔다.“할아버지...”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단지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예요?”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걸 그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지금 중정원에 있지도 않고 3개월의 시간은 금방 지나가게 될 테니까. “그래, 하지만 조건이 있어.”그 말에 심지안은 역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겁먹지 말거라. 시간 되면 중정원에 원이 보러 자주 들러 거라. 원이가 너 없으니까 살이 많이 빠졌어.”심지안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성연신 씨와 자주 얼굴 보게 되는 거잖아.’그녀는 지금 성연신과 마주치기도 싫고 그와 엮기는 게 싫었다. “3개월 후, 그때도 너희 두 사람이 화해하지 못한다면 나도 마음을 접을 것이야. 안 그러면 내가 병원에서 치료도 맘 놓고 받을 수가 없구나.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할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그럼 내 뜻에 따르겠느냐?”“저...”‘콜록콜록...’갑자기 성수광은 기침을 세게 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헐레벌떡 의사를 부르러 병실을 나가려고 했고 때마침 서백호가 그녀를 막아섰다. “어르신께서 요 며칠 계속 이러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하셨어요. 이대로 병세가 악화한다면 어쩌면... 내년 봄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작은 사모님, 어르신께서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그의 말에 그녀는 마음이 덜컥 내렸다. 그녀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준 분이셨다. 심전웅보다 더 그녀한테 잘해준 분이셨다.“약속할게요... 하지만 연신 씨가 그걸 받아들일까요?”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차가운 그 남자의 마음을 그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성수광은 기침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그놈한테는 내가 말할 것이다.”“네, 할아버지 뜻에 따를게요. 저희 두 사람 일 걱정하지 마시고 몸조리 잘하세요.”“그래, 난 좀 쉬어야겠다. 너도 그만 가보거라.”“네.”심지안이 병실을
“타요.” 그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심지안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할아버지와 약속한 이상 그와 언젠가는 마주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심호흡한 뒤 차에 올라탔다.“할아버지가 당신한테도 말했나요?”“네.”“3개월은 오늘부터 시작이에요. 그러나 내가 당신을 용서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쌀쌀맞게 말하는 성연신을 보며 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그 말은 내가 할 말인 것 같네요.”‘하룻밤 사이에 두 여자와 잠자리를 한 사람에게 용서는 없다고!’성연신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왜 할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로 한 거예요?”“난 감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할아버지가 그동안 나한테 잘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그랬어요. 왜요? 그러면 안 돼요? 당신처럼 냉혈하고 잔인해야 하는 거예요?”심지안은 화를 내며 반박했고 성연신은 그녀한테 딴마음이 있다고 확신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창밖을 쳐다보았다. 차가 한창 달리고 있을 때,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중정원이요.”“가기 싫어요.”“고속도로에서 차를 멈출 수는 없어요. 그렇게 가기 싫으면 차에서 뛰어내리면 되겠네.”심지안은 주먹을 불끈 쥐며 심호흡했다.‘참자, 조금만 참자. 곧 고속도로에서 빠질 테니까.’그런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며 성연신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잠시 후, 성연신의 핸드폰이 울렸고 조수석에 탄 그녀는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임시연’이라는 세글자를 똑똑히 보게 되었다.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그녀는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운전 중이던 성연신은 스피커 버튼을 눌렸다. “연신아,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 들었어. 할아버지는 괜찮은 거야?”“병세는 많이 안정됐고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야.”전화기 맞은켠에 있는 임시연은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노인네가 빨리 죽을 것이지. 그럼 내가 임신한 걸 알아도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지금은 반드시 4
핸들을 쥐고 있던 성연신은 오른쪽을 향해 쳐다보았다. 백미러 속의 여자는 서글픈 표정을 짓다가 고민에 빠진 듯하였고 걱정거리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편, 고민 끝에 심지안은 그 얘기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증손자를 그렇게 원하시는데 만약 임시연이 정말 임신한 거라면 아이를 데리고 성씨 가문으로 시집올 수 있는 거잖아. 할아버지께서 아무리 임시연을 좋아하시지 않더라도 아이를 지우라고는 하시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3개월의 시간은 없던 일이 되겠지.’마음의 결정을 내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제 홍교은 씨를 만났어요.”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임시연 씨가 임신했다고 했어요. 성남시 병원에서 임시연 씨가 산부인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대요. 그리고 병원 차트에 임신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하네요.”“홍교은이 그렇게 말한 거예요?”“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고속도로를 빠진 뒤 그는 차를 길 한쪽에 멈춰 세우고 전화를 걸었다.“성남시 병원에 임시연의 병원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줘.”상대방은 최대한 빨리 답장을 주겠다고 했고 심지안은 그 틈을 타 콜택시를 불렀다. 그 사람은 아마도 성남시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인 듯했다. 전화를 끊은 지 5분이 채 안 돼서 그녀가 콜택시를 부르기도 전에 그 사람은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대표님, 병원 차트 확인했는데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그분은 병원에서 진료받은 적이 없습니다.”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심지안을 쳐다보았고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지금 내가 헛소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심지안 씨, 똑똑한 줄 알았는데 남의 거짓말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군요. 왜 남의 말을 그렇게 잘 믿어요? 한 번 속은 것으로는 모자라나?”“홍교은 씨가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고요. 임시연 씨가 당신을 속이고 있는 것 같아 좋은 마음에서 얘기해 준 건데. 그게 내 잘못이에요?”“임시연은 당신과 달리
성연신은 응시하며 말했다. “응. 난 홍교은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럼 임시연이 정말로 임신을 했다는 말이에요?”“가능성은 있지.”손남영은 조롱의 뜻을 접고 정색하며 말했다. “이런 농담 재미없습니다.”이진우는 부드럽게 눈을 치켜뜨고 장난스레 얘기했다.“모니터링을 하면 알겠지. 드나들었다면 무조건 흔적이 남아있을 거야.”성연신의 눈이 움찔거렸다. 만약 진짜 임신을 한 거라면 그는 임시연에게 마땅한 신분을 만들어줘야 했다. 이런 결과는 그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에 본능적으로 거부했다.더 나아가 이 일을 깊게 조사하고 싶지도 않았다.여기 있는 사람 모두 이 일에 영민했다.그들은 모두 성연신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다만 이진우는 그를 눈여겨보고는 술자리가 끝난 뒤 사람을 보내 성남병원으로 가서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했다.성남병원 산부인과 입구의 일주일 치 CCTV 화면은 이진우한테 넘어갔다.그는 잠시 영상을 본 뒤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을 찾아가 그들에게 이 임무를 맡기고는 임시연의 행적이 발견되면 자신한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3일 뒤.두 사람은 빠르게 CCTV 영상을 보았고 생각지 못하게 진짜 임시연의 행적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이진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이진우는 CCTV 캡처 화면을 보고 몇 초간 생각에 잠기고는 이 소식을 성연신에게 말하지 않았다.홍교은이 심지안에게 말을 흘린 이튿날, 임시연은 자신의 차트를 숨겨버렸다. 병원에는 무조건 그녀의 사람이 있다. 그러니 당분간은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심지안은 집에서 반려견들에게 줄 간식을 만들어 성연신이 집에 없는 틈을 타 중정원에 가져다주었다.처음은 낯설었지만 여러 번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그렇게 몇 차례 가져다준 데다가 성연신과 반년 동안 함께 동거도 했었기에 대충 성연신이 집을 비우는 시간대를 알 수 있었다.어느 하루 그녀는 일을 마치고 중정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성연신은 집에
성연신은 순간 멈칫하다가 이내 심지안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억지로 차에 태웠다.그는 기분이 언짢을 때 힘 조절을 하지 못한다.심지안의 손목에 붉은 자국이 찍혔고 자기도 모르게 아파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아파요.”그녀의 소리가 들렸다.그의 힘이 조금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세게 그녀를 붙잡고 있어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심지안은 피부에 고통을 덜 받기 위해 순순히의 그의 차에 탔다.“고청민이 당신을 초대한 건가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그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자세히 보니 풀메이크업을 한 것을 발견하고는 비꼬듯이 말했다.“이 행사는 몸값이 수천수억인 사람들이 초대받는 자리인데 고청민 씨가 광고모델인 당신을 초대한 건 술 접대나 손님 접대이라도 하라는 건가요?”자본가들이 인플루언서들을 찾아 놀고먹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그저 남에게 즐거움을 줄 뿐이었다.심지안은 순간 이 연회의 진짜 본질을 알게 되었다. 비록 자신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고청민이 그녀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은 틀림이 없었다.고청민 성격상 심보가 나빠 보이지도 않고 나이도 어리고 온화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저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아요. 저 신경 쓰지 마세요.”성연신이 웃으며 답했다.“기대하죠.”이따가 남자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면 자신한테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나 말라고.세움의 연회장은 금관성과 제경의 경계 부근에 마련되어 있었다.그곳에는 세움 그룹이 세운 정원이 있었는데 보통 귀빈들을 접대할 때 사용하였다.손님을 따라 들어가니 호화로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건물은 3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사람들은 거의 다 1층에 모여있었고 식사할 때는 2층, 휴식을 취할 때는 3층을 사용했다.“여사님, 실내가 따뜻하니 저희가 대신 외투를 보관해 드려도 되겠습니까?”심지안은 확실히 안이 덥다고 느껴져서 그에게 겉옷을 벗어 건네주었다.연회에 참석하는 것이기에 그녀는 등 쪽이 얇은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