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나도 알아. 일단 나가줘. 혼자 있고 싶어.”강우석은 걸어 나갔다. 심지안은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쉽게 잠들지 못했다.문 앞에는 젊은 커플이 지나갔다. 남자가 금방 수술이 끝난 여자를 부축해서 걷고 있었는데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관심하는 말투였다.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다가 왜 오늘 성연신을 그리워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그와 함께 한 기나긴 시간 속에서 심지안이 다칠 때마다 성연신이 옆에서 함께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성연신은 아마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 달리기를 할 것이다. 혹은 임시연과 함께 아침을 즐기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겠지.심지안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며 이불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이불 안에 몸을 숨기고는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어느새 날이 밝았다.클럽은 날이 밝은 줄도 모르고 여전히 시끄러웠다. 성연신은 독한 술을 계속 마셨다. 속이 쓰렸지만 그의 마음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손남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가 마신 술병들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오늘 출근 안 하기로 한 거예요?”성연신은 그를 무시한 채 스테이지에서 술을 파는 여자를 지켜봤다. 그녀는 날씬한 몸매에 얼굴이 작았다. 커다란 눈으로 앞의 남자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술을 팔고 있었다. 손남영이 그의 시선을 따라 그 여자를 보았다가 멈칫했다.이 여자는 심지안을 약간 닮은 것 같았다.옆의 사장도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사람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새로 온 여자인데, 데려와서 인사시킬게요.”여자는 사장의 뒤에 선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성연신이 입을 열었다.“이리 와.”여자는 등 떠미는 사장 때문에 성연신의 옆에 앉아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들었다.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을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놀라서 얼굴을 붉혔다.사장은 계속해서 등을 떠밀었다. “거기서 뭐 해. 얼른 연신 도련님께 술 따라드려.”“네...”여자는 성연신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왜 여기서 일하는 거야?”그
성연신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집으로 돌려보내.”“네.”...성연신은 심연아의 일을 처리하고는 쉬지 않고 곧장 샤워를 한 뒤 보광그룹으로 갔다.정욱이 공손히 말했다. “성 대표님, 시연 아가씨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임시연은 성연신이 들어오자 얼굴에 금세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왔구나, 너... 어젯밤 술 마셨어?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아니.”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검은 머릿결은 아직 조금 젖어 있었다. 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옆에서 보면 날렵한 턱선 때문에 그가 더 차갑게 보였다. 임시연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연신아, 너 기분 나빠?”그의 눈 밑은 검었고 눈에는 붉은 핏발이 섰다. 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살짝 짜증 섞인 말투로 답했다. “조금.” “업무 때문에 그래? 아니면… 사적인 일?”“업무.”임시연의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내가 금융 쪽 일에 손을 안 댄 지 오래되어서 너한테 도움은 못 줄 거 같아.”“괜찮아.” 성연신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찾아왔어?”“아… 나 한동안 금관성을 떠나려고.”“왜?”“다른 도시에도 가보고 싶어서. 병원에만 있으며 너무 답답해.”성연신은 서랍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건네면서 말했다.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아까워하지 마.”임시연은 웃으면서 카드를 밀어냈다. “나 적금 있어, 평생 먹고살 만한. 그럼 일 봐, 난 갈게.”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광에서 나온 임시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가 차에 타자 운전석의 남자가 그에게 물 한 병을 정성스레 건넸다.임시연은 그를 노려보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마. 한 달 안에 내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나 만날 생각 하지도 마.”그 늙은이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심지어 협박까지 했다. 원래는 성연신과의
성연신은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그녀의 뺨을 만졌다.“어디로요?”“차 안으로요.”성연신은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며 동의했다.심지안은 이 기회를 틈타 예전에 배웠던 호신술을 써서 무릎을 들어 올려 성연신의 하반부를 세게 찼다. 살면서 이렇게 센 공격을 당해본 적이 없었던 성연신은 금세 얼굴이 파래졌다. 금방이라도 화가 폭발할 것 같았다. 심지안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연회가 끝나 갈 무렵, 진현수는 빨개진 심지안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화장실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더워 보여요?”괜히 찔린 심지안이 답했다. “화장실에 에어컨이 없어서요.”진현수는 더 묻고 싶었지만 이내 몇몇 남자들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심지안은 한쪽으로 가서 가만히 서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곱슬한 머리는 어깨 쪽에 늘어졌고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으며 키스를 오래 한 탓에 숨이 막혀서 빨개진 눈은 그녀가 더 불쌍해 보이게 만들어 자세히 살펴보기만 하면 금방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성연신은 한눈에 그걸 알아봤고 방금까지 사그라들던 분노가 또 슬금슬금 솟아올랐다. 심지안이 고개를 들자 성연신과 눈이 마주쳤다. 반듯하던 그의 셔츠는 조금 구겨져 있었는데 마치 아까 한 행동의 증거 같았다. 심지안은 처음으로 무모한 반항을 한 탓에 성연신이 뭐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성연신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명령 어투로 말했다. “나랑 같이 가요.”“싫은데요.”“약속했잖아요.”심지안은 어리둥절해서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보았다. 큰일 났다. 모두 그녀가 미룬 탓이었다.오늘 28일이니 월말까지 이틀이 남았다.그말인 즉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였다.성연신은 그녀가 내키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불쾌해했다. “이득만 보고 갚지는 않겠다?”덕만 보고 인정하지 않겠다?이런 배은망
성연신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서렸고 이내 몸을 돌려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온 김에 강아지들 간식 좀 만들어줘요. 장을 보고 다 들고 올 수 있다면 굳이 같이 가진 않을게요.”“강아지 간식도 만들어 줘야 해요?” 심지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야 할 물건들을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혼자서는 못 옮길 거 같거든요.”누구한테 밥을 이틀 동안 해줘야 해서 식재료도 사야 하는데 그 누구가 요구도 많아서 매끼에 반찬 여섯 개와 국 하나를 준비해야 하며 심지어 식재료가 중복되어서는 안 되고 게다가 강아지에게 간식으로 줄 닭가슴살이나 뼈다귀까지 있어야 하니 확실히 많았다. 장바구니 두 개로도 모자랄 것 같았다.성연신은 아무렇지 않게 옷 주름을 다듬으며 말했다.“성가시게.”심지안은 원래 근처에 있는 시장에 가고 싶었지만 성연신은 그녀를 오카마트로 데려갔다.마트 안의 물건은 전부 다 수입산인지라 딸기 열 개만 사도 4만 원이 넘었다.어차피 성연신이 결제하기에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오카마트는 매일 식재료들을 교체하는 데다가 코너마다 고객 대신에 물건을 들어주는 직원들이 있었다.엘리베이터 직원처럼 원하는 것을 말하면 직접 카트로 가져다주니 손을 뻗을 필요도 없이 너무 편했다.심지안은 두 카트 가득 물건을 채웠다. 결제를 하려고 할 때 마침 마트의 매니저가 와서 서비스 만족도에 관해 물었다.심지안은 ‘물건이 이렇게 비싼데 서비스가 엉망이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입니다. 고객님들의 인정이 저희 오카 마트의 제일 큰 원동력입니다. 두 분 부부이신 거 같은데 저희 마트는 보통 가정부들이 와서 장을 보거든요. 두 분 사이가 아주 좋아 보여요.”그렇긴 하지. 부잣집의 일상생활들은 모두 전문 고용인들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삶이 무료하거나 생활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본인들이 이곳에 오는 것은 드물었다.성연신은 원래 말수가 적은데 갑자기 입을 열었다.“사이 안 좋습니다. 이 여자가
“뭐야, 이거 내려놔요!”“구기자차 효과 좀 확인하려고요.”...심지안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성연신은 그녀를 침대 위로 던지고는 그녀의 온몸을 짓누르며 키스하기 시작했다.심지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필사적으로 옷을 감싸며 그가 더는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안 돼요, 이러지 마...”“늦었어요.”심지안은 얼굴을 옆으로 비키며 입술 살짝 깨물었다.“내가 잘못했어요,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이러지 마요. 제발...”그녀는 자신이 겁먹은 것을 인정했다. 그에게 구기자차를 건넨 것도 후회했다. “안 돼요.”모든 일이 끝난 후.심지안은 주방으로 가서 식사를 준비했다.그녀는 분노를 동력으로 삼아 빠르게 반찬 여섯 개와 국을 완성했다.중정원 밖. 한 자동차가 마당에 멈춰 섰다. 이진우는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심지안을 알아보고는 눈빛에 장난기가 서렸다.그는 고개를 숙여 담배를 한번 빨아들이고는 거리낌 없는 눈빛으로 심지안을 훑어보았다. 마치 상품 하나를 훑어보고 그 가격을 매기는 것처럼.심지안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쾌해했다. 이런 눈빛은 그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데다가 그의 얼굴도 그녀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이목구비에 여자보다 더 하얀 피부, 가늘고 긴 눈에 사악하게 웃고 있는 걸 보니 썩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진우는 그녀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심지안은 그저 상품일 뿐이니까. 순진한데 욕망을 끌어내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몸매도 좋으니 이진우처럼 여러 미인을 봐온 남자의 눈에도 특별한 여자였다.아마도 임시연보다 많이 나을 것 같았다.금방 샤워를 마치고 내려온 성연신의 가운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잘 짜인 근육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조각같이 차갑게 잘생긴 얼굴에는 만족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자꾸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그 모습에 이진우가 웃으며 물었다.“만족스러운가 봐?”그리고 심지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심지안은 그런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아 바로 주방에 들어갔다.눈썹을 까딱거린 성연신은 반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언제 왔어?.”“어제 왔어. 개발사들이 말려서 하루 더 있었거든.”성연신이 턱으로 소파를 가리켰다.“앉아.”이진우는 그대로 가서 앉고 얼굴을 매만지며 물었다. “너랑 임시연은 무슨 일이야?”“실수야.”“그냥 실수라고?”“그렇지 않으면?”“하, 그래.”이진우는 다른 뜻으로 얘기했다.“그 여자는 확실히 네 할아버지가 말한 대로 성씨 가문에 들어오기 적합하지 않아.”앞에서는 조신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문란하게 놀고 있었다. 손을 씻는다고 해도 과거가 지워지는 건 아니다. 그가 임시연과 하룻밤을 보낸 날, 임시연은 성연신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후에 유명한 바이올린리스트가 되니 자신의 어장을 한번 정리하고 이 일을 덮어버렸다.하지만 성수광 어르신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성수광은 당연히 그 하루밤의 일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임시연은 그 사실을 성연신이 알게 될까 봐 사라진 것이다. 성연신은 고고한 성격에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기에 그때의 그에게 진실을 알려줬어도 그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일이 성연신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었기에 성수광과 이진우 다 비밀을 지키기로 했다.하지만 5년 만에 다시 나타나다니. 겁도 없는 여자였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가고 나서야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환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가 그녀를 미행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겨우 집에 안전히 돌아오고 나서야 그 시선이 사라졌고 그제야 심지안은 자기가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이튿날, 세움에서 차를 보내 그녀를 데리러 왔다. 심지안은 노트북을 가져가며 쉬는 시간에 일을 하려고 했다. 고청민은 그녀에게 다른 문제가 없으면 촬영은 3일 안에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안은 이쪽에서는 완벽한 신인이라 처음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가 총명한 편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이 원하는 느낌을 알아챌 수 있었다.그리고 정식으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틀 동안 촬영하고 나니 대체로 괜찮았다.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어서 내일이면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온 심지안은 진유진과 통화하며 연예인들이 돈을 참 쉽게 번다고 얘기했다.3일이면 400억을 벌 수 있다니. 심씨 가문의 회사는 400억을 벌기도 어려웠다. 진유진과 통화를 마치고 화장을 지우는 도중에 정욱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지안 아가씨, 혹시 바쁘신가요?”“아직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회사에 사소한 임무들을 처리하는 것 빼면 급한 일은 없었다. 회사의 일은 잠시 후에 해도 되는 정도였다. “그러면 오셔서 성 대표님의 식사를 준비해 줄 수 있나요? 성 대표님의 위가 또...”“위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죠.”정욱도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연신이 죽어도 가지 않으니 그는 방법이 없어 말끝만 늘렸다. 정욱은 심지안이 밥을 해주길 원했고 그 김에 심지안이 그를 달래 병원에 가주었으면 했다. 성연신은 검사를 하지 않은 지 몇 년이나 되었으니까. 요즘 심지안이 있을 때 성연신은 제때 밥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때에는 그저 아무렇게 때우고 지나갔다. 지금은 사무실에서 온라인 미팅을 하고 있었다. “가서 밥을 해주
고청민의 유리 같은 눈동자에 놀라운 기색이 여렸다. 잠시 멈칫한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겁니다.”성연신보다 돈이 많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도 그보다 성격이 좋을 것은 분명했다.“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차를 불러서 집에 보내드릴게요. 하지만 반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요.”“괜찮아요. 전 이미 차를 불렀어요. 다음에 또 봐요.”고청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다음에 또 봐요.”“네.”심지안은 고청민과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누군가가 그녀를 미행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속도를 높여 걷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끝이 보이는 길 위에서 퇴근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고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안은 이상한 점을 못 느끼고 계속해서 호텔로 걸어갔다.고청민이 그녀에게 준비해 준 호텔은 디럭스 더블룸이었다. 그래서 있을 만한 물건은 다 있었고 엄청 큰 옷장까지 있었다. 심지안은 구석에서 캐리어를 꺼내 옷을 정리하려고 했다. 바로 옷을 하나 개여서 넣으려고 하는데 바로 이상함을 느꼈다.옷장에서 남자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신경이 곤두선 그녀에게는 잘 들리는 소리였다.그러니까, 누군가 그녀의 방에 들어와서 옷장에 숨어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심지안은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목덜미의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두려운 나머지 숨이 가빠졌다. 열심히 자기 몸을 움직여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움직이는 그 순간, 옷장의 문이 열리더니 낯선 남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힘껏 벽에 박아버렸다. 쾅.강한 통증과 함께 그녀의 이마가 찢어져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고 어느새 앞이 붉게 물들어 버렸다. 심지안은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힘이 풀린 채 바닥에 누웠다. 남자는 허리를 숙여 앞으로 가 그녀의 상황을 확인하려고 했다.그때, 심지안이 갑자기 눈을 뜨고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