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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내가 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당신한테 당하지도 않았겠죠

정욱은 심지안을 보더니 너무 놀란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요 며칠 동안 워낙 많은 기획팀 직원들이 고통에 시달렸기에 당연히 오기 싫어할 것이다.

“대표님 지금 안 바쁘시니까 들어가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심지안은 문을 몇 번 두드리자 사무실 안에서 누군가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들어오지 못해!”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류를 성연신 테이블 위에 놓고는 일부러 거리를 두더니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대표님, 서류 수정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성연신은 시선은 계속 컴퓨터 스크린에 머물러 있었고,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심지안을 투명 인간 취급하듯이 말이다.

심지안은 인내심 있게 다시 한번 반복했다.

“대표님, 서류 수정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해요? 내 시간이 당신 시간보다도 훨씬 귀한데 말이에요.”

심지안은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래서 지금 계속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시간이 얼마 걸릴지 얘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연신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곧 끝나요.”

‘곧 끝난다던’ 성연신의 말은 거짓이었다.

심지안은 무려 두 시간이나 서 있었는데 다리가 저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성연신이 일부러 그녀를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이 커지길 바라지 않아 더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성연신은 시선을 컴퓨터 스크린에서부터 심지안에게로 옮겼다.

그녀는 노란색 민소매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얀 피부가 드러나 유난히 젊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는데 전혀 이혼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예뻐졌으니 말이다.

성연신의 얼굴색은 어두워졌고 그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다시 써와요.”

심지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지도 않았잖아요.”

“볼 필요가 없죠. 당신은 일에 집중하지 않았으니까 수정한 서류도 당연히 어디에 내놓을 수 없겠죠.”

“성연신 씨, 지금 일부러 시비 거는 건가요?”

“너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니고요?”

심지안은 남자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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