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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이혼

심지안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기사님,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가주세요.”

...

하룻밤이 지나고, 심지안은 호텔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는데 판다와 같은 다크서클이 눈 밑에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하룻밤의 고민 끝에 드디어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 일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자기 잘못이라고 말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성연신이 어떻게 자기를 대하든 그녀는 똑똑히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안은 세수를 하고 중정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뜻밖에도 거기에는 임시연도 있었다.

심지안은 잠깐 흠칫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임시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임시연은 눈을 피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성연신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힐끔 보더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오후 동사무소에 가서 이혼 절차를 밟죠. 저녁 전에 지안 씨는 짐을 모두 챙기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줘요.”

심지안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입을 열기도 전에 임시연은 그녀보다 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연신아, 나 책임질 필요 없어. 두 사람 괜히 나 때문에 싸우지 마.”

심지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뭘 책임져야 하는데요?”

임시연은 저도 모르게 능청을 떨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목요일 밤에 나랑 연신이가 관계를 가져서 두 사람 싸우고 있는 거 아니에요?”

심지안은 몸을 흠칫 떨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성연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연 씨 말이 사실이에요?”

성연신은 넋을 잃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했다.

그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덤덤한 말투로 가장 야속한 말을 꺼냈다.

“사실이에요.”

확실한 대답을 들은 후, 심지안은 놀란 마음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북받쳤다.

“내가 떠난 후에 있은 일인가요?”

“그래요, 디테일을 더 알고 싶다면 다 알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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