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심지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맑고 순수한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눈앞의 사람은 분명 그녀였다.그리고 겉으로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며 그에게 사랑 표현을 했지만 그가 함정에 빠지는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만 있는 것 또한 그녀였다.그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 성연신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그의 주위에는 단 한 번도 여자가 몰리지 않은 적이 없었기에 그가 생각한 심지안의 비열한 수법은 오히려 그의 혐오를 일으켰다.성연신이 시선을 거두고는 쉽게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알아서 동사무소로 가요, 내 차를 탈 자격이 없으니까.”심지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임시연은 두 눈을 반짝였다.“연신아, 두 사람 조금 더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두 사람 다 너무 흥분했잖아.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얘기해 보면 되돌릴 수 있을 거야.”“우리 사이의 일을 신경 쓸 거 없어.”임시연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임시연은 점점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스페어 폰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번호를 입력하더니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진현수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있었다.쉬는 사이에 휴대폰이 울려 체크를 하고 갑자기 낯빛이 확 변하더니 곧바로 친구들에게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어. 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아는 번호는 아니었지만 상대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심지안은 위로가 필요할 테고, 그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조금 더 놀다 가지,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미안해,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친구가 그에게 장난치며 말했다.“억대 비즈니스가 생겼나 봐?”진현수가 웃으며 대답했다.“비즈니스 일은 아니야.”...심지안이 거실을 나서자 원이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
“무슨 말을 하는 거야?”성연신이 잠깐 고민하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젯밤 일은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우리 사이엔 감정도 없으니 나와 결혼을 한다고 해도 너에겐 불공평해. 오히려 남은 인생만 더 지체하게 될 거고. 말만 해, 네가 원하는 보상은 다 들어줄게.”임시연은 어금니를 깨물더니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상은 필요하지 않아, 그저 네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명분도 필요 없고, 네 사랑도 필요 없어. 그냥 나 쫓아내지만 마. 너도 알잖아, 친구는 너 하나밖에 없다는걸.”성연신은 고개를 끄덕였다.“너의 일상을 돌볼 사람을 구할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치료받아.”“좋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뭘?”“정말 내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지안 씨를 아직 내려놓지 못한 거야?”“그거 아니야.”...심지안은 호텔을 하나 찾아 들어갔다.그녀에게는 아직 저축한 돈이 좀 남아있었으니 집은 천천히 구해도 되었다.다만 보광 그룹은 더는 다닐 수 없어 일자리를 다시 찾아야 했다.그리고 성연신에게 빚도 200억을 졌으니...심지안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어머니가 남긴 주얼리 중에서 더러 골라냈다.그녀는 며칠 있다가 보석 가게에 가서 시가를 물어보려고 했다. 만약 돈이 된다면 주얼리 일부를 담보로 성연신에게 갚을 돈을 구할 생각이었다.호텔에 한 것 없이 며칠 있으니, 심지안은 마음을 좀 진정시킬 수 있었다.그녀는 옥 장신구 두 과 마노 반지 하나를 챙기고는 어느 보석 가게로 들어갔다.“안녕하세요, 여쭤볼 게 있는데요. 이 물건들,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종업원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또 매니저를 찾아왔다.매니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결국 사장이 호기롭게 가격을 제시했다.“한 벌 당 2억, 두 벌이니까 4억, 거래하시겠어요?”심지안은 흠칫 놀랐다.분명 보잘것없는 장신구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2억에 팔 수 있다니, 그럼 다른 주얼리는 더 비싼 것이 아닌가?‘엄마가 이렇게 돈이 많은 사
정욱은 심지안을 보더니 너무 놀란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요 며칠 동안 워낙 많은 기획팀 직원들이 고통에 시달렸기에 당연히 오기 싫어할 것이다.“대표님 지금 안 바쁘시니까 들어가셔도 돼요.”“감사합니다.”심지안은 문을 몇 번 두드리자 사무실 안에서 누군가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장 들어오지 못해!”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류를 성연신 테이블 위에 놓고는 일부러 거리를 두더니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대표님, 서류 수정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성연신은 시선은 계속 컴퓨터 스크린에 머물러 있었고,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심지안을 투명 인간 취급하듯이 말이다.심지안은 인내심 있게 다시 한번 반복했다.“대표님, 서류 수정했습니다.”“뭐가 그렇게 급해요? 내 시간이 당신 시간보다도 훨씬 귀한데 말이에요.”심지안은 입술을 씰룩거렸다.“그래서 지금 계속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시간이 얼마 걸릴지 얘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성연신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곧 끝나요.”‘곧 끝난다던’ 성연신의 말은 거짓이었다.심지안은 무려 두 시간이나 서 있었는데 다리가 저릴 지경이었다.그녀는 성연신이 일부러 그녀를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이 커지길 바라지 않아 더는 재촉하지 않았다.그리고 드디어, 성연신은 시선을 컴퓨터 스크린에서부터 심지안에게로 옮겼다.그녀는 노란색 민소매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얀 피부가 드러나 유난히 젊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는데 전혀 이혼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예뻐졌으니 말이다.성연신의 얼굴색은 어두워졌고 그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다시 써와요.”심지안은 눈살을 찌푸렸다.“보지도 않았잖아요.”“볼 필요가 없죠. 당신은 일에 집중하지 않았으니까 수정한 서류도 당연히 어디에 내놓을 수 없겠죠.”“성연신 씨, 지금 일부러 시비 거는 건가요?”“너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니고요?”심지안은 남자의 얼
심지안은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자기를 고단수의 나쁜 여자라고 비꼬는 것 같아 심지안은 발작 버튼이 눌린 듯, 그의 말에 얼굴이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다.우람한 몸집의 성연신은 심지안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는 분노의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지안 씨는 처음부터 아주 비열한 수법을 사용했어요, 심지어 엄청 멍청했다고도 할 수 있죠. 목적이 다 드러났는데도 난 속았고요. 내가 거의 다 넘어왔을 때 속으로 나를 바보라고 욕했겠죠?”요 며칠 흥분을 진정하고 성연신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회상했다.처음부터 심지안은 대놓고 그를 유혹했다. 다만 성연신은 그녀의 진정성 있는 눈빛에 속아 넘었을 뿐이다.심지안은 구석에 몰려 두 손으로 성연신의 가슴팍을 힘껏 밀어내고는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본인이 그렇게 억울한가 봐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내가 연신 씨한테 못 해준 게 있나요? 내가 정말 마음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난 단 한 번도 연신 씨가 나를 대한 것처럼 연신 씨를 대한 적 없어요. 듣기 거북한 말은 더더욱 안 했고요. 연신 씨가 화를 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낼까 봐 두려웠어요. 연신 씨는 싱겁게 먹는 걸 좋아하죠? 연신 씨랑 매일 같이 밥을 먹어도 아주 가끔 매운 걸 먹을 수 있었다고요. 심지어 나는 그럴 때마다 감지덕지해야 했어요.”심지안은 말할수록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면서 예쁜 그녀의 얼굴도 눈물범벅으로 되었다. 마치 비와 안개로 덮인 꽃송이처럼 말이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애초에 연신 씨를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지금처럼 힘들지도 않았을 텐데.’성연신은 펑펑 우는 심지안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손을 움찔했지만 그는 끝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성연신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거리를 두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됐어요, 연기는 그만 해요. 정 연기가 하고 싶다면 할아버지가 깨신 다음에 하든가요.”심지안은 아무 말도
심지안은 말문이 막혔다.성연신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바보 같은 여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네. 다만 아쉽게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할아버지의 연기는 바보 같은 여자보다 훨씬 뛰어나다고.’병실에서 나온 심지안이 성연신에게 말했다.“당분간 할아버지한테 들키면 안 되잖아요, 할아버지 자극 받으시면 안 되니까.”“그래서요?”성연신은 손을 주머니에 꽂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심지안은 미간을 구겼다.‘분명 자기 할아버지인데 왜 저렇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심지안이 차분하게 말했다.“3개월의 시간을 줄 테니까 시연 씨가 나 대신할 수 있게 해요. 그리고 우린 서로 남남이 되는 거죠. 3개월 안에는 협조적으로 움직여 줄게요.”할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조금 더 참을 수 있었다.성연신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심지안을 바라봤다.‘이렇게 나랑 끝내고 싶은 건가?’“시연이는 절대 성씨 가문으로 들어올 수 없어요.”“네? 왜요?”“당신이 알 필요는 없어요.”“네...”그녀는 갑자기 장학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할아버지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임시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그럼 빨리 할아버지한테 사실대로 얘기해 드려요.”“왜요? 남자친구 찾는 데에 방해될까 봐 그래요?”성연신은 냉담하고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심지안은 멈칫하더니 곧바로 그의 말에 반박했다.“당신이랑 시연 씨에게 방해될까 봐 그래요.”‘어이가 없네, 좋은 마음으로 생각해 주었는데 왜 이렇게 시비를 거는 거야?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야?’성연신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질투했어요?”‘하긴, 진현수는 나랑 비교가 안 되지. 어리석은 심지안이 충분히 후회할 수 있지.’심지안은 어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얼버무렸다.“네네, 그쪽 말이 다 맞아요.”그 말을 들은 성연신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후회해도 소용
“그런데... 성연신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그녀는 잠시 침묵했다.“왜?”“돈 있고, 지위도 있고, 얼굴도 되는 성연신 같이 뛰어난 사람이 여자를 원한다면 다 가질 수 있지. 굳이 양다리를 걸치면서 숨기지 않을 거야. 아마도 너한테 먼저 알려 줄 가능성이 더 커. 차라리 두 사람한테 돈을 주면서 같이 자기 시중을 잘 들라고 할 것 같은데..”“... 네 말도 일리가 있어.”“그래, 난 이 안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네 말대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성연신이 회사에서 너와의 관계를 공개했는데 바로 뒤에서 임시연과 관계를 가지는 건 말이 안 되는 같아.”“오해가 있더라도 임시연과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야. 자기 입으로 직접 인정했어.”진유진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고 말했다.“혹시... 임시연이 일부러 계획한 건 아닐까?”“그럴 리가, 성연신이 그렇게 똑똑한데...”심지안은 마음이 좀 불확실했다. 임시연도 깊이 감추고 들어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내 말 들어, 너 기회를 봐서 둘이 얘기 좀 해 봐.”“아니, 이미 쏟아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어. 내가 연신 씨를 속인 일은 그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이 지경까지 온 데는 두 사람 모두 책임이 있다. 어쩌면 시작이 잘못되어서 끝이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통화를 마치자, 진유진은 스스로 자책했다.‘지안이가 가까스로 키 크고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찾았는데 내가 망쳐버렸어...’심지안은 성연신이 나쁜 남자라고 했지만, 진유진은 믿지 않았다.진유진은 침대에서 뒹굴다가 성연신을 찾아가 분명히 말하기로 결심했다.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든 없든 그녀는 지안이를 대신해서 분명히 해명하기로 했다.처음에 사람을 잘못 꼬신 건 사실이지만 후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도 사실이라고!진유진은 말하면 하는 대로 차를 몰고 보광 중신에 도착했다. 그리고 1층 안내 데스크의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안녕하세요, 성연신과 볼일이 좀 있어서요.”“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
성연신은 계속해서 물었다.“심지안은 지금 후회하고 있나요?”“후회해요, 엄청 후회해요. 며칠을 울면서 미치게 후회하고 있어요. 머릿속에는 온통 성연신 씨, 당신뿐이라니까요.”진유진은 아무렇게나 말하면서 마음속으로 심지안에게 사과했다.‘지안이가 비록 후회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지안이가 이 감정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잘 알아.’가끔은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편이다. 성연신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아냥거리며 물었다.“후회하면 또 어때요?”진유진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가서 붙잡아야죠.”성연신은 안색이 어두워져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내가 붙잡으라고?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사람은 왜 내가 심지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진유진은 롤스로이스를 몰고 멀어지는 성연신을 보고 머리에 커다란 물음표가 생겼다.‘이게 무슨 뜻이지? 도대체 효과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됐어, 효과가 있든 없든 내 힘은 여기까지야, 나머지는 그 둘이 알아서 하겠지.’...심지안은 회사에서 업무를 끝마치고 심전웅과 집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아침, 심지안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창문을 열었더니 밝은 햇빛이 정신을 맑고 상쾌하게 만들었다.그녀는 거실로 가서 주스 한 잔을 따라 마시려고 했다. 그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엎드려 와인 진열장 밑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심전웅을 발견했다. 그는 심지안이 오는 것을 보고 자신을 가리키다가 또 와인 진열장 아래를 가리키며 어렵게 말했다.“약... 약이 굴러 들어갔어...”심전웅은 심한 천식을 앓고 있어 약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심지안은 그저 “아”하고 대답하고 주스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허리를 굽혀 와인 진열장 아래로 팔을 집어넣었다.몇 번이고 닿으려고 했지만 닿지 않았다.이때 심전웅은 이미 식은땀을 흘리면서 호흡곤란으로 말을 할 수 없었다.심지안은 몇 번 더 해봤지만, 여전히 닿지 않았다.어쩔 수 없었던
한 시간 뒤 성연신은 병원에 도착했다. 뒤에는 정욱이 김희경을 데리고 왔다.성연신이 병실을 보며 말했다.“경찰이 왔나요?”“네, 심전웅도 깼어요. 지금 심문받고 있어요.”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안에서 심전웅은 계속 변명만 늘어놓다가 눈앞에 김희경이 나타나자, 온몸에 갑자기 기운이 없어지고 표정이 위축되었다.심전웅은 심지안을 보고 중얼거리듯 물었다.“언제부터 계획한 거니?”“얼마 안 됐어요. 당신과 은옥매가 이혼했을 때부터였어요.”“그 친자확인서도 네가 그랬니?”“그렇다고 볼 수 있죠.”심전웅이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심지안이 계속 말했다.“하지만 심연아는 김대휘의 딸이 확실해요. 전 첫 번째 친자 확인서에만 손을 썼고, 두 번째 것은 진짜예요.”이 말에 심전웅의 마지막 희망이 깨졌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모두 은옥매가 부추겼다고 실토했다.이건 엄중한 살인 사건이었다. 경찰은 곧 은옥매에 대한 체포에 나섰다.체포 당시 은옥매는 친구와 함께 미용실에서 마사지를 받던 중, 의기양양하게 심연아가 곧 제경의 대단한 집안에 시집간다고 자랑했다.친구는 깜짝 놀랐다.“성씨 집안 말이야?”“맞아, 성여광이 며칠 후에 우리 연이를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가. 아마 곧 혼사가 잡힐 것 같아.”제경이라는 곳에서는 배경이 없으면 정말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남진영은 성씨 집안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사람으로 뭐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그래서 성여광은 곳곳에 연아를 자기 딸이라고 소개하는 남진영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었다. “성여광? 성씨 집안의 둘째, 그 성여광?”“맞아, 연아 남자친구가 바로 그 사람이야.”“이걸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둘째 도련님이 어디 큰 도련님이랑 같겠어? 성씨집안 같은 명문가라면 우선 장남이 재산을 물려받을 거야.”은옥매는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진작 알아봤지. 성씨네 큰 도련님은 계속 외국에 있어서 가족 기업은 모두 둘째 도련님이 관리해.”“좋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