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심지안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심지안은 잠시 멍때리다 그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아채자마자 몸이 굳어버렸다.“잠깐만요, 오늘은 우리 둘 다 너무 힘드니까...”성연신은 발걸음을 멈추고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안심해요.”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연신을 쳐다보는 심지안은 머리속이 새하얘지고 온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말로는 겁 없는 사람이었지만 하지만 현실에서는 겁쟁이였다.특히 이런 면에서는 보통 남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니.심지안은 온몸에 힘이 풀려서 성연신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안은 그를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하필 이때 강우석과 심연아가 침대 위에서 뒹굴던 모습이 떠올라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안돼… 연신 씨, 나 아직은 안 될 것같아요..”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성연신을 밀어내며 거절했다.성연신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알아채고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하게 말했다. “왜요?”심지안은 몇 초간 생각하다가 곧이곧대로 얘기했다.“아무래도 이쪽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서...”그 말에 성연신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던 그의 얼굴에 금이 가는 듯했다. ‘이런 쪽에 트라우마가 있다니. 그렇단 말은 다른 남자와 경험이 있었다는 건가?'심지안은 갑자기 바뀐 그의 표정을 보고 작게 몸을 떨며 낮은 소리로 반항했다. “연신 씨도 전여친 있었으면서 왜 날 그렇게 봐요.”“난 임시연과 관계를 가진적 없어요.”심지안은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요?”“네.”“다행이네요, 순결을 지키고 있어서.”“그쪽은 아니죠.”“제가 왜 아니에요!”“?”심지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전남친이 바람을 피운 얘기를 해주었다.성연신은 얘기를 듣고 나서 낯빛이 더 어두워진 채로 어금니를 깨물며 물었다. “다른 남자도 봤나요?”“크흠. 제가 보려고 해서 본건 아니잖아요. 그냥 우연히 봤을 뿐이에요.”성연신이 경멸하는 듯 말했다. “남자 보는 눈이 참 나빴었군요.
심지안은 성연신의 얼굴에 작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잠옷을 바꿔입고 얘기했다.“저는 강아지 산책시키러 갈 테니까 먼저 자요.”생리 기간에는 성연신이 강아지를 산책시켰다. 이제는 생리가 끝났으니 그녀가 산책시킬 차례였다.“오늘 밤에 비 온대요. 내일 다시 해요.”심지안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저녁 열한 시였다. 밖에는 먹구름이 가득 몰려와 달빛을 가렸다. 깜깜한 어둠은 마치 위험한 맹수처럼 음산했다. 그녀는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래요.”두 강아지는 다 뒷마당에 있어서 볼일을 보고 싶을 때 참지 않고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자기 전에 심지안은 임시연의 문자를 받았다. 내일 아침 오레오를 보러 오겠다는 내용이었다....중정원 밖. 심지안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길 위에서 강아지 포획 전문가 두 사람이 새벽 한 시까지 심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지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결국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오늘은 산책하러 나오지 않을 테니 돌아가서 자세요. 내일 아침에 일찍 와요. 기억해요, 꼭 내가 알려준 길로 가요.”“네, 알겠습니다.”비가 내린 후의 이튿날 아침 공기는 유달리 맑았다.어제 산책을 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린 심지안은 일부러 반 시간 일찍 일어나 오레오와 원이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했다.두 강아지를 데리고 별장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김윤아의 전화를 받았다.“팀장님, 저 오늘 아침에 일찍 회사에 도착했는데 경호팀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서요. 1층 비밀번호가 뭐예요?”“7 여섯 개예요. 그런데 이렇게 일찍 가서 뭐 해요?”“오늘 회의 때 쓸 PPT를 만드는 걸 까먹었어요.”대답한 김윤아가 계속 물었다. “팀장님, 저 올라왔어요. 기획팀의 비밀번호도 모르는 데, 알려주실 수 있어요?”“1층의 비밀번호랑 같아요.”“아, 알겠습니다.”그리고 김윤아는 업무로 화제를 돌려 질문을 계속하며 심지안과 통
전체 과정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딱 봐도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심지안은 머리가 아파 났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들을 따라갔다.“누가 보낸 거야. 내가 돈을 두 배로 줄 테니까 강아지를 내놔!”두 남자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해 심지안을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심지안은 조급해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올 때 휴대폰을 들고나오지 않아 집에 돌아가 성연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힘들게 발을 움직였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발목이 욱신거리며 아팠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임시연과 마주쳤다.“집에 가서 지안 씨를 찾으니까 강아지 산책시키러 나갔다고 하던데.”임시연이 의문스럽다는 듯 물었다.“원이랑 오레오는요?”심지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시연에게 원이와 오레오가 낯선 남자들에 의해 끌려갔다고 얘기했다.“아까 이 길로 올 때 두 남자 못 봤어요? 얼른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물어봐요. 어쩌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임시연의 시선이 더욱 의미심장해졌다.“못 봤는데요. 혹시 잘못 본 거 아니에요?”“아니에요! 제가 직접 봤어요!”심지안은 임시연이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을 보고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빌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고 또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연신은 먼저 심지안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들었다. 그의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눈빛은 베일 듯이 날카로웠다.중정원같은 고급 별장의 관리사무소는 함부로 낯선 사람들 들여보내지 않는다. 게다가 대낮에 다른 사람의 강아지를 훔치는 일이라니. “중정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요. 입구에도 경호원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는데.”임시연이 형용하기 어려운 시선으로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정말로 잘못 본 게 아니에요? 혹시... 다른 일이 발생했다거나. 강아지 두 마리를 신경 써주느라 고생한 건 알지만...”심지안이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일부러 강아지
심지안은 숨이 멎는 듯했다. 성연신까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임시연은 아무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요, 믿지 않는다면 제가 증명해 드릴게요. 그들이 아무리 별장 구역의 CCTV를 피해 다녔다 해도 꼭 놓친 CCTV가 있을 거예요. 그것만 찾으면 증거가 생기겠죠.”심지안은 홱 하고 돌아서서 뒤도 안 돌아보고 그 두 남자의 행적을 찾으러 나섰다.작고 연약한 뒷모습의 그녀의 하얗고 가녀린 발목에는 빨갛게 부어오른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걸음걸이도 절뚝거리는 게 불편해 보였는데 보는 사람이 가슴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만은 아주 당당했다. 그 누구도 망가뜨릴 수 없다는 듯한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을 할지 말지 망설이다가 끝내는 입을 열지 못했다. 임시연은 갑자기 성연신의 팔을 잡더니 말했다.“우리 먼저 별장 구역 한 바퀴 돌아보지 않을래? 지안 씨 말대로라면 내가 오는 길에 그 사람들과 마주쳤어야 하는데 난 보지 못했거든. 그 사람들 아직 별장 구역을 벗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지안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러자 임시연은 입을 막고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성연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팔에 묶인 의료용 거즈를 드러냈다.성연신은 결국 임시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별장 구역을 한 바퀴 다 돌아보아도 낯선 남자와 두 마리 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이때 성연신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들여다보니 회사 카톡 채팅방 메시지였다. 누군가 실수로 공지를 올려버렸다.채팅 기록을 찾아보니 김윤아가 채팅방에 강아지 사진 한 장을 올리고 내일 집이 비는데 하루만 회사에 데려오면 안 되냐고 물어보았다.인사팀 매니저가 답해줬다.「단기간이라면 괜찮을 거예요. 부문 팀장하고 물어보세요. 장기간 데려오는 건 안 됩니다.」「네? 팀장님과
심지안은 곧바로 이런 생각을 떨쳐냈다. 임시연이 원이를 싫어한다고 가정해도 오레오는 싫어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레오는 그녀에게 반려견 이상의 존재였다.결국 흔적 찾기에 실패한 심지안은 실망한 표정으로 별장에 돌아갔다. 성연신은 찾은 것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묻기도 전에 성연신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지안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독한 사람이네요.”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심지안은 어리둥절해서 가만히 있었다. 이때 뒤늦게 찾아온 정욱이 테이블 위에 사진을 내려놓으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안 씨, 이건 지나가던 사람이 찍은 사진이에요.”사진 속에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원이와 오레오였다.심지안은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말도 안 돼요. 둘이 마취제를 맞는 모습을 제가 똑똑히 봤다고요.”성연신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진실을 ‘똑똑히’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건 아니고요?”“아니에요... 지금 설마 제 말을 의심하는 거예요?”“믿을 이유가 있어야 말이죠.”성연신은 단톡방의 채팅 기록을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강아지를 키우기 싫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왜 굳이 이 사달을 내는 거예요?”마취제를 맞고 나면 적어도 몇 시간은 지나야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 원이가 실종한 지는 이제 두 시간밖에 안 됐는데, 개 도둑은 도대체 왜 원이와 오레오를 풀어줬는지 의문이었다.심지안은 조용히 김윤아가 보낸 채팅 기록을 보고 있다가 몸을 흠칫 떨었다.“저는 이런 말을 한 적 없어요...”“그럼 김윤아 씨가 지안 씨를 모함했다는 건가요?”성연신의 태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마음속을 정복한 무기력감에 심지안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믿든 말든 알아서 해요.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연신아, 그만해. 원이랑 오레오를 발견한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임시연이 돌연 끼어들어 말했다. 그러고는 실망
김윤아와 마주친 심지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윤아 씨, 회사 단톡방에서는 왜 헛소리를 했어요?”김윤아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제가 무슨 헛소리를 했다고 그래요. 증거 있어요?”심지안은 김윤아를 빤히 쳐다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목적이 뭐예요? 누구한테 사주받은 거예요, 아니면 그냥 연신 씨의 관심을 받고 싶은 거예요?”김윤아는 잠깐 당황하더니 곧 표정 관리를 하며 뻔뻔하게 답했다.“저는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왜 대표님을 연신 씨라고 불러요? 대표님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윤아 씨가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죠? 잊었나 본데, 저는 윤아 씨 상사예요.”“이... 이건 직장 내 괴롭힘이에요!”심지안은 피식 웃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토록 뼈저리게 느끼는 건 또 처음이었다.이때 곁에 함께 있던 동료가 나서서 중재했다.“둘 다 그만 해요. 지안 씨도 없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닐 테니까 둘이 따로 조용히 해결해요. 하지만 지안 씨가 대표님의 이름을 부르는 건 저도 좀 불편하네요. 아무리 많은 보너스를 받았다고 해도 기본적인 존중을 잊어서는 안 되죠.”김윤아는 눈을 팽글팽글 돌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금 설마 대표님이 제 커피를 받았다고 질투하는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트집 잡는 거죠?”“하하, 질투를 논하기 전에 윤아 씨 본인의 처지부터 돌아보는 건 어때요?”김윤아의 수단으로는 동네 양아치만 꼬실 수 있었다. 그래서 심지안은 성연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입사원 때문에 불편한 얘기를 하기 싫어서 지금껏 묵인하고 있기도 했다.김윤아는 돌연 눈빛이 변하며 물었다.“팀장님 설마 진짜 대표님이랑 뭐가 있는 거예요?”김윤아의 곁에 있던 동료는 화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심지안에게 눈치를 줬다. 회사 앞에서는 말조심하라고 말이다.성연신이 심지안에 대한 편애는 모든 직원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표님한테 예쁨받는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일 뿐이라고요. 말로 해결해도 되는 일에 왜 굳이 손을 올리는 거예요?”심지안은 김윤아가 연기하는 것을 보아내고 부축할 생각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이건 또 어쩌자는 거죠?”“제가 뭘요. 저는 그냥 괴롭힘 없는 직장에 다니고 싶을 뿐이에요.”김윤아는 돌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 놓아 울어댔다. 울면서 한 쪽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기어가기도 했다.“대표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성연신은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안 씨, 사람이 넘어졌는데도 가만히 있는 건 무슨 버릇이죠?”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심지안은 머리를 홱 돌렸다. 그러자 김윤아의 손을 잡고 부축해 주는 성연신의 모습이 보였다.‘신입사원한테도 이렇게 다정하면서 왜 나한테는...’심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홧김에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일부러 넘어진 사람을 왜 도와줘요? 도와주면 오히려 윤아 씨가 싫어할걸요?”김윤아는 창백한 얼굴로 성연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 달리 성연신은 불쾌하다는 듯 심지안을 쏘아봤다.“지안 씨는 왜 항상 나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예요?”“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잘못을 했으면 그냥 했다고 인정해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보기 안 좋아요.”성연신은 또박또박 냉정하게 말했다. 심지안은 마치 보이지 않는 산에 깔린 것처럼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잘못? 무슨 잘못? 아침 일을 가리키는 건가, 아니면...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일을 가리키는 건가...’심지안은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정 그렇다면 저도 할 말이 없네요.”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성연신의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 그는 심지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휙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 했다.“따라와요.”김윤아는 득의양양해서 성연신을 따라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정욱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막아서며 말했다.“무
심지안은 멍하니 성연신을 바라봤다. 목구멍에서는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성연신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심지안을 바라보다가 아예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시연이가 곧 온다고 했어요. 그러니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지안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더니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알겠어요. 연신 씨가 원하는 대로 사과할게요.”이 말을 듣고 나서야 성연신의 안색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퉁퉁 부은 심지안의 발목을 발견하고서는 또다시 미간이 구겨졌다. 그래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참에 고생 좀 해봐야 정신 차린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10분 후, 임시연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심지안에게 말했다.“오레오는 다행히 중정원 근처에서 찾았어요. 지안 씨가 갑자기 나타난 저한테 불만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말 못 하는 동물을 괴롭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레오는 이제 제가 데려갈게요. 그동안 수고했어요.”“그래요, 어차피 시연 씨 강아지니까... 그래도 사과는 할게요. 원이랑 오레오를 개 도둑한테 빼앗긴 것에는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임시연은 안색이 약간 변하면서 말했다.“개 도둑은 존재하지 않아요. 모든 증거가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 존재하지도 않는 개 도둑을 만들어 내는 건 그만 해요. 저랑 연신이도 화가 나기는 하지만 지안 씨를 탓하는 건 아니니까요.”심지안은 의미심장은 표정으로 대답했다.“알겠어요. 참 고맙네요.”“심지안 씨,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에요?”성연신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 몸이 흠칫 떨릴 정도로 말이다.“한 적도 없는 일에 사과하는 것 치고는 꽤 정중하다고 생각하는데요.”성연신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임시연이 그를 향해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연신아, 됐어.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감정이 상하는 것도 다 정상이야. 난 먼저 갈 테니까, 둘이 잘 얘기해.”심지안은 지금의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성연신과 임시연이 아주 환상의 콤비라는 생각이 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