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애한테 구박받은 성여광은 난처해 났다.‘아니, 왜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거지?'부잣집은 여주인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아 아무 배경도 없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부잣집 아가씨를 맞이해야 했다.평소에 그렇게 총명하던 형이 여자를 보는 눈이 어떻게 이렇게 잘못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오정연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고 표정도 서로 달랐지만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백연은 질투를 애써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성여광에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 그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해. 기어이 이런 여자를 찾으려고 하는 건 바로 너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너도 좀 잘해봐. 빨리 적합한 여자친구를 찾아 연신보다 먼저 아이를 낳아. 그러면 네 할아버지는 자연히 너를 더 관심하게 될 거야.”만약 남자아이를 낳는다면, 성씨 집안의 자산을 적어도 절반은 더 나눠 가질 수 있을 것이다.“좋아요! 엄마, 어디 두고 보세요, 엄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볼게요!”성연신은 성여광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를 마음에 두지 않고 담담하게 심지안에게 물었다.“지금 갈 거예요, 아니면 아침 식사를 하고 갈 거예요?”심지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냥 회사에 가서 아무거나 먹으면 돼요.”지금은 11시가 다 돼가니 아침이 아닌 점심을 먹는 셈이다.“좋아요.”성연신은 성수광이 보이지 않자, 서백호에게 자신은 일이 있어 미리 간다고 전하라고 말했다.이번 가족 연회에 정욱이 따라오지 않아 성연신은 스스로 차를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조수석에 앉은 심지안은 차창을 반쯤 내렸다. 산들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자, 정신이 상쾌해졌다.“봤죠?”성연신이 불쑥 입을 열었다.“뭘요?”“우리 가족이요.”심지안은 잠깐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네, 왜요?”“지안 씨가 본건 그저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해요. 명문가의 내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두워요.”집은 피난처가 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검이 될 수도 있
심지안은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는 일단 먼저 승낙하고 그때 가서 다시 아무 핑계나 대고 거절할 생각이었다. 선물만 주고 본인은 참석 안 할 생각도 하였다.기획팀에 도착한 심지안은 여직원이 새로 입사한 것을 발견했다. 김인정은 산후조리로 휴가를 냈고, 경은은 해고당한지라 인사팀에서 지난주에 새로 직원을 채용한 것이다.윤아는 옷차림이 매우 센스가 있었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듣자 하니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이라 개방적이고 열정적이어서 단 하루 만에 다른 동료들과 잘 어울려 있었다.윤아는 심지안을 보자 생글생글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언니가 바로 지안 언니죠? 전 새로 온 윤아라고 해요.”“안녕하세요.”심지안은 처음에 윤아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한 동료가 성연신의 사무실로 가져가야 할 서류가 있다는 것을 듣고 윤아는 즉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달려왔다.“제가 갈게요.”“네? 윤아 씨는 방금 입사해서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텐데...”같은 부의 회사 동료가 완곡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전 외국에서 기획팀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걸요. 게다가 성 대표님의 이름을 정말 많이 들었었어요. 이번에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밤잠도 설칠 정도로 기대했거든요. 제발요, 절대 망치지 않을게요.”윤아의 애교에 동료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서류를 내려놓고는 절대 쓸데없는 말들을 삼가라고 신신당부했다. 성 대표는 말이 많은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잘 알겠어요!”15분 후.서류를 전해주고 돌아온 윤아는 동료들에게 물었다.“성 대표님은 여자친구 있으세요?”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칫했다.“없지 않을까요.”“아마 없을 거예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으셔요.”“우리 같은 보통 직원들이 어떻게 성 대표님의 사생활을 알 수 있겠어요. 하지만 저도 99%는 없을 거로 생각해요.”윤아는 환하게 웃으며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듯 말했다.“좋아요. 나 결정했어요! 이제부터 성 대표님을 쫓아다
“남진영이라니까. 도대체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김대휘는 성연신의 이름을 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성연신은 착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잔인해지는 성연신은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비즈니스 업계에서 악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성연신을 건드리기 무서웠다. 어차피 남진영과 모순이 있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사람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은옥매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남진영이 연아를 얼마나 아끼는데. 다른 사람과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어.”“연아를 아낀다고?”김대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바로 비웃는 말투로 얘기했다. “심연아가 설마 너랑 남진영의 딸은 아니겠지?”그 당시 일부러 그한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라면. 김대휘는 은옥매가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함부로 얘기하지 마. 난 남진영을 몰라.”“그러면 왜 네 딸한테 그렇게 잘해주는 건데?”은옥매가 협박하는 어투로 얘기했다.“그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고. 하여튼 나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관계를 몰랐으면 해. 만약 입 뻥긋했다가는... 연아를 데리고 김씨 가문에 가서 인사드려도 되겠다.”김대휘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그러자 화가 난 그의 뱃살이 출렁이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이번 생에서 그가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20년 전에 은옥매에게 홀려 그녀와 잠자리를 가진 것이다. 이 여자는 그 당시에도 심전웅과의 관계도 제대로 끊어내지 못했다.은옥매는 화를 내는 김대휘를 눈여겨보지 않고 바로 새로 산 가방을 들고 귀부인처럼 걸어갔다.김대휘는 멍을 때리다가 은옥매가 멀리 간 후 그제야 거리를 지키며 떠났다.하지만 두 사람 다 이 모습이 사설탐정에 의해 찍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사설탐정은 사진을 바로 고용주에게 보냈다.그러자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의 카드에 큰 금액의 돈이 들어왔다.정욱은 사진을 받자마자 바로 성연신에게 보고했다.“익명으로 심전웅의 이메일에 보내.”정욱은 고개를
이튿날.심지안은 과일을 들고 임시연의 병문안을 왔다.임시연은 그녀의 뒤를 보면서 물었다. “연신이는 안 왔어요?”“연신 씨는 일이 바빠서요.”임시연의 얼굴에는 실망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렇겠죠.”심지안은 내색 하지 않고 그녀의 표정을 못 본척 했다.이어 임시연은 주동적으로 화제를 꺼내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그리고 심지안이 떠나기전, 그녀는 요며칠 중정원에 가서 오레오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심지안은 이를 승낙했다. “좋아요, 하지만 오늘 밤에는 연신 씨와 함께 전시회에 가야 해서 조금 늦을거 같아요.”임시연은 관심을 두고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그래요? 몇시쯤에 오는데요?”심지안은 대충 시간을 짐작하고 대답했다. “아홉시쯤일 것 같아요.”떠나기 전, 심지안은 임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며칠 전에 연신 씨에게 아침밥 가져다주시지 않으셨어요?”“네, 하지만 오해하지 마세요... 전 그저 오레오를 보러 간 김에 연신이 아침도 사간 거예요.” 환하게 웃던 심지안은 장난스레 대답했다. “저 오해 안해요. 그냥 다음에 아침밥을 살 때 제 것도 사주셨으면 해서요. 안 그러면 제가 연신 씨 아침을 먹게 되니까 시연 씨가 괜히 산 게 되잖아요.”“…”심지안은 임시연이 반응하기도 전에 떠났다.은혜는 갚을 것이다. 하지만 임시연이 전여친으로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을 심지안이 아니었다....점심시간에 나온 심지안은 돌아가는 길에 1층에서 커피를 사고있는 김윤아를 발견했다.“팀장님, 성 대표님께서 무슨 커피 드시는지 아세요? 대표님께도 커피 한잔 사드리려구요.”“…윤아 씨, 정말 성 대표님을 좋아해요?”김윤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성 대표님처럼 멋진 솔로가 또 어디 있다고요. 놓치면 다신 오지 않을 기회잖아요.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죠.”심지안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성 대표님 여자친구 있어요,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지 마요.”김윤아는 믿지 않았다. “그럴 리가요, 다들 없다고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알겠다는 표정으로 성연신이 김윤아의 커피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건 커피만 받아들인 정도가 아니다. 이건 사람을 받아들인 것과 같다. 오후 내내 동료들은 김윤아에게 열정적으로 대했다.김윤아는 이런 대우를 즐겼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카톡을 보냈다.「당신이 알려준 게 맞아요. 심지안은 지금 기분 나빠하고 있어요.」사실 성 대표는 그녀의 커피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녀는 비서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하지만 그 여자의 말대로 커피를 줬든 말든 준 것처럼 행동하면 이미 목적을 달성한 것과 같았다.여자가 답장을 보냈다.「오케이.」...심지안은 퇴근하자마자 주차장으로 가서 그의 차를 찾아 조수석에 앉은 후 두 손을 허리에 얹고 화를 내며 옆의 남자를 노려보았다.“커피 맛있어요?”성연신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 이상함을 눈치챘다. 정욱이 오후에 타 준 커피를 생각하며 아무렇게 말했다.“그저 그래요.”“그저 그렇다면서 마셔요?”“잠이 깨야 하니까요.”심지안은 더욱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왜 자기가 한 일이 맞는 것처럼...”흰 티셔츠를 입고 있는 성연신이 소매를 걷자 근육이 잡힌 팔이 드러났다. 이 멍청한 여자가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그는 살짝 웃었다.하지만 꽤 귀여웠다.준수한 외모의 성연신은 평소에 강한 기세와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눈에 힘을 풀고 웃으면서 심지안을 바라보고 있으니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그녀를 홀릴 수 있었다.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낀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됐어요. 이번만 봐주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그 사람이 주는 커피 마시지 마요.”성연신은 여전히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그래요.”커피가 안 되면 차라도 마시면 되지.잠만 깰 수 있으면 된다. 주얼리 전시회는 시내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세움 주얼리의 독특
심연아는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심지안이 멋진 남자 옆에 서 있는 걸 보니 조금 두려웠다.이때, 성연신의 시선이 심연아한테로 머물렀다. 그 시선은 담담했지만 마치 얼음 조각을 감싼 것처럼 차가웠다.심연아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번에 주얼리를 구경하러 온 것도 맞지만 일도 해야 했다.심지안처럼 와서 권력으로 으스대러 온 게 아니다!전시회의 주얼리들은 모두 리미티드 에디션이라서 경매를 통해 최고가를 부른 사람이 가져갈 수 있었다.심연아는 전시회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틈을 타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녀의 시선은 어느샌가 캐주얼하게 입고 있는 소년에게 머물렀다. 심연아는 기뻐하며 비서를 데리고 소년에게로 다가갔다.“고청민 도련님, 안녕하세요.”심연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청민에게 먼저 인사했다.고청민은 그녀를 보며 남진영이 심연아를 온실 속 화초처럼 대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도련님, 저는 흥월 엔터테인먼트의 총괄 매니저입니다. 세움을 위해 엠배서더를 구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저희 쪽에 좋은 인재 몇 명이 있어서요. 혹시 만나볼 의향이 있으세요?” 심연아는 비서의 손에서 서류를 건네받고 고청민에게 넘겨주었다.“이건 저희 회사에서 인지도도 높고 능력도 뛰어난 배우들의 자료에요.”고청민은 거절하지 않고 배우들 자료를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다 확인한 그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 맘에 드는 사람이 없네요.”“한 명도요?”“네.”“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더 봐주세요. 그래도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이고 몇 명은 주얼리 광고도 찍었는데요.”“확실히 적합한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표정이 굳어진 심연아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나요?”고청민이 담담하게 답했다. “전 그저 느낌을 봅니다. 제 눈에 드는지, 안 드는지.”심연아는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의 촉이 고청민이 자신에게 블만이
심지안은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게 그렇게 좋아요?”“...”“다 큰 남자가 보석이 뭐가 좋다고.”손남영이 옆에서 웃으면서 얘기했다.“지안 씨, 이건 연신 형이 선물하려는 겁니다.”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안 돼요. 싫어요. 너무 비싸요!”이미 400억의 빚을 졌는데 또 200억이라니. 모든 여자들이 핑크 다이아몬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심연아도 예외는 아니었다.특히 성연신이 심지안을 위해 경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승부욕이 불타올라 한마디 보탰다.“220억!”남진영은 그녀에게 회사를 줬을 뿐만 아니라 용돈도 쥐여주었다.아마 이 반지를 사고 나면 얼마 남지 않겠지만 투자라고 할 수 있었다. 핑크 다이아몬드는 대체품이 없는 보석이어서 원래도 다른 보석보다 비쌌다. 고청민은 200억이 가장 큰 금액일 줄 알았고 그 이상의 가격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누구야? 처음 보는데.”“홍월 엔터테인먼트 총괄 매니저래. 낙하산이라던데, 뒷배가 어마어마하대.”“200억을 막 쓰는 걸 보면 돈이 적은 건 아닌 것 같은데. 핑크 다이아몬드는 저 여자 손에 들어갈 확률이 높겠어.”“그건 아니지. 성 대표도 마음에 들어 하잖아.”그 모습에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지켜보았다.심지안은 성연신의 손을 꾹 누르며 급하게 말했다.“사지 마요! 너무 비싸서 가성비가 안 좋아요!”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지만, 200억이라고 하니 별로 좋지도 않았다.200억짜리 반지를 손에 끼고 다니다가 강도를 만나면 어떡하려고. 뒤에 앉은 손남영이 성연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에게 맡기라는 제스처를 보냈다.말을 한 것은 아니어서 심지안은 두 사람 사이의 암묵적인 거래를 보지 못했다. 그저 성연신의 손을 꾹 내리누르며 그가 경매를 계속할까 봐 걱정했다.성연신은 오히려 심지안의 손을 자기 손안으로 꼭 잡고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요, 알겠어요.”그 모습을 본 고청민의 곧게 뻗은 눈썹이 움찔거렸다.
손남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럴 리가요. 이건 심지안 씨한테 드릴 겁니다.”“하, 심지안이요?”“네.” 손남영은 바로 몸을 돌려 핑크 다이아몬드는 심지안에게 주었다.두 사람이 연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친한 동생으로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심지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손남영이 왜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난감한 표정으로 옆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성연신은 덤덤한 말투로 얘기했다.“선물을 주면 그냥 받아요.”손남영이 낮은 목소리로 장난을 쳤다.“축의금이라고 생각해요.”심지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리고 손남영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비싼 선물보다 성연신의 친구가 그녀를 인정해 준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옆에 있던 심연아는 무시당한 채 서 있었다. 그제야 손남영이 일부러 그녀를 갖고 논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심지안을 너무 얕보았다.그녀에게는 성연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남자도 있었다.상류 사회가 더러운 줄은 알았지만 심지안 같은 사람이 그곳을 파고들어 쉬운 길로 올라가다니. 심연아는 무서운 눈빛으로 심지안을 노려보고는 문을 쾅 밀치며 밖으로 나갔다.화가 치밀어 오른 심연아는 길도 제대로 보지 않고 걷다가 직원에게서 차 열쇠를 받자마자 성여광과 부딪혔다.“누구야, 길 똑바로 안 봐?!”성여광은 고개를 숙여 자기 외투에 묻은 파운데이션을 보며 불쾌해했다.“제가 봤을 땐 그쪽이야 말로 길을 똑바로 보고 다녀야 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넓은 길에서 굳이 저랑 부딪혀야겠어요?”심연아는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옆의 비서가 그녀를 말렸다.“참아요. 저분은 제경의 제일인 집안의 성여광 도련님입니다.”비서는 남진영이 제경에서 데려온 사람이다. 전에 주얼리 디자이너였는데 이번에 심연아를 가르쳐줄 겸 온 것이었다.심연아는 그가 성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듣고 눈이 반짝였다.성씨 가문은 고귀한 신분이라서 마치 닿을 수 없는 귀족 같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제경에서 가장 부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