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친구인데 괜찮아요?”"가족이면 좋을 텐데요.”“그녀는 금관성에 가족이 없어요.”“좋아요, 따라오세요.”“당신도 함께 와요, 와서 요금을 내세요.”간호사는 몇 장의 명세서를 가지고 심지안에게 말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명세서를 받아들고 대답했다.“알았어요.”“1층에 가서 계산하시면 돼요.”의사는 성연신에게 진단서를 건네주며 말했다.“환자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치료 시기를 놓쳤어요.”성연신의 눈동자가 움찔했다.“네?”“최근 이 병원에서 병을 본 기록이 있는데 말씀 안 드렸어요?”“아니요...”“환자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몸 전체에 감염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그녀의 기분에 맞춰주는 게 좋아요. 감정 기복이 너무 크면 안 돼요. 기분이 좋아야 치료에 적극적으로 따라줄 거니깐요.”병실 안.임시연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온화한 얼굴이 창백하고 불쌍했다.그녀는 성연신이 진단서를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당황한 눈빛으로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말했다.“너... 다 알았어?”“그래.”그는 복잡한 감정을 누그러뜨렸다.“언제 발견했어?”“반년 전에...”임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자신은 분명 환자인데 굳이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외국 쪽 의사는 속수무책이라고 금관성에 가보라고 했어. 난 그냥 포기하려고 했어. 금관성에 가서 너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네가 심지안 씨와 이미... 미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그리고 방금은 내 탓이야, 심지안 씨를 탓하지 마. 그녀는 너를 좋아하니, 내가 너에게 가까이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당연해.”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짜증을 냈다.“먼저 몸조리 잘해. 도움이 필요하면 정욱에게 말하고.”그는 당연히 어리석은 이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고, 심지어 다른 이성들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 것에 대해 상관없었지만, 단지 어리석은 이 여자가 임시연을 기절시켰을 때,
심지안이 목소리를 따라 보니 임시연이 성연신의 손을 꼭 잡고 눈가에 반짝이며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성연신이 승낙한 걸까?그녀는 손바닥을 힘껏 꼬집으며 날카로운 통증으로 마음속으로 해서는 안 될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두 사람의 꼭 잡은 손은 마치 날카로운 가시처럼 그녀의 심장에 박혔다.그녀는 눈앞이 흐릿해져서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허겁지겁 도망쳤다.손남영도 이때 이곳에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저 먼저 갈게요, 계속하세요?”임시연은 문을 열 때 갑자기 손을 잡은 것이다. 성연신은 다른 생각을 하다가 뒤늦게 깨닫고 손을 빼며 말했다.“너 쉬어, 나 먼저 갈게.”손남영은 눈짓하며 그를 끌어당겼다.“좀 더 얘기하죠? 방금 얘기 잘 나눴잖아요, 제가 여기 잘못 온 거 같아요.”성연신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성큼성큼 떠났다.손남영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시선을 임시연에게 돌리고 물었다.“화해했어요?”임시연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많이 같이 있어 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어요.”손남영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아까 그렇게 즐겁게 울었던 이유가 뭐예요?”“연신이는 그때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나를 용서해 주었어요. 그래서 가슴을 짓누르던 큰 돌멩이를 마침내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그렇군요... 난 또...”그는 말끝을 흐리며 임시연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임시연은 온화한 눈매로 허탈한 기색을 지었는데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손남영은 성연신이 심지안을 선택한 것을 의외라고 생각했다.심지안은 회사로 돌아가 오후 내내 임시연에 관한 일을 생각했다.퇴근할 때가 되자 그녀는 성연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지하 차고.정욱이 앞줄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백미러에 비친 남자를 힐끗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성 대표님, 제가 오늘 돌아가서 보광 빌딩 밖 CCTV를 한 번 봤
“임시연 씨는 자기가 항암하고 있을 때 연신 씨랑 같이 있고 싶은 거겠죠.”심지안은 조용하게 얘기했다. 속으로 오후 내내 연습하던 말을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또박또박 얘기했다. “우리 앞으로 조금 떨어져서 거리를 둬요. 할아버지 앞에서는 잘 연기하도록 하고요. 만약 중정원을 떠나라고 하면 떠나줄게요. 하지만 갑자기 떠나라고 할 때면 제가 묵을 곳도 알아봐 줘야 해요.”심지안의 뜻을 이해한 성연신은 미간을 팍 찌푸리며 얘기했다. “임시연이 원한다면 나를 아예 놔주겠다는 뜻입니까?”전혀 빼앗으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안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가?’한숨을 푹 내쉰 심지안이 곧이곧대로 얘기했다.“난 구질구질해지고 싶지 않아요.”그에게 뻔뻔하게 굴었다가 오히려 외면당할까 봐 무서웠다. 전에는 전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차량 내부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차가운 공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쌌다.성연신이 심지안의 어깨를 잡았던 손의 힘을 풀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사랑한다더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랑이네요.”그 말에 심지안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는 그저 얄팍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정욱은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밖에서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보며 조용히 집에 도착할 수 있기를 빌었다.심지안이 말했다.“그럼, 저 중정원에 계속 있을까요... 아니면 밖에서 세를 맡을까요?”중정원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임시연이 자주 성연신을 찾으러 오게 된다면 여러모로 어색해질 것이었다.성연신은 주먹을 꽉 말아쥐고 물었다.“나갈 생각까지 해요?”“아니, 전 그냥 제가 불청객이 될까 봐...”화가 난 성연신은 마치 털을 곤두세운 짐승과도 같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을 박찬 성연신이 얘기했다.“그렇게 이사 가고 싶으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요.”밖의 하늘은 이미 검은 구름이 몰려왔고 보슬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차가운 빗물이 차 안으로 튀어들어 와 심지안의
밤은 점점 깊어지는데 비는 전혀 그칠 생각이 없었다.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두 시간 동안 서 있었던 심지안은 이미 추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택시를 잡지 못하리라 생각한 심지안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성 대표님, 지안 아가씨가 걸어서 돌아가려는 모양입니다.”잘생긴 성연신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그에게 돌아와 빌 바에는 차라리 걸어가겠다? “따라가.”정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자존심을 굽히기 싫어한다. 이 길은 제경으로 향하는 길인데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가 빨라서 물보라를 맞기 쉬웠다. 유독 한 흰 자동차가 매너 있게 속도를 줄여 심지안의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심지안 본인은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추위에 떨고 있어 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흰색 자동차가 그녀의 옆에서 멈추더니 차 창문을 내렸다. 한 남자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개울물처럼 맑고 청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목적지까지 데려다줄게요.”빗물에 젖은 심지안의 속눈썹이 눈앞을 막아 시야를 가렸다. 눈앞의 남자는 주원재의 또래 같아 보였다. 깨끗한 피부와 부드러운 얼굴은 딱 봐도 잘사는 집의 도련님이었다.심지안은 갑자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낯선 사람도 자기를 걱정해 주는데 성연신은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숨을 들이쉰 심지안이 거절을 하기도 전에 쿨럭거리며 기침을 했다. 남자가 더욱 걱정하며 얘기했다.“차에 타요. 데려다줄게요. 나쁜 사람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아니에요, 괜찮습니다.”겨우 기침이 멎은 심지안이 감사를 전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잠깐 고민하는 눈빛으로 성연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기사에게 얘기했다.“가서 우산이라도 줘요.”기사는 놀라서 멈칫하다가 명령을 따랐다.“아가씨, 이건 우리 도련님께서 드리는 우산입니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잠시라도 비를 피할 곳을 찾으세요.”기사는 우산은 심지안의 품속으로 넣어주고 총총걸음으로 차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못한 심지안은 목이 마르다 못해 타들어 가는 것 같이 목이 잠긴 상태였다.“물...”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바로 그녀의 손을 놓고 물을 부어주었다.물을 꿀꺽꿀꺽 마신 심지안은 갈증이 해소되어 목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또 고민에 빠졌다.성연신은 바로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눈을 맞추었다. 그의 강렬한 포스는 매우 무서웠다. “무슨 생각 합니까?”“연신 씨가 무슨 생각하는지 생각하고 있어요.”“맞췄습니까?”“알 것 같아요.”“?”“집에도 아내를 하나 두고 밖에도 한 명 둘 생각인 거죠? 임시연 씨와도 살림을 차리고, 나도 붙잡고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요.”심지안은 그저 경멸 어린 눈빛으로 빤히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본인이 직접 차에서 내리라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위해주는 척이라니. 남자들은 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인간이었다.성연신이 작게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질투해요?”하루 내내 가만히 있던 성연신은 이미 화를 풀고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심지안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있었다. 이 바보 같은 여자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저 성연신을 다른 여자에게 넘겨줄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 질투심 때문에 뱉어낸, 홧김에 얘기한 말이었다. 심지안은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연신 씨 눈에는 제가 사랑에 빠진 호구 같아요? 직접 차에서 내리라고 해놓고, 내가 세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게 했잖아요. 내가 아무리 연신 씨를 좋아해도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됐어요.”그 말은 두 사람의 선을 넘었다. 성연신은 바로 짜증을 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못 버틸 거면서 돌아오지 그랬어요.”그는 바로 심지안의 뒤에 있었다. 그의 말에 심지안을 묵혀두었던 억울함과 서운함이 한순간에 터지는 것 같아 눈시울을 붉혔다.“내가 왜 돌아가요. 연신 씨가 절 쫓아냈잖아요! 내가 돈이 없다고 해서 자존심까지 없는 건 아니에요! 임시연 씨랑 다시 같이 사귀게 된 거잖아요
진유진은 나무위키 속 임시연의 자료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예쁘긴 한데... 좀 도도한 척하는 것 같아. 너처럼 친화력이 좋고 귀염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아.”심지안은 그저 자기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얘기했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여서 사생활도 깨끗하고 안 좋은 소문도 없는 사람이야.”“쳇, 그런 거 다 연기야.”이때 심지안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성연신이 이미 도착했다고 걸어온 전화였다. 간단하게 짐을 정리한 심지안은 진유진을 데리고 나갔다. 병원 앞에 차를 세운 성연신은 심지안이 진유진과 함께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하얀 작은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고 활기찬 기운이 넘쳐 드디어 정신을 차린 사람 같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말아 올렸다. 치료를 잘 받은 모양이니 앞으로의 임신에 영향을 주지 않을 듯했다. “데려다줄게.”심지안은 조수석의 문을 열어 진유진이 앉게 했다. 진유진은 어색해하며 얼굴을 쓸어내리고 성연신에게 물었다.“괜찮아요? 민폐가 아닐까요...”성연신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아닙니다. 괜찮습니다.”말이 끝나자 진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아직 이런 호화로운 차를 타보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차에 타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작은삼촌!”말이 끝나자 심지안과 진유진 다 얼어붙어버렸다. 눈썹을 까딱거린 성연신이 물었다.“작은삼촌이요?”“아... 그... 제 작은삼촌이 자주 데리러 와서 습관이 되었네요... 하하하...”놀라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진유진은 어떻게든 변명하려 했다. “연신 씨, 오늘 주말에 같이 나가서 밥이나 먹을까요?”심지안이 성연신의 팔을 끌어당기며 눈을 예쁘게 접고 웃으며 물었다. 심지안에게로 온 신경을 돌린 성연신은 그녀의 코를 작게 꼬집었다. “매일 먹을 생각밖에 안 해요? 매운 건 안 되고, 다른 건 괜찮아요.”“예스! 역시 우리 연신 씨가 제일 좋아요!”그러고 나서 진유진은 다른 말을 하지
성연신은 화를 내지 않고 원이를 쓰다듬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결혼까지 해놓고, 무슨 사이라니요?”“근데 계약했잖아요. 3년 후면 이혼하자고.”“이혼 안 하면 되죠.”“그 뜻이 아니라요.”성연신은 차갑게 물었다.“그럼 이혼하고 싶어요?”심지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정색하고 얘기했다.“연애는 연애고 계약은 계약이잖아요. 따로 놓고 보는 거예요. 우리의 감정이 확실해지면, 우리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계약은 없던 걸로 해요.”하지만 그녀가 빌린 400억은 일단 보증서라도 쓰고나서 후에 갚을 생각이었다. “왜, 우리의 감정이 영원할 것 같지 않아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그녀와 성연신의 집안과 신분, 지위 등 모든 것이 너무 차이가 났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단지 한순간의 설렘으로 행동하는 것일까 봐 무서웠다.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하기는 두려워 그냥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저 갑자기 연신 씨랑 같이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나중에 제 단점을 발견하고 나한테 실망하고 후회할까 봐요. 그러니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서로가 서로에게 합격인지, 영원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결혼식을 올리기로 해요. 전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거든요! 여자의 마음이 다 그렇죠, 안 그래요?”어두워졌던 성연신의 낯빛이 조금 밝아졌다. 여자는 로맨틱한 것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던 손남영이 떠올랐다. “그래요.”“연신 씨, 정말 제일 좋아요!”중정원에 돌아온 심지안이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임을 확인한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끊어버렸다. 하지만 상대방은 지치지도 않는지 5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왔다.머리를 다 말린 심지안이 헤어드라이어를 내려놓던 순간 휴대폰이 또 울렸다.이제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심지안이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안녕하세요, 심지안 씨입니까?”“네, 누구시죠?”“저는 범수
범수의 말에 심지안은 불안함을 느꼈다. 이렇게 보니, 심연아 뒤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 돈은 꼭 벌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어차피 심씨 가문과는 연을 끊었으니 큰 상관이 없었다. 심지안은 곧 범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범수는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끊고 바로 1억 원을 보증금으로 보내주었다. 심연아, 이 사람, 어디를 가나 미움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었다.2억 원에 부모님이 주신 돈까지, 모두 합치면 거의 몇십억은 되는 것 같았다. 200억까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진유진이 저번에 어머님이 주신 주얼리들을 가져왔는데 한 번도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에휴, 시간이 지나면 전문가를 모셔서 주얼리를 한번 정리할 생각이었다....범수가 약속한 시각. 사무실의 한 여자가 1층 홀에서 촬영하고 있는 연예인을 발견하고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심지안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저도 가고 싶은데, 같이 갈까요?”“좋아요! 저 메이크업 수정만 좀 하고요!”그 직원은 흥분해서 얘기했다.“저기... 혹시 범수 씨 팬이에요?”만약 팬이라면, 팬의 앞에서 연예인을 욕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아닌데요?”“그럼 다행이에요.”1층 홀. 열대가 넘는 카메라가 곳곳에 있었고 중간에서는 연예인 몇 명이 수정을 보고 있었다. 범수도 그 가운데 있었다.인터넷에서 범수의 사진을 미리 봤던 심지안은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하지만 범수는 사방을 둘러보며 심지안을 찾고 있었다.작게 기침을 한 심지안이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런 심지안을 확인한 범수는 잠시 멈칫했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눈빛을 전했다. 아마도 쉬는 시간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연아가 조수 몇 명을 데리고 밀크티를 사서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제가 범수 씨를 대신해서 여러분들에게 밀크티를 살게요!”“감사합니다, 심 이사장님!”“심 이사장님은 얼굴이 예쁜 만큼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