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 씨, 기다려. 늦어도 내일까지는 서준 씨를 찾으러 갈게. 살아 있을 때 함께 하지 못했다면 죽어서 같이 부부가 되면 되지. 주변에 여자가 많은 건 알겠지만 귀신이 된 후에 이리저리 매력을 흘리고 다니면 안 돼. 두세 명 정도는 이해해 줄게. 더 많으면 안 돼...”서지은은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그녀가 운대산에서 몰래 찍은 진서준의 옆모습이었다.이때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서지은은 얼른 사진을 거두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지은아!”서광문은 창백해진 서지은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왜 오셨어요?”서지은은 차갑게 물었다. 그녀의 어투에 서광문은 무척 실망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만난 지 보름 남짓 된 남자 때문에 자기를 이토록 차갑게 대하다니.서광문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지은아, 진서준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러 왔어.”서광문은 긴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했다.“살아 있다고요? 저를 속이지 마세요. 결혼식장에 그렇게 많은 대종사가 있었는데 서준 씨가 어떻게 살아남아요?”서지은은 서광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서광문이 자기가 바보짓을 할까 봐 속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속인 거 아니야. 진서준은 둘째 삼촌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으나 마지막 위급한 상황에서 전송 대진을 쓰며 김연아와 함께 도망쳤어.”서광문은 황급히 설명했다.“아빠, 이젠 소설을 쓰시네요. 제가 바보 같아요?”‘전송 대진? 차라리 블랙홀이라고 하지 그래요?’“지은아, 정말 사실이야. 만약 믿지 못하면 내가 이한석을 불러올게. 네가 직접 물어봐.”서강문은 너무 답답했다. 어떻게 아버지로서 할 역할을 해야 할지 이젠 막막했다.“그럼 한석 삼촌을 불러오세요. 제가 물어볼게요.”서지은이 말했다.“알았어. 지금 부를게.”서광문은 직접 이한석을 불러왔다.“한석 삼촌, 서준 씨는 죽었어요?”서지은은 이한석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아니.”그러자 이한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지
“나중에 다시 오면 절대 절 제지하면 안 돼요.”서지은이 정색해서 말하자 서광문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성약당.두 번째로 파견한 사람이 황윤준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기절해 있었고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났다.“황윤준, 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닭 붙들 힘도 없는 여자도 못 잡아?”사장로가 병상 옆에 서서 황윤준을 나무라자 황윤준이 창백한 얼굴로 급히 설명했다.“사장로님, 제 말 먼저 들어보세요. 변희영을 거의 잡으려고 할 때 진서준이 나타났어요.”진서준의 이름을 듣자마자 사장로는 바로 황윤준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어디서 허튼소리야? 진서준은 중부 남주 사람인데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황윤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남주 사람이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뭐 하러 서남 지역에 왔지?’“사장로님,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짜로 진서준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 자식이 자기 입으로 진서준이라고 승인했어요.”황윤준이 울상이 되어 설명하자 사장로는 거짓말인 것 같지 않아 콧방귀를 뀌면서 잡았던 멱살을 풀어줬다.“전에 진서준을 손 안 본 건 나와 사형 몇이 새로운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어. 끝나서 남주로 찾으러 가려던 참인데 제 발로 올 줄이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식.”사장로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황윤준에게 분부했다.“그 자식이 지금 어디 묵고 있는지 당장 알아봐. 내가 직접 다섯째 동생을 위해 복수할 거야.”그 말에 황윤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가려면 세 명의 장로님과 함께 가세요. 진서준의 실력이 아주 강해요. 혼자 가시면 아마...”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장로가 버럭 화를 내며 눈이 퉁방울만 해졌다.“네 뜻은 내 실력이 진서준보다 못하는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난 지금 대종사야. 종사 나부랭이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쉬워.”말이 끝나자 사장로의 체내에서 선천강기가 폭발하더니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어지는 듯한 기세가 몸에서 뿜어져나왔다.순간 황윤준의 이마에서 식은땀
허윤진은 주변에 미인이 이렇게 많은데도 진서준이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이었다.이 말을 허사연이 하면 문제가 없는데 허윤진이 말하니 이상하게 들렸다.처제가 될 허윤진도 진서준을 좋아한단 말인가?정작 허사연은 아무 생각도 없이 진서준을 흘기며 말했다.“우리는 서준 씨처럼 밖에 애인을 두고 그러지 않아요.”진서준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연아. 그건 너의 착각이야. 나는 한 번도 밖에서 여자를 찾은 적이 없어. 나의 첫 경험을 너를 위해 지금까지 남겨두고 있어.”진서준의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허사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무슨 헛소리를 하고 그래요.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호텔 밖으로 나갔다.어제밤 자기 전에 류재훈으로부터 강주 호국사의 위치와 이름을 알아냈다.유기태, 2품 대종사, 베스트 랭킹 18위.실력으로 치면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다.국안부에서 그를 이곳으로 파견한 이유는 유기태가 유씨 가족이기 때문이다.하여 유기태가 강주를 진수한 지 오래됐지만 누구도 감히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지 못했다.진서준은 차를 허사연 일행이 사용하라고 남겨주고 택시를 타고 유기태 만나러 갔다.유씨 가문 장원은 영남산에 있었고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강이 흐르는 풍수가 좋은 곳이었다.진서준이 위치를 말하자 택시 기사가 놀라면서 말했다.“나이도 젊은데 부자인가 봐요. 영남산에 다 살고.”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 만나러 가요.”“그래도 아주 대단하네요. 그곳에 사는 지인이 있다는 건 젊은이의 신분도 보통이 아니란 걸 의미하잖아요.”“우리 아들놈은 대학 졸업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취직하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내 등만 처먹고 있네요.”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기사는 울적해 있었다.진서준은 남의 가정사를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라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내가 만일 부자집에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살림살이 걱정할 필요 없고
아직 시내를 못 벗어났기에 진서준은 기사더러 멈추지 말고 계속 운전하라고 했다.좌, 우, 전, 후의 차도 택시를 멈추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시내를 벗어나 차가 그다지 많지 않은 도로에 도착하자 좌, 우 양측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더니 차를 가로 멈춰 도로를 막았다.이 광경을 보고 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정신 나간 거 아니야?” 기사가 입으로는 욕하면서도 손은 호주머니를 향하더니 담배 한갑을 꺼냈다.“오늘 몇 푼 벌지도 못했는데 되려 깨지게 생겼어.”진서준이 그 모습을 보더니 기사를 향해 말했다.“선생님은 계속 가시면 돼요. 절 찾으러 온 거예요.”“젊은이 찾으러 온 사람들이에요?”기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기가 욕해서 상대가 이러는 줄 알았다.“차비 드릴게요.”진서준이 만원권 한 장을 꺼내 기사에게 넘겨주고 차에서 내렸다.택시 기사는 돈을 받자마자 전속으로 도망쳤다.딱 봐도 자기가 상대할 수 없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진서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뒤에 앉았던 사장로 일행도 따라 내렸다.“진서준, 네가 감히 강주로 와? 죽고 싶어 환장했어?”사장로가 죽일 듯이 진서준을 노려보았고 온몸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죽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아닌가요?”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왕개미가 새끼 개미를 한 무리 거느리고 나를 죽일 수 있겠어요?”진서준이 자기를 개미라고 하자 사장로가 버럭 화를 냈다.“내가 보기에는 너야말로 개미 새끼에 불과해. 내 동생을 죽이고 어제저녁에는 또 우리 좋은 일을 망쳐버렸으니 절대 널 쉽게 죽이지 않을 거야.”“올 때 여자들도 데리고 왔던데 네가 보는 데서 여자들을 괴롭혀 죽일 거야.”말하면서 욕정이 꿈틀대는지 사장로가 나중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흉측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이 말을 뱉는 순간 사장로는 이미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다.자기 여자를 모욕한다면 하느님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럼 괴롭힘을 당
우르릉...무서운 기세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강대한 압박감에 사장로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이럴 수 없어. 이 자식의 강기가 왜 이렇게 강해? 이 자식도 대종사란 말인가? 아니야. 이제 몇 살이나 됐다고. 20대 초반밖에 안 된 것 같은데.”사장로와 같이 온 청년들이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자식이 쓸모없는 놈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렇게 강해?’사장로의 얼굴에 드러난 공포감을 보고 진서준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가만히 서 있어요?”사장로의 목젖이 울렁이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너무 거만하지 마. 여긴 강주이고 성약당의 구역이야. 이곳에 왔으면 살아서 떠나려는 생각을 하지도 마.”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장로는 속으로 오늘 먼저 돌아가고 큰 사형과 둘째 사형이 출관하면 함께 와서 진서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하여 말하는 한편 뒷걸음질을 쳤다.“꼴을 보니 겁을 먹은 것 같은데 감히 못 덤비겠으면 날 원망하지 마요.”진서준이 한 발짝씩 앞으로 다가가면서 사장로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바로 이때 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앞에서 뭐 해? 왜 길을 막고 있어?”까만 아우디 차 기사가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입 닥쳐. 길이 막혔으니 얼른 꺼져.”사장로는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그 말에 아우디 기사도 화가 났는지 바로 차에서 내렸다.“이 차에 누가 앉은 줄 알아?”기사는 팔짱을 끼고 사장로를 오만하게 바라보면서 눈에는 온통 비웃음으로 가득했다.“누구든 상관없어. 길이 막혔으니 다른 데로 가.”사장로는 진서준을 떼어놓을 방법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차에 유씨 가문의 셋째 어르신이 타고 계셔. 너 따위가 감히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려? 확 찢어버릴라.”유씨 가문 셋째 어르신이라는 말에 사장로의 얼굴이 순간 찬란하게 빛났다.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어.강
“이 자식이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우고는 싸우자고 하는 거 있죠?”사장로는 눈도 깜짝이지 않고 덤터기를 진서준에게 뒤집어씌웠다.“뭐라고요?”유기철이 눈살을 찌푸리고 눈앞의 진서준을 아래위로 훑어보았지만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그저 멋 모르는 젊은이였다.“오늘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너와 따지지 않을 거야. 얼른 꺼져.”유기철이 차갑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살짝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알겠어요.”진서준이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명쾌하게 대답하자 사장로는 순간 떨떠름해졌다.아까 전까지만 해도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살기를 그는 느꼈다.‘그런데 왜 갑자기 순순히 보내줄까? 유씨 가문이 무서워서인가?’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어찌했든 유씨 가문은 서남 일류 가문으로 실력만 따져도 성약당은 축에도 끼지 못했다.“주제를 알아서 다행이야. 큰 사형이 출관하는 날이 바로 네 제삿날이야.”사장로가 진서준을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전혀 미동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당신을 죽이지 않았다고 영원히 안 죽이는 게 아니에요. 남지 않은 인생을 잘 누리고 있어요.”어제 변희영이 한 말이 있었다.성약당의 당주가 세상을 즐기러 나간 뒤로 유씨 가문과 성약당은 아예 거래가 단절됐다고 했다.유기철이 갑자기 성약당으로 의원을 모시러 가는 데는 분명히 무슨 이상이 있었다.그중 제일 이상한 것은 유기철이 조금 전에 한 기분이 좋다는 그 말이었다.가족이 중병에 걸렸는데 기분이 좋을 수 있단 말인가?그렇다면 중병에 걸린 가족이 그와 원수지간이란 말인가?유씨 가문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진서준은 사장로가 타고 온 차에 바로 올라탔다.“이 자식이. 그건 내 차야.”사장로가 큰 소리로 욕했지만 진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차를 운전해 유씨 가문 방향으로 달렸다.유기철이 눈썹을 찡긋하더니 말했다.“관둬요. 고작 차 한 대잖아요. 일이 잘 끝나면 몇 대 보내 드릴게요.”사장로가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말했다.‘
경호원이 재빨리 정자로 들어가 유기태에게 전화해 진서준이 방금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별장으로 오라고 해.”“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경호원이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둘째 어르신이 지금 들어오시라고 해요.”진서준이 대문에 서서 안으로 들여다보니 장원 안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길 양측에 10여채 의 별장이 늘어져 있었다.규모가 꽤 컸고 김씨 가문 정원보다 더 호화로웠다.“어디 살고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7호 별장요. 이 길을 따라 직진하세요. 길 맨 끝에 있는 별장에 살고 계세요.”경호원이 말하면서 대문을 열어젖히자 진서준은 경호원의 말대로 길 끝에 도착해 차를 주차했다.별장 대문이 열려있어 진서준은 바로 걸어 들어갔다.객실 중앙에 한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얼굴을 보니 방금 만났던 셋째 어르신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진서준 씨 맞아요?”유기태가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어려 보여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기태는 국안부의 사람이 장난하는 줄로 알았다.“네. 제가 진서준입니다. 유기태 씨죠?”진서준은 유기태의 맞은편에 앉아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유기태는 진서준이 전혀 스스럼없이 자기를 대하는 모습에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은 어려도 너무 어려 보였다.“무슨 일인지 바로 말해요. 가볼데 가 있어요.”유기태가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성약당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유씨 가문은 서남 일류 가문이니까 성약당에 대해 잘 알겠죠?”진서준은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라 태연하게 마셨다.유기태는 속으로 회가 치밀었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나도 뻔뻔했다.“알아요. 그리고 진서준 씨가 성약당과 모순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내가 경고하는데 섣불리 성약당을 건드리면 안 돼요. 겉보기처럼 쉽지 않아요.”유기태가 냉랭하게 말했다.성약당에 국내 반수의 명의가 집결해 있다.전국의 귀족 가문이라면 거의 성약당의 은혜를 받은 적이 있다.진서준이 만일 성약당을 건드리면 성약당이
유기태가 움찔하더니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그럼 방금 일부러 나를 시험해 본 거였어요?”“맞아요. 아니면 제가 당신이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잖아요?”진서준이 옅은 미소를 짓더니 유기태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성약당의 세력이 얼마나 강대한지 진서준은 어제 변희영을 통해 대충 요해했다.당주가 계실 때까지만 해도 성약당은 확실히 국내 제일 한의 조직이었다.하지만 당주가 여행을 떠나서부터 성약당은 변질해 재물만 끌어모으는 더러운 조직으로 변했다.“진서준 씨 진짜 20대 맞아요?”유기태가 놀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자식의 심지는 절대 20대 청년의 심지가 아니었다.계략이 너무 깊었다.“당연하죠. 올해 갓 25살이 되었습니다. 신분증 보여드릴까요?”진서준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식견이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아니면 제가 벌써 죽었을 거예요.”유기태가 찬성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확실히 그래요.”“그럼 이제부터 성약당이 이 몇 해 동안 있은 일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해줄 수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유기태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눈빛이 갑자기 강인해졌다.“잠깐만 기다려 봐요.”유기태가 말하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얼마 안 돼 유기태가 상자 하나를 안고 내렸다.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여러 가지 사진과 문서자료가 들어있었다.진서준이 꺼내서 몇 장 읽어보더니 낯빛이 삽시간에 변해버렸다.“이 망할 놈의 자식들.”자료와 사진은 전부 성약당의 다섯 장로가 몇 년 동안 저지른 악행이었다.사람을 구타하고 여자를 강간하고 회사를 강제로 빼앗고 살인, 방화 등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빠짐없이 다 했다.저지른 죄악이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이 몇 해 동안 내가 적지 않은 증거를 수집했어요. 진서준 씨가 이 증거를 가지고 성약당을 처단해 주길 바라요.”유기태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유씨 가문은 진서준 씨를 못 도와줘요. 유일하게 도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