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08화

Author: 무가
아직 시내를 못 벗어났기에 진서준은 기사더러 멈추지 말고 계속 운전하라고 했다.

좌, 우, 전, 후의 차도 택시를 멈추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시내를 벗어나 차가 그다지 많지 않은 도로에 도착하자 좌, 우 양측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더니 차를 가로 멈춰 도로를 막았다.

이 광경을 보고 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정신 나간 거 아니야?”

기사가 입으로는 욕하면서도 손은 호주머니를 향하더니 담배 한갑을 꺼냈다.

“오늘 몇 푼 벌지도 못했는데 되려 깨지게 생겼어.”

진서준이 그 모습을 보더니 기사를 향해 말했다.

“선생님은 계속 가시면 돼요. 절 찾으러 온 거예요.”

“젊은이 찾으러 온 사람들이에요?”

기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자기가 욕해서 상대가 이러는 줄 알았다.

“차비 드릴게요.”

진서준이 만원권 한 장을 꺼내 기사에게 넘겨주고 차에서 내렸다.

택시 기사는 돈을 받자마자 전속으로 도망쳤다.

딱 봐도 자기가 상대할 수 없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진서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뒤에 앉았던 사장로 일행도 따라 내렸다.

“진서준, 네가 감히 강주로 와? 죽고 싶어 환장했어?”

사장로가 죽일 듯이 진서준을 노려보았고 온몸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아닌가요?”

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

“왕개미가 새끼 개미를 한 무리 거느리고 나를 죽일 수 있겠어요?”

진서준이 자기를 개미라고 하자 사장로가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보기에는 너야말로 개미 새끼에 불과해. 내 동생을 죽이고 어제저녁에는 또 우리 좋은 일을 망쳐버렸으니 절대 널 쉽게 죽이지 않을 거야.”

“올 때 여자들도 데리고 왔던데 네가 보는 데서 여자들을 괴롭혀 죽일 거야.”

말하면서 욕정이 꿈틀대는지 사장로가 나중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흉측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이 말을 뱉는 순간 사장로는 이미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다.

자기 여자를 모욕한다면 하느님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럼 괴롭힘을 당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09화

    우르릉...무서운 기세가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강대한 압박감에 사장로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이럴 수 없어. 이 자식의 강기가 왜 이렇게 강해? 이 자식도 대종사란 말인가? 아니야. 이제 몇 살이나 됐다고. 20대 초반밖에 안 된 것 같은데.”사장로와 같이 온 청년들이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자식이 쓸모없는 놈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렇게 강해?’사장로의 얼굴에 드러난 공포감을 보고 진서준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가만히 서 있어요?”사장로의 목젖이 울렁이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너무 거만하지 마. 여긴 강주이고 성약당의 구역이야. 이곳에 왔으면 살아서 떠나려는 생각을 하지도 마.”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장로는 속으로 오늘 먼저 돌아가고 큰 사형과 둘째 사형이 출관하면 함께 와서 진서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하여 말하는 한편 뒷걸음질을 쳤다.“꼴을 보니 겁을 먹은 것 같은데 감히 못 덤비겠으면 날 원망하지 마요.”진서준이 한 발짝씩 앞으로 다가가면서 사장로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바로 이때 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앞에서 뭐 해? 왜 길을 막고 있어?”까만 아우디 차 기사가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입 닥쳐. 길이 막혔으니 얼른 꺼져.”사장로는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그 말에 아우디 기사도 화가 났는지 바로 차에서 내렸다.“이 차에 누가 앉은 줄 알아?”기사는 팔짱을 끼고 사장로를 오만하게 바라보면서 눈에는 온통 비웃음으로 가득했다.“누구든 상관없어. 길이 막혔으니 다른 데로 가.”사장로는 진서준을 떼어놓을 방법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차에 유씨 가문의 셋째 어르신이 타고 계셔. 너 따위가 감히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려? 확 찢어버릴라.”유씨 가문 셋째 어르신이라는 말에 사장로의 얼굴이 순간 찬란하게 빛났다.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어.강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0화

    “이 자식이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우고는 싸우자고 하는 거 있죠?”사장로는 눈도 깜짝이지 않고 덤터기를 진서준에게 뒤집어씌웠다.“뭐라고요?”유기철이 눈살을 찌푸리고 눈앞의 진서준을 아래위로 훑어보았지만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그저 멋 모르는 젊은이였다.“오늘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너와 따지지 않을 거야. 얼른 꺼져.”유기철이 차갑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살짝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알겠어요.”진서준이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명쾌하게 대답하자 사장로는 순간 떨떠름해졌다.아까 전까지만 해도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살기를 그는 느꼈다.‘그런데 왜 갑자기 순순히 보내줄까? 유씨 가문이 무서워서인가?’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어찌했든 유씨 가문은 서남 일류 가문으로 실력만 따져도 성약당은 축에도 끼지 못했다.“주제를 알아서 다행이야. 큰 사형이 출관하는 날이 바로 네 제삿날이야.”사장로가 진서준을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전혀 미동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당신을 죽이지 않았다고 영원히 안 죽이는 게 아니에요. 남지 않은 인생을 잘 누리고 있어요.”어제 변희영이 한 말이 있었다.성약당의 당주가 세상을 즐기러 나간 뒤로 유씨 가문과 성약당은 아예 거래가 단절됐다고 했다.유기철이 갑자기 성약당으로 의원을 모시러 가는 데는 분명히 무슨 이상이 있었다.그중 제일 이상한 것은 유기철이 조금 전에 한 기분이 좋다는 그 말이었다.가족이 중병에 걸렸는데 기분이 좋을 수 있단 말인가?그렇다면 중병에 걸린 가족이 그와 원수지간이란 말인가?유씨 가문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진서준은 사장로가 타고 온 차에 바로 올라탔다.“이 자식이. 그건 내 차야.”사장로가 큰 소리로 욕했지만 진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차를 운전해 유씨 가문 방향으로 달렸다.유기철이 눈썹을 찡긋하더니 말했다.“관둬요. 고작 차 한 대잖아요. 일이 잘 끝나면 몇 대 보내 드릴게요.”사장로가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1화

    경호원이 재빨리 정자로 들어가 유기태에게 전화해 진서준이 방금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별장으로 오라고 해.”“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경호원이 진서준을 향해 달려왔다.“둘째 어르신이 지금 들어오시라고 해요.”진서준이 대문에 서서 안으로 들여다보니 장원 안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길 양측에 10여채 의 별장이 늘어져 있었다.규모가 꽤 컸고 김씨 가문 정원보다 더 호화로웠다.“어디 살고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7호 별장요. 이 길을 따라 직진하세요. 길 맨 끝에 있는 별장에 살고 계세요.”경호원이 말하면서 대문을 열어젖히자 진서준은 경호원의 말대로 길 끝에 도착해 차를 주차했다.별장 대문이 열려있어 진서준은 바로 걸어 들어갔다.객실 중앙에 한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얼굴을 보니 방금 만났던 셋째 어르신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진서준 씨 맞아요?”유기태가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어려 보여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기태는 국안부의 사람이 장난하는 줄로 알았다.“네. 제가 진서준입니다. 유기태 씨죠?”진서준은 유기태의 맞은편에 앉아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유기태는 진서준이 전혀 스스럼없이 자기를 대하는 모습에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은 어려도 너무 어려 보였다.“무슨 일인지 바로 말해요. 가볼데 가 있어요.”유기태가 다소 조급하게 말했다.“성약당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유씨 가문은 서남 일류 가문이니까 성약당에 대해 잘 알겠죠?”진서준은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라 태연하게 마셨다.유기태는 속으로 회가 치밀었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나도 뻔뻔했다.“알아요. 그리고 진서준 씨가 성약당과 모순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내가 경고하는데 섣불리 성약당을 건드리면 안 돼요. 겉보기처럼 쉽지 않아요.”유기태가 냉랭하게 말했다.성약당에 국내 반수의 명의가 집결해 있다.전국의 귀족 가문이라면 거의 성약당의 은혜를 받은 적이 있다.진서준이 만일 성약당을 건드리면 성약당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2화

    유기태가 움찔하더니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그럼 방금 일부러 나를 시험해 본 거였어요?”“맞아요. 아니면 제가 당신이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잖아요?”진서준이 옅은 미소를 짓더니 유기태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성약당의 세력이 얼마나 강대한지 진서준은 어제 변희영을 통해 대충 요해했다.당주가 계실 때까지만 해도 성약당은 확실히 국내 제일 한의 조직이었다.하지만 당주가 여행을 떠나서부터 성약당은 변질해 재물만 끌어모으는 더러운 조직으로 변했다.“진서준 씨 진짜 20대 맞아요?”유기태가 놀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자식의 심지는 절대 20대 청년의 심지가 아니었다.계략이 너무 깊었다.“당연하죠. 올해 갓 25살이 되었습니다. 신분증 보여드릴까요?”진서준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식견이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아니면 제가 벌써 죽었을 거예요.”유기태가 찬성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확실히 그래요.”“그럼 이제부터 성약당이 이 몇 해 동안 있은 일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해줄 수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유기태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눈빛이 갑자기 강인해졌다.“잠깐만 기다려 봐요.”유기태가 말하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얼마 안 돼 유기태가 상자 하나를 안고 내렸다.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여러 가지 사진과 문서자료가 들어있었다.진서준이 꺼내서 몇 장 읽어보더니 낯빛이 삽시간에 변해버렸다.“이 망할 놈의 자식들.”자료와 사진은 전부 성약당의 다섯 장로가 몇 년 동안 저지른 악행이었다.사람을 구타하고 여자를 강간하고 회사를 강제로 빼앗고 살인, 방화 등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빠짐없이 다 했다.저지른 죄악이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이 몇 해 동안 내가 적지 않은 증거를 수집했어요. 진서준 씨가 이 증거를 가지고 성약당을 처단해 주길 바라요.”유기태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유씨 가문은 진서준 씨를 못 도와줘요. 유일하게 도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3화

    유기태의 큰형은 유기명이고 현재 유씨 가문의 가주이다.평소 건강하던 유기명이 며칠전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유명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 보였지만 유기명의 발병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곧 운명할 것 같아 유씨 가문에서 하는 수 없이 유기철을 시켜 성약당의 장로를 모셔 오라고 한 것이다.유기태의 말을 듣고 난 진서준이 눈빛이 굳어지면서 음해가 아닌지 의심되었다.“제가 한번 가볼게요. 제가 큰형님의 병을 고칠 수도 있어요.”진서준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진 대사님이 병도 볼 줄 알아요?”유기태가 놀란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무술과 의술가 분리된지 천년이 넘었고 무술을 익힌 사람 중 99%는 의술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다.때문에 진서준이 의술을 안다고 하니 유기태가 놀랄 게 뻔하다.“알아요. 빨리 큰형한테 가봅시다. 늦으면 위험할 수 있어요.”진서준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유기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진서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유기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물었다.“진 대가님, 그렇다면 성약당의 사람이 독이라도 내렸단 말인가요?”“그저 추측일 뿐입니다.”진서준이 말했다.“하지만 이 몇 년 동안 성약당의 장로가 집에 들어온 적이 없어요.”유기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성약당의 당주가 떠나고 나서 유씨 가문과 성약당의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만일 유기명의 병이 중해지지 않으면 그들은 절대 성약당의 장로한테 병을 봐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성약당의 장로가 직접 독을 내리지 않아도 가능해요. 집에 있는 가족이 했을 수도 있어요.”진서준이 귀띔했다.이 말을 듣자마자 유기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가문에 첩자가 있다면 이건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대가님 말을 들으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어요.”“빨리 가요.”두 사람은 유씨 가문의 개인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누가 큰형한테 독을 내릴 것 같아요?”가면서 진서준이 물었다.유기태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제일 의심 가는 사람은 큰형이 얼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4화

    여태 결혼하지 않았던 유기명은 편지를 보고 감격하더니 바로 남주로 딸을 찾으러 갔다.그 뒤 유기명은 딸을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하지만 유씨 가족들은 갑자기 나타난 여자에 대해 악의가 심했고 심지어 적의를 보였다.결국 이 여자가 유씨 가문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유기명이 갑자기 쓰러졌다.하여 유기태는 이 여자가 한 짓일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유기명의 이야기를 듣고 난 진서준이 감탄하며 말했다.“큰형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네요. 직접 들은 게 아니면 소설인 줄 알겠어요.”유기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소설은 논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필요 없어요.”“그렇긴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두 사람은 이내 유씨 가문의 개인병원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유기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백 평 가까이 되는 개인 병실이었고 병실에는 사람이 잔뜩 서 있었다.얼굴이 창백한 유기명은 병상에 누워있었고 성약당의 사장로가 유기명의 팔목을 잡고 맥을 짚고 있었다.“한발 늦었어요.”성약당의 사장로를 보자 유기태의 낯빛이 삽시에 변했다.만일 진서준의 말이 진짜라면 유씨 가문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진서준은 체내의 영기를 모아 눈으로 집중시키니 옅은 파란색 빛이 진서준의 눈 주위에서 맴돌았다.자세히 유기명을 바라보던 진서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호국사님 말이 맞았어요. 성약당과 묘족 마을이 확실히 연관이 있어요.”진서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뭐라고요?”유기태가 화들짝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진 대가님의 뜻은 우리 큰형이 고충의 독에 중독되었단 말이죠?”“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진 대가님 혹시 우리 형을 살릴 방법이 있나요?”유기태가 다급하게 물었다.유기명이 이대로 죽는다면 유씨 가문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있긴 한데 손 쓸 기회를 찾아야 해요.”진서준이 말했다.“제게 맡기세요.”말하면서 유기태가 바로 앞으로 걸어갔다.“둘째 형이 무슨 일로 왔어?”유기태를 보고 유기철이 놀란 얼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5화

    “서준 오빠 오랜만이에요.”한 달이 지나 다시 진서준을 보게 되어 유정은 매우 기뻤다.하지만 유정의 신분은 이미 천지개벽의 변화가 생겼다.아빠가 없는 아이로부터 서남 제일 세가 유기명의 외동딸이 되었다.이제부터 그녀는 엄청난 부귀영화와 존경을 누릴 수 있다.유정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눈빛은 복잡했다.유정이 바로 유기명이 그때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진서준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유정아...오랜만이야. 한 달 못 봤는데 많이 야위었어.”진서준이 다가가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누가 널 괴롭힌 거 아니지?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오빠가 가서 때려줄게.”유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저 여기 생활이 적응이 안 돼요.”20여 년 동안 엄마와 단둘이서 힘겹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재벌 집 자식이 되니 습관 되지 않을 법도 했다.“서준 씨...”고한영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향해 걸어왔다.전에 고한영이 서남에 대단한 가문이 있는데 유정에게 무예를 가르쳐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그때 유기명은 이미 유정이 딸인 걸 알았지만 직접 말하지 않고 먼저 고한영에게 아무 이유나 대고 유정을 속여서 서남으로 데려오라고 했다.유정이 서남에 도착해서야 두 부녀는 서로 신분을 확인했고 유정의 어머니까지 가문으로 데려와 지금 장원 내의 별장에서 함께 살고 있다.“유정이가 유기명의 딸인 거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에요. 저도 한 달 전에야 알았어요.”고한영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고한영이 유정을 서남으로 데려오라는 유기명의 부탁을 들어준 것도 사실 진서준을 돕기 위해서였다.고한영은 진서준에 대한 유정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유씨 가문으로 돌아가 유정이 외동딸의 신분으로 유기명에게 진서준을 도와주라고 부탁한다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서준 씨 미안해요. 그때 사실을 말하지 못했어요...”고한영이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지나간 건 더 말하지 말아요.”진서준이 손을 흔들며 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816화

    “곁에서 잘 지켜보고 있어요.”사장로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같이 어린놈이 의술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어?”진서준이 사장로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조금 전 대결하기 전에도 그렇게 말했는데 결과는요?”진서준이 조롱하자 사장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건 네가 무인으로서 수련 재능이 있을 뿐이지 의술과 무술은 확연히 다른 거야.”사장로가 얼굴이 뻘게지면서 반박했다.“그건 당신 같은 바보에게 적용되는 말이에요.”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나에게는 둘 다 똑같아요.”말하고 나서 진서준은 더는 사장로와 입씨름하지 않고 옆 테이블에서 은침 한 통을 가져왔다.은침은 이미 소독했기에 진서준은 그 중에서 10개를 꺼내 유기명의 머리에 천천히 꽂았다.“미련한 놈, 가주님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감히 침부터 꽂아?”사장로가 기회다 싶어 옆에서 비웃었다.“4진 중의 2진만 해도 무슨 병인지 알 수 있어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답하자 사장로의 얼굴색이 더 무섭게 변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장로는 유기명의 맥을 짚으며 허세를 잔뜩 피웠는데 이 말 한마디로 자기 의술이 사장로보다 높다는 것을 과시했다.‘이 자식이! 유기명을 못 구해내면 내가 널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봐.’사장로가 화가 잔뜩 나서 생각했다.은침 10대를 유기명의 머리에 꽂고 나서 진서준은 체내의 장청결을 움직이자 영기가 은침을 따라 서서히 유기명의 체내로 수송되었다.바로 이때 침대 곁에 놓인 각종 기기에서 경고음이 들려왔다.띠띠띠...그러자 유기철과 사장로는 미친 듯이 기뻤다.“이 자식이 대체 뭐 하는 거야?”하지만 유기철은 화 난 듯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큰형을 죽였어?”‘하늘이 나를 돕는구려.’사장로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유기태와 유씨 가족들도 표정이 변했다.“진 대가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유기태가 급히 다가가며 물었다.“무슨 일이겠어? 이 자식이 큰형을 죽였어.”유기명이 고래고래 악을 썼다.“당황할 거 없어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2화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1화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0화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9화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8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7화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6화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5화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4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