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박인성이 조정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소리 질렀다.“뭘 더 숨기고 있어?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으면 다 내놓아!”조정수는 한 수 숨겨두려고 했는데 박인성이 이 정도까지 하는 걸 보고 비싼 값에 사들인 단약을 내놓아야 했다.이 단약은 체내의 상처를 빠르게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선천의 힘을 조금 회복할 수 있다.한 알의 제조 비용만 해도 억대의 가치가 있다!하지만 이 생사가 달린 문제 앞에서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들 같은 대종사가 돈을 버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단약을 복용한 후, 조정수의 몸에서 칵하는 소리가 나면서 몸 안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두 사람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특히 박인성은 체내의 선천의 힘은 얼마 되지 않지만, 실력은 2품 대종사의 정점을 찍었다.“검을 받아라!”경기장 안에서 검 휘두르는 소리가 울렸다.천문검이 공중에서 나타나 천천히 진서준의 앞에 떨어졌다.진서준이 손을 내밀어 천문검을 잡았다. 그러자 영기가 밀물처럼 천문검에 밀려들었다.천문검은 옅은 청색의 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검의 몸체는 마치 검은 밤하늘과 같이 광활하기 그지없었다.한 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이 빠져들게 한다. 하나하나의 푸른 점이 천문검에 나타났는데 마치 하늘의 별과 같았다. 진서준이 검을 들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로 한 검을 내리쳤다.검의 빛은 길이가 10m에 육박하고 너비가 10㎝ 비슷했다.지나가는 곳마다 땅이 뒤집혔는데 수 미터 높이의 먼지가 일었다.“검의? 이 자식이 도대체 정체가 뭐야?!”박인성과 조정수 두 사람의 눈에는 섬뜩함이 가득했다.그들은 진서준의 검에 대성 검의가 있을 줄은 몰랐다.정말 놀라웠다.만약 오늘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이 없다.산을 깎고 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이 한 칼에 조정수와 박인성은 즉시 온 힘을 기울여 맞서 싸웠다.이와 동시에 위층에서 권해철 일행은 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한주먹을 맞은 한제성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세게 맞았다.그리고 푸하는 소리와 함께 한제성이 피를 뿜었다.통로 전체가 순식간에 진한 피비린내로 뒤덮였다. 진서준과 박인성 그들 세 사람의 전투도 이미 과열 단계에 접어들었다.그렇게 큰 링은 이미 형체를 완전히 알아볼 수 없게 자갈로 변했다.링에서 가까운 관중석은 진서준을 비롯한 세 사람의 전투의 여파에 의해 영향을 받아 가루로 되었다!이때 진서준 몸에도 몇 개의 새로운 상처가 생겼고 체내의 영기도 거의 바닥이 났다.하지만 박인성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다. 그가 방금 먹은 그 단약은 이미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만약 1분 안에 진서준을 죽이지 못한다면 박인성이 먼저 쓰러질 것이다. 조정수도 마찬가지였다. 몸에 몇 군데 새로운 상처가 더 생겨 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졌다. 바로 그때 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함을 들었다.“진서준 씨, 우리 상관하지 말고 빨리 도망쳐요.”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안색이 갑자기 변하여 즉시 고개를 돌려 허사연을 바라보았다.허사연과 한보영은 이미 이씨 집안의 내공 무인에게 잡혀 2층에서 아래층으로 끌려갔다.권해철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아직도 2층에서 이씨 집안 종사와 싸우고 있었다. “이놈들아, 죽어버려!”진서준의 두 눈이 새빨갛게 변했고 살기가 가득 찼는데 전체 지하 링장의 온도가 몇 도나 떨어져 등골이 오싹해졌다. 진서준이 돌아서서 그의 여인을 구하러 가는 것을 보고 박인성과 조정수는 즉시 그의 앞을 막았다.“비켜!”진서준의 폭발적인 외침과 함께 몸에서 공포의 기운이 맴돌았다. 조정수 두 사람은 눈이 움츠러들었다. 눈앞의 진서준은 아까보다 더 무서웠다.진서준이 검을 몇 번 휘두르자 검의 빛이 빗방울처럼 그 두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두 사람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감히 맞설 수 없었다.하지만 그 두 사람은 피한 후 바로 진서준의 뒤를 쫓아가 한사코 진서준에게 매달렸다. 진서준은 너무 화가 나서 천문검을 바로 거두었다. “너희들
피비린내 나는 광경에 이미 겁에 질려 있던 관객들은 더욱 공포에 질렸다.사람이 아니라 지옥에서 돌아온 악마가 분명했다.“사연 씨, 괜찮아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앞으로 달려가서 그녀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자세히 살폈다.“난 괜찮아요. 서준 씨는 괜찮아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허사연은 피 칠갑을 한 진서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그를 꽉 끌어안았다.미처 참지 못한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진서준의 옷자락을 적셨다.진서준은 황급히 설명했다.“이 피는 내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 것도 있어요.”진서준도 다치기는 했지만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다.게다가 그는 조정수와 박인성 두 사람의 선천의 힘까지 흡수하여 단전 내의 영해도 많이 회복되었다.“사연 씨, 잠깐 놔줘요. 나 권해철 씨를 도와주러 가봐야겠어요.”권해철과 이희양은 아직도 싸우고 있었는데 권해철이 질 것으로 보였다.허사연은 서둘러 진서준을 놓아주었다. 진서준이 그들을 도울 수 있게 말이다.진서준은 발밑에 힘을 주더니 마치 기러기처럼 날아가서 2층 창가에 도착했다.진서준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이씨 일가의 종사들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그들은 목숨을 잃은 조정수와 박인성을 본 순간,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두 선천 대종사가 진서준의 손에 죽다니.‘저 자식은 대체 정체가 뭐지? 인의방 10위 안에 드는 고수도 저 자식의 상대가 되지 않다니.’사실 전성기 때의 박인성, 조정수와 목숨 걸고 싸웠더라면 진서준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조정수와 박인성 모두 체력이 조금 닳은 상태라서 기회가 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금기시된 방법을 썼기에 아주 빠르게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박... 박인성 씨를 죽였다고?”진서준을 바라보는 이희양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있었다.박인성과 조정수 모두 죽었다면 이씨 일가는 더 이상 진서준과 싸울 수가 없었다.5명의 종사는 진서준 앞에서 쪽도 못 쓸 것이다. 진서준은 이미 8명의 종사를 죽인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이씨 가문의 종사
진서준은 이희양의 뺨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면서 때리기 시작했다.짝짝짝...이희양의 얼굴에 진서준의 손바닥 자국이 가득 남았다. 이빨도 거의 다 빠져서 입안에 피가 가득했다.얼굴이 퉁퉁 부은 이희양을 본 이씨 가문의 종사들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저희는 이씨 일가의 돈을 받고 일한 것뿐입니다.”이씨 가문의 종사들은 이희양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었다매달 이씨 가문에서는 5명에게 거액을 줘서 평안을 지켰다.그런데 이제 그들은 진서준에게 굴복하여 자기 목숨만 살려달라고 했다.진서준은 다섯 사람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각자 알아서 팔 하나씩 부러뜨리고 꺼져.”팔을 부러뜨리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다섯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곧장 진서준이 말한 대로 했다.퍽퍽퍽...다섯 사람은 자신의 왼팔을 부러뜨리더니 아파서 계속 숨을 들이켰다.“진서준 씨, 저희는 이제 가봐도 되죠?”“꺼져!”진서준은 가봐도 된다는 뜻으로 손을 휘적였다.이씨 가문의 종사들이 떠난 뒤 이희양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이때 그는 더 이상 빌릴 힘이 없었다.“권해철 씨, 그쪽에 있는 사람들 전부 잡아 오세요.”진서준은 이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VIP실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권해철은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이소준 등을 끌고 왔다.진서준은 그들을 쓱 둘러보더니 미간을 찡그렸다.그는 손승호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손승호는?”진서준이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이소준은 서둘러 대답했다.“오늘 몸이 좋지 않다면서 오지 않았어요.”“또 도망쳤네, 그 자식!”진서준은 화가 났다.‘빌어먹을 자식, 당시 서울에 있을 때 죽여버려야 했어!’“진서준 씨, 저희를 놓아주세요. 앞으로 절대 진서준 씨와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이서강은 서둘러 말했다.“이제야 잘못을 알았어? 늦었어!”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이소준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진서준 씨, 전 이씨 일가의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전 만하문의 제자예요. 절 죽인
조금 전 조정수가 죽는 모습을 본 허준희는 오늘 허씨 일가는 틀림없이 패배할 거라고 확신했다.두 대종사가 진서준의 손에 죽었으니 패배를 인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그래도 허준희는 똑똑한 편이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허사연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만약 허사연을 잡으려고 했다면 허씨 가문도 이씨 가문처럼 소멸당했을 것이다.“진서준 씨,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허준희는 가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덜덜 떨었다.어제까지 진서준 앞에서 건방을 떨던 허준석은 겁을 먹어서 말도 하지 못했다.진서준이 이렇게 강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 진서준을 그렇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똑똑하네.”진서준은 허준희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이씨 일가는 이미 망했고 허씨 일가까지 없애버린다면 한씨 일가만 남게 되는데 그건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었다.지금까지 한씨 일가는 조씨 일가와 황씨 일가의 구역도 전부 집어삼키지 못했다.“허씨 일가는 봐줄 수도 있어. 하지만 앞으로 내 명령에 따라야 해.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허준희는 서둘러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일가는 영원히 진서준 씨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진서준의 앞날은 아주 창창했다.진서준은 겨우 20대였다. 만약 그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된다면 7품 이상의 대종사가 될지도 몰랐다.그대가 되면 허씨 일가의 지위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질 것이다.“좋아. 한씨 일가와 연합하여 이씨 일가를 삼키도록 해.”진서준이 분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확실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모든 걸 해결한 뒤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그곳을 떠났다.한씨 일가로 돌아간 뒤 진서준은 곧바로 샤워하여 몸에 묻은 피를 전부 씻어냈다.그가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허사연은 그의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서준 씨, 조금 전에 다친 것 같던데 얼른 봐봐요.”허사연이 긴장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괜찮아요. 상
진서준은 허사연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사연 씨, 내가 샤워할 때 왔네요. 몰래 훔쳐보지는 않았죠?”허사연은 부끄럽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했다.“내가 왜 늑대 같은 서준 씨를 훔쳐보겠어요?”“우리 둘 중에 늑대가 누굴까요? 내가 샤워할 때 몰래 찾아온 건 사연 씨인데 말이에요. 게다가 내 상처를 보겠다면서 옷을 벗으라고 했잖아요!”진서준은 작게 말했다.“아까 이씨 일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죠? 나도 사연 씨가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할래요!”허사연은 진서준의 품에 풀썩 쓰러졌다.심지어 호흡마저 가빠졌다.이 순간, 방 안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고 핑크빛 기류가 감도는 듯했다.허사연의 부드럽고 가녀린 허리에 팔을 두른 진서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잘 때도 허사연을 끌어안고 자고 싶었다.“아...”허사연은 엉덩이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지자 참지 못하고 신음을 냈다.그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허사연의 입에 입을 맞췄다.허사연은 처음엔 진서준의 거친 몸짓에 살짝 놀랐지만 진정한 뒤에는 진서준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몇 분 뒤, 허사연은 얼굴이 빨개진 채 숨을 헐떡였다.그녀는 진서준에 의해 상의가 다 벗겨져서 검은색 레이스 속옷만 입고 있었다.가슴이 커서 진서준의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안... 안 돼요. 여긴 한씨 일가예요. 우리 돌아가서...”허사연의 목소리는 마지막에 가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진서준은 사실 허사연과 스킨십을 할 생각이었지 이 정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냉정을 되찾은 진서준은 서둘러 옷을 입혀줬다.그러고는 허사연에게 몇 번 더 입을 맞춘 뒤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서라를 구하면 바로 돌아가요!”“네. 난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허사연은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온 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샤워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이 떠난 뒤 창문을 전부 열어놓고 통풍시켰다....저녁.김연아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
김연아는 김형섭이 쓸모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건 서씨 일가의 명령이었고 김형섭은 반박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연아야, 이건 정말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난 그냥 네가 행복하게 크기를 바란 것뿐인데...”김형섭은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돌아오지 않았다면 전 행복하게 지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김연아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돌아가세요. 정략 결혼할게요. 당신에게 폐 끼칠 일 없어요.”냉담한 어조에 김형섭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뭐라고 더 할 수는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김형섭이 떠난 뒤 김연아는 진서준의 사진을 꺼내더니 혼자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서 엉엉 울었다....유지수가 준 시간까지 이틀 남았다.만약 이틀 내로 옥선화를 찾지 못한다면 유지수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진서준 씨, 허씨 일가가 오늘 진서준 씨를 위해서 레이 호텔에서 파티를 열 거래요.”한보영은 아침에 진서준의 침실로 찾아와서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살짝 구겼다.“거절해 줘요. 전 그런 자리에 참석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으니까요.”한보영은 한숨을 쉬었다.“진서준 씨,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 없어요. 유지수 씨는 절대 서준 씨 동생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 유지수 씨도 진서준 씨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오면 두려울 거예요. 지금 초조해야 할 사람은 서준 씨가 아니라 유지수 씨예요. 이 파티에는 중부의 모든 가문이 다 올 거예요. 파티하는 와중에 수소문해 보면 옥선화의 소식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진서준은 한보영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좋아요. 보영 씨 말대로 할게요.”“일단 옷부터 바꿔입어요. 그 옷은 서준 씨 신분에 너무 어울리지 않아요.”한보영은 진서준이 입은 운동복을 보면서 말했다.진서준은 이곳에 올 때 옷을 한 번만 가져왔다.전의 옷은 너덜너덜해졌고 지금 입고 있는 옷은 한제성의 것이었다.“알겠어요.”진서준
차를 세운 뒤 진서준과 한보영은 차에서 내렸다.한보영은 진서준의 손을 잡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잡고 싶어서 잡는 거 아니에요. 우리 둘이 손을 잡지 않으면 저한테 연락처를 물으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을 거예요.”진서준은 주위를 둘러봤다. 한보영이 차에서 내렸을 때 적지 않은 남자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한보영은 한때 아픈 적이 있어서 몸이 아주 허약하고 말랐다.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보호 욕구가 생겼다.그리고 그런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선을 더 사로잡았다.“제가 오히려 이득을 본 거네요.”여자인 한보영도 신경 쓰지 않으니 진서준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서 신시아 백화점으로 향했다.한보영은 진서준이 입을 만한 옷을 정성 들여 골랐다.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두 사람을 연인이라고 오해했을 것이다.“보영아!”진서준의 옷을 골라주고 있던 한보영은 갑자기 들려오는 들뜬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전해찬 씨, 말조심하세요. 당신은 제 이름을 막 부를 자격이 없어요.”한보영은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그녀의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에 전해찬은 흠칫했다.예전에 한보영은 그에게 살갑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냉담하지는 않았다.전해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아쉬워했다.“보영아, 그래도 우리 오랫동안 친구였는데 이름을 부르지 못할 건 없잖아?”전해찬은 웃으며 말했다.한보영은 옆에 있는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우리 안 친하잖아요. 친구도 아니고요.”그녀의 말을 들은 전해찬은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이 들어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고양시 갑부의 아들이었기에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그런데 한보영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그래요, 좋아요.”전해찬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짓더니 몸을 돌려 백화점을 떠났다.고개를 돌린 순간, 그의 잘생긴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