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무는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니 점점 더 초조해졌다.“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설마 진짜 감히 오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조천무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유정과 고한영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에게 연락했다.“그 여자들 잘 감시하고 있어. 이상한 낌새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조천무는 진서준이 몰래 사람을 구하러 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황시훈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그놈 어머니가 있었어요. 정말로 오지 않는다면 그놈 어머니를 납치할 거예요. 여자는 바꿀 수 있지만 어머니까지는 바꾸지 못할 테니까 말이에요.”진서준이 황시훈의 생각을 알았더라면 황씨 일가는 멸문지화를 당했을 것이다.진서준에게 가족은 역린이었다.조천무가 유정과 고한영을 납치했을 때, 조천무의 죽음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그가 국안부의 사람이라고 해도 진서준은 절대 조천무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5분 남았어요.”김연아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뒤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녀는 진서준을 잘 알았다. 도전장을 받은 이상 진서준이 도망칠 리가 없었다.약속한 시각이 거의 됐지만 진서준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민영신은 김연아를 힐끗 본 뒤 말했다.“김연아 씨, 김형섭 씨는 제게 오늘 진서준 씨가 나타나든 나타나지 않든 반드시 김연아 씨를 데리고 돌아오라고 했습니다.”김형섭은 이번에 반드시 김연아를 김씨 일가로 데려올 거라고 마음먹었다.“알겠어요.”김연아는 조금 초조해졌다. 그녀는 진서준에게 연락해 지금 대체 어디 있냐고 묻고 싶었다.“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진 마스터님 두려워서 안 오는 건 아니겠지?”“3분밖에 남지 않았잖아. 내가 보기엔 안 올 것 같은데.”“겁쟁이네. 앞으로 진 마스터는 화진 무도계에 못 있겠네.”조해영은 의논 소리를 들은 조해영은 이창훈을 바라보았다.“사부님, 오늘 탁현수 대종사님과 싸우는 사람의 성이 진씨인가요?”“그래. 서울 사람이라고 들었어. 너랑 고향이 같아.”이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조해영의 동공이 떨렸다.‘설마 그 사람은
조천무는 인의방 제76위인 대성 종사이자 국안부의 호국사였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신분을 가진 조천무를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넌 우리 조씨 일가를 멸문시키고 내 조카를 죽였으니 오늘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조천무는 두 눈이 벌게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진서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말고 그냥 지금 당장 해.”진서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그의 손바닥에 장청의 힘이 모여들었고 무시무시한 힘이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팍...조천무는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명인 호수로 날아갔다.그는 입에서 피와 치아를 뿜었다.조천무는 강가에서 50m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호수에 빠졌다.호숫물이 3m 높이로 튀어 올랐고 물보라가 주위로 퍼져나가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지워버렸다.수면이 완전히 잠잠해지고서야 사람들은 충격 속에서 벗어났다.진서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가득했다.“감... 감히 조천무를 공격했어!”“인의방 제76위인 종사가 진 마스터 앞에서는 꼼짝도 못 했어.”“세상에, 저 자식 혹시 인의방 30위 안에 드는 천재인 걸까?”사람들은 진서준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화진에는 종사가 총 1,400명 정도 있고 해외 종사까지 더하면 총 8,000여 명이다.8,000여 명의 종사 중 100명 만이 순위 안에 들었다.그리고 순위 안에 든 사람들은 전부 엄청난 천재들이었다.그런데 조천무가 진서준의 앞에서 꼼짝도 못 했다.민영신의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눈을 빛냈다.“아주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겠네요.”민영신은 진서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금 전 진서준의 속도와 힘을 보면 반보 대종사는 될 듯했다.반보 대종사인 사람은 화진에 수백 명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처럼 젊은 나이에 반보 대종사가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저 자식, 죽지 않는다면 화진 무도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겠어.”탁현수는 조천무가 진서준에게 맞아서 날아가는 걸 보고도
“조... 조천무 종사가 그냥 이렇게 죽었다고?”“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지? 인의방 제76위인 조천무 종사를 단번에 죽였어!”그 광경에 모든 무인은 머리털이 쭈뼛 솟고 소름이 돋았다.엄재욱은 두 눈이 굴러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그는 당시 인천에서 했던 자신의 언행을 떠올렸다.당시 그가 진서준을 화나게 했더라면 아마 그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러나 동시에 엄재욱은 진서준을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정신을 차린 엄재욱은 진서준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진서준, 감히 우리 국안부의 호국사를 죽여? 이건 우리 국안부와 싸우겠다는 거야!”사람들은 그제야 조천무가 국안부 호국사라는 사실을 떠올렸다.진서준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조천무를 죽였다. 이것은 국안부를 자극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국안부는 화진의 가장 큰 무도 조직으로 국가 기관이었다.국안부에는 종사가 200명쯤 있었고 대종사도 30명쯤 있었다.게다가 8명의 호국장군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대단한 사람들이었다.경성의 대단한 가문들도 감히 국안부와 척질 수 없었다.“호국사들은 할 줄 아는 게 일반인을 납치하는 것밖에 없나?”진서준은 엄재욱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따져 물었다.“당신들은 날 찾지 못하자 내 가족들로 날 위협했지. 그게 호국사들이 할 일이야? 당신들이 납치범들과 뭐가 다른데?”다른 이들은 조천무가 진서준의 가족을 납치했다는 말에 경악했다.“조천무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그래서 진 마스터가 그를 죽인 거였구나. 하지만 조천무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뭐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조천무가 진 마스터의 가족들로 진 마스터를 협박한 게 틀림없어.”“탁현수 어르신이 진 마스터와 싸우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진 마스터는 아마 조천무의 비열한 수단 때문에 죽었을 거야.”누군가는 진서준을 응원하면서 조천무는 죽어 마땅하다고 했다.또 어떤 이들은 조천무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진서준이 조씨 일가를
“어떤 사람들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지. 자기가 천하무적인 줄 알아.”탁현수는 아주 작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귓가에 똑똑히 들렸다.탁현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엄청난 대종사의 위세가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탁현수의 발밑에 있던 호숫물이 끓기 시작했다.파문이 점차 주변으로 퍼져나갔다.겨우 몇 초 사이 반경 50m 내외의 호숫물이 전부 끓기 시작했고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호숫가에 서 있던 사람들 역시 열기를 느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세상에, 저게 바로 대종사의 실력인가? 강기를 이용해 이렇게 많은 물을 끓어오르게 한다니.”“탁현수 종사의 강기는 불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어...”“저것 봐. 호숫물이 불타오르고 있어!”호수 위에 불로 만들어진 벽이 진서준과 탁현수를 에워싸고 있었다.그 화염은 탁현수 체내의 선천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강기로 다른 뭔가를 만들어내다니.’진서준은 그 광경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화염은 비록 진서준이 영기로 만든 영화보다 못했지만 위력은 약하지 않았다.대성 종사라고 해도 감히 그 벽을 뚫을 수는 없을 것이다.조금 골치 아파다.“이 명인 호수가 네 무덤이 될 것이다.”말을 마친 뒤 탁현수의 손에 불이 타올랐다.다음 순간, 탁현수가 손바닥을 펴 보였다.화염이 뿜어지면서 허공에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뱀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진서준을 향해 덤벼들었다.뱀이 지난 곳마다 아래 호숫물이 지글거리면서 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호숫가에 서 있던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진서준이 탁현수의 공격을 막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수십 미터 떨어진 곳인데도 델 듯한 온도가 느껴져. 종사의 강기로는 절대 저 뱀을 막지 못할 거야!”“진 마스터가 탁현수 어르신 손에 단숨에 죽는 건 아니겠지?”“그렇진 않을 거야. 진 마스터는 조금 전에 조천무를 단번에 죽였잖아. 실력자라고.”허사연과 김연아 등은 그 광경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내가 눈이 잘못됐나? 조금 전에 진 마스터 앞에 용 한 마리가 나타나지 않았어?”누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맞아, 잘못 본 게 아니야. 확실히 용이 있었어!”“하지만 강기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대종사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설마 진 마스터도 대종사인가?”강기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대종사의 상징이었다.조금 전 진서준이 보여준 용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진서준을 대종사라고 착각했다.성씨 일가의 성진형이 차갑게 말했다.“저 자식은 대종사가 아니에요. 저 자식은 종사일 뿐만 아니라 술법 마스터예요.”술법 마스터?현장은 발칵 뒤집혔다.화진에서 수련은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었다.무도, 술법, 그리고 횡련까지.동시에 무도와 술법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 무도와 술법 모두 높은 수준까지 수련하는 천재들은 극히 드물었다.특히 대성 종사와 술법 마스터가 되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그리고 그런 대단한 천재들은 대부분 50세 이상이었고 큰 가문의 실력자들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은 겨우 20대였다.진서준을 조사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에게 배후 세력이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그래서 진서준이 술법 마스터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진 마스터님은 술법 마스터가 아니라 술법 천사예요.”권해철은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진 마스터의 술법 실력은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권해철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또 한 번 안색이 달라졌다.술법 천사이자 무도 종사라니, 화진에 대단한 인재가 나타난 것이 틀림없었다.만약 진서준이 오늘 죽지 않는다면 그는 앞으로 분명 천의방 20위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이때 호수 위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고 곧 물보라가 전부 사라졌다.호수 위는 거친 기세로 불타오르는 불길 외에 모든 것이 고요했다.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명인 호수 수위가 3cm 정도 내려간 것을 알 수 있었다.명인 호수는 그 크기가 거의 200만 평에 달했다.200만 평인 호수의 수위가 3cm 하강한 것을 보면
“목숨 아까운 줄 모르네.”탁현수의 눈동자에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주먹에는 선천의 힘이 8할 이상 포함되어 있었기에 종사의 강기로는 전혀 막을 수 없었다.주먹을 채 뻗기도 전에 용은 이미 진서준의 손에 닿았다.쿵...호수는 마치 미사일의 폭격을 당한 것처럼 30m 높이의 물기둥이 생겼다.활활 불타오르던 불길조차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사람들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두 사람의 전투로 인한 여파로 다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물기둥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서둘러 전투 상황을 살폈다.탁현수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청색 빛이 반짝이는 손이 그의 공격을 막았다.그의 선천의 힘은 진서준의 영기에 완전히 둘러싸여 앞으로 조금도 나아갈 수 없었다.마치 공격이 아주 거대한 산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진 마스터가 막아냈어. 진 마스터, 정말 대성 종사가 맞는 걸까?”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이 주먹을 막았더라면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이때 탁현수가 다시 움직였다.그는 다른 손을 뻗어 진서준의 머리를 노렸다.쫘악.공기가 찢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진서준은 당황하지 않고 체내의 영기를 곧바로 다른 손에 집중시켜 덤덤히 다시 한번 그의 공격을 막았다.탁현수는 화가 났다.사람이 개미를 죽이려면 보통 한 번 밟으면 끝난다. 그러나 몇 번이나 밟아도 개미가 죽지 않는다면 화가 날 것이다.탁현수가 보기에 진서준이 바로 그 개미였다.“몇 번이나 막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겠어!”탁현수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그는 불타오르는 주먹을 끊임없이 내뻗었고 용들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현장에 있던 종사 강자들은 탁현수가 대체 몇 번이나 공격을 퍼부었는지 보지 못했다.심지어 민영신 같은 3품 대종사도 미간을 찌푸린 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진서준의 공격은 마치 바람 같았고, 그의 손바닥은 마치 청색의 장
호수 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조금 전보다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호숫가의 온도는 이미 40도에 달했다. 종사들은 자신의 강기를 이용해 고온을 막아냈다.진서준은 그 광경을 보자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탁현수 어르신은 장도로 종사가 되셨지만 종사가 된 이후로는 장도를 쓴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탁현수 어르신이 다시 장도를 든 걸 보니 아마도 전력을 다하려는 것 같네요.”우소영은 차갑게 웃었다.“제 사부님은 오랫동안 장도를 쓰지 않으셨지만 사부님의 도법은 전혀 퇴보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대종사가 되면서 도법이 더욱 발전했죠. 도강의 위력으로 산과 강을 벨 수 있는 정도예요.”우소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허사연은 무척 긴장했다. 그녀는 주먹을 너무 꽉 쥐어서 손가락 관절이 희게 변했다.“이 자식, 내 장도에 죽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탁현수가 말했다.“난 지금까지 내 장도로 사람을 딱 한 명 죽였어. 그 사람은 내 원수였지. 그도 종사였어. 난 내 내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그를 죽였어.”내력 무인이 종사를 죽이다니!그때 탁현수는 이미 자기보다 더 높은 경지의 사람과 싸울 수 있었다.말을 마친 뒤 탁현수는 곧바로 움직였다.그의 장도와 발밑의 호숫물이 만나는 순간, 흰 김이 모락모락 나서 탁현수의 몸을 전부 가릴 듯했다.“열염분천!”치직!공기가 찢기고 안개가 갈라졌다. 하늘가의 노을 같기도 한 붉은 도강은 호수를 갈라서 10m 정도 깊이의 길을 만들었다.탁현수는 온몸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선천의 힘은 거의 극치에 달했다.기세가 어마어마했다.탁현수는 자신의 모든 선천의 힘을 그 일격에 쏟아부었다.일생의 수행이 전부 그 일격에 담긴 것이다.그것은 탁현수의 일생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조금 전 진서준이 보여준 실력은 이미 탁현수의 예상을 벗어났다.그래서 그는 반드시 진서준을 일격에 참살해야 했다.다들 탁현수의 일격에 매우 놀랐다.3품
부서진 도강은 천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에 있던 용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아래 호수는 미친 듯이 사방으로 헤쳐지고 있었다.하늘의 구름 또한 사방으로 흩어져서 감쪽같이 사라졌다.“죽어!”탁현수의 호통 한 번에 용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진서준의 몸은 완전히 도강 앞에 드러나게 되었다.진서준은 물러나지 않고 두 손으로 도강을 꽉 쥐었다.강철마저 녹일 수 있는 온도가 자신의 두 손을 태우게 놔둔 것이다.피가 두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이 순간, 두 사람은 모든 힘을 다 썼다.“내 여동생, 내 어머니, 내 친구들, 내 애인이 날 기다리고 있어. 난 절대 죽을 수 없어!”진서준의 옷이 갑자기 찢겼고 그의 등에 용의 문양이 은은히 나타났다.다음 순간, 빛이 번쩍이면서 파괴력 넘치는 힘이 진서준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졌다.탁현수는 순간 동공이 떨렸다.“이럴 수가! 용의 핏줄이라니, 넌...”탁현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힘이 그를 집어삼켰다.쿠구궁...엄청난 물보라로 인해 진서준과 탁현수 두 사람이 물에 잠겼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이 일격으로 진서준과 탁현수의 승부가 갈릴 것이다.종사가 과연 대종사를 죽일 수 있을까?잠시 뒤, 호수는 다시 고요해졌다.오직 진서준만이 산처럼 꿈쩍하지 않고 호수 위에 서 있었다.그 순간, 사람들은 숨 쉬는 법마저 잊었고 생각 또한 할 수 없었다.민영신은 어느샌가 호숫가에 서 있었다. 표정 변화가 적은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허사연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보이며 입이 귀에 걸린 채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진서준에게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진서준을 과소평가했다.우소영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호숫물이 끊임없이 끓고 있었다.호숫가.엄재욱과 다른 호국사, 성진형 일행, 황씨 일가의 두 종사까지, 총 8명의 종사가 살기등등하게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진서준, 난
“안 돼, 네가 서류 들고 도망가면 어쩌려고?”황현호가 서류를 품에 꼭 안고 거절하자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널 데려가면 나만 귀찮아질 뿐이야. 내가 그걸 강제로 빼앗으면 네가 내게서 다시 뺏을 능력이 있겠어?”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겨 마지못해 서류를 건넸다.“이번 한 번만 믿을게. 우리 누님이 무사히 돌아오지 않으면 난 죽어서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서류를 받아 봉투에 넣었고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기밀 서류는 받았어. 너희는 어디에 있어?”진서준이 전화를 걸어 상대방에게 물었다.“속도가 꽤 빠르네.”상대방은 놀란 듯 말했다.“바다 근처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있어. 빨리 오지 않으면 이 여자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진서준이 그 폐기물 처리장의 이름을 묻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바다 근처 폐기물 처리장이 몇 군데나 있죠?”진서준이 비서에게 묻자 비서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모르겠어요, 검색해 볼게요.”잠시 후, 검색을 마친 비서가 대답했다.“아직 운영 중인 폐기물 처리장은 9곳이 있어요.”진서준은 아까 갔던 찻집을 떠올리며 찻집 주변에 있는 한 곳이 유전이라는 이름의 폐기물 처리장임을 확신했다.이 유전 폐기물 처리장은 진서준이 방금 있었던 찻집과 거리가 가장 가까웠다.“나만 가면 돼요. 둘은 여기서 기다리세요.”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급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유전 폐기물 처리장.건장한 남자 다섯 명이 한 방에 앉아 있었다.“저쪽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중이야. 물건이 도착하면 즉시 철수할 준비해.”방에 있던 우두머리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형님, 그 여자 어떻게 할 건가요?”방 한쪽에 있는 교활하고 변태처럼 생긴 남자가 물었다.“왜? 그 여자를 맛볼 생각이야?”우두머리 남자가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당연하죠! 저 여자 얼마나 이쁘게 생겼는데요? 딱 내 취향인데요.”변태 같은 남자는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
전화가 끊어진 신호가 들린 후, 진서준은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상대방이 황씨 가문 기밀을 원한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아나요?”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 황 대표님의 작은 비서에 불과해요. 황씨 가문 기밀을 알 리가 없죠. 하지만 황 대표님 동생이라면 알 수도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황현호의 전화번호가 없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전화 너머에서 황현호의 목소리가 들렸고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 처음에는 진서준을 욕하며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하다가 황현호는 결국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황현호가 회사로 올 때, 진서준은 눈을 감고 황예은을 잡을 범인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하고 있었다.“황씨 가문 기밀을 원한다면 황씨 가문의 위치를 대신하려는 걸까요?”진서준은 사무실에서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황씨 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가문은 어느 가문인가요?”비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황씨 가문 산업이 매우 방대해서 명주시에서 황씨 가문과 경쟁하는 가문만 해도 대여섯 개는 될 거예요. 그리고 이 가문들은 전부 실력이 만만치 않죠.”비서의 설명을 듣고 진서준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명주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심지어 서울시 같은 작은 도시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했다.하지만 도시 실력만 놓고 보면 이곳은 대한민국 수도인 경성과도 견줄 수 있는 곳이었다.20분 후, 황현호는 숨을 헐떡이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진서준, 너 이 자식 도대체 우리 누님을 어떻게 경호한 거야?”황현호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네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나 했더니 별거 아닌 쓰레기였잖아! 하루도 안 돼서 우리 누님이 사람에게 납치당하는 소란을 일으켜?”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경고했다.“너 그 입 조심해.”황예은이 납치당한 건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이었다.황예은이 진서준을 몰래 추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납치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진서준은 요 며칠을 무사히
허윤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럼 넌 뭐해?”“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진서준이 대답했다.“무슨 일인데?”“다른 사람 경호원 역할을 맡았거든.”허윤진은 바로 은행카드를 꺼내 진서준 앞에 놓으며 말했다.“그딴 거 집어치우고 내 경호원이 되어줘.”진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정말 경호원 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그 사람 신분이 중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흥,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예뻐서 그런 거겠지.”허윤진은 코웃음을 쳤다.“이번에 내가 온 건 우리 언니 명령 때문이야. 여기서 다른 여자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리 언니는 바로 날아올 거야.”이 말은 허사연이 할 법한 말이기에 진서준도 약간 믿음이 갔다. 허사연이라면 정말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얼른 서지은 찾으러 가자. 그 여자 대표님이랑 알콩달콩한 시간 보내는 걸 더 이상 방해 안 할게.”허윤진은 삐친 듯한 말투로 말했다.진서준은 여전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심기가 불편한 허윤진을 데리고 찻집을 나섰다.두 사람이 찻집을 나설 때, 마침 황예은이 앉아 있던 곳을 지나쳤다.하지만 진서준이 지나갈 때 황예은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황예은은 급히 차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차 안에 있던 비서가 진서준과 허윤진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예은도 곧 나오겠거니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황예은은 나타나지 않았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비서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급히 휴대폰을 꺼내 황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두 번 울리자마자 상대가 끊어버렸고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나중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다.“큰일 났어, 정말 뭔가 좋지 않은 일 생겼어.”비서는 초조하게 중얼대다가 기사에게 소리쳤다.“빨리 저 차를 따라가세요.”하지만 기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황 대표님은 아직 차에 안 타셨는데요.”“황 대표님이 위험에 처했어요. 빨리 진서준을 쫓아가요.”비서는 목소리를 높였다.그 말을 듣자 경호원은 즉
황예은은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황예은은 진서준이 이 두 여자와 불건전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그들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중요한 이야기는 황예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서양의 혈수사 조직, 멸용 조직, 그리고 올림푸스 신전과 교회 조직에 관해 황예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이 조직들은 전 세계적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들이었다.해외의 왕족이나 귀족들도 신왕, 원탁 기사 같은 인물을 만나면 반드시 예의를 갖춰야 했다.그때, 진서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넌 그럼 어떻게 탈출한 거야?”진서준의 현재 실력으로는 천용 반지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 인물들 손에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바이올렛의 눈빛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그 당시 다른 혈수사들도 있었어. 그 혈수사들이 가까스로 멸용 조직의 시선을 끌고 있는 틈을 타 겨우 도망쳐 나왔어.”진서준은 바이올렛의 눈빛에 깃든 당황한 감정을 놓쳤고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은 대충 알겠어. 넌 일단 호텔을 찾아 거기 잠시 머무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러자 바이올렛이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랑 함께 있으면 안 돼?”“저 여우 같은 년!”허윤진과 황예은은 동시에 속으로 욕설을 날렸다.두 사람은 바이올렛처럼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는 처음 보았다.주동적으로 진서준과 같은 방을 쓰겠다니, 정상적인 욕구가 있는 진서준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덮치기라도 한다면 어쩔 건데?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넌 나랑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안전해. 지금 난 오히려 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야. 네 안전을 생각해서 혼자 호텔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진서준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고 바이올렛이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애틋한 눈빛을 진서준에게 보냈다.“진서준, 앞으로 잘 부탁할게.”허윤진은 경계의 눈빛으로 바이올렛을 쏘아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명주시를 떠날 생각인가?”황예은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대표님, 계속 따라갈까요?”비서의 질문에 황예은은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곳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 굳이 진서준에게 들킬 일 있어?”비서는 그제야 자기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차 안에서 기다려.”진서준은 공항에서 거의 세 시간을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마침내 바이올렛의 비행기가 도착했다.“넌 왜 따라왔어?”진서준은 검은 선글라스를 쓴 허윤진을 보고 의아해했다.“내가 왜 못 오지?”허윤진은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혹시 내가 오면 네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래?”진서준은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전에 말했잖아, 명주시는 안전하지 않다고.”“괜찮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윤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자기 품에 밀어 넣었다.진서준은 얼굴색이 살짝 변하며 급히 벗어나려 하자 허윤진은 오히려 더 꽉 안았다.어쩔 수 없이 진서준은 허윤진의 팔을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바이올렛은 주위를 경계하며 살폈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여기 사람 많아.”“따라와.”진서준은 두 사람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차 안에서 잠시 졸고 있던 황예은은 진서준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벌떡 자세를 고쳐 앉았다.“세상에, 저 남자가 여자 두 명 데리고 왔네요.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서양 여자네요.”비서는 이 장면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래서 아까 대표님이 물어봤을 때 저 남자가 제대로 대답을 안 했던 거구나.’비서는 진서준과 함께 온 두 여자가 분명히 진서준과 그렇고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서준이 양쪽에 여자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황예은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더 큰 감정은 서글픔이었다.황예은도 자기 솔직한 감정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황 대표님,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
한바탕 소동 끝에 황예은의 얼굴 양옆이 홍조로 물들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온몸에 진한 향기와 땀이 배어 침대 시트엔 큰 자국이 남았다.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황예은이 지금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과 수줍음이 섞여 있었다.진서준조차도 조금은 머리가 띵한 기분이었다.어젯밤에 약 바를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보니 마치 진서준이 황예은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다.가장 중요한 건 옆에 있는 비서가 사냥감을 보는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비서는 진서준이 아니라 진서준의 손에 들고 있는 약을 보고 있었다.이 세상에 더 예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걸 원하지 않는 여자는 있을 수 없었다.그런 마치 남자라면 누구나 다 자기 소중한 부위 사이즈가 늘어나길 원하는 것과 똑같은 도리였다.“왜 아직도 안 나가?”황예은은 돌아누우며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이번에 약을 발라줄 때, 진서준은 모든 것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상처 두 곳 중, 하나는 가슴 아래쪽에 있었고 또 한 곳은 허벅지 안쪽에 있었다.진서준이 이 약은 내가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지 않았다면 황예은은 절대로 진서준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어젯밤, 진서준이 자기 알몸을 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황예은의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진서준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살짝 죄책감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10분쯤 지나자 황예은이 방에서 나왔다.황예은은 새로운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황예은의 눈부신 가슴 라인은 절대 새 정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황예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수줍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갑고 도도한 표정만 남았다.“네 상처는 이제 다 치료했어. 다른 일이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황예은이 사무실에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벗은 옷을 다시 주워 입기 시작했다.비서가 옷을 다 입자 황예은은 진서준을 방으로 불렀다.가운은 황예은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몸매를 전혀 감출 수 없었다.그 몸매를 슬쩍 본 진서준은 아랫도리에서 불타는 느낌이 솟기 시작했다.“젠장,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진서준은 속으로 자기를 욕하고 곧바로 청심주를 속으로 읊었다.다행히 그 불타오르는 욕망이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먼저 등 쪽부터 처리하자.”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황예은은 침대에 엎드려서 수건을 천천히 허리까지 내리며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등을 드러냈다.황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이전에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 그곳 직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이렇게 좋은 등을 보면 컵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아쉽죠.”비서는 세 가지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긴장함과 호기심 그리고 부끄러운 세 가지 감정이었다.비서는 진서준과 황예은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건 비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손가락에 약을 묻혀서 황예은의 상처 부위에 가볍게 눌렀다.“으윽!”황예은은 순간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을 냈다.약이 아픈 게 아니라 너무나 차가워서였다.마치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 갑자기 누군가 목에 눈 뭉치를 던져 넣은 것처럼 너무나 차가웠다.이건 혹시 특별한 애무 방식인가?비서는 여전히 의심을 가득 품고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황예은의 등에는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진서준은 약을 발라준 뒤, 손바닥으로 고르게 그녀의 등을 문지르며 약을 완전히 흡수시켰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서준이 이 틈을 타 자기를 추행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생겼다.“다른 곳엔 상처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러자 진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이 약은 네 몸에 좋은 거야. 피부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질 거야.”어떤 여자도 피부가 더 하얗고 탄력 있게 변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진! 서! 준!”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빨개졌고 그녀의 눈에서는 화가 치솟아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만약 사무실에 두 사람만 있을 때 진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황예은은 이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비서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진서준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건 일부러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는가?황예은은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급하게 해명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비서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 아마 다음 날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명주시 전역에서 황예은이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분노가 가득한 황예은을 보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황예은의 예상대로 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왜 소리쳐? 등 뒤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겠다면 난 그냥 가겠어.”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황예은이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바로 나가려 했다.옆에 있던 비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으로 놀았기에 등 뒤에 상처까지 생긴 거지?평소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황 대표가 이렇게 야생마처럼 열정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황예은은 비서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것이다.“기다려!”황예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따라와.”황예은은 차갑게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실을 나가려던 순간, 황예은은 다시 돌아서서 비서에게 말했다.“너도 함께 와.”황예은은 굳이 구구절절 해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령 해명한다고 해도 비서가 믿을지 의문이었다.그래서 황예은은 비서가 직접 보고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또한, 비서가 함께 있으면 진서준도 도가 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비서는 그 말에 당황해하더니 급히 말했다.“황 대표님, 저도 같이 가는 게 적절할까요?”비서는 이곳에 일하러 온 것이지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비서가 황예은이라는 여성 상사와 함께
그리고 왜 굳이 대한민국으로 도망쳤는지 그 이유는 단순했다.대한민국에는 국안부가 존재해 그 사람들이 함부로 소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진서준이 있었다.“용란 혈수사들이 재난을 겪었다고?”진서준은 멈칫하더니 눈빛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전에 바이올렛은 용란 혈수사 집단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실력은 매우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중에는 지선 급의 존재도 하나 있었다.이렇게 강력한 혈수사 집단이라면 해외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것이다.“맞아, 넌 어디 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난 지금 명주시에 있어. 도착하면 전화해, 마중 나갈게.”진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휴대폰을 허사연에게 돌려준 후 바이올렛은 떠나려고 몸을 돌렸다.“기다려요, 옷 좀 갈아입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한테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바이올렛을 말렸다.처음에는 바이올렛의 신원을 확신하지 못했으나 이제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허사연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마워요.”바이올렛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탈출하는 길에 실제로 많은 현지 경찰들이 바이올렛을 추적했지만 다행히 바이올렛의 속도가 빨라 도망칠 수 있었다.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허사연과 작별을 고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기다려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허윤진이 작은 가방을 메고 나왔다.“너 뭐 하러 가는 거야?”허사연은 허윤진을 제지하려고 했다.“당연히 이분한테 길을 알려줘야지, 길이라도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허윤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길을 안내하는 것은 그저 구실일 뿐, 사실은 바이올렛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다.비록 바이올렛이 47세였지만 외모만 봤을 때 그녀의 성적 매력은 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아까 속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본인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를 꺼내야 겨우 바이올렛이 입을 수 있었다.이런 여자라면 나이가 47이든 57이든 여전히 예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