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 시가 채 안 된 시각, 서울 병원 꼭대기 층 중환자실 밖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새로 부임한 서울 병원 원장 우성환도 그곳에 있었다.우성환은 정운 병원의 원장이었었는데 저번에 진서준이 정운 병원에서 김명진을 구한 일로 김풍이 감사하다면서 서울 병원 원장을 시켜줬다.비록 같은 원장이지만 정운 병원 원장과 서울 병원 원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만약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려고 했다면 그는 아마 평생 서울 병원의 원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왜 다들 말이 없죠? 방법이 없는 건가요?”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우성환은 조금 화가 났다.병실 안의 환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보낸 환자였다.만약 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원장이 우성환이 책임을 져야 했다.“원장님,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유일한 희망은 부 선생님을 모셔 오는 것뿐입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입을 열었다.그가 말한 부 선생님은 강남 제일의 명의 부영권이었다.“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이 부영권 선생님께 부탁드려야겠군요.”우성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조용한 곳으로 가서 부영권에게 연락했다.부영권은 매일 아침 아주 일찍 깨어났다. 우성환이 그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마침 세수를 마쳤다.“우 원장님, 무슨 일이죠?”“선생님, 우리 병원에 치료하기 까다로운 환자가 한 명 왔습니다. 병원의 모든 의사가 속수무책이라 선생님께서 한 번 와주셨으면 합니다.”우성환은 정중하게 말했다.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였기에 부영권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요. 지금 당장 가볼게요.”전화를 끊은 뒤 우성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부영권이 온다면 환자의 병이 반드시 나을 거로 생각했다.십여 분 뒤 부영권이 특별 병실에 도착했다.“부 선생님!”사람들은 부영권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부영권은 의학계에서 대단한 사람이었고 모든 의사가 그를 존경했다.“환자는 어디 있죠?”부영권은 그들과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곧바로
사람들은 부영권이 눈을 뜨자 그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부영권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괜찮아졌습니다.”“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처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우성환이 서둘러 반재윤 처장에게 연락했다.전화 건너편, 반재윤은 부영권이 환자를 살렸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말했다.“우 원장님, 부영권 선생님께 일단 떠나지 말라고 하세요. 다른 병원에 그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거든요.”우성환은 그 말을 듣자 얼이 빠졌다.“환자가 몇 명쯤 더 있는 거죠?”“최소 스무 명이요.”반재윤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많다고요? 반재윤 선생님은 조금 전 진단할 때 독에 당한 거라고 하셨습니다.”우성환이 반재윤에게 설명했다.반재윤이 말했다.“그들 모두 같은 노인복지시설 노인들이에요...”우성환은 그 순간 왜 이렇게 많은 노인이 중독됐는지 깨달았다.범인은 그들의 밥이나 물에 독을 탔을 것이다.“부영권 선생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우성환은 서둘러 병실로 돌아가 조금 전 반재윤 처장에게서 들은 말을 부영권에게 전했다.부영권은 그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구기며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스무 명이요? 지금 제 실력으로는 많아서 다섯 명밖에 더 구하지 못합니다.”부영권이 다섯 명밖에 더 구하지 못한다고 하자 우성환은 애가 탔다.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진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해야겠어요!”부영권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진 선생님이라는 분 혹시 진서준 씨인가요?”“네, 설마 아는 분이십니까?”“하하, 신의인 진서준 씨가 있다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걱정하던 부영권은 곧바로 표정을 풀면서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다른 이들은 진서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부영권이 진서준을 신의라고 부르자 다들 궁금해졌다.“하지만 아직은 좀 이르군요. 진서준 씨께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겁니다.”“그러면 잠시 뒤에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환자들은 아직 상태가 괜찮거든
진서준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서울 병원으로 달려 들어갔다.차에 치여서 엉망이 된 마이바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대머리 남자는 진서준의 거만한 모습에 냉소를 금치 못했다.“성깔이 있네. 하지만 이렇게 성깔을 부릴 수 있을 정도의 뒷배경이 있을지는 모르겠어.”대머리 남자도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차에 탔다. 그는 조금 구겨진 차를 타고 사거리를 떠났다.몇 분 뒤 진서준은 서울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마침 병원 로비에 도착한 진서준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을 마주쳤다. 여자는 진서준과 갈등이 있었던 왕나연이었다.저번에 강호걸에게 문제가 생긴 뒤로 왕나연은 더는 그와 연락하지 않았다.왕나연 곁의 청년은 그녀가 최근에 작업을 건 재벌 집 자제로 그의 아버지는 서울 병원 외과 교수였다.왕나연은 남자 친구의 인맥을 통해 서울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졸업한 후 이곳에서 근무할 생각이었다.서울 병원은 문턱이 아주 높았다. 국내 명문대 졸업생이 아니거나 인맥이 없다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진서준,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진서준을 알아본 왕나연은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이 짜증스레 말했다.“네 병원도 아니고 내가 여기에 오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지?”“하하, 어이가 없네.”왕나연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곁에 있는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남자 친구 아버지가 이 병원 교수거든. 이 병원의 일들은 교수들 마음대로야.”평범한 차림새의 진서준을 본 윤서호의 눈동자에 경멸이 스쳤다.“나연아, 이 남자 누구야?”“예전에 나한테 고백했었는데 내가 거절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날 때렸어!”왕나연은 없는 말을 지어내며 윤서호의 손을 빌려 진서준에게 복수하려 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냉소를 머금었다. 그는 급하게 반박하지도 않았다.윤서호는 지금 왕나연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기에 진서준이 왕나연을 때린 적이 있다는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왕나연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었다.
원장은 그들이 조금 전 내쫓은 젊은이에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그 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을 봤을 때와 똑같았다.“조금 전 누가 진서준 씨를 내쫓으라고 한 거죠?”우성환은 경비원들의 앞에 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윤 교수님 아들이었습니다.”한 경비원이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그래요.”우성환은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진서준 씨, 일단 환자부터 구해주세요. 이 일은 제가 꼭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우성환이 말했다.“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곧바로 꼭대기 층에 있는 중환자실에 도착했다.출근해야 하는 의사를 제외하고 다른 의사들은 전부 이곳에 있었다.원장의 뒤에 젊은이 한 명이 있는 걸 본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저 청년은 누굴까요?”“원장님 친척 아닐까요? 아마 이 일을 빌려서 자기 친척을 우리 병원에서 근무시킬 생각이겠죠.”“쳇, 병원에서는 인맥 같은 거 이용하면 안 된다고 하더니 본인이 그러네요.”사람들이 수군덕대고 있을 때 진서준을 알아본 부영권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신의님!”경멸에 찬 표정이던 사람들의 입이 순간 떡 벌어졌다.‘신의라니? 이 청년이 신의라고? 거짓말이겠지!’부영권은 진서준의 앞에 서서 공손히 그와 악수했다.“부영권 선생님,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시면 돼요. 신의라고 부르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는 신의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이죠!”부영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곧이어 그는 부끄러운 듯 말했다.“제가 무능하여 병실에 있는 환자들을 전부 구할 수는 없는지라 이렇게 신의님을 모시게 됐습니다.”부영권은 여전히 호칭을 바꾸지 않았고 진서준도 그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환자는 어디 있죠? 안내해 주시죠.”진서준이 말했다.“여기 있습니다.”우성환과 부영권은 진서준을 데리고 아주 큰 병실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십여 명의 안색이 창백한 노인이 누워있었다.노인들은 전부 독에 당
뒷모습을 봤을 때, 주혁구는 안에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의 나이가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우 원장님, 저 의사 선생님 이름이 뭡니까? 의술이 뛰어나신가요? 제 아버지 병을 치료할 수는 있는 건가요?”연이은 질문에서 그가 진서준을 불신한다는 걸 누구든 눈치챌 수 있었다.다행히 중환자실은 방음이 좋았다. 방음이 좋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주혁구 씨, 진 선생님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의술로서는 강남 최고입니다!”우성환은 진서준을 최고라 일컬었다.“강남에서 제일 뛰어난 의사는 부영권 선생님 아니신가요?”주혁구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의문을 표했다.이때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부영권이 다가왔다.“예전이었다면 제 의술이 강남 최고라는 말을 인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진 선생님과 비교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부영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주혁구는 부영권을 바라보았다. 부영권은 몇 년 전 그의 아버지를 진찰한 적이 있었다.“부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부영권을 발견한 주혁구는 무척 흥분했다.그를 가장 흥분케 한 건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었다.의술과 덕성을 겸비한 부영권은 절대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주혁구는 부영권의 말을 믿었다.“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진 선생님이 나섰으니 반드시 나으실 겁니다!”부영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주혁구는 조금 전처럼 초조해 하지 않았다.잠시 뒤 주혁구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한 뒤 주혁구는 전화를 받았다.담담한 표정이었던 그는 전화 내용을 듣자마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일단 현장 직원들 진정시키고 당장 소식을 차단해. 내가 바로 갈게!”명령을 내린 뒤 주혁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우 원장님, 부영권 선생님, 현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우성환이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얼른 가보세요. 신의님께서 나오시면
“매일 병원에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시간 나실 때 아무 때나 오시면 됩니다. 아니면 병원에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을 때 제가 연락드릴 테니 그때 오셔도 됩니다. 월급은 원하시는 금액을 말씀해 보세요. 제가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겠습니다!”우성환이 내건 조건을 들은 사람들은 부러워했다.그러나 그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진서준의 의술은 정말 굉장했기 때문이다.진서준 같은 사람은 어느 병원이든 서로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진서준은 잠깐 고민해 보더니 물었다.“제가 특별 초빙 의사가 된다면 여기 병원의 교수보다 권력이 클까요?”우성환은 흠칫했다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고, 곧바로 진서준이 이런 질문을 한 의도를 눈치챘다.“진서준 씨가 저희 병원의 특별 초빙 의사가 된다면, 자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제게 말 한 마디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 교수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기에 진서준과 우성환의 대화에 어리둥절해졌다.병원에 외과 교수, 내과 교수 등 교수는 많았다.설마 병원의 어느 교수가 진서준의 심기를 거스른 걸까?“그래요? 그 사람이 말하길 자기 아버지 직권을 이용해서 자기 여자 친구를 병원에 꽂아주겠다고 하던데.”진서준의 말에 우성환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한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오늘 병원에 채용 면접이 있나요?”중년 남자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오늘 채용 면접은 윤 교수님께서 책임지셨습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은 윤 교수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서준을 건드린 사람은 병원의 외과 교수 윤도석이었다.“면접이 몇 시부터죠?”우성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9시 30분부터 시작입니다. 10분쯤 남았습니다.”“다들 각자 볼 일 보세요. 집으로 돌아가 쉴 분들은 쉬세요.”일부는 떠났고 일부는 윤도석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여 그곳에서 기다렸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와 부영권 선생님께서 계셔서 다행입니다. 이번 면접에서 진서준
윤도석은 밖으로 나온 뒤 그를 찾은 의사를 따라 복도 제일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왔다.사무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윤도석은 깜짝 놀랐다.사무실 안에는 십여 명의 의사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원장 우성환과 부영권도 있었다.“원장님, 부영권 선생님.”두 사람을 본 윤도석은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윤도석 교수님, 소개하겠습니다. 이분은 진서준 선생님이라고 우리 병원의 특별 초빙 의사입니다.”우성환은 굳어진 표정으로 엄숙하게 진서준의 신분을 소개했다.윤도석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20대 청년이었기에 그는 우성환이 자기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특별 초빙 의사는 교수인 그보다 권력이 더 컸다.그리고 원장의 권력이 이곳에서 가장 컸기에 윤도석은 우성환의 말에 따라야 했다.“진서준 씨, 안녕하세요.”윤도석은 곧바로 진서준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인사를 건네는 윤도석을 향해 진서준은 냉담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진서준의 태도에 윤도석은 조금 불쾌했다.병원 교수인 데다가 그보다 스무 살은 더 많은데 이런 태도를 보이니 말이다.윤도석은 매우 화가 났지만 원장이 자리에 있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번 면접은 진서준 씨와 부영권 선생님이 함께 들어갈 겁니다. 면접 책임자는 진서준 씨가 될 거고요.”우성환의 말을 들은 윤도석은 넋이 나갔다.이번 면접에서 그는 아들의 여자 친구뿐만 아니라 꽤 예쁘장한 여대생 두 명을 합격시키기로 했다.그는 상대방의 돈을 받았고 두 여대생은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했다.그런데 지금 이제 와서 갑자기 책임자를 바꾼다면 분명 구설에 오를 것이다.“그... 면접 같은 사소한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떻게 진서준 씨와 부영권 선생님을 귀찮게 하겠어요?”윤도석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러나 우성환은 그에게 기회를 줄 생각 따위 없었다.“이 두 분께서는 지금 한가하세요.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서울 병원이 어떤 수준인지도 보고 싶어 하시고요. 이 일은 이렇게 정해졌으니 윤 교수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진서준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대전화를 살 수 없었기에 많은 사람과 연락이 끊겼다.“난 면접 보러 왔어.”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어? 너도 면접 보러 왔다고?”가태윤은 깜짝 놀랐다.“너 설마 의대 나온 거야?”“아니.”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서준아, 내가 일부러 너 상처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 의대 출신이 아니거나,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이 병원에 들어가기는 힘들어.”가태윤은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난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가 이 병원에 들어올 수 있는지 없는지야.”가태윤은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아마 들어가긴 힘들 거야. 내가 알아봤는데 이미 세 명이 편법을 썼대. 이제 자리가 두 개만 남았으니 난 가망이 없을 거야.”가태윤은 진작 사회에 발을 들였기에 학교와 사회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사회에서 발을 붙이려면 뒷배와 인맥이 없으면 안 됐다.“내가 장담하는데 실력만 있다면 반드시 이 병원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진지한 모습에 가태윤은 장난스레 말했다.“설마 네가 이번 면접 책임자야?”“잠시 뒤면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싱긋 웃었다.“허풍 떨지 마. 이제 곧 면접 시작이니까 우리 빨리 가자!”가태윤은 진서준을 끌고 면접실로 향했다.면접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진서준은 걸음을 멈추었다.가태윤은 안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걸 보았다. 심지어 면접관도 이미 도착한 상태인 걸 본 그가 말했다.“우리 앞문 말고 뒷문으로 들어가자.”진서준은 부영권에게 앞문으로 가라고 눈치를 준 뒤 가태윤과 함께 뒷문으로 면접실 안에 들어갔다.“부영권 선생님!”부영권이 들어오자 윤도석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맞이했다.“진서준 씨는요?”“면접 시작하면 올 겁니다.”부영권이 덤덤히 말했다.윤도석은 그 말을 듣자 진서준을 향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부영권도 미리 도착했는데 진서준은 시간 맞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