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을 봤을 때, 주혁구는 안에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의 나이가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우 원장님, 저 의사 선생님 이름이 뭡니까? 의술이 뛰어나신가요? 제 아버지 병을 치료할 수는 있는 건가요?”연이은 질문에서 그가 진서준을 불신한다는 걸 누구든 눈치챌 수 있었다.다행히 중환자실은 방음이 좋았다. 방음이 좋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주혁구 씨, 진 선생님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의술로서는 강남 최고입니다!”우성환은 진서준을 최고라 일컬었다.“강남에서 제일 뛰어난 의사는 부영권 선생님 아니신가요?”주혁구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의문을 표했다.이때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부영권이 다가왔다.“예전이었다면 제 의술이 강남 최고라는 말을 인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진 선생님과 비교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부영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주혁구는 부영권을 바라보았다. 부영권은 몇 년 전 그의 아버지를 진찰한 적이 있었다.“부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부영권을 발견한 주혁구는 무척 흥분했다.그를 가장 흥분케 한 건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었다.의술과 덕성을 겸비한 부영권은 절대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주혁구는 부영권의 말을 믿었다.“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진 선생님이 나섰으니 반드시 나으실 겁니다!”부영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주혁구는 조금 전처럼 초조해 하지 않았다.잠시 뒤 주혁구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한 뒤 주혁구는 전화를 받았다.담담한 표정이었던 그는 전화 내용을 듣자마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일단 현장 직원들 진정시키고 당장 소식을 차단해. 내가 바로 갈게!”명령을 내린 뒤 주혁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우 원장님, 부영권 선생님, 현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우성환이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얼른 가보세요. 신의님께서 나오시면
“매일 병원에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시간 나실 때 아무 때나 오시면 됩니다. 아니면 병원에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을 때 제가 연락드릴 테니 그때 오셔도 됩니다. 월급은 원하시는 금액을 말씀해 보세요. 제가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겠습니다!”우성환이 내건 조건을 들은 사람들은 부러워했다.그러나 그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진서준의 의술은 정말 굉장했기 때문이다.진서준 같은 사람은 어느 병원이든 서로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진서준은 잠깐 고민해 보더니 물었다.“제가 특별 초빙 의사가 된다면 여기 병원의 교수보다 권력이 클까요?”우성환은 흠칫했다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고, 곧바로 진서준이 이런 질문을 한 의도를 눈치챘다.“진서준 씨가 저희 병원의 특별 초빙 의사가 된다면, 자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제게 말 한 마디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 교수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기에 진서준과 우성환의 대화에 어리둥절해졌다.병원에 외과 교수, 내과 교수 등 교수는 많았다.설마 병원의 어느 교수가 진서준의 심기를 거스른 걸까?“그래요? 그 사람이 말하길 자기 아버지 직권을 이용해서 자기 여자 친구를 병원에 꽂아주겠다고 하던데.”진서준의 말에 우성환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한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오늘 병원에 채용 면접이 있나요?”중년 남자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오늘 채용 면접은 윤 교수님께서 책임지셨습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은 윤 교수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서준을 건드린 사람은 병원의 외과 교수 윤도석이었다.“면접이 몇 시부터죠?”우성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9시 30분부터 시작입니다. 10분쯤 남았습니다.”“다들 각자 볼 일 보세요. 집으로 돌아가 쉴 분들은 쉬세요.”일부는 떠났고 일부는 윤도석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여 그곳에서 기다렸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와 부영권 선생님께서 계셔서 다행입니다. 이번 면접에서 진서준
윤도석은 밖으로 나온 뒤 그를 찾은 의사를 따라 복도 제일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왔다.사무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윤도석은 깜짝 놀랐다.사무실 안에는 십여 명의 의사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원장 우성환과 부영권도 있었다.“원장님, 부영권 선생님.”두 사람을 본 윤도석은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윤도석 교수님, 소개하겠습니다. 이분은 진서준 선생님이라고 우리 병원의 특별 초빙 의사입니다.”우성환은 굳어진 표정으로 엄숙하게 진서준의 신분을 소개했다.윤도석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20대 청년이었기에 그는 우성환이 자기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특별 초빙 의사는 교수인 그보다 권력이 더 컸다.그리고 원장의 권력이 이곳에서 가장 컸기에 윤도석은 우성환의 말에 따라야 했다.“진서준 씨, 안녕하세요.”윤도석은 곧바로 진서준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인사를 건네는 윤도석을 향해 진서준은 냉담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진서준의 태도에 윤도석은 조금 불쾌했다.병원 교수인 데다가 그보다 스무 살은 더 많은데 이런 태도를 보이니 말이다.윤도석은 매우 화가 났지만 원장이 자리에 있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번 면접은 진서준 씨와 부영권 선생님이 함께 들어갈 겁니다. 면접 책임자는 진서준 씨가 될 거고요.”우성환의 말을 들은 윤도석은 넋이 나갔다.이번 면접에서 그는 아들의 여자 친구뿐만 아니라 꽤 예쁘장한 여대생 두 명을 합격시키기로 했다.그는 상대방의 돈을 받았고 두 여대생은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했다.그런데 지금 이제 와서 갑자기 책임자를 바꾼다면 분명 구설에 오를 것이다.“그... 면접 같은 사소한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떻게 진서준 씨와 부영권 선생님을 귀찮게 하겠어요?”윤도석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러나 우성환은 그에게 기회를 줄 생각 따위 없었다.“이 두 분께서는 지금 한가하세요.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서울 병원이 어떤 수준인지도 보고 싶어 하시고요. 이 일은 이렇게 정해졌으니 윤 교수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진서준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대전화를 살 수 없었기에 많은 사람과 연락이 끊겼다.“난 면접 보러 왔어.”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어? 너도 면접 보러 왔다고?”가태윤은 깜짝 놀랐다.“너 설마 의대 나온 거야?”“아니.”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서준아, 내가 일부러 너 상처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 의대 출신이 아니거나,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이 병원에 들어가기는 힘들어.”가태윤은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난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가 이 병원에 들어올 수 있는지 없는지야.”가태윤은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아마 들어가긴 힘들 거야. 내가 알아봤는데 이미 세 명이 편법을 썼대. 이제 자리가 두 개만 남았으니 난 가망이 없을 거야.”가태윤은 진작 사회에 발을 들였기에 학교와 사회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사회에서 발을 붙이려면 뒷배와 인맥이 없으면 안 됐다.“내가 장담하는데 실력만 있다면 반드시 이 병원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진지한 모습에 가태윤은 장난스레 말했다.“설마 네가 이번 면접 책임자야?”“잠시 뒤면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싱긋 웃었다.“허풍 떨지 마. 이제 곧 면접 시작이니까 우리 빨리 가자!”가태윤은 진서준을 끌고 면접실로 향했다.면접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진서준은 걸음을 멈추었다.가태윤은 안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걸 보았다. 심지어 면접관도 이미 도착한 상태인 걸 본 그가 말했다.“우리 앞문 말고 뒷문으로 들어가자.”진서준은 부영권에게 앞문으로 가라고 눈치를 준 뒤 가태윤과 함께 뒷문으로 면접실 안에 들어갔다.“부영권 선생님!”부영권이 들어오자 윤도석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맞이했다.“진서준 씨는요?”“면접 시작하면 올 겁니다.”부영권이 덤덤히 말했다.윤도석은 그 말을 듣자 진서준을 향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부영권도 미리 도착했는데 진서준은 시간 맞춰
윤서호는 말을 마친 뒤 진서준의 곁에 있는 가태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이 사람 당신 친구야?”윤서호는 거만한 얼굴로 가태윤을 바라보았다.가태윤은 조금 전 윤서호가 한 말을 들었다. 윤서호는 병원 교수의 아들이었고 그의 아버지가 바로 이번 면접 책임자였다.만약 진서준과 선을 긋지 않는다면 그는 절대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진서준도 고등학교 때 친구인 가태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가태윤은 잠깐 망설이더니 진서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맞아. 난 진서준 친구야.”윤서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가태윤이 자신을 두려워해서라도 곧바로 진서준과 선을 그을 줄 알았다.그러나 가태윤은 오히려 그를 도발했다“친구라고? 그러면 오늘 둘 다 합격하지 못할 줄 알아!”윤서호가 냉소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네 아버지는 외과 교수일 뿐이야. 이 병원이 네 집안 거라도 되는 줄 알아?”진서준이 팔짱을 끼고 평온한 눈빛으로 윤서호를 바라보았다.“내가 합격 못 한다고 하면 합격 못 하는 거야!”윤서호는 책상을 내리치면서 진서준을 향해 소리쳤다.그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앞에 앉아있던 부영권과 윤도석도 소리를 듣고 그곳을 바라보았다.윤서호가 소리를 지르는 대상이 진서준임을 확인한 부영권은 안색이 흐려졌다.“저 사람은 누구죠?”부영권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윤도석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 그는 윤서호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원장이 직접 임명한 특별 초빙 의사인 데다가 이번 면접 책임자인데 그런 진서준을 건드리다니!“그게... 제 아들입니다.”윤도석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오늘 윤 교수님 아들도 면접을 봅니까?”부영권이 차가운 눈빛으로 윤도석을 바라보았다.“여자 친구랑 같이 온 겁니다. 저도 방금 알았습니다.”윤도석이 설명했다.그러나 부영권은 절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진서준은 건방진 윤서호를 바라보며 냉소했다.“잠시 뒤에도 지금처럼 건방지길 바라.”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앞으로 나갔다
진서준은 단상에 올라간 뒤 마이크를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돌려 윤서호를 바라보았다.조금 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가 교수의 아들이라는 걸 들었다.윤서호는 똥이라도 씹은 얼굴이었다.“전 면접 보러 온 게 아니...”“왜 들어온 거죠? 여기가 면접 보는 곳이란 걸 몰랐던 겁니까?”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윤서호는 아버지가 편을 들어주길 바라서 그를 힐끔 보았다.멍청한 윤서호와 달리 윤도석은 능글맞은 인간이었다.그는 진서준이 일부러 윤서호에게 시비를 건다는 걸 알았다.“면접 보러 온 분이 아니시면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윤도석이 뒷문을 가리키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네...”윤서호는 내키지 않았지만 차마 반박할 수 없어서 처량하게 떠났다.윤서호가 내쫓기자 왕나연은 당황했다.그녀는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이번에 윤서호를 꼬시게 되면서 그의 아버지가 병원 교수란 걸 알고는 책조차 보지 않았다.진서준이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는다고 해도 왕나연은 틀림없이 떨어질 것이다.“면접 보러 온 게 아닌 분들도 다 나갔으니 지금부터 면접 시작하겠습니다.”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윤도석은 명단을 본 뒤 사람들에게 말했다.“왕나연 씨, 단상 위로 올라와 주세요.”이번에 병원에서는 다섯 명을 뽑을 생각이었다. 윤서호는 왕나연을 1번으로 내보내서 먼저 한 자리 차지하게 할 생각이었다.면접을 볼 사람이 무려 백여 명이었고 그중에는 명문대 졸업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왕나연은 덜덜 떨면서 일어나 면접관들에게 다가갔다.진서준은 왕나연을 힐끔 본 뒤 먼저 입을 열었다.“오장육부와 그것들의 기능에 관해 얘기해보세요.”그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오장육부와 그것들의 기능은 의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저 외우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그러나 왕나연은 당황했다.그녀는 오장육부와 그것들의 기능에 대
진서준은 왕나연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가장 간단한 것만 물었다.이런 간단한 문제조차 대답하지 못하니 윤도석이 왕나연을 합격시키고 싶다고 해도 절대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면접 책임자는 진서준이었다.“조용히 하세요!”윤도석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사람들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조롱기 가득한 표정으로 왕나연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무안한 표정의 왕나연을 바라보며 계속해 물었다.“색깔을 제외하고 다른 구별점을 얘기할 수 있나요?”진서준이 조롱의 의미 없이 진지하게 묻자 사람들도 진지해졌다.그러나 왕나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서준이 자신을 난처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몰라요. 전 서양의학 전공이지 한의학 전공이 아니니까요.”왕나연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화가 가득했다.“서양의학이요? 그러면 그에 관한 질문을 하죠.”진서준은 개의치 않고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경동맥 검사할 때 왜 양쪽을 동시에 측정하면 안 될까요?”왕나연은 다시 넋이 나갔다. 경동맥이 뭔지는 알지만 왜 양쪽을 동시에 측정해서는 안 되는지는 알지 못했다.왕나연이 대답하지 못하자 윤도석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진서준 씨, 일단 병원에서 잠깐 근무하게 하는 건 어떤가요? 도저히 안 되면 그때 돌려보내는 겁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웃는 얼굴로 윤도석을 바라보았다.“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병원에서 근무하게 했다가 무슨 사고라도 치면 윤도석 교수님이 책임지실 건가요?”왕나연이 성질을 부렸다.“내가 무슨 사고를 친다고 그래요? 환자 돌보는 것쯤은 문제없다고요!”부영권이 미간을 구기며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윤 교수님, 이 학생의 편을 드시는 걸 보니 혹시 윤 교수님 친척인가요?”부영권이 입을 열자 윤도석은 곧바로 겁이 났다.진서준은 두렵지 않았지만 부영권은 두려웠다. 부영권의 한 마디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아뇨.
왕나연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러온 사람들 모두 진서준의 신분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진서준은 그들과 또래처럼 보였고 아무리 뒷배가 있고 뛰어나다고 해도 부영권만큼 대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누군가 진서준의 신분에 의문을 품자 부영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진서준 씨는 저보다 의술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서울 병원 특별 초빙 의사죠. 진서준 씨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면 우리 모두 자격이 없습니다.”왕나연은 멍청하긴 했지만 특별 초빙 의사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았기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의논이 분분했다.“세상에, 저 사람 부영권 선생님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데?”“아마 진짜일 거야. 부영권 선생님께서 직접 인정하셨잖아.”“저 사람의 눈에 든다면 평생 걱정할 필요 없겠어.”가태윤은 남다른 신분의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중얼댔다.“서준아, 지난 몇 년간 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왕나연은 계속 여기 있어봤자 나아질 건 없다는 생각에 진서준을 노려본 뒤 빠르게 떠났다.진서준을 비웃던 두 사람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왕나연이 처음부터 웃음거리가 되었기에 다른 학생들은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이어진 면접은 아주 빨랐다. 인맥을 이용하거나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전부 불합격이었다.가태윤은 비록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기초가 탄탄했고 진서준도 기꺼이 그를 도울 생각이었기에 순조롭게 합격할 수 있었다.면접이 끝난 뒤 부영권은 진서준에게 말했다.“신의님, 점심시간이 됐으니 같이 식사나 하시죠.”진서준은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태윤을 보고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부영권 씨. 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다음에 제가 살게요.”“네,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부영권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과 가태윤은 서울 병원 근처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가태윤은 두 사람의 잔을 채운 뒤 존경스러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개천에서 용 난다더니 너한테 딱 맞는 말 같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