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16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4-12 19:00:00
왕나연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러온 사람들 모두 진서준의 신분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진서준은 그들과 또래처럼 보였고 아무리 뒷배가 있고 뛰어나다고 해도 부영권만큼 대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누군가 진서준의 신분에 의문을 품자 부영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서준 씨는 저보다 의술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서울 병원 특별 초빙 의사죠. 진서준 씨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면 우리 모두 자격이 없습니다.”

왕나연은 멍청하긴 했지만 특별 초빙 의사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았기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세상에, 저 사람 부영권 선생님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데?”

“아마 진짜일 거야. 부영권 선생님께서 직접 인정하셨잖아.”

“저 사람의 눈에 든다면 평생 걱정할 필요 없겠어.”

가태윤은 남다른 신분의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중얼댔다.

“서준아, 지난 몇 년간 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

왕나연은 계속 여기 있어봤자 나아질 건 없다는 생각에 진서준을 노려본 뒤 빠르게 떠났다.

진서준을 비웃던 두 사람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

왕나연이 처음부터 웃음거리가 되었기에 다른 학생들은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

이어진 면접은 아주 빨랐다. 인맥을 이용하거나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전부 불합격이었다.

가태윤은 비록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기초가 탄탄했고 진서준도 기꺼이 그를 도울 생각이었기에 순조롭게 합격할 수 있었다.

면접이 끝난 뒤 부영권은 진서준에게 말했다.

“신의님, 점심시간이 됐으니 같이 식사나 하시죠.”

진서준은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태윤을 보고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영권 씨. 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다음에 제가 살게요.”

“네,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

부영권이 웃으며 말했다.

진서준과 가태윤은 서울 병원 근처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태윤은 두 사람의 잔을 채운 뒤 존경스러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더니 너한테 딱 맞는 말 같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17화

    술을 반병쯤 마시자 가태윤은 조금 전처럼 바짝 얼어있지 않고 한 손을 진서준의 어깨에 올려두며 친근하게 굴었다.“서준아, 나 곧 있으면 결혼한다.”가태윤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눈동자에서 감출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축하해. 일자리도 얻었고 네 반쪽도 찾았네.”진서준은 허사연을 떠올렸다.그는 내년에 신농산에 갔다가 돌아온 뒤 허사연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었다.“신부는 너도 아는 사람이야.”가태윤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반이었나 보네.”진서준은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고등학교 때 진서준의 반에는 미인이 꽤 많았다.그리고 여자는 원래 크면서 점점 더 예뻐지는 법이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들 모두 지금은 엄청난 미인이 돼 있을 것 같았다.“마연정이라고 기억해?”그 이름에 진서준의 표정이 굳으며 눈동자에 망설임이 스쳤다.진서준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그녀가 했던 짓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학교 폭력 같은 건 학교마다 있는 일이었다.고등학교 때 진서준은 학교 폭력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가태윤의 약혼녀 마연정은 다른 남학생들과 함께 진서준을 괴롭힌 적이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이 전해 듣기로 마연정은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를 많이 사귀어 봤었고 그중 잘생긴 선배들과는 잠자리까지 가졌다고 한다.물론 그것도 전해 들은 소문이라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마연정이 다른 남학생들과 함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힌 건 사실이었다.“기억하지. 마연정이 네 약혼녀야?”진서준이 의아한 얼굴로 가태윤을 바라보았다.“너 고등학교 때 마연정이랑 대화도 몇 번 못 해봤잖아?”“맞아. 내가 그때 쑥스러움이 많아서 여자애들이랑은 말도 잘 섞지 못했어.”가태윤이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고등학교 때 마연정과 말을 본 적은 열 번도 안 될 거야.”“그런데 어떻게...”진서준은 궁금해했다.고등학교 때 말도 몇 번 못 해봤는데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된 걸까?“그러고 보면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18화

    진서준은 미소를 띤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등학교 때 마연정 소문이 좋지 않았잖아.”“그건 다 예전 일이지. 다들 젊었을 때 못된 짓 한 사람들 좋아한 적 한 번씩은 있잖아.”가태윤은 개방적이었다.“나랑 만나면서 바람피우는 것만 아니면 돼!”가태윤의 태도를 본 진서준은 별말 하지 않았다....웨스트 팰리스 공사장.차에서 내리자 주혁구는 한겨울처럼 추웠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태양이 떠 있는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주혁구는 자신의 팔뚝을 문지르다가 초조한 얼굴로 현장으로 달려갔다.“대표님 오셨으니 빨리 비켜봐요!”현장 책임자와 작업반장이 주혁구를 보자 곧바로 노동자들을 향해 외쳤다.사람들은 대표님이 왔다는 말에 서둘러 주혁구에게 길을 내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제가 몇 번이나 강조했잖습니까.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주혁구가 화가 난 얼굴로 책임자를 향해 소리쳤다.책임자는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사람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아무리 불러도 멈추지 않고 20층에서 뛰어내린걸요!”주혁구는 그 말을 듣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곳에 가까이 다가간 그는 아침에 먹었던 것까지 토할 뻔했다.20층 정도 높이에서 추락한다면 사람이 다진 고기처럼 으깨질 수밖에 없었다.“이 사람 뛰어내렸다고 했죠?”주혁구는 창백한 얼굴로 당황한 듯 책임자를 바라보았다.“네, 위에서 뛰어내렸어요.”말을 마치자마자 한 노동자가 옆 건물을 가리켰다.“저기 봐요!”사람들은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옆 건물 15층에 한 사람이 나타난 걸 보았다.그 사람은 지저분한 작업복 차림에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있었기에 이 공사장의 노동자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어서 사람을 시켜서 저 사람 좀 말려봐요!”주혁구는 상황을 보더니 안색이 달라졌다.현장에서 이미 한 명이 죽었는데 또 한 명이 죽는다면 공사 기간이 지연될 것이다.심지어 그가 경매로 얻은 이 건물을 시공할 사람이 바뀔지도 몰랐다.노동자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19화

    현장을 떠난 주혁구는 우선 서울 병원으로 향했고 마침 병원을 돌아보고 있던 우성환과 마주쳤다.“원장님, 우리 아버지는 괜찮으시죠?”주혁구가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아버지가 아프고 현장에까지 문제가 생기니 주혁구는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런데 그 범인이 누군지는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회사가 커질수록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되는 법이다.요즘은 회사끼리의 경쟁이 전쟁터보다도 더 무서웠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거금을 들여 킬러를 고용하기도 했다.“진 선생님이 직접 나서주셨으니 당연히 괜찮으시죠.”우성환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그분은 지금 어디 계시죠? 직접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주혁구가 말했다.“진 선생님께서는 이미 떠나셨어요. 그리고 직접 감사 인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 선생님은 의술이 뛰어나실 뿐만 아니라 덕성도 훌륭하시거든요!”우성환이 태연한 얼굴로 진서준을 추켜세웠다.현재 우성환의 마음속에서 진서준의 지위가 부영권보다 더 높았다.조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은 진서준이 홀로 십여 명의 노인을 구했다는 말을 듣고 언젠가 그를 직접 만나서 칭찬하겠다고 했다.“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그분을 뵙고 싶네요.”주혁구는 두 눈을 빛내면서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현재 그는 자주 출장을 갔기에 그의 아버지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신의가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진 선생님은 그렇게 쉽게 뵐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우성환이 미리 주의를 주었다.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니었다면 진서준은 서울 병원으로 와서 우성환을 도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괜찮습니다. 원장님께서 연락처만 알려주신다면 제가 직접 약속을 잡을게요.”주혁구가 씩씩하게 말했다.비즈니스를 하는 그가 보기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었다.그는 자신이 돈을 많이 준다면 진서준이 틀림없이 자신을 만나줄 거로 생각했다.“알겠어요.”우성화는 진서준의 전화번호를 주혁구에게 알려주었다.전화번호를 얻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20화

    겨우 20대인 청년의 의술이 뛰어나봤자 얼마나 뛰어나겠는가?“차는 수리 맡겼으니 배상할 준비나 하세요.”병원에서 나온 뒤 진서준은 조성우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사람을 시켜 망가진 마이바흐를 트레일러로 끌고 가라고 했다.수리할 수 있으면 수리하고 고칠 수 없으면 한 대 살 생각이었다.물론 수리비는 주혁구가 내야 했다.“배상은 무슨!”주혁구가 욕을 했다.“난 돈을 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에겐 안 줄 거예요!”말을 마친 뒤 주혁구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주혁구는 친구에게 연락했다.“지훈이 형, 형 남주성의 권해철 마스터와 아는 사이라면서? 연락 좀 해줄 수 있겠어? 우리 현장에 문제가 좀 생겼거든.”주혁구는 귀신 같은 건 믿지 않았다.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고 나니 귀신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뭐라고? 권해철 마스터가 지금 서울에 있다고? 잘됐네! 그러면 부탁할게. 일 다 해결하고 나면 내가 제대로 보답할게.”전화를 끊은 뒤 주혁구는 흥분한 얼굴로 병원을 떠났다.그는 진서준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서준아, 왜 그래? 왜 그렇게 화가 났어?”진서준이 화가 난 듯 보이자 가태윤이 서둘러 물었다.“별거 아니야. 화 안 났어.”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주혁구의 말투와 태도에서 그가 잘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은 그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현재 서울시의 상류층들은 다들 진서준을 존경했기 때문이다.차 수리비는 반드시 한푼도 빼먹지 않고 다 받아낼 생각이었다.“서준아, 저녁에 시간 되면 마연정이랑 같이 만날래?”가태윤이 웃으며 물었다.“좋아. 그러면 나한테 연락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약속한 거야!”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가게를 떠났다.두 사람이 가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서준은 누군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음을 눈치챘다.진서준은 차갑게 웃더니 일부러 인적이 드문 작은 골목길로 들어갔다“이 자식, 어디로 가는 거야?”골목길에 건장한 두 사람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21화

    급브레이크 소리도 윤서호 등 이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건달 몇몇이 진서준을 가운데 끼고 앞뒤로도 꼼짝 못 하게 하려던 그때 골목에서 복잡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안에 있는 x끼들아, 잘 들어.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튀어나와!”굵직한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순간 윤서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인마, 너 경찰 불렀어?”그러자 진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경찰이 저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거 알 텐데.”윤서호는 화를 내려다가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골목 맞은편에서 검은 옷차림의 십여 명이 칼을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어찌나 살기등등한지 딱 봐도 진짜 건달 같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도 검은 무리가 나타났다.갑자기 동시에 나타난 검은 무리를 본 윤서호의 낯빛이 잿빛이 되었다.“여보, 저 사람들은 누구야?”왕나연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마구 밀려왔다. 무척이나 여유로운 진서준의 모습을 보자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설마 진서준이 부른 사람들은 아니겠지?’이 사람들이 누구 편인지 한창 고민하던 그때 조금 전 큰소리로 외쳤던 건장한 남자가 왕나연과 윤서호의 뒤에 나타났다.퍽!한은호는 윤서호를 가차 없이 발로 차버렸다. 윤서호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왕나연도 함께 칠팔 미터 날아갔다.윤서호가 데리고 있던 건달들은 한은호를 보자마자 감히 숨소리도 내질 못했다. 그들은 한은호를 본 적이 있었고 한은호의 신분과 명성을 익히 들었다. 호스텔 그룹과 비교하면 그들은 정말 한낱 개미 새끼에 불과했다.한은호는 바닥에 널브러진 윤서호와 왕나연을 밟고 지나 진서준에게 다가가더니 허리 굽혀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서준 씨. 저희가 늦었어요.”그러자 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너무 늦은 건 아니야.”말을 마친 진서준은 넋을 놓은 왕나연과 윤서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바닥에 누운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았다. 입을 어찌나 쩍 벌렸는지 주먹이 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22화

    “무슨 얘기?”진서준의 싸늘한 눈빛에 왕나연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서준 씨, 이년이 무슨 중요한 얘기가 있겠어요? 그냥 몸으로 서준 씨를 유혹하려는 거겠죠.”윤서호가 다급하게 말했다.“웃기고 있네. 서준 씨가 너 같은 년을 쳐다나 보겠어?”옆에 있던 한은호가 코웃음을 쳤다. 왕나연의 얼굴에 멋쩍은 기색이 스치더니 진서준을 보며 말했다.“진서준, 내가 이 얘기를 하면 날 풀어줘. 어때?”“그건 네가 하려는 얘기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달렸지.”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만약 중요하지 않다면 진서준은 왕나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은호에게 맡겼을 것이다.“예전에 대학로에서 봤던 그 여자 네 여자친구지?”왕나연이 물었다.“그래. 그런데 그건 왜?”진서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장혜윤이 네 여자친구를 납치하겠다고 사람을 찾았어.”왕나연이 말했다.“뭐?”순간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가 진서준의 가슴에서 활활 타올랐다. 진서준은 누가 그의 가족을 건드리면 절대 참지 않았다.허사연이 아직은 그저 진서준의 여자친구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가족이 될 것이다.지난번 진서라가 납치된 후로 진서준은 가족을 건드린다면 절대 참지 않겠다고 했었다. 상대가 누구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으악!”진서준의 기세에 화들짝 놀란 왕나연은 소리까지 지르며 연신 뒷걸음질 쳤다. 왕나연은 자신이 진서준 앞에서는 한낱 개미 새끼에 불과하다는 걸 느꼈다. 진서준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누굴 찾았는데?”진서준은 왕나연을 보며 마음속의 살기를 최대한 억눌렀다.“나도 누군지 몰라. 어제 혜윤이랑 밥 먹었는데 나에게 그 얘기 하더라고. 그때 가서 재미난 구경 같이하자고 했어...”왕나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녀의 말에 진서준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당장 장혜윤을 불러내.”“알았어. 전화할게. 하지만 그전에 날 풀어줘.”“넌 나와 협상할 자격도 없어.”진서준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왕나연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23화

    어느 어둡고 습한 방.허사연의 두 눈이 얇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어 움직이고 있는 몇 사람만 어렴풋이 보였다.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허사연은 알 리가 없었다. 비록 지금 허씨 가문이 많이 발전하여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것 같지만 사실 적지 않은 경쟁자가 숨어있었다.2년 전 허사연이 허성태의 손에서 사해 그룹을 물려받을 당시 일주일에 다섯 번의 교통사고와 여섯 번의 납치를 당했었다. 그리고 독을 타는 등 파렴치한 수단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이번에 상대가 납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허사연이 너무 방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시기에 죽을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녀를 건드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지금 그녀는 진서준의 여자친구이다. 신분이 사해 그룹 회장보다도 더 고귀했다. 남주성에서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동철 형님, 이 여자 생긴 게...”방 안, 동철 형님이라 불리는 중년 남자가 부하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마동철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이곳에 오기 전 유지수는 그에게 허사연의 신분을 얘기해줬었다. 서울시 사해 그룹의 현 회장이자 허씨 가문의 큰아가씨라고 했다.그들이 비록 나쁜 짓을 일삼는 강도들이긴 하지만 생각이라는 게 있긴 있었다. 만약 진짜로 허사연을 건드렸다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유지수가 그들에게 허사연을 거의 반 죽여놓으라고 분부하긴 했지만 마동철은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돈에 눈이 멀진 않았다.마동철에게 한 소리 들은 남자는 주눅이 들어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허사연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욕망이 가득했다.“허사연 씨, 사연 씨를 뭐 어쩌려고 데려온 게 아니야.”마동철은 실실 웃으면서 허사연의 앞으로 걸어갔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할 얘기 있으면 그냥 해.”허사연은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경호원이 무조건 진서준과 그녀의 아버지에게 보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24화

    “알았어. 지금 당장 알아보라고 할게.”분부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성태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된 번호였다.“받으세요. 다 들리니까 스피커폰으로 할 필요 없어요.”진서준이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받자 마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허성태 씨, 그쪽 딸이 지금 내 손에 있어. 딸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이틀 내로 현금 천억을 준비해. 룰은 당연히 알겠지? 경찰에 신고한다면 다신 딸을 볼 수 없을 거야.”그러자 허성태가 바로 큰소리로 말했다.“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까 내 딸만 다치게 하지 말아요.”“그래. 이틀 후에 연락해.”허성태는 전화를 끊고 진서준의 눈치를 살폈다. 진서준의 표정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상대가 왜 돈을 요구하는지 진서준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장혜윤은 분명 진서준과 허사연에게 복수하려고 사람을 찾았을 텐데.“장혜윤이 사람을 찾아서 사연 씨를 납치하게 한 거니까 지금 납치범을 만나러 가는 길일 거예요. 장혜윤의 위치만 알아낸다면 사연 씨를 구할 수 있어요.”진서준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장혜윤이 누구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허성태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사해 그룹의 경쟁자가 많고도 많았지만 장혜윤이라는 여자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찮은 여자일 뿐이에요.”냉랭하게 말하는 진서준의 두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이번 일로 장혜윤은 진서준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장혜윤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아주 가차 없이 죽여버릴 것이다.‘감히 내 가족을 건드려? 그럼 죽음뿐이야!’...장혜윤은 마동철이 보낸 주소를 받고 허사연이 납치된 곳에 도착했다.머리가 나름 똑똑한 마동철은 허사연을 교외로 데려가지 않고 서울시 노성동의 옛 골목거리로 데려왔다.오래된 골목이라 공간이 협소했고 쉽게 쳐들어올 수 없었다. 허성태가 그들의 위치를 찾아낸다고 해도 짧은 시간 내에는 그들의 방어선을 뚫기 어려울 것이다.노크 소리가 들리고 암호를 주고받고 나서야 방문이 열렸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0화

    황예은이 옷을 다 갈아입자 서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서준아, 예은 언니가 좀 화난 것 같으니까 이따가 해명할 때 되도록 조심해.”서지은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알았어.”진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되새겼다.만약 상대가 너무 무례하게 굴면 진서준도 결코 양보하며 자세를 낮추지 않을 예정이었다.문제는 자기가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들어간 게 아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황예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진서준 씨, 아까 지은한테서 들었는데, 진서준 씨가 저를 구했다고 하던데요.”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눈빛과 태도는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고압적이었다.이는 오랫동안 높은 자리를 지키며 형성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황경영이 대한민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황예은은 회사 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회사의 지도자, 그것도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러니 황예은의 성격도 강인하고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황예은이 이사장으로 올라간 후, 회사 내에서 황예은의 이름만 들어도 직원들이 벌벌 떨곤 했다.“맞아요. 제가 구했습니다.”진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앉고 나서야 진서준은 후회했다.황예은이 입은 옷은 목선이 매우 낮았다.비록 황예은이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이 진서준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왔다.당혹한 모습을 감추려고 진서준은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황예은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대화할 때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진서준이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을 보자 황예은의 마음속에서 잠잠했던 분노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 씨는 다른 사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9화

    별장에서 황예은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옷이 거의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상반신에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 속옷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이 속옷은 서지은이 가져온 속옷이었고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새것이었다.그리고 하반신에는 아까 진서준이 마사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두 여자는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황예은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남자를 보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황예은의 차가운 눈빛만으로도 지금 심정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황예은은 자기 알몸을 보고 있는 이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사실 이번이 진서준에게 두 번째로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순간이란 걸 몰랐다.“서준아, 왜 노크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어...”서지은이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지은은 진서준이 약왕 이용진과 저녁 식사를 오래 하고 밤늦게나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진서준이 너무 일찍 돌아온 것이다.“언제까지 더 볼 생각이야?”황예은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코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린 뒤 말했다.“먼저 나가 있을게. 옷을 다 갈아입었으면 날 불러.”진서준이 나간 뒤, 황예은은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야?”“진서준이에요. 제 남자친구거든요.”서지은이 솔직하게 대답하며 한마디 보탰다.“예은 언니, 사실 언니 목숨도 진서준이 구한 거예요.”그 말을 듣자 황예은의 눈에서 뿜어나오던 냉기가 다소 누그러졌다.어쨌든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너무 차가운 태도로 대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황예은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내 옷은 네가 벗긴 거야?”서지은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서준이 언니를 치료할 때 상황이 너무 위급해서 먼저 언니를 여기 데려온 거예요. 나도 여기 들어와 치료 과정을 볼 때 서준이 언니를 추행하는 줄 알았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8화

    지금까지도 진서준은 박씨 가문의 의도가 오리무중이었다.하지만 박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진서준의 우선순위는 약재를 구하고 모든 정력을 간첩을 잡는 데 쏟아부어야 했다.호텔을 떠난 진서준은 이용진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30여 분을 달린 끝에 진서준 일행은 마침내 이용진의 장원에 도착했다.이용진의 장원 면적은 서씨 가문 것만큼 크지 않았지만 화려함만큼은 서씨 가문을 능가할 기세였다.각종 명인의 고화와 진귀한 보물들이 온 사방에 진열되어 있었다.이 모든 보물은 하나하나가 최소 10억 이상의 진품이었고 적어도 진서준이 자세히 살펴본 결과 위조품은 하나도 없었다.이 보물들만 해도 자산 가치가 조 단위를 뛰어넘을 될 터였다.“용존님,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이용진이 호탕한 어조로 말했다.“난 이런 것들에는 관심 없습니다.”진서준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군요...”이용진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돈을 통해 진서준과의 관계를 더 가까이 만들고자 했던 이용진의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진서준과 친분이 두터워지면 나중에 치료를 부탁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이용진의 속셈을 꿰뚫어 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약왕님 체내 내상이 다 나으면 매주 두 번씩 무도를 연마하고 한 달에 다른 사람과 한 번 실력을 겨루는 수준으로 수련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약왕님 무도 실력도 늘어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앞으로 꼭 용존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이용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수많은 별장을 지나 진서준은 이용진을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한 냉장실로 들어갔다.냉장실 안에는 사람 키 절반 정도 되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각 기둥 위에는 희귀한 약재들이 놓여 있었고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었다.진서준이 자세히 둘러보니 여기에 진열된 약재는 성약당의 것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희귀성만큼은 성약당을 훨씬 뛰어넘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7화

    이 사람은 바로 어제 서울시에서 체포되었던 박운기였다.진서준 역시 이렇게 빨리 박운기를 다시 마주칠 줄은 몰랐다.“운기야, 저 사람 알아?”무리의 선두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박운기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바로 저놈이 사람들을 이끌고 내 계획을 망쳤습니다.”박운기가 이를 갈며 말했다.만약 진서준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박운기의 계획은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그랬다면 박씨 가문으로 돌아갈 때는 차가운 시선 대신 온갖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이번에 서울시에서의 임무를 맡기 위해 박운기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경쟁했다.모두가 보기에 이 임무는 그야말로 공을 세우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쉬운 임무를 박운기가 망쳐버렸다.망친 것도 모자라 박씨 가문은 관계를 동원해 박운기를 구출해야만 했다.공을 세워야 할 장사가 완전히 손해만 본 장사로 탈바꿈한 것이다.박씨 가문의 계획을 망친 장본인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자 중년 남자는 진서준을 쓱 훑어보고는 냉랭하게 비웃었다.“전설 속의 용존님,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시는군요.”진서준은 그 남자를 힐끗 보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중년 남자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잠깐 스쳤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약왕님은 언제부터 용존님과 친구가 되셨습니까?”중년 남자는 이용진을 발견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박재명, 분명히 말해두지. 용존님 일은 바로 내 일이야. 감히 용존님에게 시비를 걸려고 한다면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용진이 싸늘하게 대응했다.박재명은 박씨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자가 아니었다.그는 단지 박서명의 넷째 동생일 뿐이었다.그래서 이용진은 굳이 박재명을 깍듯하게 모시며 아부할 필요가 없었다.이용진의 말에 박재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약왕님, 굳이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박씨 가문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이용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6화

    “당연히 가능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애초에 병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용존님.”그러자 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직은 섣불리 고마워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 이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돕겠습니다!”이용진이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제가 약왕인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면 당연히 약재 때문이죠.”진서준은 차분하게 진서라의 체내 독소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약재를 설명했다.이용진은 그 얘기를 들은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용존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용존님이 언급하신 약재 중 혈령지는 제 약재 창고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약재는 아쉽게도 제 창고에 없습니다.”“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확보했으니 오늘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얼마면 되겠습니까? 시세대로 구매하겠습니다.”이용진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존님, 가격을 말하는 건 제게 따귀를 날리는 겁니다. 용존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약재 창고에 나머지 세 가지 약재가 있었다면 전부 무료로 드렸을 겁니다.”이용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나오자 진서준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혈령지 하나를 받는 건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었다.“용존님, 급하지 않으시다면 식사를 마친 후 제가 약재 창고로 가서 혈령지를 가져오겠습니다.”이용진의 제안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곽 선생님, 어서 앉으시죠.”이용진은 웨이터를 불러 이곳의 대표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이 대표 요리들만 해도 가격이 2억을 넘겼다.일반인 한평생 월급을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만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려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5화

    이용진은 평생 실력이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청년을 본 적이 없었다.자기를 지키는 두 호위가 반응할 틈조차 없이, 아니, 심지어 방어할 기회도 없이 한순간에 당하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곽윤상 역시 진서준이 갑자기 공격을 시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해명할 기회가 생겼다.“약왕님, 이분은 바로 국안부 용존님이십니다.”곽윤상이 재빨리 이 틈을 이용해 설명했다.“뭐라고? 네가 바로 그 용존이라고?”이용진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용존이라는 이름은 이미 명주시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대다수 명주시 명문대가는 이 절세 천재를 돈으로라도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진서준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진서준이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존이라는 봉호를 받은 인물이니 앞으로 거의 3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서준과 겨뤄볼 만한 상대가 있을 리 없었다.심지어 4대 은거 문파조차도 진서준에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보시다시피 용존이 틀림없습니다.”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처음부터 용존이라는 신분을 밝혔다면 이용진은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이 나이에 육급 절정의 대종사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진서준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이용진은 이제야 이 청년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용존님, 방금 제가 무례했던 점은 널리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약왕 이용진은 몸을 약간 숙이며 진서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조금 전의 거만했던 태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용진은 곽윤상이 명주시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질책했었다.그런데 3분도 안 돼 본인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이용진은 지금 누군가가 그에게 귀싸대기라도 날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약왕님, 앉으세요.”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4화

    이용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놀라운 기색이 담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서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당신이 한 얘기는 전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체내에 숨은 질병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 오는 날씨에 수련을 하다 보면 체내 강기를 돌릴 때 복부 아래쪽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 통증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요. 설령 신경이 쓰여 의사를 보인다고 해도 보통 의사라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정밀한 장비로도 알아내기 어렵겠죠.”진서준의 이 말에 이용진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진서준은 정확히 이용진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지난 2년 동안, 비만 오면 이용진은 온몸이 불편해졌다.특히 강기를 돌릴 때면 복부 아래쪽에서 은은하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처음에는 이용진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러나 점점 이상하다고 느껴져 성약당의 장로까지 불러 진찰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그런데 진서준이 오늘 초면에 단번에 이 문제를 짚어내자 이용진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이용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묻자 진서준은 태연히 대답했다.“당연히 당신 얼굴을 보고 알았죠.”“얼굴을 본다고 어떻게 알 수 있어?”이용진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고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터무니없군. 성약당의 장로조차 알아내지 못한 문제를 네가 단번에 알아냈다고?”이용진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봐 청년, 솔직하게 말해. 내 곁에 내통자를 심어 놓은 게 아니야?”명주시에서 이용진 같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은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했다.다시 말해 억울한 사람 천 명을 죽이더라도 내통자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태도가 생존의 비결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명주시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이용진 곁의 두 대종사도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3화

    ‘이 녀석 미쳤나?’방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이용진이 누구인가? 바로 명주시에서 누구나 다 아는 약왕이었다.전국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의 귀한 약재는 약왕의 손을 거친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병에 걸릴 수 있을까?더군다나 매일 약재를 다루는 약왕에게 병이 있다면 명의들이 못 알아챘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진서준이 이용진에게 병에 걸렸다고 말한 건 미친 소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소리였다.“이봐, 넌 지금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지 알고는 있나?”이용진의 얼굴은 어둠 그 자체였다.그는 이곳에서 꼬박 30분 넘게 기다렸다.그런데 자기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장본인이 고작 이런 애송이였고 오자마자 병이 있다며 모욕까지 했다.평소 인내심이 깊고 신사적이던 이용진도 이 순간만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용진의 분노를 눈치채자 곽윤상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겁에 질려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당겼다.하지만 진서준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태연히 이용진 맞은편에 앉아 스스로 차를 따라 마셨다.진서준의 이 태연한 모습에 이용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아무래도 이 청년은 약왕인 이용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난 똑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아요.”진서준은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이용진 오른쪽에 앉아 있던 대종사가 비웃으며 말했다.“약왕님은 무공을 수십 년간 연마하셨고 이미 종사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야. 병에 걸렸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진작 발견되었을 거야. 허튼소리도 정도껏 해야지.”보통 종사 경지에 오른 무인은 병에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무인의 근육, 뼈, 혈액은 이미 평범한 인간을 초월했기에 체내 바이러스조차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종사 무인이 병에 걸릴 경우라면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난치병이거나 중독이거나 아니면 심각한 내상이 있을 경우였다.하지만 이용진은 이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난치병은커녕, 누군가의 독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2화

    “여기는 국제적인 대도시잖아요.”곽윤상도 감탄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교내 미인 대회에 나가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 안내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손님, 저희 호텔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사나 숙박을 원하시면 회원 자격이 필요합니다.”곽윤상은 군말 없이 금박으로 장식된 카드를 꺼냈다.여성 안내원은 카드를 꼼꼼히 확인한 뒤,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곽 선생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이미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꼭대기 층의 5번 방입니다.”곽윤상의 말에 여성 안내원이 대답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겠습니다.”여성 안내원은 프런트로 가서 예약 사항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꼭대기 층으로 가는 직행 엘리베이터는 총 네 대였고 속도는 어마어마했다.무려 300미터의 높이를 단 20초도 되지 않아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눈앞의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멀리 보이는 구름층과 자기와 나란히 있는 듯한 달빛이 시야에 들어와 하늘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진 마스터님, 여긴 어떠십니까?”곽윤상의 질문에 진서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내가 가본 레스토랑 중 가장 호화로운 곳 중 하나로군요.”“그렇긴 하죠. 이 호텔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곽윤상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이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회원이어야 하는데 꼭대기 층에 오고 싶다면 일반 회원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골드 회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골드 회원권을 발급받는 데만 200억이 필요합니다.”골드 회원권이 200억이나 한다는 말에 진서준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그럼 일반 회원은 얼마인가?”“10 억입니다.”곽윤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돈은 카드에 적립되는 게 아니라 그냥 회원권 발급 비용일 뿐입니다.”그 말을 듣고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전국을 통틀어도 이런 가격을 자신 있게 책정하는 곳은 명주시의 호텔들뿐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