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우리가 이 년을 잡았어요. 지금 어떻게 할까요?”강은우는 부하가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그러자 진서준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은우를 쏘아보았다.진서준은 청각이 매우 예민했기 때문에 그들의 통화 내용을 전부 들었다.“혹시 사람을 시켜 그 여자를 잡으라 했어요?”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제가... 제가 당장 사람을 풀어주라고 할게요!”강은우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풀어 주기만 하면 다예요? 나랑 같이 가서 사과해요.”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네...”진서준은 강은우보고 먼저 내려가서 차 안에서 기다리라 했다.“서준 씨가 저 사람들과 함께 가서 뭐 해요? 사과해야 할 건 저 사람들인데.”허사연은 진서준이 배수정과 만나는 걸 원치 않았다.혹시 배수정이 진서준에게 호감을 느낄까 봐 걱정했다.배수정이 진서준을 마음에 두게 되면 정말 골치 아플 것 같았다.“저 사람들만 가면 배수정 씨가 놀랄까 봐요.”진서준이 웃으며 설명했다.“설마 서준 씨가 그 배수정 씨를 만나고 싶은 건 아니겠죠?”허사연이 진서준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물론 아니죠!”진서준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배수정이 아무리 이쁘다고 해도 지금 진서준의 마음속에는 허사연 한 여자뿐이었다.“제가 어떤 사람인지 사연 씨는 잘 알잖아요.”진서준이 말하며 미소를 짓자 허사연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너무 잘 알고 있는데 자꾸 다른 여자가 서준 씨를 꼬시잖아요.”그녀의 말에 진서준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분은 대스타인데 어떻게 날 꼬실 수 있겠어요. 설마 꼬신다 해도 저는 사연 씨 한 사람뿐이에요.”허사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저도 그냥 해본 소리예요. 저 사람들과 사과하고 빨리 집에 돌아가세요. 어머님과 서라 씨가 걱정하겠어요.”“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요. 서준 씨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진서준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허사연은 갑자기 그의 손을 잡았다.
배수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도 줄곧 지조를 지켜왔다.유명한 영화감독들이나 작가들은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으나 그녀는 전부 무시했다.하지만 오늘 강은우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질 것 같았다.“수정 씨, 제가 부탁할게요. 이따가 강 회장님이 뭘 시키면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아니면 우리 둘 다 죽어요!”박소진은 배수정에게 빌었다.박소진도 몇 년 전에 연예계에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러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매니저로 전업했다.만약에 오늘 밤에 강 회장의 미움을 사게 된다면 그녀의 가정과 사업은 모두 망가질 것이다.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을 보자 배수정과 박소진은 어리둥절해졌다.“서준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들어 온 사람이 진서준인 것을 본 배수정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바로 사라졌다.“서준 씨,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 강은우가 곧 올 거예요.”그러자 박소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여기에 남아야 해요. 이따가 오늘 절에서 있었던 일을 강 회장님께 직접 사과하세요!”박소진은 진서준을 희생양으로 삼고 싶었다.그녀는 강은우에게 오늘 일을 망친 사람이 바로 진서준이라고 알려줄 계획이었다.그러자 진서준은 차갑게 박소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수정 씨, 매니저를 바꿀 때도 된 것 같아요.”배수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말했다.“서준 씨,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지금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매니저를 바꾸든 말든 다 뒷얘기였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룸 안으로 들어왔다.“들어오세요.”배수정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입구 쪽을 보았다.곧이어 강은우가 안으로 걸어들어왔고 그가 입은 검은색 양복은 피로 물들어서 새빨개졌다.이 상황을 본 배수정과 박소진은 멍하니 서 있었다.더욱 믿기지 않는 것은 강은우가 심지어 허리를 굽혀 두 사람에게 공손히 사과했다.“수정 씨,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
배수정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의문은 하나뿐이었다. 눈앞의 청년은 과연 누구일까?“진서준이라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에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어 보였다.배수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평범한 사람이 강은우 같은 거물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겠는가?진서준이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배수정은 더 묻지 않았다.“감사해요, 진서준 씨. 절 또 한 번 구해주셨네요.”배수정은 진서준의 앞으로 걸어가서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별말씀을요.”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쉬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미련 없이 떠났다.진서준이 단호히 떠나자 배수정은 어쩐지 아쉬웠다.“수정아, 아까 언니는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매니저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생각은 아니지?”박소진은 서둘러 사과하며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난 이미 결혼했어. 집안에 모셔야 할 집안 어른들도 있고 아이도 있어. 절대 이 일자리를 잃을 수는 없다고!”박소진은 배수정의 매니저를 하면서 매달 꽤 많은 월급을 받았다.만약 배수정이 매니저를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면 월급 또한 확 줄어들 것이다.배수정은 박소진의 애원을 듣자 그녀가 혐오스러웠다.오늘 일을 통해 그녀는 박소진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박소진은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배수정이 강은우와 잠자리를 가지게 하려 했으니 말이다.배수정은 이런 사람을 계속 자신의 곁에 둘 생각이 없었다.배수정은 지금 당장 박소진과 얼굴을 붉힐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회사로 돌아간 뒤 박소진을 내쫓을 생각이었다.“알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배수정이 말했다.배수정의 말에 박소진은 안도했다.그녀는 다시 잔머리를 굴렸다.“수정아, 너 진서준이라는 청년이랑 자주 연락하면서 그의 신분과 배경을 알아봐.”배수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알고 싶으면 언니가 직접 알아봐요.”“너도 참, 언니는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네가 그 청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아침 다섯 시가 채 안 된 시각, 서울 병원 꼭대기 층 중환자실 밖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새로 부임한 서울 병원 원장 우성환도 그곳에 있었다.우성환은 정운 병원의 원장이었었는데 저번에 진서준이 정운 병원에서 김명진을 구한 일로 김풍이 감사하다면서 서울 병원 원장을 시켜줬다.비록 같은 원장이지만 정운 병원 원장과 서울 병원 원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만약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려고 했다면 그는 아마 평생 서울 병원의 원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왜 다들 말이 없죠? 방법이 없는 건가요?”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우성환은 조금 화가 났다.병실 안의 환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보낸 환자였다.만약 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원장이 우성환이 책임을 져야 했다.“원장님,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유일한 희망은 부 선생님을 모셔 오는 것뿐입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입을 열었다.그가 말한 부 선생님은 강남 제일의 명의 부영권이었다.“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이 부영권 선생님께 부탁드려야겠군요.”우성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조용한 곳으로 가서 부영권에게 연락했다.부영권은 매일 아침 아주 일찍 깨어났다. 우성환이 그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마침 세수를 마쳤다.“우 원장님, 무슨 일이죠?”“선생님, 우리 병원에 치료하기 까다로운 환자가 한 명 왔습니다. 병원의 모든 의사가 속수무책이라 선생님께서 한 번 와주셨으면 합니다.”우성환은 정중하게 말했다.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였기에 부영권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래요. 지금 당장 가볼게요.”전화를 끊은 뒤 우성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부영권이 온다면 환자의 병이 반드시 나을 거로 생각했다.십여 분 뒤 부영권이 특별 병실에 도착했다.“부 선생님!”사람들은 부영권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부영권은 의학계에서 대단한 사람이었고 모든 의사가 그를 존경했다.“환자는 어디 있죠?”부영권은 그들과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곧바로
사람들은 부영권이 눈을 뜨자 그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부영권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괜찮아졌습니다.”“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처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우성환이 서둘러 반재윤 처장에게 연락했다.전화 건너편, 반재윤은 부영권이 환자를 살렸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말했다.“우 원장님, 부영권 선생님께 일단 떠나지 말라고 하세요. 다른 병원에 그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거든요.”우성환은 그 말을 듣자 얼이 빠졌다.“환자가 몇 명쯤 더 있는 거죠?”“최소 스무 명이요.”반재윤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많다고요? 반재윤 선생님은 조금 전 진단할 때 독에 당한 거라고 하셨습니다.”우성환이 반재윤에게 설명했다.반재윤이 말했다.“그들 모두 같은 노인복지시설 노인들이에요...”우성환은 그 순간 왜 이렇게 많은 노인이 중독됐는지 깨달았다.범인은 그들의 밥이나 물에 독을 탔을 것이다.“부영권 선생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우성환은 서둘러 병실로 돌아가 조금 전 반재윤 처장에게서 들은 말을 부영권에게 전했다.부영권은 그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구기며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스무 명이요? 지금 제 실력으로는 많아서 다섯 명밖에 더 구하지 못합니다.”부영권이 다섯 명밖에 더 구하지 못한다고 하자 우성환은 애가 탔다.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진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해야겠어요!”부영권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진 선생님이라는 분 혹시 진서준 씨인가요?”“네, 설마 아는 분이십니까?”“하하, 신의인 진서준 씨가 있다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걱정하던 부영권은 곧바로 표정을 풀면서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다른 이들은 진서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부영권이 진서준을 신의라고 부르자 다들 궁금해졌다.“하지만 아직은 좀 이르군요. 진서준 씨께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겁니다.”“그러면 잠시 뒤에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환자들은 아직 상태가 괜찮거든
진서준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서울 병원으로 달려 들어갔다.차에 치여서 엉망이 된 마이바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대머리 남자는 진서준의 거만한 모습에 냉소를 금치 못했다.“성깔이 있네. 하지만 이렇게 성깔을 부릴 수 있을 정도의 뒷배경이 있을지는 모르겠어.”대머리 남자도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차에 탔다. 그는 조금 구겨진 차를 타고 사거리를 떠났다.몇 분 뒤 진서준은 서울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마침 병원 로비에 도착한 진서준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을 마주쳤다. 여자는 진서준과 갈등이 있었던 왕나연이었다.저번에 강호걸에게 문제가 생긴 뒤로 왕나연은 더는 그와 연락하지 않았다.왕나연 곁의 청년은 그녀가 최근에 작업을 건 재벌 집 자제로 그의 아버지는 서울 병원 외과 교수였다.왕나연은 남자 친구의 인맥을 통해 서울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졸업한 후 이곳에서 근무할 생각이었다.서울 병원은 문턱이 아주 높았다. 국내 명문대 졸업생이 아니거나 인맥이 없다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진서준,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진서준을 알아본 왕나연은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진서준이 짜증스레 말했다.“네 병원도 아니고 내가 여기에 오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지?”“하하, 어이가 없네.”왕나연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곁에 있는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남자 친구 아버지가 이 병원 교수거든. 이 병원의 일들은 교수들 마음대로야.”평범한 차림새의 진서준을 본 윤서호의 눈동자에 경멸이 스쳤다.“나연아, 이 남자 누구야?”“예전에 나한테 고백했었는데 내가 거절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날 때렸어!”왕나연은 없는 말을 지어내며 윤서호의 손을 빌려 진서준에게 복수하려 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냉소를 머금었다. 그는 급하게 반박하지도 않았다.윤서호는 지금 왕나연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기에 진서준이 왕나연을 때린 적이 있다는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왕나연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었다.
원장은 그들이 조금 전 내쫓은 젊은이에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그 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을 봤을 때와 똑같았다.“조금 전 누가 진서준 씨를 내쫓으라고 한 거죠?”우성환은 경비원들의 앞에 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윤 교수님 아들이었습니다.”한 경비원이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그래요.”우성환은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진서준 씨, 일단 환자부터 구해주세요. 이 일은 제가 꼭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우성환이 말했다.“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곧바로 꼭대기 층에 있는 중환자실에 도착했다.출근해야 하는 의사를 제외하고 다른 의사들은 전부 이곳에 있었다.원장의 뒤에 젊은이 한 명이 있는 걸 본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저 청년은 누굴까요?”“원장님 친척 아닐까요? 아마 이 일을 빌려서 자기 친척을 우리 병원에서 근무시킬 생각이겠죠.”“쳇, 병원에서는 인맥 같은 거 이용하면 안 된다고 하더니 본인이 그러네요.”사람들이 수군덕대고 있을 때 진서준을 알아본 부영권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신의님!”경멸에 찬 표정이던 사람들의 입이 순간 떡 벌어졌다.‘신의라니? 이 청년이 신의라고? 거짓말이겠지!’부영권은 진서준의 앞에 서서 공손히 그와 악수했다.“부영권 선생님,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시면 돼요. 신의라고 부르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는 신의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이죠!”부영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곧이어 그는 부끄러운 듯 말했다.“제가 무능하여 병실에 있는 환자들을 전부 구할 수는 없는지라 이렇게 신의님을 모시게 됐습니다.”부영권은 여전히 호칭을 바꾸지 않았고 진서준도 그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환자는 어디 있죠? 안내해 주시죠.”진서준이 말했다.“여기 있습니다.”우성환과 부영권은 진서준을 데리고 아주 큰 병실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십여 명의 안색이 창백한 노인이 누워있었다.노인들은 전부 독에 당
뒷모습을 봤을 때, 주혁구는 안에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의 나이가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우 원장님, 저 의사 선생님 이름이 뭡니까? 의술이 뛰어나신가요? 제 아버지 병을 치료할 수는 있는 건가요?”연이은 질문에서 그가 진서준을 불신한다는 걸 누구든 눈치챌 수 있었다.다행히 중환자실은 방음이 좋았다. 방음이 좋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주혁구 씨, 진 선생님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의술로서는 강남 최고입니다!”우성환은 진서준을 최고라 일컬었다.“강남에서 제일 뛰어난 의사는 부영권 선생님 아니신가요?”주혁구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의문을 표했다.이때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부영권이 다가왔다.“예전이었다면 제 의술이 강남 최고라는 말을 인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진 선생님과 비교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부영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주혁구는 부영권을 바라보았다. 부영권은 몇 년 전 그의 아버지를 진찰한 적이 있었다.“부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부영권을 발견한 주혁구는 무척 흥분했다.그를 가장 흥분케 한 건 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이었다.의술과 덕성을 겸비한 부영권은 절대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주혁구는 부영권의 말을 믿었다.“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진 선생님이 나섰으니 반드시 나으실 겁니다!”부영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주혁구는 조금 전처럼 초조해 하지 않았다.잠시 뒤 주혁구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한 뒤 주혁구는 전화를 받았다.담담한 표정이었던 그는 전화 내용을 듣자마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일단 현장 직원들 진정시키고 당장 소식을 차단해. 내가 바로 갈게!”명령을 내린 뒤 주혁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우 원장님, 부영권 선생님, 현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우성환이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얼른 가보세요. 신의님께서 나오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