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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살랑살랑 불어오는 저녁 바람은 너무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서준과 허사연은 손을 잡고 금영사 입구에 도착했다.

사찰은 크지 않았고 다소 외진 데다 저녁이라 사람이 드물어 조금 적막해 보였다.

“이 나무, 엄청 높네요!”

사찰에 들어서자 높이가 40m 남짓한 고목이 보였다. 이 고목은 황보식 집에 있던 나무보다 잎이 무성했다. 일 년 내내 공양을 받으며 향을 피웠기 때문에 진서준은 이 나무에서 영기를 느꼈다.

어떤 이는 고목 앞에서 경건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했다.

멀지 않은 곳에는 늙은 스님 한 분이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걸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마시곤 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고 마치 산해진미를 음미하듯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본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았다.

“소란스러운 도시를 떠나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것 같아요.”

진서준이 말했다.

“그럼 우리 앞으로 매주 한 번씩 여기로 오면 되죠. 어때요?”

허사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 그러면 그녀는 진서준과 단둘이 이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너무 좋죠!”

진서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차를 마시고 있던 스님이 어느새 그들 앞에 나타났다.

“두 분은 인연을 빌러 오셨죠?”

스님이 직설적인 질문에 허사연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렇다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금영사에서 인연을 빌면 뜻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이 나무가 아주 대단한 기운을 가지고 있거든요.”

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 진서준을 끌고 나무쪽으로 향했다. 진서준이 스님 곁을 지나갈 때 스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시주님, 더는 손에 피를 묻히지 마세요.”

그러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스님을 한번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스님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인연을 비는 나무 앞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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