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기가 마치 무지개 같았다.풍수살술 진법 중에 서 있는 권해철은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그 검기 앞에서는 모든 것이 얇은 종이처럼 부질없을 것 같았다.권해철은 바짝 긴장했다. 체내의 진기가 미친 듯이 움직였고 세 개의 바다 요괴가 그의 앞에 나타나 진서준의 검을 막으려고 했다.쿠구궁...흰 안개 속에서 끊임없이 소리가 났고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애가 탔다.“언니, 진서준 씨 괜찮겠지...”허윤진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허성태를 제외하고 다른 남자를 이렇게 걱정한 적은 없었다.허사연 또한 초조해 보였다.“분명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허윤진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했다.권해철은 너무 강했다. 그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멀지 않은 곳, 손승호와 공규석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진서준, 같잖은 놈. 넌 반드시 이곳에서 죽을 거야!”두 사람은 진서준의 시체가 호수로 쓰러진 걸 눈으로 보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다들 깜짝 놀랐다.하늘과 땅을 울리는 검의 소리가 흰 안개 속에서 울려 퍼졌다.그 순간, 마치 미사일에 폭격당한 것처럼 만월호에 100미터 높이의 물보라가 일었다.그와 동시에 자욱하던 안개가 사라졌다.호수 위 두 사람이 다시금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중 한 명은 무릎을 반쯤 꿇고 있었다.진서준과 권해철 사이에 2미터 넓이에 20미터 깊이의 골짜기 생겼다. 양쪽에서 호숫물이 끊임없이 골짜기를 향해 흘러들었다.신선처럼 보이던 권해철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이었다.이 광경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럴 수가! 단칼에 권해철 씨의 풍수살술 진법을 파괴했어요!”“풍수살술 진법뿐만이 아니라 권해철 씨까지 다친 것 같아요!”“세상에, 정말 20대 초반이 맞을까요? 정말 말도 안 돼요!”진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무인들은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이렇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당장 죽임당할 것 같았다.기개도 중요하지만 목숨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승복한다니 다행이네요. 죽이지는 않을게요. 대신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진서준이 평온하게 말했다.그러자 권해철은 정중하게 대답했다.“물어보세요.”“당신의 제자가 말하길, 당신은 영골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진서준의 목소리가 엄숙해졌다.오늘 이 대결은 영골을 위해서였다.만약 권해철이 영골의 위치를 모른다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것이다.권해철은 흠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그의 표정을 본 진서준은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영골의 위치는 알고 있지만...”“알고 있어요?”진서준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다.“알긴 알지만 영골은 제 사문의 금지 구역에 있습니다. 영골을 얻으려면 우선 제 사문을 찾아가야 합니다.”권해철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제가 속세로 돌아온 이유가 어린 시절 사부님께 쫓겨났기 때문입니다.”진서준은 낙심해서 달갑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그렇다면 그곳이 어딘지 기억합니까?”“압니다. 하지만 저희 사문의 산 아래에는 산을 보호하는 각종 진법이 있습니다. 영패 없이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예요.”권해철은 한숨을 쉬었다.“전 천사 경지에 이른 다음날 그 산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제 실력이라면 진법을 파괴하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하마터면 그곳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며칠 전 그 산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린 권해철은 두려워졌다.권해철의 사부님은 그 산에 쳐진 진법은 500년 전 세 명의 영선 경지의 장로들이 연합해서 만든 것이라고 했었다.영선 경지는 천사 경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였지만 둘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권해철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권해철에게 중상을 입힌 진법이라면 위력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라
주위는 온통 고요했다. 숨 쉬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호숫가에 갑자기 나타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다름 아닌 모두가 두려워하는 유혁수였다.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인 그가 이때 갑자기 진서준을 기습할 줄은 몰랐다.유혁수를 데려온 공규석도 아주 의아한 얼굴이었다.그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매우 흥분했다.진서준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는 혼자였다.권해철과의 싸움에서 그는 체력을 소진했을 것이다.그러니 지금은 진서준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한편, 유혁수는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존재가 나타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런 천재가 자신의 손에 죽으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진서준 씨, 조심하세요!”권해철이 외쳤다.권해철은 진서준을 기습한 사람도 대성 종사임을 발견했다.대성 종사가 갑자기 상대를 기습하다니, 소문이라도 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유혁수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진서준도 등 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꼈다.“죽으려고!”진서준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몸을 홱 돌려서 들고 있던 천문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렀다.실낱같은 검광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이런 실낱같은 검광에 유혁수의 마음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검의!”노련한 종사로서 유혁수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무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무도에서 수련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검도였다.유혁수가 아는 정보에 따르면 진서준을 제외하고 가장 처음 검의를 깨달은 사람은 동북 조씨 가문의 천재였다.그러나 그 천재도 40대에 들어서야 검의를 깨달았다.눈앞의 진서준은 겨우 25살인데 대성 종사인 데다가 검의를 깨달았으며 술법 천사였다.세 개의 신분 중 어느 것이 알려지든 대한민국 무도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또 검을 휘두를 수는 없겠지!”노련한 종사 유혁수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그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 곧이어 체내의 내력이 응집되어 강건한 기운이 되었
유혁수는 피를 뒤집어쓴 채로 호수 위에 서 있었는데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것이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았다.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당신과 난 아무런 원한도 없을 텐데.”“그래. 그런데 내가 너 같은 천재를 죽이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유혁수는 눈알이 벌게진 채로 미친 듯이 웃었다.“진서준, 오늘 넌 반드시 죽어야 해!”미친놈.정신이 나간 듯한 유혁수를 본 사람들의 머릿속에 미친놈 세 글자가 떠올랐다.아무런 원한도 없으면서 진서준을 죽이려 하는 이유는 그의 변태적인 취향 때문이었다.“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는 아무도 몰라.”진서준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유혁수를 바라보았다.그에게 있어 유혁수는 이미 죽은 자와 다름없었다.비록 진서준은 체내의 영기를 꽤 많이 소모했지만 만월호의 영기가 워낙 왕성한 탓에 이런 자연적인 영기를 이용하여 유혁수를 죽일 수 있었다.진서준이 천문검을 거두어들이자 유혁수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투항하려는 건가? 투항한다고 해도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당신을 죽이는 데 검까지 필요 없어.”진서준의 비아냥에 유혁수는 냉소했다. 그는 두 다리를 힘껏 굴렀고, 그 순간 폭탄이 터진 듯 발아래 호숫물이 사방으로 튀었다.기세등등한 유혁수를 본 진서준은 두 손을 서서히 들었다.다음 순간, 호수 전체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흰 안개가 진서준의 앞에 모였다.“농간을 부리는군!”유혁수가 차갑게 말했다.눈 깜짝할 사이, 유혁수가 진서준의 앞에 섰다.그는 가까이 다가가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두 주먹을 휘둘렀다.아무도 유혁수가 주먹을 몇 번 휘둘렀는지 보지 못했다. 강건한 기운들로 뭉친 매의 머리와 늑대의 머리가 진서준 앞의 흰 안개를 강타했다.공기가 찢어발겨지는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장면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숨을 멈췄다.“이건 환기권이야!”무인들은 유혁수의 환기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환기권은 유혁수가 20여 년간 열심히 연구하여 만든 권법인데,
호숫가에 서 있던 사람들은 수면이 잠잠해졌을 때야 정신을 차렸다.누군가는 유혁수가 떨어진 곳을 바라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끝난 거 아닐까요?”“대성 종사와 술법 천사가 번갈아 싸웠는데도 진서준 씨 상대가 되지 못했네요.”“진서준 씨 정말 대단하네요. 혼자서 둘을 상대했는데도 털끝조차 다치지 않았어요!”진서준의 신과 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손승호의 눈동자에는 불만과 증오가 가득했다.“내 복수는 정말 가망이 없는 걸까?”대성 종사마저 진서준을 죽이지 못했으니 누가 그를 죽일 수 있겠는가?감옥에서 3년을 보낸 폐인에게 이런 큰 변화가 있다니, 설마 감옥에서 대단한 사람이라도 만난 걸까?달갑지 않아 하는 손승호와 달리 공규석은 두려움이 더 컸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유혁수와 공규석이 함께 온 걸 모두 보았다.유혁수가 진서준을 공격한 건 분명 공규석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도망가지 못하게 해!”하규천은 공규석이 도망가려고 하자 곧바로 자신이 데려온 무인들더러 공규석을 막게 했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두 무인에게 붙잡힌 공규석은 겁에 질려서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혈운의 종사를 데려와서 진서준을 기습하다니, 오늘 넌 끝장이야!”하규천은 차가운 눈길로 공규석을 바라보았다.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말이다.공규석이 낙담에 빠졌을 때 고요하던 호수에 갑자기 폭발이 일었다.“어떻게 된 거죠? 설마 유혁수 씨가 죽지 않은 걸까요?”“그럴 리가요. 조금 전 그가 떨어졌던 곳이 전부 빨간색으로 물들었는데 죽지 않았을 리가 있겠어요?”호수 위 진서준은 폭발한 곳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가워졌다.“죽지 않은 건가?”유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가슴 쪽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렀다.그의 얼굴은 수척했고, 음산한 눈동자에는 핏발이 섰다.이때 유혁수는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혈운의 대성 종사이자 종사 킬러이며 환기권을 창조한 그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자신이 패배했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
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덤덤히 웃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처방전이 셀 수 없이 많았다.그중 일부는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 없이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유혁수가 먹은 단약은 진서준에게 있어 가장 낮은 수준의 약이었다.진서준이 유혁수를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권해철은 조금 허무했다.“넌 죽었어!”폭원단을 먹은 유혁수는 상반신을 살짝 구부정하게 하고 야수처럼 으르렁거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맹수 같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사람을 불안케 했다.동시에 유혁수는 눈에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늙어갔다. 검은 머리카락이 끊임없이 빠지면서 백발이 되었다.그러나 그의 기세는 예전보다 훨씬 더 강했다.예전의 유혁수는 그와 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그와 대적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지금은 아마 일반적인 선천 대종사도 그를 제압하기 어려울 것이다.절망에 빠졌던 공규석은 그 광경을 보자 곧바로 폭소를 터뜨렸다.“유혁수 종사님은 죽지 않았어. 이거 놔. 진서준 저 자식이 죽으면 당신들이 다음 차례가 될 수도 있어.”하규천의 안색이 흐려졌다.호숫가에 있던 사람들은 호수 위 유혁수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르다는 걸 똑똑히 느꼈다.진서준에게 여력이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우선 놔줘.”하규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풀려난 공규석은 냉소했다.“진서준, 넌 오늘 틀림없이 죽을 거야!”짐승 같은 유혁수의 모습에도 진서준은 평온했다. 유혁수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전혀 놀라지 않은 듯했다.“후!”유혁수는 소리를 지르더니 수면을 밟으며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빠르게 움직였다.그가 지나간 곳에는 20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솟구쳤다.진서준은 유혁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그딴 약으로 날 죽이려 하다니, 날 너무 얕본 거 아니야?”유혁수가 다가오자 진서준은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다음 순간, 진서준에게서 무지막지한 기세가 느껴졌다. 이때 권해철에게 진서준은 신처럼 보였다.진서준의 손바닥이 파랗게 변했고 자주색의 번개 빛이
진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하규천은 부하에게 공규석을 끌고 가라고 했다.애원하는 공규석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승자만이 정의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만약 조금 전 유혁수가 습격에 성공했더라면 상황은 또 달랐을 것이다.“내가 걱정시켰네요.”진서준은 허사연에게로 다가가서 그녀의 보드라운 손을 잡았다.“서준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허사연은 애틋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황보식은 허성태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성태 씨, 성태 씨 딸 출세했네요.”허성태 또한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연이가 복이 많죠.”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도 진서준과 허사연을 칭찬했다.주위에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은 허사연은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손을 거두어들일 생각이었지만 진서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얼른 놔요. 보는 사람도 많은데!”허사연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왜 쑥스러워해요? 사연 씨는 내 여자 친구잖아요. 여자 친구 손 좀 잡는 게 뭐 어때서요?”진서준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와 반대로 허사연은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었다. 그래서 진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공원 바깥쪽으로 향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손을 잡고 떠나자 다른 가문의 가주들은 허성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축하드립니다, 허성태 씨. 정말 훌륭한 사위를 얻으셨네요!”“휴, 제 딸이 조금 더 일찍 진서준 씨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요.”“앞으로 허씨 집안은 틀림없이 승승장구할 겁니다. 어쩌면 서울 최고의 가문이 될지도 몰라요!”누군가는 허성태를 부러워했고 누군가는 그를 질투했다.그러나 아무리 질투가 심해도 감히 허씨 일가 사업에 손을 댈 수는 없었다. 그저 최대한 허씨 일가와 협력하여 진서준 앞에서 좋은 얘기라도 몇 마디 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러면 앞으로 그들의 가문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때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이때 만월호는 아직도 기관에서 통제 중이라 누구도 함부로
“눈 똑바로 뜨고 봐요!”나지혜의 무례한 말투에 진서준과 허사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사람이 참 무례하군요.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죠? 제가 그쪽 부모님 대신 예의가 뭔지 가르쳐줄까요?”나지혜는 팔짱을 두른 채로 같잖다는 듯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날 가르치겠다고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요? 경고하는데 내 남자 친구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에요!”옆에 있던 황성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허사연을 훑어보았다.황성윤은 고등학교 때 가족들에 의해 해외로 보내졌고 귀국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올해 해외에서 졸업하고 돌아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에, 아직 허사연을 알지 못했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려다.“당장 꺼져요. 지금은 기분이 좋으니까 그냥 봐주는 거예요.”“자기야, 저 사람 나한테 막 소리 질러. 심지어 나한테 꺼지라고 했어!”나지혜는 황성윤의 손을 잡더니 그의 팔에 자신의 가슴을 가져다 댔다.팔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정신을 차린 황성윤은 오만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자식, 지금 당장 내 여자 친구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아!”진서준은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쳤다.“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내 남자 친구가 전화 한 통 하면 경호원 몇십 명을 불러올 수 있거든요!”나지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지난번에 누군가 나지혜를 희롱했을 때, 황성윤은 전화 한 통으로 20여 명의 경호원을 불러왔다. 나지혜를 희롱한 그 남자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나지혜에게 사죄했다.진서준은 두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이었기에 허사연과 데이트할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놀이공원에 갔다가 저녁쯤 금영사에 가볼 생각이었다.허사연은 금영사에 아주 신통한 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나무에 대고 소원을 빌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어요. 하나는 지금 당장 꺼지든가, 아니면 나한테 맞고 꺼지든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