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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작가: 무가
검기가 마치 무지개 같았다.

풍수살술 진법 중에 서 있는 권해철은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그 검기 앞에서는 모든 것이 얇은 종이처럼 부질없을 것 같았다.

권해철은 바짝 긴장했다. 체내의 진기가 미친 듯이 움직였고 세 개의 바다 요괴가 그의 앞에 나타나 진서준의 검을 막으려고 했다.

쿠구궁...

흰 안개 속에서 끊임없이 소리가 났고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애가 탔다.

“언니, 진서준 씨 괜찮겠지...”

허윤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허성태를 제외하고 다른 남자를 이렇게 걱정한 적은 없었다.

허사연 또한 초조해 보였다.

“분명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허윤진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했다.

권해철은 너무 강했다. 그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멀지 않은 곳, 손승호와 공규석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서준, 같잖은 놈. 넌 반드시 이곳에서 죽을 거야!”

두 사람은 진서준의 시체가 호수로 쓰러진 걸 눈으로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다들 깜짝 놀랐다.

하늘과 땅을 울리는 검의 소리가 흰 안개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마치 미사일에 폭격당한 것처럼 만월호에 100미터 높이의 물보라가 일었다.

그와 동시에 자욱하던 안개가 사라졌다.

호수 위 두 사람이 다시금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은 무릎을 반쯤 꿇고 있었다.

진서준과 권해철 사이에 2미터 넓이에 20미터 깊이의 골짜기 생겼다. 양쪽에서 호숫물이 끊임없이 골짜기를 향해 흘러들었다.

신선처럼 보이던 권해철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이었다.

이 광경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럴 수가! 단칼에 권해철 씨의 풍수살술 진법을 파괴했어요!”

“풍수살술 진법뿐만이 아니라 권해철 씨까지 다친 것 같아요!”

“세상에, 정말 20대 초반이 맞을까요? 정말 말도 안 돼요!”

진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무인들은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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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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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됐네요.”정장 남자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흥, 우리 아버지한테 개기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어.”하지만 정장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누군가가 공중을 가르며 정장 남자의 옆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거칠게 처박혔다.“뭐지?”조호 부자가 급히 뒤를 돌아보자 방금 날아간 게 귀도파 정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지금 그 정예는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뭐야, 이게?”조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조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연이어 비명이 울려 퍼졌다.조금 전까지 우쭐대며 다가가던 정예들이 전부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조호의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몇 초 만에 자기 정예 부하들이 전부 나가떨어졌다.진서준이 설마 이렇게 강력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네 부하들, 영 쓸모가 없는데?”진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네 차례인가?”조호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이곳 르벨의 고수들은 죄다 알고 있는 조호였지만 이 청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설마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와 귀도파와 시비를 걸려는 놈인가?“대체 넌 누구야?”조호가 쌀쌀하게 물었다.“지금에서야 내 신분이 궁금해졌어? 늦어도 한참 늦었어.”진서준이 여유롭게 대답했다.“경고하지. 르벨 동부 구역은 내 구역이야. 설령 네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내 구역에서 깽판 치면 살아 나가지 못할 거야.”조호가 굳은 얼굴로 위협했다.“그래? 그럼 네가 어떻게 날 못 나가게 하는지 한번 보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었다.조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총알은 못 피하겠지?”옆에서 정장 남자도 한숨을 돌리며 비웃었다.“방금까지 그렇게 까불더니 총 앞에서도 한번 까불어 봐.”지금 시대에서 총을 손에 쥔 자가 곧 생사를 결정하는 법이다.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일반인은 총알 한 방이면 끝장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7화

    “문 닫아, 전원 퇴장시켜.”조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즉시 움직였다.순식간에 유흥업소에서 즐기던 사람들이 전부 나갔고 유흥업소 전체가 텅 비었다.감시 카메라는 전부 끊겼고 유흥업소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다.이유도 모른 채 쫓겨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웅성거렸다.“대체 누가 호랑이 구역에서 깽판 친 거야?”“호랑이가 모든 사람을 내쫓으면 그건 누군가 죽는다는 뜻인데?”“조용히 살면 안 돼? 왜 하필 호랑이를 잘못 건드려서...”사람들은 몇 마디 수군거리고 이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이봐 청년, 생각보다 꽤 침착해 보이네.”조호가 진서준을 보며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바지에 지렸을 텐데 이 녀석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꼼짝도 안 했다.“하지만 오늘이 네 제삿날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조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제삿날이라고? 나한테 하는 소리 맞아?”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우리 아버지가 자기한테 하는 소리라도 된다는 거야?”정장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아까 그렇게 잘난 척했잖아. 지금도 그렇게 까불어 봐.”진서준은 정장 남자를 한번 쓱 보더니 진지하게 경고했다.“입단속 잘해. 안 그러면 조금 있다가 평생 말할 수 없게 될 거니까.”그 말에 조호의 눈이 가늘어졌다.“이 자식이 정말 건방지네. 좋아, 네 오만함을 봐서 특별히 기회를 주지. 스스로 팔 하나 자르고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럼 네 숨통을 끊어놓지 않을게.”조호가 칼을 꺼내 진서준 앞에 던졌다.그런데 진서준은 가볍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천기각 각주의 옥패를 꺼냈다.“이거 본 적 있어?”“그냥 싸구려 옥패 아니야? 뭐야,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야? 늦었다, 이 자식아.”정장 남자가 실소를 터뜨렸다.조호 역시 아무런 반응도 없자 진서준은 옥패를 집어넣었다.이 무리는 천기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그렇겠지. 애초에 그 노인네가 지하 세계를 누빈 것도 아닌데 이런 조폭들을 천기각에 끌어들이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6화

    “됐어, 다들 그만 좀 해.”이때 엄승현이 나서서 중재하기 시작했다.“다들 아까 일 때문에 민감해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자.”“엄승현, 너 인맥 넓잖아? 아까 그 사람 구해낼 수 있어?”도민수가 갑자기 물었다.“뭐? 무슨 소리야? 나보고 호랑이 손아귀에서 사람을 빼내라고?”엄승현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이 호랑이의 아들을 때려놓고 이제 와서 엄승현에게 사람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사실 방금 엄승현이 자기 목숨 건진 것도 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민수야, 그럴 필요 없어. 진서준은 괜찮을 거야.”도지아가 조용히 말했다.“헛소리 마. 상대는 호랑이라고. 동부 구역에서 호랑이는 그야말로 지하의 황제야.”도민수는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분한테 찍히면 대단한 사람이 나서지 않는 이상 무조건 죽는다고.”자기 동생이 아직도 착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아채자 도지아는 가슴이 뭉클했다.“내가 왜 나서야 하는데? 나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엄승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사실 도와주고 싶어도 도무지 도울 수 없었다.호랑이가 마음만 먹으면 엄씨 가문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적어도 저 사람은 우리를 구해줬어.”도민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팩트를 말했다.“내가 구해달라고 했어? 애초에 저놈이 괜히 주먹을 휘둘러서 일이 이렇게 커진 거잖아. 저놈이 흥분하지만 않았다면 우린 진작에 저기서 나왔어.”엄승현이 뻔뻔하게 말했다.“맞아, 자기가 영웅이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제 곧 처맞을 텐데 아주 꼴좋네.”단발머리 여자가 대놓고 비웃었다.그들의 차가운 태도에 도민수는 분노가 치밀었다.“민수야, 넌 나를 못 믿는 거야? 내가 진서준이 무사할 거라고 분명히 말했잖아.”도지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누나를 믿으라고?”도민수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어떻게 누나를 믿어? 며칠 전 일은 벌써 잊었어?”도지아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잊지 않았어. 근데 결국 다들 무사히 돌아왔잖아.”“무사히 돌아왔다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5화

    진서준이 호랑이의 아들까지 후려치는 걸 보자 사람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너 미쳤어? 조 도련님은 호랑이 아들이라고. 이분을 때린 건 곧 호랑이의 얼굴에 뺨을 때린 거랑 다름없다고.”엄승현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조 도련님, 복수할 대상을 잘못 찾으면 안 됩니다. 문제를 일으킨 건 저 사람들이지 우린 아무 상관 없습니다.”“맞아요, 조 도련님. 저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정장 남자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이 쪽팔린 놈들아, 다 꺼져.”정장 남자가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이렇게까지 비굴한 놈들은 정장 남자도 처음 봤다.“어서 가자, 다들 서둘러.”사람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기쁨에 찬 얼굴로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너희도 가. 여긴 나 혼자로도 충분해.”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그래도...”도지아는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여기 남아봐야 나한테 짐만 돼. 그냥 가.”진서준이 단호하게 다시 축객령을 내렸다.그 말에 은근히 기분이 상한 도지아는 진서준을 살짝 째려봤다.“알겠어. 조심해. 가자, 민수야. 여긴 진서준한테 맡기자.”도지아는 도민수의 팔을 끌며 방을 나섰다.같은 시각, 정장 남자도 전화를 마쳤다.정장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을 노려봤다.“어디 한번 보자. 네가 얼마나 배짱 좋은 놈인지. 우리 아버지가 오시면 그때도 지금처럼 잘난 척할 수 있길 바랄게.”진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조호가 오기를 기다렸다.한편, 엄승현 일행은 유흥업소 건너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그들은 창문을 통해 건물 앞에 줄지어 선 승합차들을 확인했다.그 차에서 강철로 된 칼을 든 건장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와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어휴, 빨리 도망쳐서 다행이야. 조금만 늦었다면 우린 꼼짝없이 죽었어.”그 광경을 보며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아까 정장 남자가 엄승현 일행을 놔주지 않았다면 저 방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4화

    “야, 도민수. 그냥 네 누나한테 조 도련님이랑 한 달만 있으라고 해. 그럼 우린 다 여기서 나갈 수 있잖아.”“그래, 네 누나가 조 도련님이랑 잘 되면 넌 조 도련님 처남이 되는 거야. 그건 일반 신분이 아니야.”“맞아, 너희 집안이 이 기회를 잡고 르벨에서 우뚝 서는 거야.”다들 자기 안전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민수를 설득하려 했다.“너희들 인간 맞아? 우리 누나를 희생해서 너희 목숨을 구하겠다고?”도민수는 눈을 부릅뜨고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자기 친구들이 이 정도로 역겨운 사람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이 일 애초에 너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 네가 조 도련님을 때리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 꼴 났겠어?”정장 남자가 엉덩이를 만졌던 여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아까 저놈이 네 엉덩이 만졌을 때, 네가 먼저 성추행이라고 소리쳤잖아?”도민수는 어이가 없었다.아까 기껏 도와줬더니 지금 와서 오히려 자기를 원망하고 있었다.정말 배은망덕하긴 짝이 없었다.“그때 저 사람이 조 도련님인 줄 알았으면 난 절대 그런 말 안 했어.”여자가 당당하게 반박했다.“너희들 정말 대박이다.”도민수는 분통이 터져 미칠 것 같았다.“너희랑 같은 학교 다녔다는 게 진짜 내 인생 최대의 수치야.”“조 도련님, 우리 모두 도민수 누나가 조 도련님을 모시는 걸로 동의했어요. 그러니 제발 우리를 풀어주세요.”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도지아 역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이 사람들이 역겨워 토할 것만 같았다.“진서준, 부탁할게.”도지아는 진서준을 바라봤다.“알았어. 넌 먼저 동생을 데리고 나가 있어.”진서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도민수의 병을 봐주는 거였는데 주먹을 또 휘두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 여자는 못 건드려.”진서준은 무심한 말투로 정장 남자에게 경고했다.“넌 또 뭐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정장 남자는 진서준의 건방진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3화

    정장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자 상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던 엄승현은 정장 남자의 따귀를 맞고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그 이유는 단 하나, 정장 남자의 아버지가 바로 호랑이였기 때문이었다.호랑이는 르벨 동부 지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인물이었다.엄승현의 집이 좀 잘사는 건 맞지만 호랑이 앞에서는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지금 이 순간, 이렇게 공개적으로 뺨을 맞았음에도 엄승현은 감히 화를 낼 수도 없고 그저 비굴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조 도련님, 방금은 제가 많이 실례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엄승현은 황급히 와인 한 병을 따더니 단숨에 들이켰다.술이 모두 넘어가자 엄승현의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조 도련님, 우리 아버지와 도련님 아버지는 오랜 사업 파트너입니다. 제 아버지를 봐서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실 수 없겠습니까? 제가 나중에 호텔에서 성대한 연회를 열어 다시 한번 정식으로 사죄하겠습니다.”그러나 정장 남자는 엄승현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내가 네 술 한 잔 얻어먹자고 이러는 줄 알아?”엄승현은 그 말에 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조 도련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간단하지. 네 아버지랑 우리 아버지가 아는 사이니까 네가 와인 한 병 더 마시면 그냥 보내주지. 하지만 이놈들은 여기 남아야 해.”정장 남자는 도지아를 비롯한 일행을 가리키며 비열하게 웃었다.그 말을 듣자 모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여자들은 공포에 질려 몸을 벌벌 떨며 엄승현 뒤로 숨었다.“승현 오빠, 제발 구해주세요.”여자들은 울먹이며 엄승현에게 도움을 청했다.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들이 엄승현의 동정을 자아냈다.엄승현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정장 남자에게 부탁했다.“조 도련님, 제발 이 애들은 봐주십시오. 다들 제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한 잔씩 올리는 걸로 그냥 넘어가 주실 수 없겠습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정장 남자는 다짜고짜 손을 들어 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2화

    “나도 너 같은 외지인들 많이 봤거든. 기를 쓰고 우리 도시에 자리 잡으려 하는 놈들 말이야.”갑자기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하는 엄승현을 보며 진서준은 질린다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이놈 정신 상태가 이상하네.'그때, 도민수가 나서서 말했다.“형, 우리 그냥 딴 데로 갈까요?”“왜 딴 데로 가려고 해?”조금 전 진서준에게 밀린 탓인지 엄승현의 말투가 사뭇 날카로웠다.“여긴 귀도파 구역인지라 싸움이 금지되어 있잖아요. 아까 그놈 패버렸는데 혹시 그놈이 귀도파에 일러바치면 우리도 곤란해질 수 있어요.”도민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귀띔했다.이 말을 들은 도민수 일행도 슬슬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르벨은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중 동부 지역을 장악한 최대 조직이 바로 귀도파였다.귀도파 조직원은 수천 명이었고 하나같이 잔혹한 놈뿐이라 감히 건드릴 자가 없었다.게다가 여기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대학생 신분인지라 괜히 귀도파를 건드렸다가 진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엄승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걱정 마. 우리 아버지가 귀도파 두목 호랑이와 친구거든.”“대박, 승현 오빠 인맥이 대단하네요.”“역시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남자다워요. 귀도파 두목이랑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우리 다 함께 승현 오빠를 위해 한잔하자.”모두가 잔을 들며 엄승현에게 한 잔을 권하자 엄승현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엄승현은 이때다 싶어 슬쩍 도지아를 바라봤다.자기를 보고 감탄하는 줄 알았는데 도지아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바로 이때, 누군가 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곧이어 아까 엄승현에게 얻어맞았던 정장 남자가 불같이 뛰어들었다.그리고 남자 뒤에는 칼을 든 건장한 사내들이 잔뜩 따라왔다.이 광경에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순식간에 엄승현 뒤로 숨어들었다.“너 진짜 지원군 데려왔네?”엄승현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겁먹은 기색은 없었다.“군자는 복수를 하루라도 미루지 않는 법이야. 네가 아까 날 때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1화

    “승현 오빠, 시원하게 잘 팼어요. 저 개자식 확실하게 밟아버리세요.”“우리 승현 오빠 앞에서 감히 까불어?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흥, 승현 오빠는 우리 헬스팀 에이스야. 감히 이런 분을 건드려? 주제 파악이 안 돼?”도민수 일행은 정장 남자가 피범벅이 된 걸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이 분위기에 엄승현도 한껏 고무되었다.“지금 당장 꺼져. 안 그럼 넌 오늘 병원 중환자실 예약이야.”엄승현이 또 술병을 들어 정장 남자를 협박했다.“너 독한 건 인정하지.”정장 남자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를 악물고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말 똑바로 해. 그리고 우리 친구들한테 제대로 사과해.”엄승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차기를 날렸고 정장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미안해.”정장 남자가 이를 갈며 억지로 사과했다.“성의가 없잖아, 다시 제대로 해.”엄승현이 또다시 발차기를 날렸다.“죄송합니다!”정장 남자가 억지로 분을 삭이며 다시 외쳤다.“그래, 그 정도는 돼야지.”엄승현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이제 꺼져. 다음에 또 마주치면 알아서 자리를 피해. 또 쓸데없이 까불다간 진짜 뼈를 바스러뜨릴 줄 알아.”정장 남자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더니 떠나기 전 엄승현을 빤히 쏘아봤다.“승현 오빠 최고예요!”“승현 오빠는 저놈 사과를 받아낼 정도로 대단하네요.”“승현 오빠 아직 여자친구 없다면서요? 혹시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요?”몇몇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설레는 마음으로 엄승현을 바라봤다.팽팽한 분위기가 풀리자 도지아가 다가와 도민수를 설득했다.“민수야, 이제 누나랑 같이 집에 가자.”“나 안 가. 갈 거면 누나 혼자 가. 나 귀찮게 하지 마.”도민수가 짜증 섞인 말투로 도지아를 밀쳐냈다.“야, 너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엄승현이 곧바로 다가와 얼굴을 굳히며 도민수를 꾸짖었다.그러곤 다시 다정한 눈빛으로 도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누나, 괜찮아요?”“응, 난 괜찮아.”도지아가 예의 바르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0화

    “그만해!”도지아가 황급히 외치며 도민수의 앞을 막아섰다.“이봐요, 말로 해결합시다. 손찌검은 하지 말고요.”“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도민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누나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어이쿠, 여기 또 미녀 한 분이 오셨네? 이런 풍경은 흔치 않은데?”정장 남자가 도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도지아는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말했다.“이봐요, 제 동생이 당신한테 어떤 짓을 했나요?”“이놈이 내 얼굴을 때렸거든. 이걸 어쩌면 좋을까?”양복남이 쌀쌀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내 친구 엉덩이를 만졌잖아. 한 대 맞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도민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반박했다.“내가 그년 엉덩이를 만진 건 영광인 줄 알아야지. 게다가 그년은 왜 그렇게 야하게 입고 다니는데? 남자 꼬시겠다는 거 아니야?”정장 남자가 억지 논리를 내세웠다.그 말을 듣자마자 도지아는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이 인간이 도민수의 친구를 성추행했고 도민수가 그걸 못 참아 주먹을 날린 거였다.“이봐요, 당신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제 동생이 참지 못한 거죠.”도지아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웃기고 자빠졌네. 내가 뭘 잘못했는데?”양복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가씨, 이놈 누나 맞지? 그럼 내가 화해할 방법을 알려 줄게. 오늘 밤 아가씨가 나랑 즐겁게 놀아주면 아가씨 동생이 날 때린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그 순간, 도민수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이 개자식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너 그 입 다시 놀려 봐? 진짜 네 머리 터지고 싶어?”정장 남자의 선을 넘는 말에 도지아의 얼굴도 차갑게 식었다.“지금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누가 옳고 그른지 경찰이 판단하게 하자.”“경찰?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알고 개소리하는 거야? 그놈들이 감히 날 잡아갈 수 있을 것 같아?”양복남은 코웃음을 치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내 일은 내가 해결해. 넌 빠져.”도민수가 도지아를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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