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사연은 조희선도 함께 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진서준을 끌어안고 격동되어 외쳤다.“서준씨, 어머니를 구해왔어요?”그녀는 너무나도 기뻐서 조희선을 이모님이라 부르지 않고 직접 어머니라고 불렀다.사실 허사연은 마음속으로 진작 조희선을 자신의 어머니로 생각해왔다.게다가 그녀와 진서준은 이미 부부로서 할 일을 다 했으니 혼인신고만 남았을 뿐이었다.하지만 허사연은 이내 잘못 불렀음을 인식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웃음보를 터뜨리며 말했다.“맞아, 내가 우리 어머니를 구해왔어.”“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우린 아직 혼인신고도 않았는데, 방금은 내가 실수로 잘못 불렀어요.”허사연은 작은 주먹으로 진서준의 가슴을 두드리면서 애교를 부렸다.예전의 허사연은 자신이 지금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으로 변하리라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진서준을 만나기 전에 허사연은 도도하고 차가운 CEO였는데, 그를 만난 후부터 그녀는 모든 위장을 던져 버렸다.재밌게 놀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김연아와 허윤정의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 찼다.그녀들도 진서준을 다정하게 안아보고 싶었다.보름 동안 진서준을 보지 못한 그녀들도 그가 몹시 그리웠었다.“따 윙!”누렁이도 쏜살같이 달려와서 털북숭이 머리로 진서준의 다리를 마구 비벼댔다.“다 같이 내려가자, 어머니가 걱정하시겠어.”진서준이 허사연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진서준을 비롯한 네 사람은 사자와 더불어 산에서 내려갔다.길에서 허사연은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시시콜콜하게 물었다.진서준은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었다.진서준이 조민영이라는 여자를 만났다는 얘기를 하는 순간, 허사연의 눈빛에는 한 가닥의 적의가 스쳤다.여자의 촉으로 그녀는 조민영이라는 여인이 진서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앞으로 진서준이 절대로 동북 조씨 가문에 발걸음을 못 하도록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허사연은 크게 내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진서준의 말에서 그가 조민영에 대한 감정은 단순 오빠가 동생에 대한 배려
애초에 진요한은 신농산을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댔다.진서준의 스승님이 신농산에 들어가서 진요한을 만난 적 있었다.하지만 진요한은 나 올 기회를 포기했다. 다만 창욱 어르신께 진서준을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바로 이런 사실을 거쳐서 진서준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말하는 사이에, 어느덧 네 사람은 운대산을 내려와 별장에 도착했다.류재훈은 이미 떠났지만, 아직 금문에 남아 있기에, 진서준은 시간 나면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그들이 병장에 도착하니, 조희선이 이미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어머니, 제가 휴식하시라고 했는데, 왜 밥까지 지었어요?”진서준은 무척 가슴 아파했다.어머니란 다 이런 법이다. 종래로 자신을 위해 생각해 본 적 없고 오로지 이 아들만 생각하고 있었다.이는 진서준의 가슴속에 끝없는 죄책감이 솟아나게 했다.“엄마는 괜찮다, 온종일 차에서 잤잖아. 난 너희들이 내려오면 배고플 것 같아서 미리 밥부터 챙겼어.”“사연아, 우리 준이 챙겨 주느라 고생 많았다.”조선희는 허사연 앞에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감격해서 말했다.그녀는 허사연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진서준이 아직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가야만 하지 않는다면, 조희선은 내일이라도 당장 둘이 결혼시킬 생각이었다.“이모님, 제가 도리어 서준 씨한테 고맙죠.”허사연이 다급히 말했다.“됐어요, 같은 가족 사이 이럴 필요 없어요.”진서준이 말을 돌렸다.“그래, 그래, 준이 말이 맞아, 우린 가족이야.”조희선은 희색이 만면하여 연신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너네도 얼른 가서 손 씻고 밥 먹자, 밥은 이미 해 놓았어.”“안녕하세요, 이모님!”“안녕하세요, 이모님!”허윤진과 김연아도 다가와서 조희선에게 인사를 드렸다.“윤진 씨, 연아 씨도 그동안 고생 많았어.”조희선은 허윤진과 김연아도 진서준과 사이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 두 여인도 진서준을 몰래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조희선이 알게 되면 아마도 깜짝
해리스는 아주 거만한 자태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에는 약간 경멸의 빛을 띠고 있었다.그가 진서준에 대해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진서준은 여자만 믿고 사는 기생오라비 같은 사람이었다.게다가 감방에 갇혔다가 작년에 석방되었다고 들었다.진서준의 정체는 이미 국안부에서 꽁꽁 감추었기에, 호국장군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직급에 있는 몇 분만이 볼 수 있었다.그들이 이렇게 한 목적은 단지 진서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관심 없어.”상대방이 건방지게 나오자, 진서준도 좋은 표정을 보이지 않고 문 닫을 준비를 했다.“거기 서! 너를 초대한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해리스는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해리스는 공주님이 진서준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하는 것만으로도 진서준에 대해 말하면 한없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 진서준은 응당히 감지덕지하면서 따라나서야 마땅한 것이었다.“난 모르거니와 알고 싶지도 않아. 왜 네 주인이 날 초대하면 꼭 가야 하는데? 네 주인이 뭔데!”진서준이 싸늘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그는 아버지가 해외 강적들한테 쫓겨 하마터면 살해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서방 사람들한테 전혀 호감이 없었다.지금 눈앞에서 건방지게 구는 이 서방 사람을 두들겨 패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나쁜 자식, 감히 우리 집주인을 모욕해?”해리스의 가슴에는 분노의 불길이 훨훨 타올랐다.두 눈에는 서리처럼 차가운 빛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당장 진서준을 삼킬 듯했다.“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경고하는데, 빨리 여기서 꺼져! 오늘 내 기분이 괜찮으니 너랑 따지지 않을 테니.”진서준이 차분하게 내뱉었다.오늘의 단란한 모임 분위기만 아니었어도 진서준 성질로는 진작 이 눈앞의 서방 사람을 개 패듯이 팼을 것이었다.‘횡련 대종사면 어떻고, 안 죽여 본 것도 아닌데.’진서준은 이 서방 사람이 횡련 대종사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횡련 대종사에게 주인님이라고 불
‘펑’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해리스의 주먹은 진서준의 손바닥을 내리쳤다.따라서 진서준의 발밑의 바닥은 거미줄같은 가는 금이 갔다.이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은 가루로 돼버렸다.진서준이 자신의 주먹에 날려가지 않고, 도리어 손바닥으로 주먹을 받은 것을 본 해리스의 가슴속은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술렁이는 것 같았다.이 녀석이 어떻게 다치지 않았지?해리스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얼굴은 무서움과 놀라움으로 일그러져있었다.그의 주먹은 탱크 한 대를 뚫기에도 충분했다.설사 영란 황실 친위대원이라 해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한데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나이가 몇이나 될까?고작해서 스물여섯 살도 채 안 돼 보였다.이 나이에 이 실력은 그들의 영란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네가 꺼지기 싫으면 내가 도와주지!”진서준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발길을 날렸다.순간, 해리스의 무서움은 극치에 달했다.그는 피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허리가 진서준의 발길에 차여 몸뚱이가 거꾸로 날려서 별장 밖의 아스팔트 도로에 심하게 처박혔다.‘쿵!’해리스가 도로에 떨어지자, 주위의 지면마저 덜덜 떨렸다.“서준 씨, 무슨 일이에요? 누가 왔어요?”허사연이 달려 나와 진서준의 뒤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가로등 불빛을 빌어 허사연은 아스팔트 길에 대자로 엎어져 있는 해리스를 발견했다.“그냥 알지도 못하는 서방 사람이야.”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그래요? 당신도 모르는 사람이라고요?”허사연은 약간 놀랐다.“근데 둘이 무슨 일로 싸웠어요?”허사연은 이해가 안 됐다.낯선 사람이 진서준을 찾아와서 손찌검까지 하다니,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저 사람이 찾아와서 집주인이 저녁밥을 같이 먹자고 나를 초청했대.”“근데 난 저 사람 집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승낙해?”진서준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진서준의 설명을 듣고 난 허사연은 그제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때, 해라는 얼굴이 피투성이
“공주님!”해리스는 아주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별장에 돌아왔다. 몸에 묻은 핏자국도 아직 채마르지 않았다.해리스의 모습을 본 엘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해리스와 진서준이 싸우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공주님, 그 녀석은 사리 분별조차 할 줄 모르는 나쁜 놈입니다.”“제가 주동적으로 주인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초청하러 갔는데, 그놈은 승낙은커녕 저한테 악담까지 했습니다.”해리스는 모든 책임을 서준에게 뒤집어씌웠다.진서준이 이 자리에 없는 한 뭐라고 꾸며도 다 된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엘리사는 바보가 아니다. 어제 처음으로 진서남을 봤을 때 해리스는 이미 그를 멸시하는 기미를 보였다.그런 해리스를 보내어 초청하게 했으니, 분명히 해리스의 태도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었다.엘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직접 가야겠네.”이에 해리스는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했다.“안 됩니다, 공주님은 천금의 옥체이신데 어찌 직접 초청하러 간단 말입니까?”“공주님이 저를 시켜 초청하라고 하신 것만 해도 체면을 봐 준 겁니다.”“서민인 주제에 공주님과 저녁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그놈이 한평생 닦아서 바꿔온 복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해리스를 쳐다보는 옐리스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 차 있었다.“해리스, 당신은 그 사람한테 맞아 이 꼴이 되어서도 아직 그 사람이 보통 사람으로 보이냐?”“진짜 실망이야!”해리스는 육 품 횡력 대종사다. 전체 영란황실 친위대에서도 그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진서준의 이 실력과 나이로 황실 친위대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황실 친위대의 대장 직위도 가능했다.그런데 해리스는 아직도 진서준을 무시하고 있었다.해리스의 이런 성격은 어린 시절의 생활환경과 받은 교육과 갈라놓을 수 없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영란의 귀족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교육도 또한 귀족식 교육을 받았다.이는 그로 하여금 오만하고 건방진 성격을 지니게 하였다.서민이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그의
“공주님, 이 녀석이 찾아온 목적은 단순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너희들이야말로 ‘찾아온’ 사람들이겠지.”“여기는 대한민국의 영토야!”해리스는 화가 나서 얼굴이 지지 벌게서 목에 핏대를 세워 진서준을 향해 외쳐댔다.“이 별장은 오늘 우리가 돈 주고 산 거야!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이미 우리의 사적 재산이란 말이다!”설사 해리스 그들이 이 별장을 샀다 하더라도, 진서준의 눈에는 이곳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었다.“너 말대로 한다면, 내가 돈을 줘서 네 나라 토지를 산다면, 네 나라 이름을 내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이네?”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이건 완전히 억지 논리야!”해리스의 불끈 쥔 두 주먹에서 삐걱삐걱 뼈마디가 끊어진 듯한 소리가 났다.등 뒤에 있는 엘리사만 아니었다면, 해리스의 주먹은 벌써 진서준에게 날렸을 것이었다.“공주님, 저 녀석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었지요?”“저 녀석은 무식한 오랑캐입니다!”‘공주님?’이 호칭을 들은 진서준의 눈빛에는 놀라움이 살짝 스쳤다.진서준은 이 여자가 해외 어떤 귀족의 따님인가 했었다.“해리스, 뒤로 물러가거라.”엘리사가 냉정하게 명령했다.이 멍청한 놈, 내 신분을 폭로하다니!“하지만...”“어서 물러나지 못해?”엘리사는 카리스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거실의 분위기는 빙점까지 내려갔다.엘리사의 싸늘한 얼굴은 본 해리스는 주눅이 든 채, 엘리사의 등 뒤로 물러섰지만, 두 눈은 뚫어지게 진서준을 노려보았다.해리스가 뒤로 물러서자 진서준은 그제야 엘리사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녀의 조각 미모에는 메이크업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 피부도 눈부시게 하얗다. 그녀는마치 예쁜 도자기 인형과 같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귀티였다.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도도하고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이내 진서준의 표정은 고요한 물처럼 평온해졌다.이에 조용히 진서준을 지켜보던 엘리사는 약
뒤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해리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공주님이 이렇게 적극적인데 이 녀석이 감히 거절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이봐, 너 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거지? 한 번만 더 거절해 봐. 명령을 거역해서라도 널 죽여버리겠어!”해리스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엘리사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얼굴은 둘째 치고, 공주라는 신분만으로도 무수한 남자들이 앞다투어 데이트 신청을 하며 줄 서서 그녀와의 만남을 갈망했었다.그런데 지금은 엘리사가 신분을 낮추어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도 진서준은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고 있다.하지만 심기가 아무리 불편해도 엘리사는 황실 교육을 받고 자랐던 터라 그 불쾌함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만해요, 해리스. 우리 용란과 대한민국은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조금 무례했던 것 같아요.”엘리사는 해리스를 제지하고 다시 진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실례지만, 이름이 뭐예요?”엘리사가 진서준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그러자 진서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설마 몰라서 묻는 건가요?”이 두 사람이 자기 신분을 모른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자기를 찾아온 이유가 정말 그냥 밥이나 먹자는 건지 진서준은 의혹이 들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요즘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며 살아왔던지라 습관적으로 의심이 많아졌다.“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엘리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내 이름은... 김평안입니다.”진서준이 서슴없이 가짜 이름으로 답했다.진서준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고 엘리사는 진서준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김! 평! 안!”엘리사가 또박또박 진서준의 이름을 되뇌었고 예쁜 두 눈은 반달처럼 휘어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엘리사입니다.”엘리사가 손을 내밀며 꽤 전통적인 인사법을 했다.그런데 이 전통적인 인사법도 엘리사 공주가 하면 열에 아홉은 감격스러워 어쩔 바를 모를 것이었다.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손끝으로 가볍게 터치
진서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해리스는 지금처럼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혈귀 백작 두 명이 따라온다 해도 자기 실력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실력이 자기와 비슷한 진서준이라는 변수가 생겼다.만약 그 혈귀 백작 두 명이 쫓아오고 진서준이 틈타 엘리사 공주를 해치려고 한다면 자기 실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내일 아침에 돌아갈 수는 있지만 오늘 밤의 방문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마시죠.”엘리사도 해리스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한발 물러섰다.원래는 강남에서 며칠 더 머무르며 천천히 구경하다가 무도 교류회가 시작될 때쯤에나 경성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이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공주님 옆을 지키겠습니다.”해리스가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안 되죠. 해리스 씨는 분위기만 망칠 거예요. 게다가 진서준 씨는 나에게 아무런 악의도 없어요.”엘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녀석이 악의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아시죠?”해리스는 혀를 차며 물었다.“눈은 마음의 창이잖아죠. 진서준 씨가 날 볼 때 눈빛은 아주 맑았어요. 여기까지만 해두죠. 나도 더 이상 얘기하려니 피곤해요. 나 가볼게요.”엘리사는 곧바로 진서준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엘리사가 혼자 따라오는 것을 본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경호원은 안 데리고 오는 건가요?”“해리스 씨가 오면 분위기만 망칠 테니까요. 난 당신의 가족들이 해리스 씨 때문에 기분 좋은 하루를 망치길 원하지 않아요.”엘리사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가볍게 웃었다.“그럼 내가 엘리사 씨에게 무례하게 굴면 어쩌려고요? 당신은 외국의 공주잖아요. 내가 당신을 납치하면 앞으로 평생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요.”물론 그럴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돈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미처 쓰지도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용란은 국제적으로 강대한 국가였고 군사력과 경제력이 막강한 나라였다.지구에서 살 마음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감히 엘리사 공주를 납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