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해리스의 주먹은 진서준의 손바닥을 내리쳤다.따라서 진서준의 발밑의 바닥은 거미줄같은 가는 금이 갔다.이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은 가루로 돼버렸다.진서준이 자신의 주먹에 날려가지 않고, 도리어 손바닥으로 주먹을 받은 것을 본 해리스의 가슴속은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술렁이는 것 같았다.이 녀석이 어떻게 다치지 않았지?해리스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얼굴은 무서움과 놀라움으로 일그러져있었다.그의 주먹은 탱크 한 대를 뚫기에도 충분했다.설사 영란 황실 친위대원이라 해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한데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나이가 몇이나 될까?고작해서 스물여섯 살도 채 안 돼 보였다.이 나이에 이 실력은 그들의 영란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네가 꺼지기 싫으면 내가 도와주지!”진서준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발길을 날렸다.순간, 해리스의 무서움은 극치에 달했다.그는 피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허리가 진서준의 발길에 차여 몸뚱이가 거꾸로 날려서 별장 밖의 아스팔트 도로에 심하게 처박혔다.‘쿵!’해리스가 도로에 떨어지자, 주위의 지면마저 덜덜 떨렸다.“서준 씨, 무슨 일이에요? 누가 왔어요?”허사연이 달려 나와 진서준의 뒤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가로등 불빛을 빌어 허사연은 아스팔트 길에 대자로 엎어져 있는 해리스를 발견했다.“그냥 알지도 못하는 서방 사람이야.”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그래요? 당신도 모르는 사람이라고요?”허사연은 약간 놀랐다.“근데 둘이 무슨 일로 싸웠어요?”허사연은 이해가 안 됐다.낯선 사람이 진서준을 찾아와서 손찌검까지 하다니,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저 사람이 찾아와서 집주인이 저녁밥을 같이 먹자고 나를 초청했대.”“근데 난 저 사람 집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승낙해?”진서준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진서준의 설명을 듣고 난 허사연은 그제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때, 해라는 얼굴이 피투성이
“공주님!”해리스는 아주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별장에 돌아왔다. 몸에 묻은 핏자국도 아직 채마르지 않았다.해리스의 모습을 본 엘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해리스와 진서준이 싸우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공주님, 그 녀석은 사리 분별조차 할 줄 모르는 나쁜 놈입니다.”“제가 주동적으로 주인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초청하러 갔는데, 그놈은 승낙은커녕 저한테 악담까지 했습니다.”해리스는 모든 책임을 서준에게 뒤집어씌웠다.진서준이 이 자리에 없는 한 뭐라고 꾸며도 다 된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엘리사는 바보가 아니다. 어제 처음으로 진서남을 봤을 때 해리스는 이미 그를 멸시하는 기미를 보였다.그런 해리스를 보내어 초청하게 했으니, 분명히 해리스의 태도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었다.엘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직접 가야겠네.”이에 해리스는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했다.“안 됩니다, 공주님은 천금의 옥체이신데 어찌 직접 초청하러 간단 말입니까?”“공주님이 저를 시켜 초청하라고 하신 것만 해도 체면을 봐 준 겁니다.”“서민인 주제에 공주님과 저녁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그놈이 한평생 닦아서 바꿔온 복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해리스를 쳐다보는 옐리스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 차 있었다.“해리스, 당신은 그 사람한테 맞아 이 꼴이 되어서도 아직 그 사람이 보통 사람으로 보이냐?”“진짜 실망이야!”해리스는 육 품 횡력 대종사다. 전체 영란황실 친위대에서도 그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진서준의 이 실력과 나이로 황실 친위대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황실 친위대의 대장 직위도 가능했다.그런데 해리스는 아직도 진서준을 무시하고 있었다.해리스의 이런 성격은 어린 시절의 생활환경과 받은 교육과 갈라놓을 수 없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영란의 귀족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교육도 또한 귀족식 교육을 받았다.이는 그로 하여금 오만하고 건방진 성격을 지니게 하였다.서민이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그의
“공주님, 이 녀석이 찾아온 목적은 단순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너희들이야말로 ‘찾아온’ 사람들이겠지.”“여기는 대한민국의 영토야!”해리스는 화가 나서 얼굴이 지지 벌게서 목에 핏대를 세워 진서준을 향해 외쳐댔다.“이 별장은 오늘 우리가 돈 주고 산 거야!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이미 우리의 사적 재산이란 말이다!”설사 해리스 그들이 이 별장을 샀다 하더라도, 진서준의 눈에는 이곳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었다.“너 말대로 한다면, 내가 돈을 줘서 네 나라 토지를 산다면, 네 나라 이름을 내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이네?”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이건 완전히 억지 논리야!”해리스의 불끈 쥔 두 주먹에서 삐걱삐걱 뼈마디가 끊어진 듯한 소리가 났다.등 뒤에 있는 엘리사만 아니었다면, 해리스의 주먹은 벌써 진서준에게 날렸을 것이었다.“공주님, 저 녀석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었지요?”“저 녀석은 무식한 오랑캐입니다!”‘공주님?’이 호칭을 들은 진서준의 눈빛에는 놀라움이 살짝 스쳤다.진서준은 이 여자가 해외 어떤 귀족의 따님인가 했었다.“해리스, 뒤로 물러가거라.”엘리사가 냉정하게 명령했다.이 멍청한 놈, 내 신분을 폭로하다니!“하지만...”“어서 물러나지 못해?”엘리사는 카리스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거실의 분위기는 빙점까지 내려갔다.엘리사의 싸늘한 얼굴은 본 해리스는 주눅이 든 채, 엘리사의 등 뒤로 물러섰지만, 두 눈은 뚫어지게 진서준을 노려보았다.해리스가 뒤로 물러서자 진서준은 그제야 엘리사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녀의 조각 미모에는 메이크업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 피부도 눈부시게 하얗다. 그녀는마치 예쁜 도자기 인형과 같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귀티였다.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도도하고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이내 진서준의 표정은 고요한 물처럼 평온해졌다.이에 조용히 진서준을 지켜보던 엘리사는 약
뒤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해리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공주님이 이렇게 적극적인데 이 녀석이 감히 거절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이봐, 너 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거지? 한 번만 더 거절해 봐. 명령을 거역해서라도 널 죽여버리겠어!”해리스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엘리사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얼굴은 둘째 치고, 공주라는 신분만으로도 무수한 남자들이 앞다투어 데이트 신청을 하며 줄 서서 그녀와의 만남을 갈망했었다.그런데 지금은 엘리사가 신분을 낮추어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도 진서준은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고 있다.하지만 심기가 아무리 불편해도 엘리사는 황실 교육을 받고 자랐던 터라 그 불쾌함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만해요, 해리스. 우리 용란과 대한민국은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조금 무례했던 것 같아요.”엘리사는 해리스를 제지하고 다시 진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실례지만, 이름이 뭐예요?”엘리사가 진서준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그러자 진서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설마 몰라서 묻는 건가요?”이 두 사람이 자기 신분을 모른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자기를 찾아온 이유가 정말 그냥 밥이나 먹자는 건지 진서준은 의혹이 들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요즘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며 살아왔던지라 습관적으로 의심이 많아졌다.“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엘리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내 이름은... 김평안입니다.”진서준이 서슴없이 가짜 이름으로 답했다.진서준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고 엘리사는 진서준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김! 평! 안!”엘리사가 또박또박 진서준의 이름을 되뇌었고 예쁜 두 눈은 반달처럼 휘어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엘리사입니다.”엘리사가 손을 내밀며 꽤 전통적인 인사법을 했다.그런데 이 전통적인 인사법도 엘리사 공주가 하면 열에 아홉은 감격스러워 어쩔 바를 모를 것이었다.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손끝으로 가볍게 터치
진서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해리스는 지금처럼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혈귀 백작 두 명이 따라온다 해도 자기 실력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실력이 자기와 비슷한 진서준이라는 변수가 생겼다.만약 그 혈귀 백작 두 명이 쫓아오고 진서준이 틈타 엘리사 공주를 해치려고 한다면 자기 실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내일 아침에 돌아갈 수는 있지만 오늘 밤의 방문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마시죠.”엘리사도 해리스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한발 물러섰다.원래는 강남에서 며칠 더 머무르며 천천히 구경하다가 무도 교류회가 시작될 때쯤에나 경성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이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공주님 옆을 지키겠습니다.”해리스가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안 되죠. 해리스 씨는 분위기만 망칠 거예요. 게다가 진서준 씨는 나에게 아무런 악의도 없어요.”엘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녀석이 악의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아시죠?”해리스는 혀를 차며 물었다.“눈은 마음의 창이잖아죠. 진서준 씨가 날 볼 때 눈빛은 아주 맑았어요. 여기까지만 해두죠. 나도 더 이상 얘기하려니 피곤해요. 나 가볼게요.”엘리사는 곧바로 진서준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엘리사가 혼자 따라오는 것을 본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경호원은 안 데리고 오는 건가요?”“해리스 씨가 오면 분위기만 망칠 테니까요. 난 당신의 가족들이 해리스 씨 때문에 기분 좋은 하루를 망치길 원하지 않아요.”엘리사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가볍게 웃었다.“그럼 내가 엘리사 씨에게 무례하게 굴면 어쩌려고요? 당신은 외국의 공주잖아요. 내가 당신을 납치하면 앞으로 평생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요.”물론 그럴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돈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미처 쓰지도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용란은 국제적으로 강대한 국가였고 군사력과 경제력이 막강한 나라였다.지구에서 살 마음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감히 엘리사 공주를 납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 씨
엘리사는 공주라는 신분이 있지만, 그 또한 평범한 여성이었다.아까 진서준이 여러 번 핑계를 대며 엘리사의 방문을 거절했을 때, 엘리사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불만이 쌓였다.그래서 진서준의 친구가 이름을 잘못 부른 것을 빌미로 진서준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역시나 엘리사의 말을 들은 진서준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스쳤다.“그래요, 내 이름은 김평안이에요. 진서준은 어릴 때 불리던 별명이고요... 당신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릴 적 별명을 짓는 전통을 모를 수 있죠.”하지만 진서준은 짧은 순간에 머리를 굴려 재빨리 변명했다.“그래요? 그런데 당신 성씨가 좀 특이한 것 같은데요.”엘리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조용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난 대한민국 문화에 대해 깊게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성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이 점은 우리 용란 국가와 비슷한 것 같네요.”엘리사의 쉬지 않고 들이대는 공격적인 태도에 허윤진이 재빨리 진서준을 변호했다.“당신이 뭔데 참견이죠? 이 사람이 진서준이든 김평안이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물론 상관있죠. 난 진서준 씨 친한 친구거든요.”엘리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형부한테 외국인 친구가 있다는 거 처음 듣는데요?”허윤진은 그 말에 즉시 머리를 돌려 진서준을 쳐다보며 따졌다.허윤진은 절대로 낯선 외국 여자가 진서준을 넘보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이분은 옆집에 살아. 아까 그 중년 남자가 이분 경호원이야. 나도 이분을 방금 알게 됐어.”진서준은 옆집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무슨 일이야?”그때, 허사연과 다른 가족들도 별장에서 나왔고 마당에 서 있는 서양 여성을 보자 모두가 순간 멍해졌다.“이분들이 다 진서준 씨 가족인가요? 대한민국은 일부다처제가 금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엘리사는 또다시 진서준을 난감한 처지에 놓일 질문을 던졌다.진서준의 얼굴은 순간 붉으락푸르락해졌다.‘이게 한 나라 공주라는
“아까 그 여자는 용란의 공주야.”허윤진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 여자가 공주라고요?”“아까 그 여자한테서 풍기는 분위기만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어요.”허사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이국 공주가 왜 당신을 찾아왔죠?”김연아가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그 여자와 하룻밤 보내놓고 책임지기 싫다고 하는 건 아니죠?”진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김연아 씨,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오늘 오후에 처음 만난 사이예요.”김연아는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진서준의 당황한 모습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허윤진은 진서준의 해명을 듣자 질투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처음 만났으면 어때요? 외국 여자들은 대개 자유분방하잖아요. 그 여자가 먼저 형부를 찾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다면 분명 뭔가 목적이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엘리사가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엘리사라는 이름조차도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진서준이 가명을 사용할 수 있듯, 엘리사도 충분히 가명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었다.“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진서준은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며 말했다.“알았어요, 우린 농담한 거예요. 진서준 씨가 그 여자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거 다 알아요.”허사연이 진서준의 높게 쳐든 손을 잡아 내리며 웃었다.“하지만 공주를 진서준 씨 여자로 만든다면, 진서준 씨 실력을 인정할게요.”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진서준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이국 공주와 얽히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다들 얘기를 좀 더 나눈 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조희선이 여기서 지내고 있어 허사연은 진서준과 한 침대를 쓰는 게 부끄러웠다.조희선에게 자기 행동이 안 좋게 비쳐 자기에 대한 평가가 낙하산을 탈까 봐 신경이 쓰였다....밤은 쌀쌀했다.운대산 별장 밖,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박쥐 같은 그림자
해리스는 별장에 들어선 브래드를 보자마자 입고 있던 정장이 터질 정도로 온몸의 근육이 순식간에 팽팽하게 팽창되었다.해리스와 브래드는 오랜 앙숙이었다.용란에 있을 때부터 해리스는 브래드를 끈질기게 추적했었다.단순한 실력만 놓고 보면 브래드가 해리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다만 브래드는 혈수사였기 때문에 그 속도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처럼 어마어마하게 빨랐다.특히 밤이 되면 브래드의 붉은 눈동자는 어떤 어둠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리스는 항상 브래드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브래드가 직접 별장에 찾아왔다. 해리스가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브래드의 목적이 뭔지 알 수 있었다.“브래드, 공주님을 깨우기 전에 여기서 썩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해리스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브래드를 노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협했다.“내가 여기 온 건 바로 그 공주님을 위해서야.”브래드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엘리사 공주의 피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진미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지 궁금하네...”“네놈이 공주님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네놈이 어디로 도망치든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해리스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위협했지만 주동적으로 공격을 개시하지는 않았다.그 이유도 간단했다. 브래드 혼자서 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혈수사도 함께 있다는 걸 해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해리스가 먼저 선제공격을 개시하면 이 두 혈수사는 분명 호랑이를 산에서 유인하는 계략을 쓸 것이다.브래드는 해리스가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비웃듯 미소 지었다.“해리스, 예전엔 나만 보면 죽일 듯이 쫓아오더니 오늘은 왜 거북이처럼 움츠리고 있는 거야? 네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마음껏 즐기도록 할까?”브래드는 해리스에게 공격하지 않고 대신 거실의 가구를 부수기 시작했다.쿵쾅, 쿵쾅!연이어 들려오는 소음은 심지어 잠을 자던 진서준까지 잠에서 깨게 했다.“저 여자가 이 밤중에 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