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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주동겸이라는 뒷배경으로 국가기관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건 성공을 향한 일반 상승이 아닌, 급격한 상승일 것이다.

하지만 이민혁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어르신, 저는 이미 틀에 박히지 않은 삶에 익숙하게 됐어요. 게다가 해야 할 일도 있고요. 그러니 저 너무 이렇게 쳐주지 마세요.”

주동겸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람마다 야망이 있으니 억지로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만, 항상 애국의 마음은 잃지 않길 바라네.”

이민혁은 그의 말뜻은 이해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에 대해 단 한 번도 다른 마음을 품은 적 없으니까요.”

말을 마친 뒤 이민혁은 그 자리를 떠났다. 주동겸은 떠나가는 이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한 이민혁은 거실 소파에서 슬립 가운만 입고 잠에든 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의 피부는 흰 눈처럼 새하얬고, 그 모습은 말할 것도 없이 치명적이었다.

이민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도둑처럼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도망갔다.

...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이민혁은 세수를 마치고 거실을 향했다. 남지유는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그는 나가서 아침을 먹은 뒤 다시 집에 돌아와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

명상 수련에 몰입할 때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확인해보니 손여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고 그는 얼른 그 전화를 받았다.

“응, 여진아.”

“응, 민혁아. 혹시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오랜 친구 사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써.”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점심에 너 밥 한 끼 사주려고. 혹시 너 시간 돼?”

전화기 너머로 손여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이민혁은 흔쾌히 승낙했다.

“응, 시간 돼. 주소 보내주면 시간 맞춰 갈게.”

“잘됐다. 그럼 스타어 레스토랑에서 봐. 열두 시 어때?”

“응, 괜찮아. 내가 시간 맞춰 도착할게.”

“그래, 고마워 민혁아.”

그렇게 손여진은 전화를 끊었다.

이민혁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손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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