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겸이라는 뒷배경으로 국가기관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건 성공을 향한 일반 상승이 아닌, 급격한 상승일 것이다.하지만 이민혁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어르신, 저는 이미 틀에 박히지 않은 삶에 익숙하게 됐어요. 게다가 해야 할 일도 있고요. 그러니 저 너무 이렇게 쳐주지 마세요.”주동겸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람마다 야망이 있으니 억지로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만, 항상 애국의 마음은 잃지 않길 바라네.”이민혁은 그의 말뜻은 이해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에 대해 단 한 번도 다른 마음을 품은 적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이민혁은 그 자리를 떠났다. 주동겸은 떠나가는 이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집에 도착한 이민혁은 거실 소파에서 슬립 가운만 입고 잠에든 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의 피부는 흰 눈처럼 새하얬고, 그 모습은 말할 것도 없이 치명적이었다.이민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도둑처럼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도망갔다....이튿날 아침.잠에서 깬 이민혁은 세수를 마치고 거실을 향했다. 남지유는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그는 나가서 아침을 먹은 뒤 다시 집에 돌아와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명상 수련에 몰입할 때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확인해보니 손여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고 그는 얼른 그 전화를 받았다.“응, 여진아.”“응, 민혁아. 혹시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오랜 친구 사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써.”“그래, 다른 게 아니라 점심에 너 밥 한 끼 사주려고. 혹시 너 시간 돼?”전화기 너머로 손여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들은 이민혁은 흔쾌히 승낙했다.“응, 시간 돼. 주소 보내주면 시간 맞춰 갈게.”“잘됐다. 그럼 스타어 레스토랑에서 봐. 열두 시 어때?”“응, 괜찮아. 내가 시간 맞춰 도착할게.”“그래, 고마워 민혁아.”그렇게 손여진은 전화를 끊었다.이민혁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손여진은
손여진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말하지 마.”“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조현영은 오히려 당당하게 답했다.“걔 아직 제대로 된 직업도 없는 월급쟁이잖아. 너 괜히 걔한테 속지마.”손여진은 어이가 없어 머리를 저었다. 조현영은 아직 이민혁이 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모르는 듯했다.“걔가 날 속이긴 뭘 속여.”손여진은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조현영은 아예 그녀 옆에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너 LP사 총관리자 됐다며?”“그냥 부서를 관리하는 총관리자야.”손여진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조현영은 웃어 보이며 그 말에 답했다.“거봐, 말이 맞아떨어지잖아. 너 지금 총관리자 되니까 이민혁 그놈이 너에게 들러붙으려는 거야. 걔 지금 제대로 된 직업도 없으니까 동창 관계를 이용해 너에게 접근해서 널 이용하려는 거라고. 이래도 모르겠어?”한 사람을 이렇게나 어둡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에 대해, 손여진은 조현영의 생각 회로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윽고, 손여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오늘도 내가 민혁이를 먼저 불러낸 거고.”“뭐?”이번에는 조현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런 놈과 붙어먹으려고? 걔가 뭐 볼 거나 있다고?”손여진은 난처해하며 답했다.“그냥 밥 한 끼 먹는 거뿐이야. 너무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밥만 먹는다고?”조현영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걸 누가 믿니? 배우자를 찾는 거 또한 신중해야 하는 거야. 이건 한평생의 일인 거라고. 너 만약 이민혁 같은 놈 선택하면 네 후반생은 고생길 열린 거나 다름없어.”그녀의 말에 손여진은 어이가 없어 조현영에게 조금의 정보를 살짝 노출해주려 하였다.괜히 이따가 만난 후 서로 어색해질 일 없게 말이다. 이민혁은 그녀가 알고 있는 거지가 아니라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인간이란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손여진이 말했다.“현영아, 지난번 우리 모임 때 기억나? 민혁이가 우릴 도와 그 일 해결해
그녀는 조현영더러 이제는 가보라고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조현영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의 남자친구도 같이 자리에 앉으라 손짓하며 말했다.“이렇게 우연히 만나기도 어려운데 그냥 다 같이 먹는 건 어때.”“아, 네 친구도 불편할 것 같은데?”손여진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안 불편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재밌는 법이잖아?”손여진은 어이가 없었지만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여기서 조현영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밥은 더욱이 같이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이때 이민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로 약속하고 만나는 것보다는 이렇게 우연히 만나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다 같이 먹는 거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그 말에 조현영이 답했다.“민혁아, 내가 듣기로는 오늘 이 식사 자리 여진이가 사는 거라며?”“응.”이민혁이 답했다.그러자 조현영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너 여기서 식사 한 끼 하는 게 얼마인 줄 알아?”“아, 그건 모르겠네. 나 이런 곳에는 별로 안 와봐서 말이야.”이 말은 사실이었다. 이민혁은 평소에 서양 음식을 별로 먹지 않으니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조현영은 경멸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두 사람이 한 끼 밥값만 해도 거의 30~50만 원이야. 거기에 와인 까지 한 병 추가하면 아마 거의 백만 원 할걸.”“그렇게나 비싸?”이민혁은 고작 서양 음식이 이렇게나 비쌀 줄 생각지도 못했다.이민혁의 깜짝 놀라 하는 모습을 본 조현영은 더욱 비아냥거리며 차갑게 말했다.“당연하지. 그러니까 여진이에게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은 하지도 마. 넌 여진이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니까.”“응?”조현영의 말에 이민혁은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그 둘은 애초부터 그런 관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조현영이 계속하여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너 그동안 해외에서 일하면서 돈은 벌었니?”“조금은 벌었지.”이민혁이 담담하게 답했다.그 말에 조현영이 이어서 물었
조현영은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글로벌 투자 그룹 고위층이자 곧 경성에 지사를 설립할 대표님이야. 이런 젊고 능력 있는 사람만이 우리 같은 미모의 여성과 어울릴 수 있는 거야. 너처럼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아니라.”별 볼 일 없다는 말에 이민혁은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조현영은 학창시절 철벽 여신으로 유명했다. 그 어떠한 남자도 그녀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서 그녀의 별명은 얼음 공주였다.하지만 현재 남자친구를 바꾸는 속도는 물을 마시는 것처럼 빈번했다.이민혁이 아무 말도 없자 조현영은 더욱 의기양양 해하며 차갑게 말했다.“이제 그 차이를 알겠지? 그러니 내 말 잘 기억해둬. 여진에게 다른 속셈 갖지 말고. 알겠어?”옆에서 더는 들어줄 수 없었던 손여진은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현영아, 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진짜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런 거 아니야.”“넌 아직도.”조현영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손여진을 흘기며 말했다.“너도 몸매면 몸매, 얼굴이면 얼굴 뭐 어디 부족한 거 없이 예쁜 편에 속하는데 머리는 왜 그렇게 멍청해? 물론 나보다는 덜 예쁘지만 말이야. 이건 네 한평생과 연관이 된 일이라고. 그러니 너 마음 단단히 먹어. 저런 놈에게 괜히 기회를 줘서 네 인생 망치지 말고.”말을 마친 조현영은 이렇게 말해도 손여진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아예 대화 화제를 돌렸다.“주문하자. 나 배고파.”조현영은 메뉴판을 들고 이민혁을 바라봤다.“넌 여자애한테서 밥 얻어먹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내가 사도 돼.”이민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조현영은 그제야 웃어 보였다.“그래,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먹네. 네가 말한 거다? 이거 네가 사는 거라고.”“응, 당연하지.”이민혁이 답했다.이윽고 조현영은 종업원을 부르더니 단번에 여러 가지 요리를 시켰다.그녀는 애피타이저, 식전 메뉴, 메인 메뉴, 디저트에 값비싼 와인까지 주문했다.이 세트는 거의 300만 원은 되어갔다.주문을 마친 조현영은 미소를 지으며 이민
이민혁은 밥을 먹으면서 그 외국인 남성을 힐끗 쳐다봤다.그는 조현영이 한 말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조현영이 어떻게 갑자기 고위층의 외국인 남성을 만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잠시 후, 이민혁은 전화하는 척하며 외국인 남성의 사진을 몰래 찍어 월가 KP 해외본부의 천재 해커이자 최고의 저격수인 그의 정보관 진이랑에게 보냈다. 그리고 리찰드타이슨이라는 그 남성의 이름도 같이 첨부하여 전송했다.전송 완료 후, 이민혁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해당 남성의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으니 말이다.십여 분 후 그는 진이랑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확인해보니 월가에 카이슨이라는 재단이 있긴 했지만 리찰드 타이슨이라는 사람은 없었다. 이 남성의 본명은 로버트 잭슨이였고, 여러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이미 수배를 받고 1년 넘게 도주 중이었다.이민혁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이 남성이 조현영을 노린 듯했다.게다가 조현영이 HT 그룹의 고위층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이민혁은 머리가 아파 났다.HT 그룹은 지금 KP 컨소시엄의 재산이다. 만약 조현영이 사기를 당해서 HT 그룹이 손해를 입었다면 그건 KP 컨소시엄이 손해를 본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에 이민혁은 즉시 남지유에게 메시지를 보내 조현영의 모든 직무를 바로중단하라고 했다. 그다음 일단 내부조사를 시작하여 조현영이 혹시 불법적인 행위를 했는지 확인한 다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라고 했다.이 정도면 과거 동창생이라는 관계로 체면을 많이 봐준거나 다름없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민혁은 바로 남지유 더러 그녀를 해고하라고 했을 것이다.게다가 조현영의 인성은 그렇게 높은 고위층에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현재는 아예 사기꾼과도 엮었으니 그 결과는 자연스레 좋을 수가 없다.그 시각, 아무것도 모르는 조현영은 이제는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녀가 HT 그룹에서 얼마나 잘 나가는지, 김현욱도 자기 앞에서는 쩔쩔맨다든지, 어떻게 자기가 부서
이민혁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당연하게도 이 외국인 남성은 그가 세계적인 정보망과 세계 일류의 해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그가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을 이끌던 시절에도, 이런 조건이 갖춰져 있었기에 세계 최강의 용병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었더랬다.이민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로버트 잭슨 씨, 합중국에서 저지른 여러 차례의 사기 사건으로 수배되었던데 이제 경성까지 와서 또 사기 치려는 겁니까? 말해보세요. 조현영에게서 뭘 얻어내려고 하는 겁니까?”이민혁의 허를 찌르는 말에 로버트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하며 이마에는 저도 모르게 땀방울이 맺혔다.그는 이 작은 나라에서 뜻밖에도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그러나 베테랑 사기범으로서의 그는 절대 당황하거나 놀라움을 얼굴에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침묵을 선택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고민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조현영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버렸다. 그녀는 화난 얼굴로 이민혁을 연신 삿대질하며 말했다.“이민혁, 너 그게 무슨 뜻이야? 감히 내 남자 친구를 사기범으로 몰아가려고 해? 너, 이거 절대 그냥 못 넘어가. 고소할거야.”“조현영.”이민혁도 이제 참을 수 없어 호통을 치며 말했다.“너 지금 너무 오만방자해. 이게 뭔지 똑바로 봐.”이민혁은 전화를 꺼내 들어 해커가 보낸 수배령 사진을 조현영의 눈앞에 내밀었다.한참을 유심히 살피던 조현영이 온몸을 바르르 떨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온몸으로 부정하는 듯했다.“아니야. 말도 안 돼. 이건 불가능해.”“말이 안 돼? 너 정말 이 사람을 굳게 믿는구나.”이민혁은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다시 소파에 앉았다. 로버트가 어떻게 연기하며 이 상황을 빠져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때 로버트는 오히려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조현영에게 말했다.“자기야, 그냥 합성사진일 뿐이야.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만약 내가 의
그러나 조현영이 어디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인가. 그녀는 손여진과 이민혁을 번갈아 보며 화가 나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어휴. 두 멍청이 같으니. 난 더 이상 너희들과 말하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하든지. 손여진 넌 나중에 가서 울지나 말아라.”조현영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나 이때 그녀의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보더니 바로 잠금 해제를 눌러 받았다.“여보세요, 남 대표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셨어요.”기쁨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현재 HT 그룹의 사람들은 모두 KP 사야말로 진정 굽신거려야 하는 상대임을 알고 있었고, HT 그룹에서 가장 큰 대표는 바로 남지유였다.그런 남 대표님이 직접 연락한다는 것은 조현영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더없는 영광이다.그러나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남지유의 목소리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조현영 씨, 오늘부로 당신은 해고되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회사로 돌아가 이직 절차를 밟아주세요.”“네?”조현영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어 당황함에 그대로 멈춰 섰다.남지유는 그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조현영은 이미 연락이 끊긴 전화를 붙들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해고’ 두 글자는 너무나 선명히 들려왔고 머릿속에 한참을 맴돌았다.한참이 지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녀는 온 얼굴이 창백해진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손여진이 깜짝 놀라 다급히 와서 조현영을 부축했다.“현영아, 왜 그래. 괜찮아?”한참이 지난 후에야 마침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식당 안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았다. 손여진이 한참을 달래서야 조현영은 차츰 안정을 되찾아갔다.“무슨 일이야, 조현영, 집에 무슨 일 생겼어?”손여진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러나 조현영은 그녀를 전혀 상대하지 않고 간절한 표정으로 로버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리찰드
이민혁의 말에 로버트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하며 그는 흉악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의 몸에서 미약한 힘의 기운이 넘실댔다.이를 본 이민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로버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몸에 강대한 힘의 위압이 솟아올라 순식간에 로버트를 뒤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로버트는 자신이 마치 얼음 동굴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공포감이 그의 영혼을 뒤덮었고 그로 하여금 조금도 발버둥 칠 수 없게 했다.그를 본 이민혁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작 그깟 힘으로 제 앞에서 신선놀음하시려고요?”로버트는 놀라서 굳은 채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서방의 권도를 수련해 본 사람으로서 조금의 공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태어나서 종래로 이렇게 공포적인 힘을 본 적은 없었다. 이민혁은 순간적으로 그가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으며 영혼마저 공포를 느끼게 했다.이민혁이 교훈하듯 말했다.“인제 그만 포기하고 솔직히 말하고 자수하시죠. 우리 합중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서 당신의 죄명은 아주 가볍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항한다면 당신의 최후는 더욱 비참해질 것입니다.”영혼을 통해 느껴지는 공포라는 감정은 로버트를 자기도 모르게 모든 발악을 포기하게 했다.그는 곧 숨이 넘어갈 듯 할딱거리며 힘겹게 한 단어씩 내뱉었다.“저... 저는 합중국에서, 여러 번의 사기죄를 저질러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어 신분을 바꾸고 경성으로 도망쳐 왔습니다.”“그럼 왜 조현영에게 접근했어요?”이민혁이 차갑게 그를 내려보며 말했다.로버트가 중얼거렸다. “우연입니다. 서경에 처음 도주했을 때, 인터넷에서 카이슨 글로벌 재단을 사칭했는데 조현영이 자발적으로 저에게 연락한 겁니다.”“그리고 타겟을 조현영으로 바꾼 거고?”“네.”로버트가 고개를 떨구며 두려움에 떨었다.“처음엔 그저 안식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현영이 HT 그룹의 고위 직원이라는 걸 안 후에는 돈만 뜯어내고 떠나려 했습니다.”이민혁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로버트가 이렇게